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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온 핵융합, 기사회생할까

일본이 자금 대 비밀리에 연구중

1989년 온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상온핵융합사건의 두 주역, 플레이시만과 폰스가 다시 대중앞에 나왔다.
 

최근 일본에서 열린 제3회 상온핵융합 국제회의


1989년 온 세계를 흥분시켰다가 곧 더 큰 실망을 안겨줬던 상온핵융합사건을 기억하는 사람이 적지않을것이다. 결국 이 사건은 마틴 플레이시만과 스탠리 폰스라는 미국 유타대학의 화학자들이 연구비를 타내기 위해 일종의 사기극을 벌인 것으로 귀결됐다. 그래서 이 '세기적인 발견'은 차츰 일반의 관심권 밖으로 멀어져 갔다.

시험관 핵융합, 차가운 핵융합(cold fusion)이라고도 불린 상온핵융합의 주창자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그들은 아직도 자신들의 주장을 번복하지 않고 있다. 상온핵융합이 분명히 일어난다고 확신하면서 프랑스의 비밀연구소에서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그들의 연구비를 일본 정부가 대고 있다. 일본의 통산성이 설립한 테크노바(Technova)라는 싱크탱크(think tank)가 상온핵융합을 후원하고 있는 것이다. 투자할 가치가 있는 분야 선정을 쪽집게처럼 잘 하기로 소문난 일본이 '헛 돈'을 쓸 리 만무한데···.

첫 발표 당시의 플레이시만과 폰스의 주장을 요약하면 시험관 내에서, 더구나 특별히 고열을 가하지 않아도 값싸고 풍부한 핵융합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주장은 곧 대다수 물리학자들의 거센 반격을 받았다. 물리학자들은 태양의 표면온도와 맞먹는 고온으로 가열된 가스들이 들어있는 반응로 안에서만 핵융합이 가능하다는 반론을 폈다. 다시 말해 고온핵융합은 실현가능하지만 상온핵융합은 터무니없는 비과학적인 주장이라고 일축해 버렸다. 그후 전세계의 여러 연구소에서 상온핵융합을 재현(再現)해 보려고 시도했으나 결과는 실망스러운 것이었다.

그후 한동안 '숨어지내던' 플레이시만이 최근 다시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영국협회의 과학페스티벌에 나와서 상온핵융합이 일어남을 보여주는 비디오 테이프를 직접 돌리기도 했다. 이 비디오 테이프에는 폭 2.5cm 높이 20cm인 조그만 전기화학적 전지 안에 든 중수(重水)가 11분동안 거칠게 거품을 내뿜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플레이시만은 그 자리에서 자신이 만든 전지가 연료 1㎤당 1kw의 힘을 발생시킨다고 주장했다.

1989년 당시 물리학자들이 상온핵융합이 거짓이라고 단정한 첫번째 이유는 핵융합이 일어났음을 알리는 결정적인 증거, 즉 중성자가 검출되지 않았다는 데 있었다. 사실 그 당시 중성자 문제는 화학자인 플레이시만과 폰스를 곤혹스럽게 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온핵융합시에도 중성자가 생긴다는 사실이 세계 여러 연구소의 반복실험 결과, 입증되고 있다. 예컨대 미국 로스 알라모스 국립연구소에서는 1W의 힘이 발생할 때 매초 5~50개의 중성자들이 검출됨을 밝혀냈다."

이같은 플레이시만의 주장에 대해 핵물리학자인 프랭크 클로스는 다시 이렇게 되받았다.

"설령 중성자가 발견됐다고 할지라도 그 정도의 중성자들로는 어림 없다. 만약 핵융합에 의해 1W의 힘이 발생했다면 아마도 수십억개의 중성자들이 작용해야 할것이다."

이에 대해 플레이시만은 자신의 상온핵융합이 일반적인 핵융합과는 뭔가 다른 특성을 보일 것이라고 가정한다. 고온의 가스상태에서 핵융합반응이 일어나는 고온핵융합과는 달리 상온핵융합은 팔라듐전극의 금속격자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이때 발생하는 중성자 숫자도 두 방법간에 차이가 나게 마련이라는 것.

완전히 숨을 거둔 것으로 보였던 상온핵융합이 과연 재기할 수 있을까. 현재까지는 상온핵융합의 부활을 회의적으로 보는 견해가 훨씬 우세하다. 일본 자금에 의탁해 잠시 명맥을 유지하다가 결국은 용도폐기되고 말 것이라는 얘기다. 아무튼 그들의 무엇을 믿고 일본이 막대한 연구비를 제공하는지 사뭇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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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동아일보사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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