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달에 얽힌 10가지 진실

인간 달 착륙 35주년

 

달에 얽힌 10가지 진실


올 추석에는 당일 밤 10시 9분 하늘에서 꽉 찬 보름달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운이 좋은 편이다. 보통 음력 8월 15일, 즉 한가위에는 항상 보름달이 뜬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음력의 한달은 29일 또는 30일이지만 보름달이 다음 보름달이 될 때까지 걸리는 기간은 정확히 29.53일이어서 보름달을 볼 수 없는 한가위도 있다. 2000년에는 무려 이틀이나 늦게 보름달이 떴다.

올해 달이 더욱 의미 있는 이유가 또 있다. 인류가 달에 첫 발을 내디딘 지 35주년이 되는 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난 7월 미항공우주국(NASA)은 인류 달 착륙 35주년을 맞아 아폴로 우주선이 달 탐사 활동을 통해 알아낸 10대 발견을 발표했다. 그 동안 인류는 달에 대해 과연 얼마나 많은 사실을 알아냈을까.

달의 비밀을 풀자, 아폴로 발사
 

1972년 12월 7일 오전 12시 33분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발사된 아폴로 17호.


“달이 왜 그 자리에 있게 됐는지 존재 이유를 설명하는 것보다 그 자리에 없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것이 훨씬 더 쉽다.” NASA 과학자 로빈 브렛의 말이다. 그의 말처럼 아폴로 우주선이 달에 착륙하기 전까지 달은 미스터리 그 자체였다.

SF소설가로 유명한 과학자 아이작 아시모프는 달이 우주의 원리에 맞지 않는 천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달이 위성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크다는 것이다. 태양계의 위성들은 대개 반지름이 모행성의 수십분의 일 이하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모행성 대비 위성의 비율이 2번째로 큰 목성의 위성도 목성의 1/8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데 달은 지구 크기의 1/4이나 된다.

달의 궤도도 미심쩍다. 달이 만약 지구 중력장의 영향을 받는다면 타원형 궤도로 지구 주위를 돌아야 하는데 실제로 달은 거의 원형에 가깝게 공전한다.

이 때문에 1970년대 이전에는 달의 탄생을 놓고 여러 설이 난무했다. 달이 약 45억년 전 지구가 탄생할 당시 주위에 있던 우주먼지 구름에 의해 같이 만들어졌다는 ‘동시 탄생설’, 지구가 형성되던 초기에 지구에서 떨어져 나온 일부가 달이 됐다는 ‘분리설’, 지구 주변을 떠돌던 작은 행성이 지구 중력에 잡혀 달이 됐다는 ‘포획설’이 그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1969년 7월 16일 아폴로 11호가 최초의 인류 달 착륙을 목표로 우주에 발사됐다. 결과는 성공. 아폴로 11호의 우주비행사 닐 암스트롱과 에드윈 알드린은 달 표면에서 2시간을 머물며 암석과 토양 샘플을 채취하고 사진을 찍었다. 암스트롱의 말처럼 “한 인간에게는 보잘것 없는 한 발자국이지만 인류에게는 큰 도약”이었다.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성공 후 1972년 12월 7일 아폴로 17호가 발사될 때까지 4년 동안 7번의 달 탐사가 이뤄졌고, 이 중 6번이 성공했다. 실패한 것은 아폴로 13호 한번 뿐이었다. 하지만 아폴로 13호 역시 사고를 극복하고 무사히 지구로 귀환하면서 우주 비행사들의 위기 대처 능력과 용맹성이 인정돼 ‘성공적인 실패’ 라는 평가를 받았다.

아폴로 11호와 12호는 인간의 달 착륙 자체가 목표였다. 하지만 아폴로 15호부터는 순전히 과학적인 목적을 위해 달 탐사가 이뤄졌다. 달의 지질과 중력, 자기 탐사 등 달 자체에 대한 연구가 우주비행사의 임무였다. 아폴로 17호의 우주비행사였던 해리슨 슈미트는 이를 위해 전문적인 지질학자로 훈련받기도 했다.
 

1969년 7월 20일 아폴로 11호 우주비행사 알드린이 달에 새긴 인간의 첫 발자국.


지구와 닮은 듯 닮지 않은 듯
 

아폴로 계획의 마지막 우주선인 아폴로 17호의 우주비행사 유진 세르난이 달 착륙 직후 월면차를 시험하고 있다.


아폴로 우주선들은 총 3백82㎏에 달하는 달 암석을 지구로 날랐다. 달 암석은 현무암, 사장암, 각력암 세종류였다. 1993년 한 경매에서는 0.3g이 채 안되는 달 암석이 다이아몬드 가격의 4배인 40만달러에 낙찰될 정도로 비쌌다. 하지만 달 암석의 진가는 금전적 가치 이상이었다.

과학자들이 달 암석을 분석해 매우 흥미로운 결과를 얻었기 때문이다. 달은 지구와 닮지 않은 듯 닮았다는 것. 여기에는 달과 지구의 탄생 비밀도 담겨 있다.

우선 달 표면은 암석 조각과 먼지로 이뤄진 덩어리로 덮여 있다. 표면은 고르지 않다. 지구와 먼 쪽은 지각이 더 두꺼운데 이는 지구 중력의 영향을 덜 받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그래서 달은 약간 비대칭이다.

‘고요의 바다’ ‘비의 바다’ 등 바다라고 불리는 곳은 초기에 천문학자들이 마치 물이 말라버린 바다 밑바닥같이 보였기 때문에 붙인 이름일 뿐 달에는 실제로 바다가 없다. 생명체도 없다. 과거에도 현재에도 생명의 흔적이 전혀 없고, 유기화합물조차 없다. 지구와 가장 닮지 않은 부분이다.

하지만 달은 지구처럼 진화한 행성이며 내부 구조도 비슷하다. 다만 달의 밀도는 지구 전체의 밀도보다 작아 지구 맨틀의 밀도와 비슷한데, 과학자들은 이 차이를 달이 자그마한 철 핵을 갖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지구는 핵이 전체 질량의 30%를 차지하는 반면 달은 3% 이하라는 것이다.

또 달 암석의 산소 동위원소가 지구의 암석과 매우 유사하다. 단지 달은 지구에 비해 대기권과 물을 이루는 휘발성 원소와 철이 상대적으로 훨씬 부족하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이런 사실들이 밝혀지면서 달의 탄생에 관한 의문도 풀리기 시작했다. 분리설은 달의 핵이 작고 산소 동위원소가 비슷하다는 점을 설명할 수는 있지만 지구가 번개처럼 빨리 자전해야 달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불가능하다. 포획설은 지구와 달의 구성성분의 차이를 설명할 수 있지만 달의 핵이 작고 산소 동위원소가 비슷하다는 점을 설명할 수 없다. 동시 탄생설 역시 지구와 달이 함께 성장하면서 지구는 큰 핵을, 달은 작은 핵을 가진다는 점을 이해시키기 힘들다.

이 때문에 1970년대 중반 이후 대충돌설이 등장했다. 45억년 전 지구가 형성될 때 더 작은 천체가 지구에 충돌하면서 주변에 뿌려진 부스러기에서 달이 탄생했다는 것.

하지만 아직까지 달의 탄생에 대해 정확히 밝혀진 사실은 없다. 물론 그 열쇠는 달의 암석이 쥐고 있다. 현재 지구에서 가장 오래된 암석은 그린랜드에서 발견된 것으로 약 37억년 전 것이다. 달 암석의 경우 아폴로 11호가 가져온 대부분의 암석은 나이가 대략 36억년이었지만, 어둡고 낮은 분지의 암석은 32억년, 밝고 울퉁불퉁한 고지대는 46억년까지 연대가 측정됐다. 달에서 가장 초기의 암석이 지구에서는 가장 오래된 암석과 연대가 비슷한 것이다.

과학자들은 이 때문에 달과 지구의 초기 생성과정의 해답을 달이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구의 표면은 판구조와 침식 등 역동적 지질구조로 인해 오래된 표면이 끊임없이 교체되고 있지만 달 표면은 거의 변동이 없기 때문이다.

또 달은 태양계의 모든 지구형 행성에 공통적인 초기 10억년의 역사를 보존하고 있어 달 암석의 연대를 계산하면 수성이나 금성, 화성 등 태양계 행성의 지질학적 진화 연대를 밝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태양계 생성의 비밀이 달의 손에 놓인 것이다.

백 투 더 문!

올 1월 미국의 조지 부시 대통령은 NASA 연설을 통해 “다시 달로 돌아가자”고 주장했다. 달을 전진기지로 삼아 화성 등 태양계 행성 탐사를 시도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미 우주탐사 프로그램의 대통령 자문위원인 폴 스푸디스 박사는 “달로 되돌아간다는 것은 우주탐사 기반을 창출하는데 달을 사용한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특히 지난 10년간 달 극지의 어두운 지역에는 얼음이 축적돼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에 달 개발은 더욱 현실성 있다는 입장이다. 얼음을 녹여 인간이 물로 마시거나 물을 분해해 얻은 산소로 숨쉴 수 있고, 수소를 액화시키면 로켓 추진체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최근에는 달 탐사를 위해 국제 연대를 모색하는 ‘국제달탐사 10개년 계획’ (ILD, International Lunar Decade)이 추진 중이다. 이 프로젝트는 지난 6월 미 국립아카데미 산하 연구기관인 우주연구위원회 회의에서 처음 공개됐다. 아직 논의 단계이긴 하지만 ILD 프로젝트는 2008-2018년 또는 2010-2020년에 개별 국가 혹은 여러나라가 공동으로 참여해 달 탐사 활동을 이끌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ILD 프로젝트 전망은 밝은 편이다. 일본과 중국, 인도 등이 달 탐사계획을 한창 추진 중이기 때문이다. 일본은 2006년 ‘달탐사공학’ (SELENE)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고, 중국은 2017년까지 달 탐사계획에 원대한 꿈을 펼치고 있다. 인도 역시 2007년 찬르라얀 1호가 달 탐사를 계획 중이다. 아폴로 계획 이후 제2의 달 탐사 전성시대가 도래할 듯하다.

이런 추세라면 달이 지구의 ‘이웃집’ 쯤으로 생각되는 날도 멀지 않은 게 아닐까. 달에 도시가 생기고, 지구에서 달을 여행하는 상품이 등장하고, 달에서 화성이나 수성을 관람하는 우주관광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아폴로가 밝혀낸 달의 비밀 10가지 요약

① 달은 태초부터 존재하지 않았으며 내부 구조가 지구와 비슷하게 진화한 행성이다.
② 달에는 태양계 생성 초기 10억년의 역사가 보존돼 있어 수성, 금성 등 행성의 지질학적 진화연대를 밝혀줄 열쇠를 갖고 있다.
③ 달에서 가장 초기 암석은 지구에서 가장 오래된 암석과 연대가 비슷하다. 이 때문에 달과 지구의 생성과정에 영향을 미친 요인은 달에서만 찾을 수 있다.
④ 달과 지구의 암석은 유사한 산소 동위원소로 이뤄져 있어 발생과정에 연관성이 있음을 알 수 있다.
⑤ 달에는 과거에도 현재에도 생명체가 존재한 적이 없다.
⑥ 달의 모든 암석은 물이 없는 상태에서 고온의 생성과정을 거친 현무암, 사장암, 각력암 세종류다.
⑦ 발생 초기 달은 엄청난 깊이의 마그마 대양을 형성했다.
⑧ 달의 마그마 대양은 거대한 소행성들이 연속적으로 충돌한 후 나타났으며 나중에 용암으로 채워진 분지를 형성했다.
⑨ 지구의 중력으로 지구와 먼 쪽의 지각이 더 두꺼워 달은 약간 비대칭이다.
⑩ 달 표면은 암석과 먼지로 덮여있다.

“ 달은 생명의 기원” 영국 과학자 주장

강한 조석력이 초기생명 탄생 가능케 해

달과 6펜스. 프랑스 화가 폴 고갱의 삶을 모델로 한 서머싯 몸의 소설 제목이다. 여기서 달은 본원적 삶에 대한 지향을, 6펜스는 세속적 가치를 상징한다. 중년의 증권 브로커인 주인공 찰스 스트릭랜드는 안락한 6펜스의 세계를 하루아침에 버리고 달빛 세계의 마력에 끌려 그림을 그리러 남태평양 타이티로 떠난다.

만일 밤하늘에 달이 없었다면 작가가 이 소설에 이런 멋진 제목을 붙여주기는 어려웠을 것이고 지금처럼 유명해지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최근 달의 존재가 소설 제목 정도가 아니라 지구상에 생명체가 탄생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분자생물학자인 영국 에든버러대 리차드 래테 교수는 달의 존재로 발생한 강한 조석력이 원시 지구에서 생명이 탄생하게 된 환경을 조성했다고 천문학 저널 ‘이카루스’ 3월호에 발표했다.

지구에 첫 생명체가 나타난 39억년 전 지구와 달의 거리는 20만km로 현재의 38만km보다 훨씬 가까웠다. 그 결과 달의 조석력도 대단해서 밀물과 썰물로 바다와 육지가 교차되는 거리가 수백km에 달했다. 한편 지구의 자전주기도 지금보다 훨씬 짧아 2-6시간 정도였고 표면 온도는 매우 높았다. 그 결과 밀물 때 빠져나가지 못하고 고여 있는 웅덩이의 물이 금방 증발하면서 물 속의 유기물들이 농축됐다는 것.

래테 교수는 이때 오늘날 DNA나 RNA와 비슷한 스스로 복제가 가능한 분자가 나타나 생명활동이 시작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레테 교수는 “DNA 이중가닥이 만들어지더라도 떨어지지 않으면 증식이 불가능해 생명체로 발전하지 못한다”며 “밀물 때는 염도가 희석돼 이중가닥이 떨어지고 썰물로 고립된 웅덩이의 물이 증발해 염도가 높아지면 이중가닥이 만들어졌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달로 인한 조석력이 분자의 결합과 해리에 필요한 에너지를 제공한 셈이다.

한편 래테 교수는 설사 화성에 물이 존재하더라도 생명체가 탄생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화성의 달인 포보스의 경우 크기가 워낙 작아 조석력이 지구의 달의 1%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의 가설에 따르면 물을 증거로 화성의 생명체 존재를 입증하려는 화성탐사선의 노력은 쓸데없는 일인 셈이다.

한해 동안의 수확에 기뻐하며 하늘에 둥둥 떠있는 음력 8월의 대보름달을 향해 감사를 드렸던 우리 선조들은 이미 달이 생명의 근원임을 알고 있지 않았을까.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2004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이현경 기자

🎓️ 진로 추천

  • 천문학
  • 물리학
  • 지구과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