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3 작물개량과 육종의 첨병

식량 농업

요즘 바이오테크놀로지와 농업의 눈맞춤이 뜨겁다. 조직배양기술 세포융합기술 유전자 전환기술 등을 활용해 농업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농업이 전통적 자급자족 농업형태에서 상업농으로 변해가고 있는 요즈음 경제성장과 수입개방으로 인해 농업생산과 농민생계에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농촌의 주소득원이었던 쌀 등 주곡직물은 생산비 과다와 인력부족으로 생산이 크게 위축되고 있으며 채소 과일 및 육류의 소비증가가 시작되면서 활발히 생산공급됐던 원예작품들도 국내소비시장이 협소한 관계로 풍년이 들거나 조금만 많이 심어도 가격이 폭락하는 악순환을 겪고있다.

그러나 최근 수요자들은 기호에 맞는 양질의 농산물을 선호하고 있으며, 농약비료 과다사용으로 잔여 독성물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무공해농산물이 고가로 판매되고 있는 등 획기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특히 농산물의 저장 가공 판매수입이 농산물 생산 수입 보다 많아서 우리 농민들은 "어떻게 생산할 것인가" 보다는 "어떻게 팔 것인가"에 보다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농촌에서는 매년 감소돼 가는 식량자급률을 유지하면서 농가수익에서 다른 산업에 뒤지지 않는 새로운 작목과 기술개발이 요구되고 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한 노력으로 현재 생물공학기술을 농업에 도입하려는 연구노력이 진행중에 있으며 몇가지 가시적인 성과를 얻고 있다. 여기서는 그 동안 개발에 성공한 생물공학 기술내용과 이용성을 설명하고, 앞으로 발전가능성이 높은 기술과 농업이용에 대해 거론해 보자.

조직배양기술의 개가, 씨감자

먼저 조직배양기술은 식물의 잎 뿌리 어린 줄기 등을 영양액 속에서 무균적(無菌的)으로 완전한 식물체로 키워내는 기술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동양란 양란 카네이션 안개초 거베라 등 번식이 어려운 화훼류와 고급채소 약용식물 및 임목번식에 이 기술을 이용, 좋은 종묘를 대량으로 공급하고 있다. 특히 영양기관으로 번식시키는 감자 마늘 딸기 백합 카네이션 등은 바이러스에 잘 감염돼 수확량과 품질을 크게 떨어뜨리고 있는데 이 경우 조직배양법으로 얻은 종묘를 심으면 바이러스 관련 질병이 크게 줄게 된다.

실제로 농촌진흥청 원예시험장과 고냉지시험장에서는 감자 마늘의 조직선단부를 영양액 속에 넣고 재배해 보았다. 이로써 연구팀은 병이 없는 식물을 만들게 되었으며 이를 다시 온실이나 망실에서 무병종묘로 증식 보급해 40~70% 이상의 증수를 올리는데 성공했다. 또한 감자의 경우 조직배양기술을 이용, 씨감자를 생산하는 기술도 개발돼 감자농가에 보급하고 있다. 이 기술을 활용, 무병감자 줄기를 영양액 속에서 광선없이 키우면 콩알보다 조금 큰 정도의 작은 감자가 열리게 된다. 이 조그만 감자를 심으면 보통 감자를 심는 만큼의 수확을 올릴 수 있다. 이 씨감자는 종자와 같이 취급할 수 있으므로 기계파종이 가능하고, 종자의 확보와 수송이 용이하기 때문에 보급이 많이 될 것 같았으나 아직은 씨감자 종자가격이 비싼 것이 흠이다.


조직배양기술은 식물의 잎 뿌리 줄기 등을 무균적으로 완전한 식물체로 키우는 기술이다.


느타리버섯과 표고버섯의 융합
 

조직배양을 하기 위해 농업생물공학자들이 식물체를 다루고 있다.


한편 세포융합기술은 감자와 토마토의 세포를 물리적으로 융합시키고, 이를 성숙한 식물체로 배양해냄으로써 식물 지상부에서는 토마토를 그리고 지하부에서는 감자를 수확할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잡종식물 개발기술이다. 예로 농업기술연구소에서는 느타리버섯과 여름느타리버섯을 융합시켜 포자없는 무포자 느타리버섯을 육성한데 이어서 느타리버섯과 표고버섯을 융합한 새로운 버섯을 얻는 데 성공했다. 이렇게 세포융합으로 만들어진 버섯중 생육이 잘 되고 수량이 월등한 새로운 버섯은 농가에 보급되고 있다.

단클론항체(monoclonal antibody)를 이용해 동식물에서 병해를 신속하게 진단하는 방법도 세포융합기술로 가능하다. 외부에서 병균이 침입하면 림프구 등 동물 체내의 면역세포에서 항체가 생산된다. 따라서 항체를 인위적으로 대량제조한 뒤 이를 동식물에 제공하면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일단 동식물이 한가지 병균에 대해 한종류의 항체만을 생산하는 것을 이용, 특정 항체를 생산할 수 있는 미생물을 세포융합한 후 이를 대량으로 배양한다. 그런 다음 특정한 항체를 분리해 병해의 진단이나 치료약으로 사용하게 되는 것이다. 농업에서는 가축의 질병을 신속하게 진단하고, 식물에서는 바이러스 병에 걸렸는지를 감별해내기 위해 단클론항체를 널리 활용하고 있으며 농산물의 농약오염 및 독소나 발암물질 유무를 판정하는 검사에도 이용가능성이 높아 연구에 힘쓰고 있다.

농업 생물공학의 가장 중요한 기술은 유용한 유전자를 작물체에 도입해 우량한 품종을 얻는 유전자 전환기술이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동식물 또는 미생물에서 작물개량에 필요로 하는 특정한 유전자를 분리증식해야 하고 한편으로는 유용한 유전자를 작물세포 속으로 집어넣는 기술이 요구된다. 육종에 이용되는 유전자는 주로 각종 병충해에도 잘 견디는 저항성 유전자들이다. 선진 외국에서는 제초제 저항성 옥수수, 바이러스 저항성 토마토, 살충성 목화 등 우수한 품종들을 개발하는데 성공하고 있으며 늦어도 1995년에는 이러한 유전공학 작물이 농가에 보급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에서는 농촌진흥청 농업유전공학연구소를 비롯해 각 농과대학 유전공학 연구실에서 유전자전환연구가 활발히 수행되고 있다. 이미 벼 감자 토마토 딸기 유채 등에서 유전자 전환식물체를 얻었으나 아직 실용성이 있는 품종은 개발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유전자 전환기술의 효과는 초기단계에서는 기존의 품종개량과 비슷하지만, 이 기술이 확실하게 정착되면 간척지에서도 재배가 가능한 벼, 또는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재배할 수 있는 채소 등 그 이용가능성이 무궁무진해 세계적인 관심속에 연구되고 있다. 특히 농산물 수입개방으로 주곡작물 생산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 때 의학물질을 생산하는 농작물 또는 세계 각국에 보급할 수 있는 새로운 작목 또는 품종을 개발하면 국제경쟁력을 제고시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생물공학적으로 처리된 곤충저항성 면화(위 왼쪽)와 곤충으로부터 피해를 입은 보통 면화(위 오른쪽). 유전공학적으로 쉬물러지지 않게 처리한 토마토(아래 왼쪽둘)와 보통 토마토(아래 오른쪽 둘)
 

종모우와 같은 자질을 갖도록

이러한 관점에서 농업유전공학연구소에서는 바이러스 유전자 중에서 표피단백질 유전자를 분리해 이를 각종 채소에 전환함으로써 고추 배추 등에서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오갈병(바이러스질병의 일종)을 퇴치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각종 충해를 방지하기 위해 미생물과 식물에서 살충성 유전자와 단백질 소화효소 억제유전자를 뽑아내어 작물체에 전환시키는데 성공했다. 지금은 각종 해충이 이 유전자 전환식물을 먹고 잘 죽는지를 검정하고 있는 단계다. 조속한 시일 내에 몇가지 작물에서 해충이 잘 붙지 않는 품종이 개발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핵치환기술은 주로 가축에서 이용될 수 있는 첨단기술이다. 소나 돼지 등의 가축은 우량한 능력을 가진 종모(種牡)를 통해 육종되고 있으므로 능력이 우량하지 못한 암컷의 유전자가 다소간 영향을 미쳐 우리가 사육하는 가축은 종모의 능력보다는 다소 떨어지게 마련이다. 만약 종모의 혈통을 그대로 갖고 있는 소나 돼지를 키울 수 있다면 가축의 성장률이나 품질이 월등해질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므로 이러한 종모가축의 세포에서 핵을 분리한 뒤 수정란의 어린 세포핵 자리에 치환해 넣으면 종모우와 모든 특성이 같은 새끼 가축을 얻을 수 있다. 미국에서는 이러한 방법으로 소 돼지에서 실험적인 성공을 거둬 우량한 가축을 번식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농가에의 분양사육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기술의 기초단계인 인공수정 기술을 실용화하고 있으며 수정란의 분할 이식 등을 연구하고 있다.

농업생산은 토지를 이용한 작물재배가 전제돼야 할 뿐아니라 최종 이익이 농민들의 소득증대와 직결돼야 하므로 농업에서 이용되는 첨단기술도 작물의 종자 속에 집적했을 때가 기장 효율적이다. 우리 농촌에서는 유전공학 등 첨단기술을 도입해 소득을 증대시키고 국제경쟁력을 높여 나가야 한다. 농촌진흥청을 비롯해 각 대학 부설 유전공학연구소 종묘회사 등 일부 연구기관에서는 무공해 농법을 위한 새로운 소득작목과 병충저항성 품종개발을 목표로 유전공학연구를 착수해놓고 있다. 현재는 조직배양 기술을 이용한 무병종묘 생산, 유전자 전환기술을 통한 병충저항성 작물육성, 수정란 이식기술에 의한 우량가축 보급, 단클론항체를 이용한 가축병해 조기진단 등 괄목할만한 업적이 실용화단계까지 진전되고 있다.

앞으로 유용유전자를 분리하고 식물에 전환하는 기술이 일반화되면 보다 부가가치가 높은 신소득작물들이 새로 선보이게 될 것이다.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1992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정태영 연구원

🎓️ 진로 추천

  • 생명과학·생명공학
  • 농업학
  • 환경학·환경공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