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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들의 집짓기

종족보존을 위한 치열한 생존경쟁

곤충들이 집을 짓는 가장 큰 이유는 살아남기 위해서다. 특히 자손을 번식시키기 위해 기상천외의 방법을 동원해 집을 짓는데…

지구상에 살고 있는 약 1백 50만 종의 동물군중 곤충류가 3/4을 차지하고 있지만 스스로 집을 짓고 사는 곤충은 그리 많지 않다.

어미벌레의 대부분은 알을 아무데나 낳고는 돌보지 않는 비정한 면이 있다. 아무데나 알을 낳아 놓은 방치된 집 없는 애벌레는 알에서 부화되면 곧 스스로 먹이를 찾아야 된다. 그러나 그런류의 어미벌레도 애벌레의 먹이가 있는 곳에 가까이 알을 낳는 본능을 갖고 있기는 하다.

애벌레를 위해서 집을 짓는 곤충의 종류는 적으나 이들에게서는 새끼를 기르기 위해 집을 만드는 짙은 모성애를 느낄 수 있다. 그리고 그 집 속에는 태어날 애벌레가 먹을 먹이가 완벽하게 준비돼 있다.

그런가 하면 애벌레 스스로 집을 짓고 천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슬기로움도 관찰할 수 있다. 그런 집을 짓고 사는 곤충들은 서식환경에 가까이 있는 나뭇잎이나 풀잎, 흙처럼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를 이용한다. 종류에 따라 사용하는 재료는 대개 정해져 있기 마련이다.

애벌레를 기르기 위해

벌목 중 일부는 다른 곤충의 집을 이용하는 경우도 있으나, 진화된 벌무리는 자신이 직접 땅구멍을 파서 집을 만들어 애벌레의 먹이를 저장한다. 이런 경우는 수렵(사냥)벌류와 초식성의 꽃벌류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습성이다.

먹이를 잡아온 후 집을 만드는 경우(대모벌 등)보다는 집을 만든 후 먹이를 잡아오는 경우(조롱박벌 등)가 좀더 진화된 편이다. 조롱박벌의 경우 중심이 되는 땅구멍을 하나 비스듬히 깊게 파고 거기에 수평으로 여러개의 애벌레 방을 만들어 흡사 연립주택과 같은 집을 짓는다. 각방마다 베짱이 쌕쌕이 등의 여치과 곤충을 잡아다가 저장해 놓은 후 그중에서 제일 먹음직한 한마리를 선택해 알을 낳는다.

그런가 하면 재료를 이용해 집을 만드는 벌무리도 있다. 대나무나 나무구멍을 이용하는 벌종류는 황슭감탕벌 왕가위벌 홍다리조롱박벌, 장미가위벌 등이 있다.

장미가위벌의 암컷은 날카로운 턱을 가위처럼 사용하여 장미 산수유나무 싸리나무 등의 부드러운 잎을 잘라 집을 만든다. 처음에는 14~20㎜의 타원형으로 그 다음은 8~10㎜의 원형으로 잎을 잘라낸다. 대나무통이나 다른 곤충이 파놓은 땅구멍속의 안쪽 벽면에 타원형의 잎을 컵 모양으로 말아 방을 만든다. 앞면과 맨 뒤는 원형의 잎으로 입구를 막아 놓는다. 잎을 나르는 작업이 일단 끝나면 애벌레의 먹이가 될 꽃가루와 꿀을 모아 경단으로 만들어 저장하기 시작하며 그곳에 하나씩 알을 낳는다. 부화된 애벌레는 약 1백일 동안 꽃가루 덩이의 먹이를 먹고 자라다 그곳에서 번데기로 변한 후, 약 20일 후에는 어른벌레가 돼 집을 부수고 밖으로 나온다. 장미가위벌의 집은 개미나 그 외의 천적으로부터 애벌레를 지키기 위한 어미의 집짓기라고 할 수 있다.

애호리병벌은 말벌과에 속하는 벌로서, 입으로 물을 품어 진흙을 부드럽게 하여 흙과 타액으로 만든 단지 모양의 호리병 같은 집을 짓는다. 단지 모양의 집에는 3,4마리정도 잎말이 나방의 애벌레를 잡아다가 마취시킨 뒤, 알을 낳아 놓고는 흙으로 다시 뚜껑을 덮어 집을 완성한다. 알에서 부화된 애벌레는 안전하게 어미벌이 모아놓은 먹이를 먹으며 성장해 어른벌레가 된다. 이렇게 진흙으로 항아리 모양의 집을 만드는 벌 종류는 호리병벌 각시대모벌 애황나나니 등이 있다.

그 밖에 마른 나무에 구멍을 뚫어 집을 짓는다든가(어린호박벌), 짚이나 갈대 등 풀줄기를 이용(별감탕벌)하기도 하며, 달팽이의 껍질을 이용(달팽이뿔가위벌)하여 집을 짓기도 한다.

기생벌(고치벌류)은 다른 곤충의 몸속에 알을 낳아 놓으면 부화된 애벌레는 먹이곤충이 죽지 않도록 중요하지 않은 부분부터 먹어 들어가면서 고치를 만든다. 이 경우가 다른 곤충을 집으로 이용하는 대표적인 예다. 파리와 등에 무리 중에는 벌이 만든 집과 먹이를 훔치는 좀도둑도 간혹 있다.

그 외에 집단을 이루고 사회생활을 하는 벌(쌍상벌 장수말벌 꿀벌 등)과 개미는 커다란 집을 지어 여럿이 애벌레를 돌본다.

딱정벌레목 바구미과의 거위벌레는 7~10㎜의 작은 딱정벌레무리에 속하는 곤충이다. 주로 참나무 밤나무 등의 잎을 먹고 사는데, 어미 벌레는 입으로 잎의 옆맥을 갉아 잎을 자르고 줄기를 남겨 놓는다. 곧 시들어버린 잎 표면을 마주보게 세로로 접고 잎끝에 한개의 알을 낳은 후 잎끝을 둘둘 말기 시작한다. 잎을 마는 행동을 살펴보면 한쪽편에 있는 세개의 다리로 잎의 만 부분을 잡고 그 반대쪽의 다리로는 말려는 부분을 끌어당기며 약 세시간에 걸쳐 집을 완성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집을 요람(搖藍)이라고 하며 알에서 부화된 애벌레는 집을 이루고 있는 잎을 먹으며 약 20일 후에는 어른벌레 가 된다.

입끝이 길어 코끼리의 코와 비슷한 바구미류는 콩 팥 또는 밤과 같은 과실안에 산란하고(꿀꿀이바구미 등) 애벌레는 그속에서 그것을 먹고 자란다. 애벌레의 먹이를 확보하고 천적으로부터 보호도 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방법이다.

애벌레 스스로 집을 짓고

나비류 중에는 애벌레 스스로 집을 짓고 자신을 보호하는 종이 많다. 팔랑나비과의 애벌레는 먹이가 되는 식물의 잎을 적당히 이어 집을 만들고 그속에 사는 습성이 있다.

벼과식물을 이용하는 애벌레들은 가늘고 긴 잎을 둥글게 말아서 집을 만든다. 둥근 마과 식물의 잎사귀를 먹고사는 왕자팔랑나비의 애벌레는 알에서 부화되자마자 잎사귀를 부채꼴로 오려내기 시작한다. 이때 잎맥의 일부는 자르지 않고 그냥 두었다가 입에서 실을 토해내 잎 표면에 붙여서 잡아당긴다. 그런 동작을 수회 반복해 잎을 끌어 당겨 접고 집을 만드는데, 점점 성장해 가면서 한개의 잎에 여러개의 잎을 첨가해 몸은 완벽하게 외부에 노출시키지 않는다. 밤에 잠깐 나와서 먹이식물을 먹고는 낮에는 집속에서 지내며 그 속에서 번데기로 변한 후 어른벌레가 된다.

주머니나방과에 속하는 차주머니나방의 애벌레는 실을 토해내 아주 작은 나뭇가지나 마른 잎을 엮어서 도롱이(주머니)같은 튼튼한 집을 짓는다. 이 도롱이를 뒤집어 쓴 채 적으로부터 몸을 숨기고 머리와 다리를 내밀고 이동하며 나무잎을 먹는다. 일종의 갑옷인 셈이다. 또 그 집은 추운 겨울 동안 겨울잠을 자는 아늑한 보금자리이기도 하다.

봄이 되면 수컷은 주머니 속에서 번데기로 변해 어른벌레가 되고, 암컷은 어른벌레가 되어도 그대로 주머니 속에서 생활한다. 6월경 수컷이 날아와 주머니 속에서 교미를 한 후 암컷은 알을 낳고 죽는다. 이 속에서 새로 부화된 애벌레는 다시 도롱이(주머니 집)를 만들어 걸치고 생활한다.

껍질나방의 애벌레는 나무껍질로 만든 집을 등에 업고 다니기도 하며, 자나방의 애벌레는 몸에 먼지와 쓰레기를 뒤집어 쓰는 방법으로 위장하기도 한다.
 

매화가지에 달린 도롱이


먹이를 잡는 덫

딱정벌레목 길앞잡이과의 길앞잡이나 명주잠자리과의 명주잠자리의 애벌레는 땅속에 구멍을 뚫고 집을 짓고 살며 개미나 파리 등을 잡아 먹는다. 일명 개미귀신 또는 개미지옥이라고 부르는 집은 먹이를 잡는 덫의 구실을 한다. 부드러운 흙이나 모래 땅에 깔때기 모양의 접을 만들고 거기에 떨어지는 개미 등을 잡아먹는다. 처음에는 오른쪽으로 2~3회 모래땅을 파고 돈 후 다시 왼쪽으로 2번정도 돌고는 다시 오른쪽으로 2번, 또다시 왼쪽으로 2번 돌면서 구멍은 점점 깊어지고 집은 완성된다. 그런 다음 몸을 뒤로 젖히고 가슴을 늘려 입구 가까이에 온 개미를 습격해 잡아먹는다.

잎벌레과의 곤충에 속하는 좀남생이잎벌레, 소요산잎벌레 등의 애벌레들은 자기의 똥을 등에 지거나 똥으로 껍질(집)을 만들어 그 속에 들어가 생활하는 것도 있다. 천적으로부터 자신을 위장하기 위한 방법이다. 애벌레 스스로 집을 짓는 경우에 해당된다.
 

먹이를 잡는 덫의 노릇을 하는 개미지옥


거품집을 만들기도

매미목 거품벌레과의 곤충들은 불완전 탈바꿈을 하는 곤충인데, 애벌레 시절 배끝에서 끈적끈적한 액을 내어 이를 숨문으로 돌려서 호흡에 의해 거품을 만든다. 이 거품으로 몸을 싸 감추는데, 건조한 환경과 천적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하는 훌륭한 집이다. 거품벌레무리들은 자신의 몸속에 있는 재료를 이용하여 집을 짓는 경우에 해당된다.

메뚜기목의 여치과에 속하는 어리여치는 애벌레 시절부터 입에서 토해낸 풀같은 액체로 넓은 잎을 서로 얽어붙여 천막같은 집을 만들고 낮에는 그 속에 숨어 지낸다. 이런 습관을 애벌레나 어른벌레 똑같이 갖고 있는데, 어리여치 또한 불완전 탈바꿈을 하는 곤충이다.

이제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곤충들은 살아남기 위한 방법으로 집을 짓는다. 그 모습 또한 천태만상이다. 생존하기 위해 그처럼 처절하게 노력하는 것을 보면서 자연의 섭리를 느낄 수 있다.

집을 짓는 과정을 살펴보면서 완전탈바꿈을 하는 곤충은 외부에서 재료를 구해 집을 짓는 반면에 불완전탈바꿈을 하는 곤충은 몸속에서 분비하는 물질로 집을 짓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를 통해 완전탈바꿈 곤충이 불완전탈바꿈 곤충보다 더 진화했음을 알 수 있다.
 

건조한 환경을 극복하고 천적으로부터 보호하 기 위해 거품을 뿜어낸느 거품벌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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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사진

    이수영 기자
  •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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