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생태계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치는 '강한 자외선'을 차단해주는 오존층이 점점 엷어지고 있다. 특히 올해는 남극 상공 등 도처에서 불길한 관측결과가 나타나고 있다.
최근 외신은 남극 상공에 오존구멍이 점점 넓어져간다는 소식을 숨가쁘게 전하고 있다. 지난 9월23일 미국 인공위성이 관측한 남극대륙 상공의 오존층 구멍이 지난해에 비해 15%나 커졌다는 보도가 나간 후, 1주일만에 그 크기가 한반도 크기 이상인 23만㎢로 구멍이 확대돼 남미 대륙의 남단까지 크게 영향을 미치기 시작 했다는 외신보도가 잇따랐다.
칠레 마젤란대학의 펠릭스 사모라노교수는 10월부터 칠레 남단 지역에서 자외선 측 정치가 지난 8월에 비해 2백%나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푼타아레나스시 같은 경우 매우 위험한 수준까지 접근했다고 한다. 이러한 보도는 올들어 성층권 하단(10-20㎞ 상공)에서 오존양이 현저하게 줄어들고 있다는 일본 기상청의 보고와 일치하고 있어 주목되고 있다.
과연 이러한 현상이 매년 계절적으로 나타나는 일시적인 요인인가, 아니면 그동안 인류가 배출한 CFC(염화불화탄소)가 누적돼 급격하게 오존층이 파괴된 결과인가에 많은 학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두 얼굴의 오존
오존이란 산소원자(O) 세개가 모여 이루어진 불안정한 가스분자로 쉽게 산소분자(${O}_{2}$) 하나와 산소원자로 하나로 분해된다. 여기서 분해된 산소원자는 다른 물질과 결합 해 산화작용올 한다. 만약에 수돗물 소독에 자주 쓰이는 염소(Cl) 대신에 오존을 사용 한다면 염소 못지 않은 살균제 역할을 할 수 있고 발암물질이 생성되지 않는 이점이 있다. 보통 자동차 내부를 비롯한 실내 공간에 오존발생기를 설치해 미량의 오존을 발생 시키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살균작용으로 공기를 정화시키는 측면이 있기 때문.
그러나 양이 많아지면 오히려 사람에게 해로운 것이 오존이다. 호흡기관에 들어가 점막에 붙으면 조직을 파괴하기 때문이다. 자동차 배기가스에도 오존이 포함돼 있는데 이로 인해 대기에 오존량이 많아지면 불쾌지수가 높아질뿐더러 호흡기관에 상당히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면 우리 주변에는 오존이 어디에 얼마만큼 있는 것일까. 지구 대기에는 이주 적은 비율로 오존이 분포하고 있다. 질소나 산소 아르곤에 비하면 무시할 수 있을 정도의 미량(소수점 아래 일곱자리까지 가는 %에 불과). 그렇지만 오존의 역할은 우리가 상상 하는 것 이상이다.
우선 대류권(약 15㎞ 상공 이내)에 전체 오존량의 10% 가 존재한다. 지표면에 가까운 대류권의 오존량은 적을수록 좋다. 그 이유는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인체에, 특히 호흡기관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런데 산업화 이후 대류권의 오존량은 두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자동차가 내뿜는 배기가스 등에 오존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성층권(15~50㎞)에는 전체 오존량의 90% 이상이 몰려 있는데 여기에 분포한 오존은 지구의 자연생태계에 없어서는 안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오존층은 태양빛 속에 포함된 강한 자외선을 차단해 인간을 비롯한 각종 동식물이 살아가는데 지장이 없도록 만들어준다. 자외선도 여러가지가 있는데 오존층이 차단하는 자외선이 아무런 거침막 없이 그대로 지구 표면에 도달하게 되면 인간의 피부와 눈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힌다. 성층권의 오존농도가 1% 감소했을 때 피부암 환자가 3% 증가하며 백내장 환자 또한 0.3% 이상 증가한다는 연구보고도 있다. 또한 강한 자외선은 인체의 면역기능을 저하시켜 여러가지 병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
사람이 이 정도라면 동식물에게는 더욱 치명적인 것은 자명하다. 해양생태계의 1차생성자인 식물성 플랑크톤은 핵산과 색소가 파괴돼 생성이 크게 줄어든다. 식물계는 전반적으로 성장이 둔화되며 농산물 또한 생산량이 줄어든다. 과학자들은 2백가지 주요한 작물 중에서 75% 이상이 맥을 못춘다는 연구결과도 발표했다. 이외에도 광화학스모그가 심화된다든가 이상기후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밝힌다.
이처럼 중요한 역할(강한 자외선을 지구 상공에서 차단하는 일)을 하고 있는 성층권 의 오존층이 점점 파괴돼 줄어들고 있으며 그 결과 상대적으로 엷게 드리워진 남극 상공에서 부터 구멍이 뚫린 것이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성층권에 형성된 오존층을 파괴하는 것은 냉장고의 냉매제, 스프레이 원료, 단열재 등으로 사용하고 있는 CFC(상품명 프레온가스). 인류가 발명한 가장 안정된 화합물인 CFC는 공기중에 방출돼 분해되지 않고 20년가량을 머물다가 성층권에 다다르면 오존을 산소로 파괴한다.
이 메커니즘을 좀더 자세히 살펴보자. CFC가 성층권에 도달하면 강한 자외선에 분해돼 염소(Cl)가 나온다. 염소는 오존(${O}_{3}$)의 산소원자 하나와 결합해 일산화염소 (ClO)가 되고 이는 다시 산소원자와 결합해 산소분자(${O}_{2}$)를 생성한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오존은 점차 산소로 바뀌는 것이다.
CFC가 없다고 할 때는 자외선의 작용으로 오존에서 산소로 또는 산소에서 오존으로 변하는 과정이 균형을 이루면서 오존농도가 일정하게 유지되고 있었으나 CFC의 등장으로 이 균형이 깨지고 오존이 산소로 변하는 과정이 급격하게 우세해지는 것이다.
선후진국간의 이해 대립
남극의 오존구멍이 처음 문제로 등장한 것 온 1985년. 미국 남극기지에서 보내온 관측 보고에 따르면 남극상공에서 10월경에 오존층이 엷어지다가 구멍이 생겨났다는 것이다. 2주일 후 구멍이 다시 메워지기는 했으나 그 여파로 87년 미국과 옛소련을 비롯한 24개국 대표들이 몬트리얼에서 모여 CFC 사용을 규제하는 의정서를 채택하기에 이른다.
몬트리얼 의정서에는 99년까지 CFC 생산을 50% 수준으로 감소시키는 곳으로 돼 있었으나 그후 회의가 거듭됨에 따라 이 규정은 강화돼 2000년까지 전면금지로 바뀌었다. 그러나 올해 2월 남극 뿐 만아니라 북극에도 구멍이 뚫릴 조짐이 NASA의 인공위성에 의해 관측되자 미국은 96년부터 전면규제를 주장하고 나섰으며 일본과 EC도 이에 동조하고 있어 올해 회의에서는 이 안이 통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의정서에는 CFC 자체는 물론 CFC가 포함된 제품, CFC를 사용해 만든 제품까지 무역규제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우리나라도 올해 이 협약에 가입 했다.
몬트리얼 의정서로 개발도상국들은 이중의 고통을 겪고있다. 규제가 이제까지 사용한 양을 기준으로 정해졌기 때문에 이미 많은 양을 사용한 선진국에 비해 불이익을 당했으며, 이미 CFC를 대신해 사용할 수 있는 대체물질 개발을 완료한 선진국과는 달리 우리나라를 비롯한 개발도상국에서는 기술개발이 미진하기 때문에 산업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자동차 냉장고 등도 규제 대상, 전면 금지의 경우 우리나라는 연간 2조원 이상의 제품 생산차질이 예상됨). 우리나라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을 중심으로 대체물질 개발을 서두르고 있으며 90년대 중반에는 대체물질 개발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KIST 환경복지기술연구단장 박원훈 박사는 "이번에 남극에서 발견된 오존구멍의 크기가 예년에 비해 큰 것만은 확실하다. 그러나 작은 얼음알갱이가 줄어들면 이 구멍도 보름 후에는 다시 막힐 것이므로 자세한 분석결과를 지켜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면서 "올봄 북반구에서의 오존량 감소 등 여러 곳에서의 관측결과를 놓고 볼 때 사태가 악화 되고 있는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일부에서는 "성층권의 오존량을 측정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곳은 미국이나 일본 등 몇몇 선진국에 불과하다보니 CFC 규제 강화를 위해 관측결과가 악용되는 사례가 있을 수 있다"며 "이번 관측결과를 놓고 구멍이 뚫려 당장 큰 일이 벌어진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 것은 곧 규제를 더욱 강화하려는 선진국의 홍보전략에 일방적으로 말려드는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오존층이 파괴되는 것은 분명 심각한 현상이다. 이를 전지구 차원에서 방지책을 마련하는 것에 반대하는 나라는 없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에 치열한 이해 대립이 존재하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지구환경 문제를 바라볼 때 자기 나름대로의 시각을 갖고 그에 따른 대응전략과 대국민 홍보를 병행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