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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양각색인 별들의 진화

중고등 천문학 시리즈⑨

밤하늘의 별들은 영원한 것 같지만 그들 내부는 격렬한 변화를 겪고 있으며 그 결과 다양한 형태의 진화가 일어난다.

1913년 헤르츠스프룽(Hertzsprung)과 러셀(Russell)은 별들의 표면온도와 광도를 조사하여 도표를 만들었다. 그들은 표면온도와 광도를 각각 그래프의 X축과 Y축에 잡고 각 별의 위치를 좌표로 표시하면 당연히 (그림1)과 같이 기울기가 (+)인 형태로 모일 것이다. 이 형태를 우리는 주계열이라고 하고 여기에 속한 별들을 주계열성이라고 부른다.
 

(그림1) 별들의 표면온고-광도 분포


집채만한 비눗방울은 없다

주계열의 형태가 이루어지는 것은 별의 표면온도가 높을수록 광도가 크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물론 별들의 크기가 대개 비슷하다는 점도 기여하고 있다. 예외적으로 태양보다 지름이 수백배 큰 별도 있지만, 질량면에 있어서 태양보다 1백배 이상 더 큰 별은 없는 것으로 믿어지고 있다. 이는 마치 집채만한 비눗방울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하겠다.

(그림1)의 A부분에 예외적으로 몇 개의 별이 있다고 하자, 이 별들은 주계열성보다 훨씬 더 큰 거성임에 틀림없다. 왜냐하면 표면온도는 비교적 낮음에도 불구하고 광도는 크기 때문이다. 즉 낮은 온도에도 불구하고 큰 덩치 덕분에 큰 광도를 유지한다고 보는 것이다. 반면에 B부분의 별들은 표면온도가 높은 데도 불구하고 크기가 워낙 작아서 광도가 낮은 왜성이 된다.

하지만 헤르츠스프룽과 러셀은 (그림2)에서와 같이 가로축에서는 온도를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증가하도록 잡았고(방향에 주의), 세로축에서는 위로 갈수록 광도가 상승하도록 잡았다. 이는 곧 이어 설명할 별의 분광형과 관계가 있다. 따라서 H-R(Hertzsprung-Russell)도에서는 (그림2)와 같이 주계열성 거성 왜성이 각각 자리를 잡는다.

별의 분광형은 표면온도에 따라 O-B-A-F-G-K-M 7개의 형태로 분류되는데, 뒤쪽으로 갈수록 온도가 낮은 것이다. 예를 들어 O형의 별은 표면온도가 약 5만도 가까이 되며 청백색을 띠게 되지만, A형은 약1만도에 흰색, G형은 약5천도에 노란색, M형은 3천도에 붉은색을 띠게 된다. 태양은 분광형이 G인 주계열성이다.

H-R도의 가로축은 원래 분광형이 자리잡는 곳이었기 때문에 온도축의 방향이 그렇게 된 것이다. (그림2)에서 알 수 있듯이 거성들은 분광형이 K형 아니면 M형이어서 붉게 보인다. 따라서 거성들은 흔히 적색거성이라고 불린다. 왜성들이 백색왜성이라고 불리는 것도 같은 이치다.
 

(그림2) H-R도


5백년 후 태양은 화성을 삼킨다

별들은 일생의 대부분을 안정된 구조를 유지하며 주계열성으로 보낸다. 주계열성 내부에서는 두가지 종류의 압력이 지배하게 되는데, 하나는 입자들의 운동에 따른 기체압력이고 다른 하나는 빛에 따른 복사압력이다. 이 압력들은 물질을 별의 바깥쪽 방향으로 밀어내기 때문에 별이 팽창하도록 만든다. 그러나 별 자신의 중력은 물질을 중심 방향으로 끌어당겨 별이 수축하도록 만든다. 따라서 압력과 중력이 평형을 이룰 때만이 별들은 안정된 모습을 이룬다. 주계열성은 평형상태가 매우 잘 이루어진 안정된 별들이다.

주계열성이 내는 에너지의 대부분은 물론 핵융합 과정에서 비롯된다. 지난 8월호에서 설명한, 탄생 과정을 거친 별의 내부에서 온도가 약1천만도에 이르면 바로 수소폭탄의 원리가 되는 수소반응, 즉 네개의 수소 원자핵(양성자)이 헬륨원자핵으로 융합하는 핵반응(4H→He)이 진행된다. 헬륨 원자핵은 질량이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에 별의 중앙에 차곡차곡 가라앉아 별은 (그림3)과 같은 구조를 갖는다. (그림3)의 중심부 크기는 구조를 설명하기 위해 매우 과장되게 표시돼 있다.

헬륨이 축척된 별의 중심에서 온도가 더욱 상승하면 마침내는 '헬륨폭탄'의 원리가 될 헬륨반응, 즉 헬륨을 다시 연료로 사용하는 (3He→C)와 같은 핵반응이 점화된다. 이런 식으로 해서 C N O와 같은 보다 질량이 큰 원소들이 생성되는데 이 과정들은 물론 질량이 큰 별에서만 가능하다. 우리 태양만 해도 헬륨반응을 가질 수 없다. 즉 우리 태양은 (그림3)과 같은 구조를 가진 채 진화를 마치게 된다.

별의 진화가 계속됨에 따라 중심부는 수축하게 되고 그에 따른 에너지의 생성이 급증하여 별은 팽창한다. 그리하여 대부분의 별은 진화의 막바지에 이르러 적색거성이 된다고 믿어진다. 우리 태양도 약50억년 후에는 마침내 화성 궤도를 삼킬 수 있는 크기로 팽창하게 될 것이다. 이 경우 태양은 H-R도상에서 주계열로부터 이탈하여 적색거성 영역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별들은 '짧고 굵게' 살기 때문에 질량이 큰 H-R도의 윗부분의 별들일수록 먼저 적색거성으로 진화한다. 이때 질량이 큰 별들은 일정한 광도를 유지하면서 오른쪽으로 수평이동하여 적색거성이 된다. 이에 반해 질량이 작은 별들은 광도가 심하게 변하면서 H-R도의 위쪽으로 진화하게 된다.
 

(그림3) 수소반응이 진행 중인 주계열성의 구조


젊은 산개성단과 늙은 구상성단
 

(그림4) 산개성단의 H-R도


별들이 모여 있는 것을 성단이라고 부르는데, 약 10만개의 별들이 공처럼 촘촘히 모인 구상성단과 수백~수천개의 별들이 허술하게 모인 산개성단으로 다시 분류된다. 한성단 내에 있는 별들은 모두 같은 성운에서 태어난 것들이라고 지난 8월호에서 설명한 바 있다.

산개성단의 별들을 H-R도에 모두 그려보면 대부분이 아직(그림4)에서처럼 주계열에 속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질량이 큰 별들은 이미 적색거성 영역 쪽으로 위치를 바꾼 것들이(즉 진화하여 간 것들이) 약간 있다. 성단의 H-R도가 주계열에서 이탈되는 점을 전환점이라고 부르는데, 전환점의 위치가 낮을수록 성단의 나이는 많은 것이다. 예를 들어 전환점이 꼭대기에 있다면 이는 대부분의 별들이 아직 주계열에 속해 있다는 말이고, 성단의 나이는 비교적 젊다는 뜻이 된다.

구상성단의 경우는 전환점이 매우 낮게 위치하고 있어 대부분의 별들은 (그림5)에서 처럼 이미 주계열을 이탈한 상태에 있다. 즉 질량이 상대적으로 작은 분광형이 K, M형인 별들 몇 개만이 아직 주계열에 남아 있는 상태가 대부분의 구상성단 H-R도다.

이상에서 알 수 있듯이 산개성단은 비교적 나이가 젊은 별들의 모임이고 구상성단은 나이가 많은 별들의 모임이다. 산개성단은 주로 은하면과 나선팔에 분포하는데 반해 구상성단은 주로 은하핵과 그 주위에서 많이 발견되고 있어 은하의 진화에 관해 여러 사실을 암시해주고 있다.
 

(그림5) 구상성단의 H-R도


별의 종말

앞에서 압력과 중력이 평형을 이룰 때만이 별들은 안정된 모습을 이룬다고 기술한 바 있다. 즉 (중력)=(압력)의 등식이 성립할 때 별은 팽창하거나 수축하지 않지만, (중력)>;(압력)일 때는 수축, (중력)<;(압력)일 때는 팽창하게 된다.

그러면 예를 들어 압력이 갑자기 증가하여 중력보다 크게 된 경우 별의 구조는 어떻게 변화하는지 알아 보자. 만일 팽창이 멎지 않고 계속된다면 별은 언제 수명이 끝날지 모르는 운명에 처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팽창은 반드시 언젠가는 멈추게 되어 있다. 왜냐하면 앞서 소개한 기체압력과 복사압력이 온도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압력이 갑자기 증가하여 별이 팽창을 시작하면 내부온도가 떨어지게 되고 이는 압력을 감소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별은 팽창을 멎고 다시 평형점을 찾는다. 적색거성은 이렇게 다시 평형점을 되찾은 별이다.

반대로 별 내부에서 압력이 갑자기 감소한 경우도 중력수축에 따른 온도의 상승으로 다시 압력은 증가하게 된다. 별은 이처럼 일생을 통하여 수축과 팽창을 반복하여 안정된 구조를 유지하게 된다. 마치 자동온도조절장치처럼 내부온도를 압력과 중력이 평형을 이루도록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놀라운 기능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별이 진화할수록 중심은 높은 온도, 높은 밀도를 갖게 되어 상황이 달라진다. 이 부분은 실제로 중고등학교 천문학에 나오지 않는 어려운 부분이지만 별의 종말을 논하는데 필수적인 내용이므로 부득이 다룰 수밖에 없음을 밝혀둔다.

전자는 다른 입자들보다 질량이 작아서 가장 활발히 운동하여 별 중심의 물리학을 주도하게 된다. 높은 밀도하에서 전자들간의 평균 거리가 너무 짧아지면 별의 중심 부분에는 축퇴압력이라고 하는 새로운 종류의 압력이 등장한다. 축퇴압력은 만원인 지하철안에서 우리가 받는 압력과 비슷하다고 말할 수 있다. 지하철 안에서 우리가 받는 압력은 오로지 열차 한량에 몇 명의 승객이 탔느냐에 따라서 좌우된다. 마찬가지로 축퇴압력도 전자의 밀도가 얼마나 높으냐 하는 점에만 관계된다. 즉 앞서 예를 든 기체압력이나 복사압력과는 달리 온도에 무관하다는 사실이다.

별 진화의 말기에 이렇게 물리적 성질이 판이하게 다른 축퇴압력이 별의 중심을 장악하게 되면 안정된 구조가 무너지게 된다. 예를 들어 압력이 조금 감소하여 별이 수축을 시작하는 경우, 온도가 상승하여도 축퇴압력은 온도에 무관하므로 증가하지 않게 된다. 따라서 별의 수축은 멎지 않고 계속 진행되며 온도는 급격히 상승한다. 즉 더 이상 자동온도조절장치는 작동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자동온도조절장치가 고장난 별들의 운명은 질량에 따라 여러 가지 종말을 맞게된다. 다음 호에서는 이러한 별들의 종말에 관하여 더욱 자세히 알아 보자.

1992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박석재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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