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측 보고서에 따르면 옛소련 원전의 폭발 가능성은 연간 0.1~1%
지난7월 서방선진국 정상회담에서는 옛 소련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강한 우려가 표명됐다. 60, 70년대 건설된 옛 소련의 가압수형(加壓水型)원자로들이 구조적인 결함들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당장 폐기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강력하게 대두한 것이다. 이 원자로들은 도대체 어떤 허점들을 지니고 있는가.
먼저 원자로의 가압용기가 중성자에 취약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가압용기는 탄소강(미국제)이나 크롬몰리브덴강(옛소련제) 등 철강으로 만들어지는데, 이 철강은 핵분열시 발생하는 1MeV(1백만전자볼트) 이상의 고속중성자에 의해 서서히 약화된다.
재료공학자들은 이 약화현상을 1969년에야 밝혀냈다. 탄소강에 포함된 불순물, 즉 구리나 니켈 인 황 등이 이 약화현상을 촉진한다는 것이다.
원전건설에는 보통 6~10년이 걸리므로 60년대나 70년대초에 운전을 개시한 원전들은 모두 이러한 약화 현상을 피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 한다. 특히 가압용기의 중성자 속도가 빠른 가압수형 원자로가 많은 옛 소련의 경우 이러한 위험성은 더 크다.
두번째 우려는 취성파괴(脆性破壞)로 인해 노심(爐心)이 녹아버리는 것이다.
철강은 일정 온도 이하로 냉각시키면 재료가 허용하는 결함 이상의 균열이 일어난다. 이때 응력이 작용하면 대파괴가 일어나는데, 이를 '취성파괴'라 한다. 또 이때의 온도를 '취성천이온도'라 부른다.
압력용기에 사용되는 탄소강의 취성천이온도는 -20℃. 그러나 고속 중성자와 계속 충돌하면 서서히 이 온도는 상승한다.
서방국가의 압력용기 설계수명은 40년, 취성천이온도는 설계치가 93℃로 되어 있다. 한편 옛소련의 압력용기는 설계수명 30년, 취성천이온도 설계치가 80℃로 낮다.
수명이 다해 배관사고가 발생하여 긴급노심냉각장치(ECCS)가 작동한다든지 주증기관사고가 발생한다면 압력용기 내벽은 일순간 취성천이온도 이하로 급냉한다. 이때 최악의 경우 취성파괴가 일어나고 노심은 일시에 녹아버린다. 대형 원전사고의 완벽한 시나리오다.
세번째 문제는 옛소련측 가압용기의 내벽 지름이 서방국가의 그것 보다 작다는 것이다.
옛소련 가압경수로 VVER-440 모델V230은 내벽 지름이 34㎝밖에 안돼 동일 출력의 웨스팅하우스 원전 보다 13㎝나 지름이 작다.
이에 비해 가압용기 내부를 흐르는 중성자의 속도는 옛 소련 것이 서방측에 비해 매우 빠르다. 앞서 언급한 모델 V230의 경우 중성자속도가 6x${10}^{11}$n/㎠·s로 웨스팅하우스 모델보다 24배나 중성자속도가 빠르다. 그만큼 원전에 구조적 결함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이밖에도 옛소련의 압력용기는 크롬몰리브덴강으로 만들어졌는데 이 금속은 구리를 0.14%나 함유하고 있다. 용접부의 구리함유량은 그 두배가 된다. 또 취성천이온도는 운전후 10~15년이 경과하면 설계치보다 훨씬 높아져 1백90℃에 달한다는 보고도 나와 있다.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의 내부자료는 옛소련의 가압경수로 원전이 폭발할 확률은 연간 평균 0.1~1%로 추정했다. 일본 원전에 비하면 원전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1만~10만배나 높다.
체르노빌의 악몽을 잊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은 옛 소련의 원전들이 마치 '화약고'와 같은 위험성을 안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경제위기에 직면한 독립국가연합(CIS)측으로서는 이렇게 위험한 원전을 다른 에너지원으로 대체할 능력도 의지도 없다는데 그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