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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만든 천재 발명가 다이달로스 Ⅰ

내리막길에서 브레이크 잡는 수레 제작

다이달로스와 이카로스 부자를 아는가. 천재 발명가 다이달로스는 대장장이 신 헤파이스토스에 못지않은 물건을 발명해낸다. 특히 인류의 삶을 크게 바꾸는 날개를 만든다.그는 왜 날개를 만들었을까.

다이달로스와 이카로스 부자. 이 둘의 이름을 모르는 독자는 없겠지요. 부자지간, 즉 아버지와 아들 사이입니다. 이 둘의 이름을 ‘다에달루스와 이카루스’라고 표기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건 잘못입니다. ‘다이달로스와 이카로스’는 그리스식이고, 뒤의 두 이름 ‘다에달루스와 이카루스’는 로마식입니다. 이 두 사람은 로마와는 아무 인연도 없는 고대 그리스인들이었던 만큼 이름을 반드시 그리스식으로 써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원칙을 지키지 않으면 서로 헛갈리니까요.

이 부자의 순탄하지 못했던 운명이 과학과 예술 종사자들을 늘 우울하게 합니다. 새로운 것을 처음으로 만들어내거나, 새로운 것에 처음으로 도전하는 사람들은 다이달로스와 이카로스의 운명을 늘 염두에 둬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입니다.
 

쾌속선 아르고 호 건조 현장에 나와 있는 공업의 여신 아테나.


펼 수도 접을 수도 있는 돛

하늘나라 올림포스 천성에는 하늘과 땅에서 쓰일 물건을 통틀어 만들지 못하는 것이 없는 대장장이 신이 있습니다. 바로 헤파이스토스입니다. 그런데 땅 위에는 땅에서 요긴한 물건 중에 만들지 못하는 것이 없는 천재 발명가가 있습니다. 바로 다이달로스입니다.

그런데 대장장이 신 헤파이스토스와 천재 발명가 다이달로스 중 누가 먼저일까요. 하늘나라에 헤파이스토스가 있으니까, 인간 세상에 그와 비슷한 다이달로스가 있게 됐던 것일까요. 아니면 이 땅에 다이달로스 같은 천재 발명가가 있으니까, 하늘나라에도 그와 비슷한 재주꾼 헤파이스토스가 있는 것으로 사람들이 상정한 것일까요. 닭이 먼저일까요, 달걀이 먼저일까요. 필자가 보기에는 다이달로스가 먼저였을 것 같군요.

어떤 신을 아무리 높이 떠받들고 싶어도, 아무리 드높여 섬기고 싶어도 그 신을 모시는 제삿상에 사람들은 자기가 가진 것 이상의 제물은 차릴 수가 없습니다. 하등 종교에서 한 종족의 신이 그 신을 섬기는 종족보다 아주 조금밖에는 더 영리할 수 없는 것도 이 때문이지요. 포이에르바하라는 분은 모든 종교적 표현이 인간의 고민이나 바램의 관념적 반영이라고 했답니다. 그러니까 종교는 사람들이 만들었다는 것이지요.

종교는 사람들 모듬살이의 그림자라는 것이지요.

그리스의 신화 체계는 고대 그리스인들의 종교입니다. 그러므로 헤파이스토스는 사람들이 다이달로스 같은 천재 발명가를 보고는 상상해낸 존재라는 결론에 이릅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다이달로스에게는 ‘헤파이스토스 에픽토니오스’, 즉 ‘땅 위의 헤파이스토스’라는 별명이 있습니다. 되게 종교적이었던 고대 그리스인들은 죽어라고 헤파이스토스를 앞세우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다이달로스’라는 말은 ‘쪼아서 만드는 자’라는 뜻이라고 하는군요. 다이달로스 같은 재간꾼이 아테나이에 있는 것을 가장 좋아한 분은 지혜의 여신 아테나였다고 하네요. 아테나 여신도 하여튼 뭘 만들기 좋아하는 공업의 여신이기도 합니다. 아테나이의 수호여신 아테나는 신전 한귀퉁이를 다이달로스에게 빌려주며, 자신이 인간을 위해 올리브나무를 만들어줬듯이 인간을 위해 요긴한 것들을 만들어달라고 당부합니다.

다이달로스는 이 일터에서 ‘펼 수도 있고 접을 수도 있는 돛’, ‘내리막길에서는 브레이크를 잡을 수 있는 수레’, ‘자루 구멍이 있는 도끼 대가리’ 같은 것을 발명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다이달로스가 발명한 것으로 전해지는 것 중에서 인류의 삶을 크게 바꿔놓은 것이 있습니다. 바로 날개입니다. 다이달로스가 어떻게 날개를 만들게 됐을까요.

컴퍼스 발명한 탈로스를 질투하다


미노타우로스를 죽이는 테세 우스(영국 빅토리아 알버트 박 물관).


다이달로스의 일터에는 조카뻘 되는 제자가 하나 있었답니다. 나이가 열두살밖에 안되는 제자 탈로스는 나이가 어려서 손재간은 스승만 못했어도 대자연의 이치와 기능을 본뜨는 능력은 오히려 다이달로스를 앞질렀다고 합니다. 탈로스는 멧돼지 엄니를 보면 성벽을 파괴할 때 쓰이는 파성추 만들 생각을 했고, 민들레 홀씨를 보면 아크로폴리스(우뚝 솟은 바위산)에서 뛰어내릴 궁리를 했습니다. 또 물고기 등뼈를 보고는 실제로 톱을 만들었고 바람개비가 도는 걸 보고는 기하학적으로 완벽한 원을 그릴 수 있는 양각기, 즉 컴퍼스를 발명하기도 했답니다.

좋은 착상은 탈로스가 많이 했지만 그래도 손재간이 있는 다이달로스가 더 많은 것을 발명했지요. 하지만 아테나이 시민들에게 인기가 더 있는 것은 늘 천재소년 탈로스쪽이었다고 하네요. 다이달로스는 탈로스를 질투하기에 이릅니다. 다이달로스는 탈로스를 신전 지붕 위로 데리고 올라갑니다. 신전은 아크로폴리스 언덕 위에 있습니다. 다이달로스는 신전 지붕 위에서 언덕 아래쪽을 가리키며 묻습니다.

“탈로스, 네가 민들레 씨를 흉내내 높은 곳에서 뛰어내릴 방도를 찾는다는데, 이렇게 높은 곳에서도 그게 되겠느냐?”

탈로스가 ‘이렇게 높은 곳’이 얼마나 높은 곳인지 내려다보려고 허리를 구부리는 순간 다이달로스는 탈로스의 엉덩이를 슬쩍 밀어버립니다. 탈로스는 참혹한 주검으로 발견되지요.

아테나 여신의 실망은 이만저만이 아니었지요. ‘아레이오스 파고스’에서 재판이 열립니다. 아크로폴리스 기슭에 있는 붉은 석회암산이 ‘아레이오스 파고스’, 즉 ‘아레스의 언덕’으로 불리는 것은 전쟁신 아레스가 바로 여기에서 열린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스인들은 오늘날까지도 대법원을 ‘아레이오스 파고스’라고 부른답니다.

제 손으로 만든 미궁에 빠져
 

그리스 크레타 섬에 남아 있는, 방이 2천개나 됐다는 미노스 궁전. 미궁 신화는 복잡한 왕궁 구조를 설명하기 위해 지어졌다 는 이야기도 있다.


다이달로스도 유죄 판결을 받고 섬나라 크레타로 쫓겨납니다. 그 즈음의 크레타 지배자는 제우스 신의 아들인 미노스 왕입니다. 미노스 왕은 다이달로스의 이름과 재간을 익히 알고 있는지라 왕실 노예 나우크라테를 아내로 줘 이 재간꾼을 크레타에 눌러 앉게 합니다. 다이달로스가 나우크라테의 몸에서 얻은 아들이 바로 신화에는 지극히 보잘것없는 엑스트라로 등장하나 뜻하는 바는 참으로 의미심장한 이카로스입니다.

다이달로스는 왕비 파시파에의 어린 공주 아리아드네에게 햇살이 따가워지면 저절로 펴지는 양산, 공중에서 도는 팽이, 실이 다 풀려도 단추 하나만 누르면 실이 되감기는 실타래 같은 노리개나 만들어주며 세월을 보내는데, 마침내 그 재간을 펼 날이 옵니다.

미노스 왕은 일찍이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소 한마리를 제것으로 차지해버린 일이 있습니다. 이 소는 두고두고 미노스 왕을 곤경에 빠뜨립니다. 어떻게 빠뜨리는지 볼까요.

왕비 파시파에가 이 황소에게 덜컥 반해 버립니다. 파시파에는 미노스 왕의 눈을 피해 자주 외양간으로 나와 이 황소에게 접근해보려고 합니다만 황소는 인간을 가까이 오게 하는 법이 없습니다. 욕정을 이기지 못해 반쯤 정신이 나간 파시파에가 손재주 빼어난 다이달로스에게 지나가는 말처럼 구원을 요청하지요. 왕비가 지나가는 말로 한 한마디를 능히 백마디로 알아들은 다이달로스는 며칠을 뚱땅거려 나무소 한마리를 만들어 파시파에에게 건네줍니다.

두꺼운 나무로 만들고 겉에다 암소 가죽을 씌운 영락없는 암소였지요. 발굽이 있을 자리에는 바퀴가 있어서 끌거나 밀면 움직이기까지 했답니다. 파시파에가 겉모습을 흡족하게 여기자 다이달로스는 이 나무소의 뒤를 보여줬는데, 나무소 꼬리 밑에는 장정의 주먹이 하나 드나들 만한 구멍이 있었지요. 다이달로스가 나무소를 왜 이렇게 만들었는가 하는 것은 독자의 상상에 맡기지요.

황소와 사랑에 성공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왕비 파시파에는 아홉달 뒤에 아들을 낳게 됩니다. 머리는 소머리, 목 아래로는 사람 형상을 한 괴물입니다. 이 괴물이 바로 ‘미노타우로스’, 즉 ‘미노스의 소’라는 뜻입니다. 미노스 왕으로서는 파시파에에게 나무소를 만들어준 다이달로스가 괘씸했을 수밖에요.

그래서 왕은 다이달로스에게 미노타우로스를 가둘 미궁, 들어가면 어느 누구도 빠져나올 수 없는 미궁, 꿈에서도 빠져나올 수 없는 미궁을 만들게 합니다. 다이달로스는 왕명을 좇아 미궁을 만들지요. 하지만 영웅 테세우스는 이 미궁으로 들어가 미노타우로스를 죽이고는, 공주 아리아드네가 준 실꾸리의 도움을 받아 미궁을 탈출하지요.

격노한 미노스 왕은 다이달로스와 이카로스 부자를 이 미궁에 가두어 버립니다. 다이달로스는 제 손으로 만든 감옥에 갇힌 셈이지요. 감옥, 그것도 자신이 만든 감옥….
 

2001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이윤기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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