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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부터 다시 시작하는 PC교실① 286 386 486의 행진

'어느새 다가와버린 컴퓨터시대에 뒤져 있는 당신을 발견하고 깜짝 놀라신 적은 없습니까?' PC문명의 급속한 확산으로 인해 「컴퓨터 문맹」이란 소리를 들을까봐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무작정 모른다고 할 수도 없고 어디가서 뭘 배워야 할 지도 막막하다. 「과학동아」는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 독자들을 위해 「초보」에서부터 차근차근 컴퓨터의 맥을 짚어가는 연재강좌를 마련했다.

 사과는 조립될 수 없다. 그러나 사과는 조립되었다. 그것도 차고에서….

차고는 애플컴퓨터를 탄생시킨 두 천재, 스테판 워즈니액(Stephen Wozniac)과 스티브 좁스(Steve Jobs)가 최초의 운명적인 해후를 한 장소다. 그들은 어린 국민학생이었을 때 친구의 집 차고에서 처음으로 만났다. 그때로부터 약 10년 후 그들은 좁스의 차고에서 60여시간의 각고 끝에 사과를 조립한다.

가난한 이들에게는 최초의 마이크로 컴퓨터인 알테어를 살만한 3천달러나 되는 거금이 없었다. '꿩대신 닭'이라고 마이크로 컴퓨터 조립용 키트(kit)라도 사고 싶었으나 이 또한 가능하지 않았다. 아타리(Atari)사와 휴렛팩커드사에서 근무하던 좁스와 워즈니액은 신고도 없이 회사에서 들고 나온 부품과, 주머니를 털어서 마련한 몇가지 부품들을 조립하여 애플 컴퓨터를 만들었다.

애플의 구성부품은 이들의 주머니 사정을 웅변으로 말해준다. 이를테면 애플의 중앙처리장치(CPU, 여기서는 컴퓨터의 핵심부품 정도라고 해두자)로 사용된 모스테크놀로지(MOS Technology)사의 6502칩은 그것의 성능이 뛰어나서 사용된 것이 아니었다. 그들의 주머니 사정이 당시 쓸만한 중앙처리장치인 인텔의 8080칩을 2백70달러나 주고 살만큼 넉넉치 못했기 때문이다(6502칩은 20달러에 불과했다).

애플을 만들고 나서 즉각 이의 상품성을 간파한 좁스는 프린트 기판(PCB)을 사용하여 조립시간을 10분의 1로 단축시킨다. 급기야 좁스의 중고 자동차 폭스바겐과 계산기를 판돈 1천3백달러는 1976년 6월 50대의 애플컴퓨터 보드(board) 생산의 밑천이 된다. 이들은 자신들이 다니던 회사에 마이크로 컴퓨터의 제작판매를 권고하였으나 무참히 거절당하자 스스로 컴퓨터 생산회사를 설립하고 77년에 애플Ⅱ를 내놓아 54억달러라는 상상을 초월한 판매고를 올린다. 8비트 개인용 컴퓨터(PC)의 시대가 막을 연 것이다.

16비트의 출발 꼬맹이 애플에 도전하는 거인 IBM

대학중퇴자들에 불과했던 이들은 대대적인 상업적 성공을 거두었고 애플사는 82년 경제전문지 '포춘'(Fortune)이 선정한 세계 5백대 기업의 대열에 끼게 된다.

세계 대형 컴퓨터시장을 휘어잡고 있던 공룡 IBM은 깜짝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들이 생각하던 컴퓨터의 개념은 애시당초 중대형 컴퓨터였기 때문에 개인용 컴퓨터쪽으로는 사고가 미치지 못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먹이가 눈앞에 있는데 돌아서 갈 호랑이가 없듯이 IBM도 매년 폭발적으로 커져가는 개인용 컴퓨터시장을 놓치려 하지 않았다.

그러나 IBM으로서도 개인용 컴퓨터 시장 진출이 만만한 것만은 아니었다. 그들은 매우 조심스럽지 않을 수 없었는데 왜냐하면 이미 중대형 컴퓨터쪽에서도 다른 기업에 의해 쓰라린 실패를 맛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1980년 IBM은 새로운 도약을 위한 체스프로젝트를 은밀히 추진하기 시작했다. 체스프로젝트란 애플을 무너뜨릴 개인용 컴퓨터를 보다 빨리 개발해내는 것이었다.

드디어 1981년 8월 12일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도스(MS-DOS)와 8086, 8088칩을 탑재한 IBM PC 5150이란 16비트 컴퓨터가 탄생되었다. 오리지날 IBM PC로 일컬어지는 5150의 출현은 8비트 컴퓨터의 종말인 동시에 16비트 컴퓨터의 화려한 출발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이름부터 삭막한 IBM PC가 출현하자 전문가들로부터는 '새로울 것이 하나도 없다'는 혹독한비판이 가해졌다. 이것은 IBM이 5150의 핵심적인 구조와 기본적인 설계 이외의 모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외부업체로부터 구입하는 정책을 폈기 때문이다.

애플 이전까지 컴퓨터의 개념은 대형컴퓨터(메인 프레임이라고도 한다)였다. 대형컴퓨터는 크기도 컸거니와 만들어지는 방식 자체가 다르다. 사용처가 어디냐에 따라 주문제작되었고 부품도 그에 맞게 새롭게 고안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애플이나 IBM의 5150은 여러가지 기성부품의 조립으로 이루어졌다. 이를테면 5150은 인텔사의 8086, 8088칩을 중앙처리장치로 채택하였으며 탠덤사의 5.25인치 플로피디스크 드라이브(FDD)와 소니사의 3.5인치 플로피디스크 드라이브, 엡슨사의 프린터, 텍사스 인스트루먼트의 램(RAM)용 반도체를 내장했다.

소프트웨어는 MS-DOS를 비롯해 ISU사의 워드프로세서, 퍼스널 소프트웨어사의 비지캘크, 피치 트리사의 회계계산 소프트웨어를 채택했다. 뿐만 아니라 시어스 및 컴퓨터 랜드의 전국적인 체인점을 이용해 판매함으로써 IBM은 기본적인 설계만 했을 뿐 실질적으로는 아무것도 한 것이 없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비판과는 정반대로 IBM의 공개정책은 컴퓨터시장에서 성공을 거듭한다. 그리고 IBM PC는 개인용 컴퓨터 업계에 표준화와 호환성이란 난제를 해결하는데 큰 역할을 하게 된다.

IBM은 회로도와 모든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의 사양을 완전 공개한 유래없는 '테크니컬 레퍼런스'(기술자 참조용 하드웨어 설명서)를 만들어냈고 그 결과 많은 호환기종의 탄생을 적극적으로 장려하여 자사의 PC를 중심으로 IBM 호환기종이라는 거대군단을 형성하게 되었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고 있는 컴퓨터(주로 국내기업들이 만든 제품)도 이러한 호환기종이다.

이 연재에서는 앞으로, 우리나라에서 그 사용자가 늘고는 있으나 아직 소수인 애플과 그 후신인 매킨토시보다는 IBM의 호환기종인 PC에 대한 이야기를 펼쳐나가기로 한다. 따라서 이 글에서 '컴퓨터'라 함은 IBM PC와 그 호환기종을 일컫는다.

286 386 486… 컴퓨터의 두뇌, 마이크로 프로세서

이미 말한 바와 같이 대형 컴퓨터는 그것만을 위하여 만들어진 하드웨어로 구성되지만 IBM계열의 개인용 컴퓨터들은 자신과는 무관하게 제작된 표준 부품들로 설계되고 제작된다. 이렇게 선택된 부품 중에서 마이크로프로세서(CPU라고도 한다)는 PC의 현재와 미래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뇌의 용적'이 인간지능의 발달과 더불어 끊임없이 커져왔고 뇌 용적의 크기가 인간 진화의 중요한 지표가 된다. 컴퓨터에서 핵심적 역할을 하는 마이크로프로세서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마이크로프로세서가 컴퓨터에서 하는 일은 외부에서 컴퓨터에 주어진 명령에 따라 명령어를 해석하고 다른 장치들이 그 명령을 실행하도록 제어 통제한다. 컴퓨터회로의 설계적 측면에서 보더라도 마이크로프로세서가 무엇이냐에 따라 주변 부품들이 이에 보조를 맞추게 된다. 따라서 PC의 기종을 아예 마이크로 프로세서의 명칭을 따서 부르는 것이 일반화되었다.

가령 286 컴퓨터는 인텔의 80286 칩을 마이크로프로세서로 장착한 컴퓨터고, 386 컴퓨터는 인텔의 80386칩을 장착한 컴퓨터를 의미한다. 당연히 486컴퓨터는 80486 칩이 마이크로프로세서로 장착된 컴퓨터를 의미한다.

최초의 IBM의 PC 5150은 마이크로프로세서로 8088을 채택했다. 도대체 이 숫자들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일까. 사용자인 우리들에게는 그저 처리속도나 성능에서 차이가 난다는 점, 이것이 구입가격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만이 어렴풋이 와닿을 뿐이다.

아직은 마이크로프로세서 번호가 높은 것이 더 좋은 성능을 가졌다고만 알아두자. 그러니까 8088을 장착한 XT기종보다는 흔히 286이라고 부르는 AT기종이 상위기종이다. 마찬가지로 이들보다는 80386을 탑재한 386기종의 성능이 훨씬 뛰어나고 요즈음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는 486컴퓨터는 개인용 컴퓨터의 압권이라고 할 수 있다.

1MB 2MB 40MB 1백MB… 기억은 많이 할수록 좋아

누구든 '300+200'과 같은 간단한 계산은 암산으로 할 수 있지만 '35678+45632'와 같은 계산은 암산으로 해내기 어렵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우리 머리속에는 이미 더하기나 곱하기(+, ×:연산자라고 한다)를 하는 원리가 기억되어 있다. 다음으로 연산의 대상이 되는 숫자(피연산자라 한다)도 기억이 되어야 비로소 암산이 가능하다. 결국 '300+200'과 같은 간단한 경우는 피연산자인 300, 200이 모두 기억되고 있지만 '35678*45632'의 계산과 같이 다소 복잡한 수는 머리에 잘 기억되지 않아서 암산이 불가능하고 결국 종이에 쓴다든지 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나가는 것이다.

여기에서 종이에 쓴다는 것은 물론 기억을 돕기 위해서다. 우리가 암산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컴퓨터도 무엇인가를 연산하고 처리하기 위해서는 기억을 할 수 있는 장치 즉 기억장치가 있어야 한다. 중앙처리장치(CPU)가 메인보드 상에서 사용하는 기억장치를 주기억장치(주 메모리 혹은 RAM으로도 부른다)라 한다.

그런데 한 작업과정에서 주기억장치에 기억된 내용은 다른 작업으로 넘어가면 주기억장치에서 사라진다. 컴퓨터의 전원을 꺼도 마찬가지로 주기억장치에 있던 내용은 모두 사라진다. 그러므로 전원이 꺼져도 항상 기억할 수 있고 최대 기억용량보다 더 많은 데이터를 저장하기 위해서는, 마치 사람이 공책을 사용하듯 이 컴퓨터도 보조기억장치라는 것을 사용한다. 따라서 보조기억장치는 메인보드 밖에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하드디스크(HD)니 플로피 디스크니 하는 것이 바로 이 보조기억장치를 일컫는 말이다.

기억장치의 용량을 따지기 위한 최소단위는 바이트(byte)다. 1바이트라 함은 영문 한 글자에 해당한다. 물론 공백이나 기호도 1바이트다. 이를테면 'IBM & COMPATIBLES' 라는 말은 17바이트에 해당한다. 킬로(kilo)는 1천이고 메가(mega)는 1000×1000인 1백만이므로 주기억장치가 1MB라 함은 영문 1백만자를 기억할 수 있는 용량이라는 뜻이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286컴퓨터의 경우 주기억장치 1MB, 하드디스크 40MB의 사양으로 제작되는 것이 보통이었으나 요즈음은 주기억장치 2MB, 하드디스크는 60MB 내지 1백MB로 인플레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개인용 컴퓨터의 메인보드. 마이크로프로세서 메모리칩 등 주요 부품이 모두 이 보드위에 올라와 있다.


8비트 16비트 32비트… 컴퓨터에도 버스가 다닌다

이미 필자도 8비트니 16비트니 하는 말로 표현하였듯이 보다 일반적인 컴퓨터의 분류는 컴퓨터가 한번에 처리할 수 있는 데이터의 길이에 따른 것이다. 이 말의 뜻을 보다 잘 이해하기 위해 컴퓨터의 기본 작동 메커니즘을 생각해 보자.

컴퓨터는 어떤 일이든 입력 처리 출력의 3단계로 처리한다. 이는 입력장치를 통해 들어간 데이터가 컴퓨터내의 처리장치로 보내지고 그것이 다시 사람이 보거나 들을 수 있는 형태로 출력됨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컴퓨터 각 장치내에서 컴퓨터를 움직이는데 필요한 각종 신호의 전송이 일어나게 되는데 전송이 이루어지는 통로를 '버스'(bus)라고 한다.

여기서 버스라는 말은 우리가 흔히 타고 다니는 버스와 비슷한 개념으로 8비트 컴퓨터에 대해서는 8인승 버스를, 16비트 컴퓨터는 16인승 버스를 대응해서 생각하면 이해가 쉽게 갈 것이다. 32비트 컴퓨터를 32인승 버스에 비유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버스를 똑같이 한번 움직이더라도 크기에 따라 각각 8명 16명 32명을 태우고 다닐 수 있듯이, 컴퓨터에서도 각각 8비트 16비트 32비트씩 자료 전송이 이루어진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해야 할 사실은 8비트 16비트 32비트에서 보듯이 숫자는 꼭 두배씩 늘어나고 있는데, 이를 속도가 두배씩 차이나는 것으로 이해한다면 잘못이다.

모든 양적인 차이가 그렇듯 양적인 차이는 질적인 차이로 변화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아무리 유인원이 교육을 받아서 그 능력을 최대로 발휘한다고 해도 절대로 인간의 모든 것을 흉내낼 수 없듯이 8비트 컴퓨터로서는 도저히 16비트 컴퓨터의 성능을 따라할 수 없는 부분이 존재하고, 마찬가지로 16비트 컴퓨터는 32비트 컴퓨터의 모두를 흉내낼 수는 없다. 이를테면 내부적으로는 16비트 처리를 하지만 외부와는 8비트 단위로 일을 처리하는 XT기종에서는 '윈도우즈'(Windows)라는 프로그램이 결코 실행되지 않는다.

나눌 수 있는 짐은 그것이 아무리 많더라도 작은 차에 나누어 실으면 된다. 그러나 나누어서는 안되는 짐이 있을 때, 가령 코끼리 같은 살아있는 동물을 운반하는 경우 코끼리를 작은 오토바이에 싣기 위해 잘라버리는 순간 이미 그것은 코끼리가 아니게 된다.

8비트 컴퓨터는 인간이 요구하는 일 중에서 극히 일부분만을 할 수 있었다. 즉 8비트 컴퓨터는 마이크로컴퓨터의 연습용 또는 학습용 기계로서의 역할과 게임기로서의 역할, 몇가지의 간단한 사무용 컴퓨터로서의 역할밖에 할 수 없었다.

사람들의 컴퓨터에 대한 욕구가 증대하고 컴퓨터의 값이 싸지면서 자연히 8비트 컴퓨터는 상위기종에 의해 도태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알파벳보다 다소 복잡한 한글 처리라는 측면에서도 8비트 컴퓨터는 부적절했으나 16비트에 와서는 한글처리가 매우 자유롭게 되었다. 속도 문제와 하드웨어 가격의 저렴화로 최근 XT기종이 8비트 컴퓨터와 비슷한 운명을 겪고 있다. 심지어는 286 컴퓨터마저 386의 거센 물결에 점차 밀려나고 있다.
 

컴퓨터에도 정보를 나르는 버스가 있다. 8비트 버스는 8인승. 16비트 버스는 16인승을 연상하면 이해하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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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이형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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