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의 하드렌즈와 소프트렌즈의 약점을 보완한 신형 콘택트렌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현대인들의 눈이 점점 나빠지고 있다. 고3학생의 3분의 2가 안경이나 콘택트렌즈를 끼고 있다는 최근 국내 소식을 접하면서 우리의 눈이 참으로 많이 혹사당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영국의 시인 윌리엄 블레이크는 '눈은 마음의 창'이라고 했는데….
사실 시력장애는 우리 생활에서 가장 흔한 골칫거리중 하나다. 인류의 반 이상이 생애의 어느 순간에 시력고정을 필요로 한다. 주변에서 자주 접하는 시력장애로는 근시 원시 난시 등을 꼽을 수 있는데 오랫동안 이러한 눈의 이상을 안경으로 극복해 왔다.
안경이 시력교정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도구인 것은 틀림없지만 쓰고 다닐 때 많은 불편을 느끼게 된다. 안경테가 흘러내리거나 안경 때문에 코가 눌리거나 안경다리가 약한 귀부분의 피부를 자극하는 것 등은 예사다. 또 안경알에 자주 서리가 끼고, 끈적한 얼룩이 묻기도 한다. 그리고 특별히 멋을 낸 안경테가 아니면 대개의 경우 착용자의 용모에 마이너스영향을 미친다.
하드렌즈의 장단점
이러한 안경의 약점들을 배제시켜 주는 또다른 시력교정기구가 바로 콘택트렌즈(contact lense)다. 세계 최초의 콘택트렌즈가 등장한 것은 1936년인데, 이것이 1940년대에 다듬어지고 개선됐다. PMMA라고 하는 일종의 플라스틱으로 만든 초기의 콘택트렌즈(하드렌즈였다)는 눈의 각막 위에 직접 놓여 각막을 촉촉하게 유지해주는 눈물층에 의해 지탱되도록 고안됐다. 놀랍게도 이 렌즈는 안경보다 더 선명한 세상을 보게 해 주었으나 각막 중심부로 눈물이 도달하지 못하게 했다. 따라서 곧 각막이 건조해져 눈이 퉁퉁 붓고 시려왔다. 그 결과 연속 착용시간도 기껏해야 12시간 정도로 제한됐다.
그러다가 1971년 새로운 유형의 콘택트렌즈가 소개됐다. 하이드로겔(hydrogel)이라고 하는 물을 흡수하는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이 렌즈를 보통 소프트렌즈라고 부른다. 이것은 적어도 편안함에 있어서는 하드렌즈보다 한 수 위였다. 또 수분과 약간의 산소를 눈까지 도달하게 했다.
"그러나 시력교정효과가 하드렌즈보다 못하다는 단점을 갖고 있다. 특히 난시의 교정능력은 많이 떨어진다. 또 쉽게 손상돼 취급이 어려울 뿐더러 매일 소독을 해줘야 한다는 점도 큰 약점"이라고 경희대 의대 김상민 교수(안과)는 지적한다.
콘택트렌즈는 대개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높다. 렌즈착용의 불편함을 견디기 위해서는 젊은이의 미적 허영심이 상당히 필요하기 때문이다. 렌즈전문가들은 상당수가 미용상의 목적으로 콘택트렌즈를 사용한다고 믿고 있다. 실제로 젊은 여성이 콘택트렌즈의 주요 고객이다.
소프트렌즈의 발명은 렌즈개발에 있어 중요한 전환점으로 기록된다. 그 이후 렌즈제작자들은 수일~수주일간 연속착용할 수 있는 소프트렌즈를 비롯해 수많은 신종 콘택트렌즈를 잇따라 개발해냈다.
소프트렌즈와 연속착용렌즈 등 새로운 디자인이 개발됨에 따라 PMMA로 만든 하드렌즈는 멀지않아 사라질 것같다. 그러나 하드렌즈는 소프트렌즈보다 월등한 장점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 예컨대 렌즈가 단단하기 때문에 난시성 각막을 가진 환자에게 선명한 시력을 줄 수 있다. 견고하고 잘 긁히지 않는다는 점도 크게 돋보인다. 하드렌즈는 수명이 보통 5년 이상이다. 또 세척하기 용이하고 그 속에 원하는 색상을 넣을 수도 있다. 더구나 완전 비독성이기 때문에 눈에 넣었을 때 뛰어난 안전성을 보여준다. 그만큼 감염의 위험이 적다는 말이다.
그러나 하드렌즈에 적응하기까지는 한달 또는 그 이상이 걸린다. 렌즈가 뻣뻣하고 산소와 눈물이 각막 중심을 향해 흐르는 것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하드렌즈의 아킬레스건인 산소와 눈물투과율을 높이기 위해 외국에서는 드릴로 렌즈에 구멍을 뚫는 방법도 시도되고 있으나 공기와 윤활의 부족은 여전히 결점으로 남아 있다.
가능한 한 각막까지 많은 산소를 보내기 위해 하드렌즈는 직경이 작은 것이 보통이다. 따라서 이들은 눈에서 아주 쉽게 이탈될 수 있다. 갑자기 머리나 눈을 움직이면 각막에서 떨어져 나가기도 한다.
소프트렌즈는 일종의「물주머니」
30~70%가 물로 돼 있는 하이드로겔렌즈, 즉 소프트렌즈는 아주 유연하다. 따라서 각막 위에 부드럽고 편안하게 놓인다. 산소 투과율도 하드렌즈에 비해 훨씬 높다. 그 크기가 하드렌즈보다 크다는 점 역시 유리한 점이다. 소프트렌즈의 경우 눈꺼풀 아래까지 덮게 되므로 좀처럼 눈에서 이탈되는 법이 없다.
그러나 소프트렌즈에도 약점은 있다. 이들은 결국 작은 '물주머니'인 셈이므로 빛을 반사해 시야를 흐릿하게 한다. 또 쉽게 찢어지며 다른 손상을 자주 받는다. 더러움도 더 잘 탄다. 따라서 수시로 생리식염수로 닦고 열탕처리를 해야 하는 등 소독과정이 까다롭다.
"소프트렌즈의 표면에는 박테리아와 각종 침전물이 잘 부착한다. 따라서 매일 클리너로 닦고 1주일에 한번씩 효소약품으로 단백질을 제거해야 한다"고 김교수는 들려준다.
한때는 열소독법을 즐겨 사용했으나 최근에는 화학용액으로 렌즈를 세척하는 화학소독법이 부작용이 적고 효과는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도 클리너와 단백질 제거액의 효과를 동시에 갖는 세척제가 널리 시판되고 있다.
"시판 콘택트렌즈의 산소투과율은 크게 미흡한 실정이다. 산소투과가 잘 안돼 각막두께가 최고 27%까지 두꺼워진 콘택트렌즈 착용자도 본 적이 있다"고 서울 중앙병원 차흥원박사는 얘기한다.
산소투과성을 높이기 위해 콘택트렌즈 개발자들은 오래 전부터 연구해 왔다. 그 결과가 1979년에 처음 만들어진 산소투과성렌즈. 유연성이 큰 플라스틱(대개 플라스틱 실리콘으로 이뤄져 있다)으로 제조된 산소투과성렌즈는 하드렌즈의 시각적 명료함과 소프트렌즈의 부드러움을 동시에 제공한다. 기존의 어떤 소프트렌즈보다 더 많은 양의 산소를 통과시키는 산소투과성렌즈는 내구성도 커서 잘 관리하기만 하면 수년동안 계속 사용할 수 있다.
처음부터 연질상태로 만들어
이 렌즈의 적응기간은 약 3주이므로 소프트렌즈보다는 약간 긴 셈이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산소투과성렌즈는 매일착용형으로 만들어졌다. 즉 밤에는 렌즈를 빼서 세척·담금액에 저장해야 원칙이다. 그런데 이 렌즈는 아주 착용감이 좋아 많은 사람들이 연속착용렌즈처럼 사용해오고 있다. 물론 이것은 매우 위험한 습관이다.
산소투과성렌즈의 소재로 최근 주목받고 있는 것이 콜라겐(collagen)이다. 이것은 사람의 조직성분이어서 생체적합성이 뛰어난 데 90% 이상의 수분을 함유하면서도 내구성도 우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90년 7월부터 한국 존슨 앤드 존스 메디컬사가 시판하고 있는 1회용 콘택트렌즈(상품명, 큐브)도 따지고 보면 산소투과성렌즈의 일종이다. 산소투과성렌즈와 동일한 재료로 만드는 1회용 렌즈의 함수율은 58% 정도인데, 1~7일까지 연속착용이 가능하고 렌즈소독 후 재사용도 허용된다.
미국 존슨 앤드 존슨사가 84년에 개발한 이 제품은 4년여의 임상실험을 거친 뒤 88년부터 시장에 진출했다. 기존의 소프트렌즈는 일단 경질상태로 제조한 뒤 다시 수화(水化)하는 공정을 통해 생산되나 1회용 렌즈는 처음부터 수분을 함유한 연질상태로 만든다. 즉 안정성 연질성형기법을 통해 생산되는 것이다.
30일까지 연속착용 가능
1회용 렌즈는 세척이 필요없고, 단백질과 침전물의 축적으로 인한 부작용과 안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값이 너무 비싼 것이 흠이다(한쌍에 7천원).
하드렌즈도 산소투과성렌즈화할 수 있다. 하드렌즈의 일종인 아크릴수지렌즈에 실리콘(규소)이나 불소 등을 혼성중합하면 산소 투과성이 현저히 개선된다. 이 불소중합렌즈를 1년 이상 빼지 않고 연속착용해도 별 탈이 없었다는 연구결과도 나와 있는데, 이런 렌즈가 일반에 적용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흘러야 할 것이다.
2주 이상 취침 때에도 빼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렌즈를 흔히 연속착용렌즈라고 부른다. 이 유형의 렌즈는 대개 두께가 얇고(0.03㎜ 이하) 수분함량이 높다(71~79%).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공부하는 수험생, 장애자, 손떨림(수전증)이나 관절염을 앓고있는 환자, 지독히 시력이 나쁜 사람에게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이는 연속착용렌즈는 최장 20일까지 낄 수 있다. 연속착용기간은 기존의 소프트렌즈 및 하드렌즈의 산소투과율과 함수율을 어느 정도까지 높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자주 세척하지 않게 돼 있는 연속착용렌즈에 단백질과 지질막이 생기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다. 따라서 이 막이 생성되는 속도도 얼마나 오래 콘택트렌즈를 연속착용할 수 있는가를 결정한다. 아무튼 연속착용렌즈를 과신하면 심각한 각막팽배증, 왼쪽 눈꺼풀의 알레르기반응,심지어는 중증의 감염증까지 생길 수 있다고 많은 안과의사들이 경고한다. 미국의 식품의약국(FDA)에서는 연속착용렌즈의 연속착용기간을 30일까지 인정하고 있으나 세심한 착용자들은 적어도 1주에 한번씩 렌즈를 빼내 세척한다.
전체 안질환자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난시환자를 위한 콘택트렌즈도 개발돼 있다. 원발성 소프트렌즈가 그것인데 흔히 토릭(toric)렌즈라고도 한다.
난시성 각막은 정상각막보다 더 타원모양이며 외면이 불규칙하다. 따라서 렌즈가 이러한 불규칙성을 조정해줘야 하고 눈위의 일정부위에 위치해야 한다. 그런데 콘택트렌즈들은 눈 위를 계속해서 회전하고 있으므로 난시의 교정에 어려움이 따른다. 하드렌즈는 회전과 상관없이 눈 표면을 부드럽고 올바른 구형으로 유지시켜주기 때문에 난시교정이 가능하나 소프트렌즈는 난시교정에 부적절한 것으로 알려져 왔다. 바로 이 점이 난시환자에게 소프트렌즈를 권하지 않았던 이유다.
그러나 원발성 소프트렌즈는 난시환자에게 적합하게 설계돼 있다. 난시환자의 각막 외면에 잘 적응될 수 있도록 특수한 모양으로 제작한 것. 일반 소프트렌즈보다 값이 다소 비싼 원발성 소프트렌즈는 눈 위에서 회전하지 않는다. 이 렌즈의 아랫부분에 일종의 모래가 들어있는 경우도 있다.
이밖에 노안(눈의 수정체를 조절하는 근육이 탄력성을 잃어 가까운 곳의 물체를 잘 보지 못한다)을 위한 복초점렌즈(bifocal lense)도 나와 있다. 이름대로 두개의 초점을 가지고 있는 이 특수한, 일종의 하드렌즈는 복초점안경과 기능이 비슷하나 실용화되려면 앞으로도 훨씬 많은 연구가 축적돼야 한다. 렌즈제작자들은 렌즈의 자연스런 회전을 역행시키고 두군데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 렌즈의 아랫부분을 두껍고 무겁게 만들고 있는데, 착용자들은 대부분 이것이 불편하다고 느낀다.
노안을 교정하기도
노안을 콘택트렌즈로 교정하기 위해 두개의 완전히 다른 렌즈를 사용하기도 한다. 예컨대 먼 거리를 보기 위한 렌즈는 왼쪽 눈에 끼우고 독서용 렌즈는 오른쪽 눈에 착용하는 것이다. 물론 이 경우 노안을 가진 사람이 눈을 분리해서 사용하는 법을 익혀야 한다는 전제가 따른다. 이 양눈의 분리사용법을 익히는 기간은 대체로 수주일이 소요된다.
영국의 필킹턴콘택트렌즈사가 제작한 '디프락스'라는 렌즈는 복초점렌즈에 홀로그래피의 원리까지 가미하고 있다. 이 생소한 하드렌즈는 눈에 들어오는 빛을 분산시켜 명암은 같지만 초점거리가 다른 두개의 영상을 만든다. 그러면 뇌는 둘중 어떤 영상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가를 결정한다. FDA는 최근 복초점렌즈와 다중초점렌즈의 출고를 승인했다.
사고 수술 출생시의 장애로 인해 눈에 흉터가 생겼거나 눈모양이 이상해진 사람들을 위한 특수 콘택트렌즈도 제작되고 있다. 아울러 선천성 색소결핍증 환자의 눈과 광민감성 환자의 눈을 보호하기 위해 특별히 색을 넣은 콘택트렌즈도 개발중이다.
국제콘택트렌즈연구소 대표 이무걸씨는 "콘택트렌즈의 컬러화는 그동안 단순히 코팅하는데 불과했으나 최근 렌즈 내부에 6개의 천연색소를 주입하는 내부착색법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고 주장한다.
애초에는 콘택트렌즈를 떨어뜨릴 경우 쉽게 찾기 위한 목적으로 컬러화가 도입됐지만 이제는 미용 패션을 위해 컬러콘택트렌즈를 찾는 사람이 늘고 있는 추세다.
이처럼 최근에 여러 종의 신형 콘택트렌즈가 선보이고 있는데, 렌즈도 눈의 입장에서 보면 일종의 이물질인 만큼 사용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특히 눈의 흰자위가 충혈되거나 눈꼽이 많이 끼고 자주 부으면 즉각 이상신호로 받아들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눈물의 분비량이 정상보다 적거나 알레르기성 안질환 각막염 당뇨병 등이 있는 사람은 콘택트렌즈의 사용을 가급적 삼가야 한다"고 중앙대 의대 신경환교수(안과)는 지적한다.
각막 검사도 가급적수시로 받아보는 것이 좋다. 이 검사를 통해 렌즈가 각막에 어떤 변화를 일으켰는지 그리고 눈물성분에 어떤 화학적 변화를 초래했는가를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