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 해빙(海氷·바다얼음)은 여름의 끝자락인 9월에 최소치로 줄어들었다가 겨울 막바지인 이듬해 3월에 최대치로 불어난다. 북극과는 정반대로, 남극대륙 주변의 해빙은 남반구의 겨울인 9월에 최대치를 기록했다가 이듬해 2월에 가장 적은 규모로 줄어든다.
그간 9월 북극 해빙은 꾸준히 줄어들었다. 지구온난화 때문이다. 미국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연구소(JPL)가 운영하는 ‘지구 기후 변화: 행성의 바이털 사인(Global Climate Change: Vital Signs of the Planet)’ 사이트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1979년부터 매년 9월 북극 해빙 면적은 감소했다. 1981~2010년에는 10년마다 북극 해빙이 평균 12.85%씩 줄었다. 이 추세대로라면 21세기 중반에는 북극 해빙이 완전히 사라질 수도 있다.
9월에 최대 규모를 기록해야 할 남극대륙 주변 해빙도 최근 5년간 급격히 줄어들었다. 영국남극조사단(BAS·British Antarctic Survey)이 이끄는 국제연구팀은 서남극 북쪽 웨들해에 있는 해빙이 5년 동안 100만km2가 사라져 기존 면적의 3분의 1로 줄었다고 국제학술지 ‘지구물리학연구회보(GRL)’ 6월호에 발표했다.
8월에는 첨단기후모델을 이용해 북극 해빙의 녹는 속도를 예측한 결과 2035년 9월 북극 바다에서 해빙을 볼 수 없을 거라는 결과도 내놨다. 21세기 중반이라는 NASA의 예측보다 최소 15년 이상 앞당겨진 예상치다.
북극은 지구의 기후를 조절하는 버튼으로 여겨진다. 지구온난화로 북극 버튼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북극 지역의 제트기류가 약해지고 이에 따라 차가운 공기가 북반구를 덮쳐 이상저온과 함께 눈보라가 몰아친다. 한반도 역시 영향권에 들 수밖에 없다.
플랑크톤이 풍부한 남극 바다는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를 대거 저장하는 이산화탄소 저장고이자 이를 산소로 바꾸는 산소 공장이다. 이대로라면 지구의 생물학적 펌프(biological pump)가 고장 날 수도 있다.
사실 인류가 북극과 남극에서 일어나는 이런 변화를 시시콜콜히 확인하고 지구온난화에 대비할 수 있는 이유는 365일 24시간 잠들지 않고 우주에서 극지를 내려다보는 인공위성 덕분이다.
한국에서는 다목적실용위성(아리랑) 2호, 3호, 3A호, 5호 등 4기가 연구자들을 대신해 사진을 찍고 데이터를 보내며 극지를 지켜보고 있다.
혜민 스님은 멈추면 비로소 보인다고 했다. 과학은 거리는 물론 시간적으로도 멀리서 볼 수 있게 해 준다. 숲도, 산도, 사막도, 극지도, 그리고 우리들의 삶도. 멀리서 보면 비로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