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고기 잡는 법’ 배운다
김 연구원은 “오래 생각하고, 정해진 규칙에 따라 실험하고, 반복하라”고 강조했다. 답을 먼저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도출하도록 방법을 알려주는 셈이다. 자식에게 물고기를 줄 것이 아니라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는 탈무드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3M 청소년 사이언스캠프’는 일반적인 과학캠프와 전혀 다르다. 아침 9시부터 저녁 11시까지 프로그램이 꼼꼼하게 짜여 있는 이 캠프는 왜 과학자가 되고 싶은지, 어떤 과학자가 되고 싶은지 학생 스스로 깨닫도록 돕는다. 또 과학자들이 의문을 가진 주제에 대해 어떤방식으로 유추하고 결론에 이르는지 가르친다.
한국3M 홍보팀의 최혜정 부장은 “3M 청소년 사이언스캠프는 어린 과학 인재를 발굴해 과학적 사고와 실험 정신을 길러줘 국내 과학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목적으로 시작했다”며 “당연히 참가비는 무료”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 캠프는 여러 가지 과학 상식과 원리를 재미나게 배우는 일반 수업과 조별로 발명 아이디어를 짜내거나 지정된 주제의 결론을 알아가는 심화 수업, 3M 연구원이 직접 운영하는 ‘찾아가는 과학마법사’ 프로그램 등 체계적이고 재미있는 프로그램들로 구성돼 있다”고 밝혔다.
▶포켓몬이 진화하는 이유 밝힌다고?
1회 때부터 캠프에 참여해 감회가 남다르다는 충남과학고 이희권 교사는 심화 수업 중 과학이론 심화학습을 맡고 있다. 그는 “학생다우면서도 창의적인 발상이 인상에 남는다”며 “이번에 주제로 제시된 ‘진화론’을 응용해 일본 애니메이션 ‘포켓몬스터’에서 포켓몬들이 왜, 어떻게 진화하는지 과학적으로 풀겠다는 특이한 조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어른들 시각으로 보면 얼토당토않은 주제일 수 있지만, 과학은 어린 시절의 호기심에서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학생들에게서 창의적인 주제가 나올수록 뿌듯하다”고 밝혔다.
▶과학자 되는 길 알려주는 내비게이션
최 부장은 “3M 청소년 사이언스캠프를 국내 최고의 과학캠프라고 자부할 수 있다”며 “그 이유는 탄탄한 프로그램에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참가 학생들이 과학에 대한 애정이 깊고 주제를 스스로 해결하려는 열정이 대단하다는 점에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캠프가 진행되는 동안 쉬는 시간에는 어린 학생들이 100명 넘게 모여 있어 귀가 따가울 정도로 시끌벅적했지만, 일단 수업이 시작되면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캠프에 참가한 학생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부산 대연중 1학년 최윤창 군은 “프로
그램 가운데 ‘포트폴리오 작성하기’가 맘에 들어서 참가했는데, 포트폴리오 작성은 물론 스스로 주제를 설정하고 그에 대한 자료를 분석해 결론을 생각해내는 법을 배웠다”며 “신소재를 개발하는 과학자가 되고 싶은 꿈을 이룰 수 있다는 용기가 생겼다”고 말했다.
과학자의 꿈을 꾸면서도 정보가 없어 구체적으로 어떻게 준비하면 좋을지 몰라 막막했지만 이 캠프를 통해 과학자처럼 생각하는 방법을 배웠다는 뜻이다. 대전 유성중 2학년에 재학 중인 서유정 양은 “나처럼 과학을 좋아하고 과학자의 꿈을 가진 친구들이 전국 각지에서 모였다는 생각에 설렌다”며 “미래의 과학자들을 미리 만난 느낌”이라고 말했다.
학생들만큼이나 교사들도 캠프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이 캠프를 시작하도록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직접 미국까지 날아가 자료를 수집했던 대전 대신고의 오기영 교사는 “3M 청소년 사이언스캠프는 2002년에 시작돼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지금처럼 탄탄한 프로그램을 갖추게 됐다”며 “10회를 맞는 2011년쯤에는 다른 국가의 학생들도 선발하거나 해외에서 개최되는 국제적인 과학 캠프로 발전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