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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이상뇌파로 질병 진단한다

너무 빨라도 너무 느려도 탈


핵자기공명장치(MRI)로 뇌의 이상을 형태적으로 살피고 있다.


뇌에 이상이 생겼을 때 뿐아니라 간이나 신장이 나빠도 이상뇌파가 생길 수 있다.

1929년 독일의 한스 베르거가 처음으로 인간의 뇌파를 기록한 이래 과학 및 의학의 발전에 따라 뇌파연구도 많은 변화 및 발전이 있었다.

뇌질병의 진단방법이 미흡했던 시절에는 뇌파는 신경과분야 뿐 아니라 내과 신경외과 등 인접분야의 진단목적으로 많이 사용되어 왔고 현재도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 요사이 과학 및 의학의 눈부신 발전으로 예전보다는 상대적으로 뇌파의 효용성이 감소된 상태지만 아직도 신경과분야 특히 간질의 진단및 치료 등에 절대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다.

뇌파의 이상유무를 알려면 먼저 정상적인 뇌파에 대해 이해해야 한다. 뇌파는 정상적으로도 사람의 나이 수면 각성상태 그리고 의식상태에 따라 변한다. 따라서 뇌파의 진폭, 주파수, 분포, 자극에 대한 반응 및 율동도 등을 종합하여 정상인지 아닌지를 파악하여야 한다.

뇌파의 이상은 다음과 같이 구분할 수 있다. 첫째 정상적인 뇌파리듬의 비정상적인 변화, 둘째 비정상적인 서파(徐波, 느린 파), 셋째 비정상적인 독특한 뇌파양상, 넷째 간질환자에서 많이 나타나는 간질파 등을 꼽을 수 있다.

약물중독 여부도 가려내

먼저 정상적인 뇌파리듬의 비정상적인 변화에 대해 알아보자.

정상성인이 눈을 감고 긴장을 품고 편안한 상태에 있을 때 주로 후두부(後頭部, 뒤통수 부위)에 나타나는 것은 알파(α)파다. 이 파는 8.5~11.5Hz 사이의 주파수를 보이며 평균 10.2Hz 이다. 생후 한살된 아기의 경우 뒤통수 부위에서 나타나는 파는 약 6Hz, 두 살인 경우 7Hz, 그리고 세살이면 8Hz 정도이다. 뒤통수 부위에서 주로 나타나는 알파파는 정신집중 불안 졸음 그리고 눈을 뜨는 것에 의해 감소하거나 소실된다. 전두부(前頭部, 머리 앞부분)에서는 베타(β)파가 주로 나타나나 알파파 또는 세타파도 볼 수 있다.

따라서 깨어있는 정상성인의 뒤통수부위에서 나타나는 알파파의 주파수가 8Hz 이하인 경우 전반적인 대뇌기능의 저하를 의미한다. 그러나 이것이 특이한 병적 상태는 아니다. 보통 중독성 또는 대사성 대뇌장애(약물중독 저혈당 간이나 콩팥 등이 나빠서 생기는 뇌기능장애) 등에서 이런 낮은 주파수가 특징적으로 나타난다.

의식이 혼미하기나 혼수상태인 경우 대부분 알파파가 소실되고 율동적인 다른 뇌파도 없어진다. 요사이 사회적으로 문제되고 있는 뇌사의 경우 대뇌기능이 전혀 남아있지 않아 뇌파도 전혀 보이지 않는다.

뇌파의 진폭은 깨어있는 상태에서 알파파는 20~60㎶(microvolts), 베타파는 10~30㎶ 정도이다. 따라서 이 진폭이 지나치게 증가 또는 감소돼 있는 경우, 비정상상태로 간주할 수 있다. 뇌파는 외부자극(시각 청각 촉각 등)에 대해서 반응이 대부분 정상적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반응이 전혀 없거나 좌우측의 차이가 심한 경우 뭔가 이상이 생긴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

좌우뇌파가 비대칭이면…

대뇌는 좌우측 대칭적인 두개의 반구(半球)로 나누어져 있다. 좌우측 반구에 나타나는 뇌파가 과도하게 비대칭적인 경우 (주파수 진폭 외부자극에 대한 반응 분포 율동도 등) 뇌에 이상이 생겼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정상적으로 나타나는 후두부 알파파, 전두부 베타파, 수면방추파 및 두정부 예파(銳波, 뾰족한 파) 등이 지속적인 비대칭을 보이는 경우도 비정상이다. 진정제나 수면제를 복용할 경우 진폭이 큰 베타파가 일시적으로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비정상적인 서파(徐波, 느린 파)가 나타날 때에도 뇌의 이상유무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알파파보다 느린 주파수를 보이는 세타(θ)파 및 델타(δ)파가 서파에 해당한다. 정상성인이 깨어있을 때의 뇌피는 주로 알파파와 베타파로 구성되어 있다. 세타파도 가끔 나타날 수 있으나 델타파는 원칙적으로 출현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수면시에는 세타파와 델타파의 빈도가 증가하면서 불규칙한 양상을 보인다.

뇌파학자들은 질병(disease)과 퇴행(degeneration) 사망(death)의 앞자를 따서 델타파라고 명명했다. 이 파는 세타파보다 더 느리고 심각한 이상을 의미한다. 델타파는 주파수가 느릴수록, 진폭이 클수록 그리고 나타나는 양이 많을수록 좀더 급성이고 심한 이상이 그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
 

간질환자의 뇌파, 매우 규칙적이다.

 

델타파가 나타나는 양상이 율동적이냐 비율동적이냐에 따라 원인이 다소 다를 수 있다. 비율동적일 경우 대뇌 백질의 이상이 그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 대뇌백질의 이상은 뇌종양 뇌농양 외상 등에 의해 생긴다. 반면 율동적인 델타파가 나타나는 경우 독성 및 대사성 대뇌장애가 그 원인이기 쉽다. 이런 장애를 일으키는 원인질환으로는 저혈당증(혈액속의 당분이 낮아서 나타나는 증세) 저산소증(혈액속의 산소가 부족하여 나타나는 증세) 간성 또는 신장성 대뇌장애(간이나 콩팥이 나빠서 나타나는 증세) 약물중독 뇌염 뇌막염 등이 있다.

비정상적인 독특한 이상뇌파도 간혹 관찰된다. 이런 특이한 이상뇌파를 유심히 보면 진단에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예를 들어 홍역을 앓은 사림에게 몇 년이 지난 후 나타나는 아급성 경화성 뇌염의 경우 주기적 도로 양측에서 동시에 발생하는 예파가 특징적이다.

그외에도 여러 형태의 뇌염, 뇌경색증(뇌혈관이 막혀서 나타나는 증세) 환자를 관찰하면 주기적인 이상뇌파를 발견할 수 있다. 간이나 콩팥이 나빠서 생기는 대사성 질환도 비교적 특징적인 이상뇌파를 보여준다.
 

정상인의 여러 뇌파


뇌에 과전류가 흐르면…

뇌파는 간질의 진단과 치료에 가장 많이 되고 있다. 간질이란 대뇌의 일부 뇌세포가 갑자기 비정상적으로 과다한 전기를 발생시켜 뇌기능의 일시적인 장애를 일으키는 질병이다. 이를테면 뇌에 과전류가 흘러 뇌가 감전되는 것으로 비유할 수 있다.

간질은 전반성 및 부분성 간질로 크게 분류할 수 있다. 전반성 간질의 경우 대뇌 전체에서 이상뇌파가 나타나고 의식의 소실을 동반한다. 그에 비해 부분성 간질은 대뇌의 일부에서 이상뇌파를 보이고 의식의 소실은 없다.

전반성 간질의 예로는 대발작과 소발작이 있다. 대발작은 의식소실과 더불어 쓰러지며 전신이 뻣뻣해지고 얼굴은 새파랗게 변한다. 또 혀를 깨물고 입에서 거품이 나오면서 온 몸을 주기적으로 떠는 증상을 보인다. 소발작은 갑자기 행동을 멈추고 멍하니 한 곳을 응시하는 증상이 대개 1분 이내로 나타난다. 눈을 깜박이기도 하는데 대개는 곧 의식이 회복되어 하던 일을 계속한다. 소발작의 경우 3Hz의 매우 규칙적인 극파(棘波, 예파 보다 더 뾰족한 파)와 서파의 혼합파가 특징적으로 나타난다.

이밖에도 생후 6개월 전후에 생기는 영아 경축(갑자기 고개를 숙이며 깜짝 놀라는 증세)이 있다. 이 병은 전신성 간질의 한 종류다.

부분성 간질은 뇌의 어느 부위에 이상이 있느냐에 따라 경련의 양상과 뇌파소견이 달라진다. 하지만 뇌파를 기록하는 시간중에 경련이 나타날 가능성은 비교적 적은 편이다. 주로 경련과 경련 사이에 이상뇌파가 생기는데 예파와 극파의 모양을 보여준다.

부분성 간질은 나타나는 증상에 따라 단순성 및 복합성 부분경련으로 나눌 수 있다. 의식의 변화를 동반하면 복합성이고, 동반하지 않으면 단순성 부분경련이다. 복합성 부분경련은 주로 뇌의 측두엽에 병인이 있으며 경련중에 일어난 증상에 대해 거의 기억하지 못한다. 반면 단순성 부분경련은 의식은 잃지 않고 신체의 감각운동 등의 장애를 일으키며 경련이 끝난 후 경련중의 증세를 기억한다.

그외 여러가지 수면장애, 예를 들면 수면 발작, 폐쇄성 수면 무호흡증, 야경증 및 몽유병 등의 진단과 치료에도 뇌파가 많은 도움을 준다.

복합적인 이상이 더 많아

뇌파의 이상은 어느 한가지의 이상만으로 나타날 수도 있지만 복합적인 이상을 보이는 경우가 더 많다. 예를 들면 간질환자에서 간질파와 서파가 같이 나타나고 뇌종양 환자의 경우 서파와 정상뇌파가 같이 나타나게 된다.

뇌파의 이상을 살피는 것이 몇몇 질병의 진단과 치료에 많은 도움을 주는 것은 분명하나 여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여야 한다.

첫째로 정상적인 뇌파가 나타난다 할지라도 그것이 뇌질환이 없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둘째로 뇌파검사상 이상이 없다고 하여 간질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즉 간질환자의 뇌파가 정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셋째 뇌파검사만으로 뇌의 병변이 종양인지 농양인지 또는 양성인지 악성인지 등을 예측할 수는 없다. 넷째로 뇌파가 간질을 진단하는 절대적인 기준은 될 수 없다. 다시 말해 여러 임상소견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1992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김주한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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