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뉴욕에 들어선 최첨단 천체관이 과학의 새 명소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뉴욕시가 2억1천만 달러를 들여 지난 2월 맨해튼 센트럴파크 서쪽의 아메리칸 자연사 박물관 옆에 세운 로즈센터가 그것이다. 독특한 건축 양식과 최첨단 가상현실 시뮬레이터를 보기 위해 몰려오는 인파로 개관 몇 달이 지난 지금도 이 센터에는 관람객들의 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
이 건물에 들어서면 마치 미래 도시에 와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10층 높이의 투명한 사각형 유리건물 속에 알루미늄으로 만든 지름 26m의 커다란 공이 공간을 가득 채운 특이한 모습을 하고 있다. 알루미늄 공의 위쪽 절반은 이 센터가 자랑하는 헤이든 플래네타리움(천체관)이다. 이 곳에서는 한꺼번에 4백29명의 관람객이 천정에 펼쳐진 돔 모양의 스크린을 보면서 거의 누운 자세로 3차원의 우주쇼를 즐길 수 있다.
헤이든 천체관은 현재 지구상에서 일반인들이 체험해볼 수 있는 가장 크고 강력한 가상현실 시뮬레이터로, 지금까지는 미국항공우주국이나 군사연구시설에서만 볼 수 있었던 것이다.
여러 천체관을 다녀보았지만, 로즈센터의 천체관처럼 우주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생생하게 보여준 곳은 없었다. 이 천체관이 개관과 함께 상영중인 우주 쇼 ‘패스포트 투 더 유니버스’는 지난 수십년 동안 인류가 우주를 탐사하고 관측하면서 축적한 우주의 모습을 슈퍼컴퓨터로 재현했다.
빅뱅부터 블랙홀까지 체험할 수 있어
영화가 시작되면 관람객들은 우선 우주를 탄생시킨 빅뱅이 어떤 사건이었는지 보게 되고, 이어 아카데미상을 두번 탄 톰 행크스의 안내에 따라 우주 여행에 나서게 된다. 그는 여행을 떠나기에 앞서 관람객들에게 깊게 심호흡을 하라고 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지금 마신 공기는 별의 깊숙한 곳에서 만들어졌다. 우리의 근육을 만든 탄소, 뼈의 성분인 칼슘, 혈액 속에 많은 철 등 무거운 원소들은 별의 내부에서 뜨거운 온도와 압력 속에 요리돼 만들어졌다. 칼 세이건이 말한대로 우리는 별 속에서 반죽된 것이다.”
이어 관람객들은 광속의 우주선을 탄 것처럼 목성과 그 위성들 사이를 날아 토성의 밑을 지나 환상적인 띠를 통과하면서 우주의 신비를 체험한다. 순식간에 태양계를 벗어난 관람객들은 근처의 별을 지나 3차원 입체 영상으로 만들어진 오리온 성운을 지나가면서 성운 속에서 아기 별들이 탄생하고 있는 광경을 직접 목격한다. 그리고는 우리은하를 벗어나 우주의 끝까지 가본 뒤에는 블랙홀에 거꾸로 빨려들어갔다가 웜홀로 빠져나오면서 30분만에 지구로 귀환한다. 블랙홀에 빠져들 때에는 의자까지 진동해 정말로 엄청난 중력에 의해 빠져드는 것 같다.
슈퍼컴퓨터를 통해 보는 우주의 실제 모습
그동안 나왔던 대부분의 우주쇼가 공상과학영화 같았던데 반해, 이 우주쇼는 허블우주망원경 등을 통해 발견된 최신 지식과 데이터 등을 근거로 아주 사실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특징이다. 제작진은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유럽우주국(ESA)에서 얻은 관측 자료 등 20억개의 별에 대한 통계적 데이터베이스를 갖고 슈퍼컴퓨터로 가상 우주를 만들었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입체적으로 가상의 우주를 만들기 위해 미국 슈퍼컴퓨팅 센터까지 제작에 참여했다.이 우주쇼의 제작 책임자인 제임스 슈바이처는 “천문학자들조차 우주를 이런 식으로 광범위하게 체험해본 적이 없다”며 “우리는 처음으로 우주의 과학적 모델을 만들어 관객들이 이를 체험할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알루미늄으로 만든 커다란 공의 아래 부분 절반은 ‘빅뱅홀’이다. 거대한 스크린과 레이저, 서라운드 음악 등을 통해 빅뱅이 과연 어떤 것이었는지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천체관과 빅뱅관 바깥의 공간은 ‘우주의 길’ ‘우주의 홀’ ‘우주의 규모’ ‘행성 지구 홀’ 등 다양한 전시 교육공간으로 꾸며져 있다. 우주의 길을 따라 걸으면 모래알에 불과했던 우주가 팽창하면서 지난 1백30억년 동안 어떻게 모습이 변화해 왔는지를 모니터와 터치스크린 등을 통해 볼 수 있다. 또 우주탄생 초기에 매시간마다 우주가 얼마나 팽창했는지 체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