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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컬러프린터의 세계 1천6백만가지 색상 표현

흑백 모니터가 컬러로 바뀌는 추세지만 컬러 프린터는 아직 낯설다. 기껏해야 설계사무소에서 도면을 그리는 펜플로터가 컬러출력의 대명사로 인식될 정도다. 그러나 이 분야에도 빠른 속도로 기술혁신이 이뤄지고 있다.

미국인 다니엘 코블리는 그의 저서 '색상의 이해(understanding colour)에서 "현채 우리는 색채의 세계속에서 살고 있으나, 아직 그 색채를 진정으로 느끼고 감동하면서 사는 사람은 몇명 되지 않는다"라고 쓰고 있다.

코블리의 말이 아니더라도 컴퓨터로 작업한 내용을 천연색으로 산뜻하게 출력하는 것이 단색으로 프린터하는 것보다 좋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그동안 국내에서는 컬러 프린터가 고가의 장비이며 사용상의 문제점이나 지원소프트웨어의 부족 등으로 인하여 사용자가 극히 제한됐던 것도 사실이다.

매킨토시(Macintosh) 기종 유저 가운데 일부는 맥(Mac, 매킨토시의 줄임말) 그 자체의 선명성 때문에 컬러 프린터를 사용하는 경우가 더러 있었지만, 국내 컴퓨터 사용자의 대다수를 점하고 있는 IBM PC 호환기종 사용자들은 이제 모니터가 흑백에서 컬러로 넘어가고 있는 단계다. 따라서 아직 출력단계에서의 컬러 프린터를 논하기에는 이른 시점이 아닌가 한다.

그러나 앞으로 몇년 이내에 우리 앞으로 다가올 컬러 프린터의 세계로 이제부터 부지런히 눈을 돌려야 할 것이다. 이 글에서는 컬러 프린터의 사용방식을 중심으로 컬러 프린터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하여 언급해 보기로 하겠다.

래스터방식이 일반화

컬러 프린터를 이해하려면 먼저 래스터(raster)와 백터(vector) 출력에 대한 개념을 이해해야 한다.

래스터 출력은 하나의 직선을 점의 집합으로 이루어 출력하는 방식으로 대부분의 프린터(plotter)라고 불리는 도면작성용 프린터중 정전기식 플로터와 잉크젯 플로터 등이 이러한 출력방식을 사용한다. 백터 출력은 직선을 그릴때 양끝점의 좌표를 정의해 점과 점 사이를 이어주는 방식으로 출력한다. 대부분의 펜(pen)플로터가 이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 두가지 출력은 각각 많은 차이점과 그들 고유의 장단점이 있으므로 어떤 방식이 더 좋은지는 잘라 말할 수 없으나, 현재 래스터 출력방식이 컬러 프린터에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컬러를 지원하는 프린터에서 사용되는 인쇄방법에는 도트매트릭스(dot matrix) 열전사(thermal wax transfer) 잉크젯(thermal inkjet) 형상변환(phase change) 잉크젯 염료분사방식 컬러레이저인쇄방식 펜플로터 정전인쇄방식 등이 있다.

먼저 도트매트릭스 인쇄방식을 살펴보면 이 프린터는 기존 도트매트릭스 프린터에 빨강 주황 파랑 남색 흑색 등 일곱가지 컬러 리본을 지원한다. 일본 세이코 엡슨사가 자사의 프린터를 지원하기 위하여 만든 ESP/P 프린터 제어코드의 컬러 그래픽 확장모드를 흔히 사용하여 인쇄한다.

국내에 가장 먼저 소개된 컬러 인쇄방식이지만 색상지원의 단조로움(일곱가지 색상만을 지원)으로 흑/백 프린터 전용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인쇄시의 소음과 느린 속도 그리고 1백80dpi(dot per inch)라는 저해상도가 이 방식의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현재 많은 국내외업체들이 이 방식을 이용한 프린터를 선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삼보컴퓨터의 LQ-2550H, 금성사의 PRT-3950, 현대전자의 피노비아(Pinovia) 2420k 등이 있다.

고해상도로 인기얻은 잉크젯
 

잉크젯 방식의 컬러프린터「페인터젯 XL-300」(휴렛팩커드)
 

최근 국내 프린터시장에서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는 잉크젯 인쇄방식은 카트리지 헤드(head) 전면에 있는 아주 작은 노즐을 이용하여 잉크를 종이에 분사하여 인쇄하는 방식으로, 저가이면서도 고품위의 출력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널리 쓰이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시판중인 컬러 잉크젯 프린터는 대부분 50개 이상의 노즐을 이용하여 3백dpi 이상의 고해상도를 지원하며, 빨강 노랑 파랑 검정의 네가지 잉크를 이용하여 1천6백만가지 이상의 색상을 자유자재로 지원한다. 또한 잉크의 질이 최근 들어 매우 향상되어 일반 복사용지를 사용하여도 거의 번지지 않을 만큼 놀라운 품질을 제공하고 있다.

시중에 나와있는 컬러지원 잉크젯 프린터는 삼성휴렛팩커드의 데스크젯(Desk Jet) 500C, 매킨토시용 데스크라이트(Desk Write) C, 페인트젯(Paint Jet) XL 300 등이 있으며, 현재 일본과 미주 지역에서 판매중인 일본 캐논사의 버블젯(Bubble Jet) 컬러버전도 조만간 국내에서 판매되리라고 본다.

열전사 인쇄방식은 필름위에 채색된 왁스가 색상별로(노랑 빨강 청색 검정) 한장씩 연결되어 있으며, 이 컬러 전사리본의 왁스를 녹여 인쇄용지에 붙이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한장을 인쇄하기 위해 3,4회 인쇄해야 하므로 많은 시간이 소요되며, 인쇄에 따르는 비용도 비싼 편이지만 선명한 인쇄가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히고 있다.

국내에는 경한시스템에서 수입 판매하고 있는 세이코의 CH-4140, 서통에서 수입 판매하고 있는 CAP-5500 등이 있다.

잉크젯 인쇄방식이 잉크가 액체상태로 담겨 있는 잉크카트리지의 가열판을 가열하여 잉크를 분사하는 방식인데 비해, 형상변화 잉크젯 인쇄방식은 특수하게 제조된 고체 잉크스틱에 열을 가하여 액체상태로 녹인 후 이 녹은 잉크를 분사하여 인쇄, 다시 굳히는 방식이다. 잉크젯 프린터와 마찬가지로 고해상도의 인쇄는 물론 무제한의 색상을 지원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으나 소모품이 비싸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제품으로는 명시스템이 미국 텍트로닉스사로 부터 수입 판매하고 있는 페이저(Phaser) III PXi 등이 있다.

염료분사 인쇄방식은 고체 염료를 순간적으로 기화시켜 종이에 흡착시키는 방법으로 고해상도를 지원하며, 부드러운 질감을 표현하는 것이 장점으로 의학용 장비로 많이 사용된다. 현재 세이코사의 CH-6140이라는 프린터가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다.
 

컬러프린터로 인쇄한 엔지니어링 도면(위)과 브리핑용 차트(아래)
 

컬러 재현기술 부족한 레이저 프린터

기존의 레이저프린터가 흑백만을 처리하여 주는데 반해 컬러 레이저 프린터는 잉크젯 인쇄방식에서 빨강 파랑 노랑 흑색잉크를 사용하듯이 이들 색상에 해당하는 컬러토너를 사용한다. 그러나 아직 컬러를 완벽히 재현하는 기술이 부족하고 비싼 가격으로 인해 시장이 활성화되어 있지는 않다.

펜 플로터는 기존 CAD/CAM(컴퓨터 이용 설계 및 생산)업체를 중심으로 많이 사용되던 장비로 A4 용지에서 A0 크기의 용지까지를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설계도면의 출력에는 이 이상의 출력물이 존재하지 않는 실정이다. 그러나 래스터 방식이 아니라 백터 방식으로 그림을 그리므로 속도가 느리며 펜 사용상의 문제점이 여전히 남아 있고, 색을 칠하는 데도 부족한 점이 있다.

정전인쇄방식이란 정전기를 이용하여 토너의 잉크를 종이에 흡착시키는 방식으로 3백dpi 이상의 고해상도를 지원하며 신속한 출력속도를 자랑하지만 정전기를 이용한다는 점 때문에 온도에 매우 민감하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현재 국내에는 외국산 정전기 플로터를 공급하는 회사들이 다수 있는데 이들이 제공하는 인쇄 해상도가 4백dpi 이상으로 출력의 질이 매우 좋은 상태다. 그리고 래스터 데이터의 입력이 가능해 설계도면을 직접 입력할 수 있다. 그러나 대당 1천만원 이상인 고가의 가격 때문에 사용자가 많지는 않으며, 많은 회사들이 외국업체의 대리점 형태로 이 제품을 취급하고 있다.

데이터압축이 관건

컬러출력이란 흑백출력에 비하여 매우 어려운 방식이다. 즉 기존의 흑백 래스터 출력에서는 흑과 백 단지 두개의 색상만을 출력하고 지원을 받기도 쉬웠다. 그러나 컬러의 단계에서는 표현하려는 색상을 프린터가 가지고 있는 리본 또는 잉크를 이용하여 적절히 배합하여야 하기 때문에 먼저 소프트웨어 자체에서 어떤 색상을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정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색상을 출력하려면 기존의 흑백 출력에 비하여 많은 데이터를 다루어야 하기 때문에 출력 효율의 향상을 필요로 한다.

컬러 프린터에서 색상을 지원하는 방법 중에는 TBC(Three-Bit Combination)라고 하여 CMY 즉 청색 빨강 노랑 세가지 색의 조합으로 색상을 표현하는 방법이 있으며, 컬러 팔레트라고 하여 각 색인 번호에 의하여 정의된 색상을 표현하는 방법 두가지가 있다.

이중 컬러 팔레트를 이용하는 편이 보다 자연스럽게 색상을 표현하는 방법이다. 이 경우 컬러 팔레트를 처리하는 기능이 프린터에 장착되어야 하기 때문에 가격이 비싸진다(이러한 기능은 모두 프린터에 내장되어 있다)., 현재 가장 저가의 컬러 프린터인 데스크젯 500C에서는 이 컬러 팔레트 대신 청색 빨강 노랑의 빛의 삼원색을 사용하여 색상을 표현한다.

컬러 프린터의 출력속도는 흑백출력에 비해 당연히 느리다. 프린터로 출력하는 모든 선과 원이 래스터 출력으로 이루어지는데, 흑백만을 지원할 경우 검정과 백색에 해당하는 두가지 데이터만을 가지고 있어 데이터의 양이 적지만 컬러인 경우는 각각의 데이터에 해당하는 색상의 값이 동시에 지원되어야 하므로 많은 양의 데이터가 저장되기 때문이다.

출력속도의 향상이 곧 프린터의 성능을 좌우하기 때문에 업체들은 그들 고유의 데이터 압축방식을 개발하고 있다.

잠재 고객층이 넓다

자연스러운 색상을 인쇄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이 분야는 현재 매우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색상을 다양하고 아름답게 표현하려면 출력물의 질, 출력비용, 인쇄용지의 개선 등이 필수적으로 전제되어야 한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출력에 드는 비용만을 먼저 따지는 경향이 많다. 그러나 국내외 컬러 프린터 시장을 보면 비용만이 아니라 다양한 요소들이 컬러 프린터의 선택조건이 되는 것을 알 수 있다.

먼저 애플사가 애플II를 발표한 이후 많은 컴퓨터가 회사로부터 가정으로 옮겨갔다. 현재 홈컴퓨터 및 랩톱 팜톱이 빠른 속도로 확산돼 개인이 가정에서 프린터를 사용하는 경향이 높아졌으며, 이중 대부분이 흑백 프린터를 사용하고 있다. 이들이 컬러 프린터의 잠재 고객이다. 이들이 현재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윈도우나 펜컴퓨터 등을 선호하고 있다는 점으로도 이 사실은 증명된다. 따라서 앞으로 컬러 프린터 시장은 무궁무진할 것이다.

또 현재 컬러 프린터 사용자는 대부분 컬러 스캐너를 기본으로 사용하며, 여기에 덧붙여서 팩시밀리와 같은 다기능 제품을 원하고 있다. 즉 입출력의 자동화와 통신망의 확대가 이루어져 종이(문서)가 필요없는 환경을 추구하려는 분위기다. 따라서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를 강렬하게 인쇄하는 기법이 가장 중요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고품위 인쇄는 단지 프린터의 속도 또는 출력물의 페이지당 비용을 따져서는 해결이 되지 않는다. 상대방에게 자신이 의도하려는 것이 과연 무엇인가를 정확하게 전달하지 못하면 미래 정보사회에서 낙오병이 된다. 글과 그림이 혼합된 문서의 사용, 출력의 다양성, 고품위 출력 등이 앞으로 정보사회를 이끌어 갈 것이다.
 

컬러스캐너. 그림이나 사진을 그대로 컴퓨터에 입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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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서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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