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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속에서 진주 찾는다

모방하고 뒤집어 생각하고 버린 물건 다시 보자

해열제의 대명사로 불리는 아스피린은 쓰레기 속에서 이 약의 원료인 안티피린을 찾아낸 한 물감회사 사장의 아이디어로 탄생했다.

발명가가 되려면 앞서 나온 다른 사람의 발명품을 관찰하고 분석해서 그 원리를 자신의 것으로 소화, 흡수할 줄도 알아야 한다. 이것을 차용법이라고 하는데 최근에 많이 이용되는 방법중의 하나다.

다른 사람의 발명을 차용한다는 것은 가장 신속한 방법으로서 그다지 많은 노력이 필요치 않은 장점이 있다. 그러나 너무 도가 지나치면 모방이지 발명이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산업분야에서는 남의 특허를 모방하는 것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남의 발명을 차용해서 새로운 발명을 하는 것은 장려하고 있다. 실용신안제도가 바로 그것이다. 이미 특허로 등록돼 있는 남의 기술이라도 이를 보다 좋게 개선하면 실용신안등록을 받아 10년간 독점권을 행사할 수 있다.

실용신안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는 굿이어(Goodyear)의 스펀지 고무 발명. 고무의 혁명으로 불리는 스펀지 고무는 다른 사람의 발명원리를 차용해서 만들어졌다.

어느날 점심시간에 일어난 일이다.

"이 빵 어때요?"

굿이어의 아내가 만든 빵은 그동안 먹어온 빵과 전혀 다른 것이었다. 딱딱한 것이 부드러워졌고, 작은 것이 부풀어 커져 있었다.

"어떻게 만들었길래 이렇게 된거요?"

"베이킹 파우더라는 발포제를 넣었을 뿐이에요. 그런데 이 방법이 특허를 받았대요."

순간 굿이어는 부드럽고 부풀어오른 스펀지 고무를 생각했다.

'불가능할 것도 없지!'

굿이어는 발포제를 고무액에 넣어 열을 가해 보았다. 실험기간은 3개월. 성공이었다. 특허로 등록된 것은 당연한 결과.

한편 굿이어의 스펀지 고무 발명이 발포제 사용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발포제를 이용한 발명이 줄을 이었다. 독일의 비닐 제조업자는 합성수지의 제조공정 중 공기를 불어넣는 기술을 발명했는데 이것이 바로 여자들이 생리혈(生理血)을 막기위해 거즈대신에 사용하는 몰트 플레인이다.

또 아이스크림에 이 특성을 차용한 것이 소프트 아이스크림이고, 콘크리트에 차용한 것은 가스 콘크리트다. 가스 콘크리트는 가볍고 강하므로 용도가 배우 다양하다. 특히 기포가 형성돼 있기 때문에 방음에도 단연 효과적이어서 지하철 벽이나 방송국 등에 많이 사용되고 있다.

'마네'라는 말은 일본어로 모방이라는 뜻으로서, 마쓰시다(松下)라는 기업에는 남의 모방을 잘한다는 것을 빗대 '마네시타'란 별명이 붙기도 했다. 마쓰시타는 쌍소켓 발명하나로 세워진 이래 오늘날 세계 10대 기업중의 하나로 군림하고 있다. 발명만을 하는 연구소에 1천명 이상의 연구원이 있는 대기업이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천재적인 모방은 남의 발명을 차용한 발명'이라는 지론에서 성장한 기업이다.

따라서 새로운 발명을 위해 남의 발명을 차용하는 것은 할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해도된다. 그렇다해도 원 발명자의 발명을 침해해서는 안된다. 여기서 침해의 범위는 특허법에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발명가로 성공하려면 특허권에 관한 책을 한권쯤 필독해 두는 것도 잊어서는 안되겠다.
 

손발 역할 뒤집은 자전거
 

역전의 발상은 일본의 발명가들이 가장 애용하는 아이디어 창출법이기도 하다. 사진은 발가락 양말
 

발명대국으로 불리는 일본의 발명가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아이디어 창출법으로 꼽는 것은 역전의 발상이다. 즉 모양 크기 성질 방향 용도 등 무엇이든 반대로 생각해 보는 것이다. 국민학교 시절에 배웠던 '반대말 대기 게임'을 생각해보면 의외로 큰 힘이 될 것이다.

세계 최초로 손으로 전 · 후진하고, 발로 방향을 조정하는 세발자전거를 발명한 우리나라의 발명가 오명근씨는 이 방법으로 가장 크게 성공을 거둔 예라고 할 수 있다. 일본에서는 이와 비슷한 예로 공중에서 도는 팽이가 발명돼 수천만개가 팔렸다고 한다. 팽이는 지금까지 바닥에서만 돌릴 수 있었다. 그런데 새로 발명된 팽이는 축을 자석으로 만들고, 실로 매단 쇠고리에 축을 흡착시키면 공중에서 마찰도 적게 돌아가도록 만들어 졌다.

주위를 살펴보면 이같이 익살스럽고 흥미있는 발명이 의외로 많다. 벙어리장갑은 양말에서 비롯된 발명이고, 다섯 발가락을 분리한 양말은 장갑에서 비롯된 발명이다.

현대인은 보다 새로운 물건을 원하고 있다. 따라서 기상천외한 생각이 발명으로 성공하기도 한다. 한 예로 요즘 인형공장은 큰 동물은 작게 만들고, 작은 동물은 크게 만들고 있다. 일본에서는 대기업들까지 이 방법을 도입, 활용하고 있다. 마쓰시다산업이 도입한 공장용의 긴 선상 콘센트가 그 좋은 예다.

공장에서 기계들에 배선을 한다든지, 조명기구를 설치할 때 전원이 고정되어 있으면 전선을 사방으로 깔아 배선해야 하는 불편이 있고, 또 혼선으로 외관이 지저분해진다. 그래서 이 회사는 콘센트를 긴 선으로 만들어 천정에 붙여놓고 어디서나 전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서 불편과 미관상의 문제를 동시에 해결했다. 이 긴 콘센트는 지금 전세계의 공장에서 사용돼 생산성 향상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이것은 짧은 콘센트를 반대로 아주 길게 하는 역발상으로 효과를 극대화시킨 것이다.

반대로 해서 더 좋아질 물건이 없는지 우리의 주변부터 살펴보자. 반드시 남보다 한발 앞서야 성공할 수 있다. 최근에는 반대방향으로 바늘이 도는 시계가 유행하고, 예전에는 작았던 여자들의 귀걸이가 점점 커지고 있다.
 

아이디어 창출은 기존의 것들의 용도가 바뀌기도 한다. 사진은 음악이 흘러나오는 팽이
 

폐품이용 발명으로 경제부국원 일본

폐기물(폐품)을 개선해서 이용하는 것도 발명이다. 세상에는 똑같은 물건이라도 그냥 버리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그 물건을 돈을 주고 사들여 유익하게 쓰는 사람도 있다. 또 이같은 현상은 사람들뿐만 아니라 국가와 국가 사이에도 있다.

세계 제2차 대전에 패배한 일본은 전쟁직후 한마디로 알거지였다. 그러나 그로부터 47년이 지난 오늘의 일본은 세계 제일의 경제대국이 됐다. 일본 어느 곳을 가도 47년전 패망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 그러면 오늘의 일본이 있게 한 원동력은 무엇인가?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발명의 힘이다. 그중에서도 폐기물을 이용한 발명은 전쟁후 일본이 오늘의 기반을 마련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한 예를 들어보자. 일본도 우리나라처럼 지하자원이 부족하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석유 폐기물인 타르(Tar)에서 아닐린(Aniline)을 뽑아내는 것이었고 이것으로 화학 및 의약산업을 일으켰다. 개인의 경우에도 폐기물을 이용해 성공한 사례가 적지않다. 이시가와는 버린 가죽 조각으로 골무를 만들어 '세계적인 골무왕'으로 불리게 됐으며, 마치다는 버려진 제재소 톱을 얼음톱으로 개조하여 일본 제일의 제빙공장을 세우기도 했다.

해열제의 대명사로 불리는 세계적인 제약회사 바이엘의 아스피린도 폐기물에서 만들어 졌다.

1883년의 일이다. 칼 도이스베르그는 바이엘 에르버펠트라는 물감회사를 설립했다. 청운의 꿈을 안고 설립했던 회사였던 만큼 칼을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했다.

그러던 어느 날, 무심코 신문을 뒤적거리던 칼은 신문 한 귀퉁이에서 눈이 번쩍 뜨이는 기사를 발견했다. 기사의 요점은 안티피린이라는 해열제가 발명됐다는 것이었다. 순간 칼의 머리를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가만있자. 우리 공장 뜰에 쌓인 폐기물의 성분과 안티피린 원료의 성분이 매우 흡사한데…. 그렇다면 그 폐기물로 새로운 약품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칼의 생각은 적중했다. 회사내의 연구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연구에 몰두한 결과 마침내 안티피린보다 성능이 뛰어난 해열제를 만들어내게 됐다. 칼은 완성된 약품을 페나세틴이나 아스피린이라는 이름으로 특허를 출원하고 본격적인 생산에 착수했다. 아스피린은 그 뛰어난 효과 때문에 광고 하나 없이도 세계시장을 지배할 수 있었다.

폐기물을 이용한 발명의 방법처럼 쉬운 방법도 드물다. 폐기물은 어떤 형태로든 고유의 형태와 기능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창작이 아닌 개선만으로 그 목적(발명)을 달성할 수 있다. 그러나 폐기물의 활용에는 두뇌전환이 필요하다. 그 폐기물의 성질 또는 기능을 파악하고, 아무리 하찮은 내용도 그냥 지나쳐 버리는 실수를 범해서는 안된다.

여기에 ▲더할 것은 없는가? ▲뺄 것은 없는가? ▲모양을 바꿔볼 필요성은 없는가? ▲용도를 바꿔볼 필요성은 있는가? ▲좀더 크게해 보거나 작게 해 볼 필요성은 없는가 등등 가능한 한 여러 각도에서 연구해야 한다. 폐기물을 잘 활용하면 세상도 깨끗해지고, 생각지도 않았던 큰 발명으로 돈과 명예도 얻을 수 있다. 우선 집안에서 버리려고 내놓은 물건부터 한번 살펴보자. 그 안에서 발명의 진주를 얻을 수도 있으니까.
 

세계인의 만병통치약인 아스피린. 물감 쓰레기에서 이 약품의 원료를 찾아낼 수 있다는 생각은 아무도 갖지 못했다.
 

1992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왕연중 홍보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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