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행성
금성
저녁 황혼속으로 사라져 보이지 않는다.
화성
양자리에서 황소자리로 움직이며 밝기는 1등급이다. 이달 하순경에는 히아데스 성단과 플레이아데스 성단 사이에 놓이게 된다.
목성
여전히 사자자리에 위차하며 밝기는 -1.3등급이다.
토성
0.5등급의 밝기로 염소자리에서 찾을 수 있다.
7월로 들어서면서 밤하늘은 여름의 소리로 가득 차게 된다. 귀뚜라미 매미 그리고 밤새들이 하늘로부터 울려퍼지는 별들의 노랫소리에 그들의 화음을 보탠다. 여름의 밤은 하늘의 아름다움에 자연의 음악이 보태지는 한편의 멋진 드라마다.
구름 없는 까만 하늘엔 은가루를 뿌려 놓은 듯한 작은 별들이 은하수가 되어 길게 흐르고, 그 사이 사이엔 밝은 별들이 서로의 아름다움을 한껏 자랑하며 환한 미소로 우리를 부르고 있다. 별들 아래에 서면 한 낮의 폭염마저도 까마득한 기억으로 잊혀지게 된다.
별들의 늪
여름 밤 별들의 세계는 하늘을 가로지르는 은하수에 의해 압도된다. 특히 남쪽 하늘이 터진 곳에 있는 사람이라면 지평선 바로 위쪽으로 은하수가 뭉쳐져서 환하게 불이 켜져있는 것 같은 하늘을 보고 놀라게 될 것이다. 그곳이 바로 황도 12궁 중 아홉번째에 해당하는 반인반마(半人半馬)의 사수자리(궁수자리라고도 한다)가 있는 곳이다. 사수자리는 은하수의 중심부분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별들의 늪'이라고 느낄 정도로 많은 별들이 모여 있다.
사수자리는 남쪽 하늘 낮은 곳에 자리하고 있어서 우리나라를 포함한 북반구 관측자들에게 결코 친숙한 별자리는 아니다. 그러나 한여름의 아름다운 별밤에서 그것보다 더 찾아보기 쉬운 별자리도 없다. 남쪽 지평선 위로 전갈자리의 붉은 1등성 안타레스(Antares, 화성의 라이벌)가 보이고 그 동쪽으로 멀지 않은 곳에 찻주전자 모양을 한 별무리가 전갈 꼬리의 굴곡 속으로 하늘의 차를 흘려 보내는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별자리의 전반적인 모습은 커다란 주전자의 모습을 하고 있다. 서양에서 는 이 부분을 가리켜 찻주전자(Teapot)라고 부르고 있다. 주전자의 앞부분에 보이는 밝은 은하수의 별들로 인해 그 모습은 마치 물이 끊는 주전자에서 김이 새어 나오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키게 한다. 옛사람들은 이 별무리 속에서 활을 들고 있는 켄타우르(Centaur)를 상상했다.
그러면 이 별자리에서 어떻게 반인반마의 사수(射手)를 연상할 수 있을까. 활을 나타내는 곡선과 그 사이에 놓인 화살만이 그럴듯 할 뿐 켄타우르의 모습은 찾을 수 없다. 그러나 하늘의 별을 바라보는 것은 사람들을 무궁무진한 상상의 세계로 인도한다. 실제 신화 속의 그림과 별들을 연결짓는 것은 매우 어렵지만 일단 이 별자리를 사수자리로 보게 되면 결코 다시는 그 모습을 잊지 않을 것이다.
여기서 주목할 모습은 주전자의 좌측 별들이 만드는 작은 국자 모양의 남두육성(南斗六星)이다. 이 별들은 북두칠성과 비슷한 모습으로 서양에서는 우유국자(Milk Dipper)라고 한다. 찻주전자의 입에 해당하는 곳을 동양에서 키별이라고 부른다. 키라는 것은 시골에서 쌀이나 보리 등의 껍질을 벗길 때 쓰는 커다란 쓰레받기 모양을 한 기구인데, 도시의 사람들에게는 약간 낯선 물건일 것이다. 하지만 키별 속에서 그 기구를 상상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불명의 켄타우르
사수자리는 하늘에 있는 두 명의 켄타우르 중 하나로, 우리나라의 하늘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유일한 켄타우르이다. 사수자리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불명의 켄타우르인 키론(Chiron)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키론은 다소 난폭한 그의 종족들 중에서 가장 온화하고 현명하다고 알려졌다. 그는 아폴로(Apollo, 태양신)와 다이아나(Diana, 달의 여신)로 부터 극진한 사랑을 받았고 스승들로부터 많은 지식을 전해 받았다.
그는 학문과 무술이 몹시 뛰어난 그리스 젊은 영웅들의 스승이 되었으며 거의 신의 경지에 도달한 자였다고 한다. 그는 아르고호를 타고 황금양피를 찾아 나선 제자들을 위해 자신의 모습을 하늘의 별로 만들고 어두운 밤 그들의 항해를 안내했다고 한다. 그것이 바로 사수자리다.
그는 뛰어난 교육자로 명성을 얻기도 했으며 천구상에 별자리를 만들어 영구히 사람들의 지표가 되게도 했다. 훗날 키론은 헤라클레스가 쏜 독화살에 상처를 입고 그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불사의 몸을 포기했다고 한다. 죽음 순간 제우스신은 그를 하늘에 올려 별자리로 만들어 주었다.
하지만 그가 해놓은 별자리 정리가 얼마나 훌륭했던지 그를 밝은 별자리로 만들려고 했을 때 공간이 없었을 정도였다. 제우스는 결국 그를 잘 보이지 않는 남쪽 하늘에 올려 놓을 수 밖에 없었는데 그것이 바로 하늘의 또다른 켄타우르인 켄타우루스자리(Centaurus)이다. 켄타우르의 모습과 그가 하늘에 올려진 신화는 단조로운 찻주전자에 비해 훨씬 낭만적이다.
사수자리의 별들 가운데 상당수는 사수의 모양에서 그 이름을 따 왔다. 카우스(Kaus)는 '활'을 뜻하는데 북쪽 활별과 남쪽 활별이 있다. 나슬(Nasl)은 '뾰족한 끝'을 의미하는데 사수의 당겨진 화살 끝에 있다. 아스켈라(Ascella)는 사수의 '겨드랑이'다. 이 이름들로 어렴풋하게나마 활을 쏘는 모습의 사수를 상상해 보기 바란다.
사수자리는 태양이 천구를 일주하는 과정에서 통과하는 12별자리(황도 12궁) 중의 하나이다. 태양은 매년 12월 17일에서 1월 20일 사이에 이곳에 머무른다. 태양의 최남단회귀점(태양이 천구상에서 남쪽으로 움직이다 다시 북쪽으로 방향을 바꾸는 지점)이 이곳에 있다. 이 회귀점은 사수자리의 별들속에 있는데 태양이 그곳에 머무는 때가 바로 동지(冬至, winter solstice)이다. 이달 동안 태양은 사수자리로부터 천구를 거의 반바퀴 돌아 쌍둥이 자리 속에 있을 것이다.
태양은 은하수로 알려진 거대한 나선 은하의 1천억 개 별들 중하나일 뿐이다. 우리가 은하의 평평한 원반 방향의 공간 속으로 눈을 돌린다면 수십억 개의 별들로부터 오는 희미한 빛의 여울을 보게 된다. 여름밤 이 흩어진 빛의 엷은 띠는 머리 위를 가로질러 북쪽에서 남쪽 지평선으로 아치를 만든다. 이것은 먼 옛날 그 진정한 정체를 알지 못했던 때부터 서양에서는 Milky Way로 불려졌다. 은하를 뜻하는 Galaxy도 '우유'를 의미하는 그리스어 'gala'에서 유래한 말이다. 1609~1610년 겨울 갈릴레이는 망원경을 통해 이 우유가 흐르는 강이 눈으로 셀 수 있는 것보다, 또는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별들임을 발견하게 되었다.
사수자리 근처의 은하수가 특별히 밝게 보이는 이유는 우리은하의 중심이 이곳에 있기 때문이다. 은하 중심의 정확한 위치는 주전자의 입에 해당하는 감마(γ)별의 북서쪽으로 약 4 (도) 떨어진 곳-경(RA) 17h 40m, 적위(Dec) -29 , 거리는 3만 광년-이다. 찻주전자의 입근처에 보이는 밝은 성운들을 바라볼 때 우리는 은하의 핵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 된다. 물론 실제 그 중심은 어둠 속에 가려져 보이지는 않지만 그 방향은 정확하다.
하늘의 다른 어떤 곳도 사수자리 근처의 은하수보다 더 화려한 곳은 없다. 그러나 우리 은하의 실제 중심은 광학 망원경으로보다는 전파 망원경을 통해 더 잘 관찰할 수 있다. 은하 면에 있는 짙은 우주 먼지와 가스의 구름으로 인해 중심 부분에 대한 우리의 시야는 거의 완전히 방해받고 있다. 전파망원경은 우리은하의 중심에서 나오는 강력한 전파에너지원을 찾아냈다. 그 근원은 매우 작은데 심지어 태양계보다도 더 작은 것으로 밝혀졌다. 상당수의 과학자들은 그것을 거대한 블랙홀로 이야기하고 있다.
사수자리 근처의 하늘은 온 하늘에서 가장 화려한 곳으로 별을 보는 사람에게는 가장 좋은 사냥터이다. 성운 성단을 정리한 메시에 목록의 대상물 밀도는 찻주전자의 북쪽에서 하늘의 다른 어떤 지역보다도 높게 나타난다. 가스의 거대한 구름인 흩어진 성운과 산개 성단들, 그리고 매우 멀리 있는 구상성단들의 전체적인 흐름은 찻주전자의 주둥이에서 수증기가 올라오는 것처럼 보인다. 이들은 '이달의 주요 관측대상'에서 집중적으로 알아보기로 하자. 이곳을 볼 때마다 대부분의 별 관측자들은 훨씬 남쪽 지방에 살고 있다면 얼마나 행운일까 하는 생각을 한번은 할 것이다. 그만큼 이곳은 별보는 사람들에게 가장 멋진 보고인 것이다. 이 놀라운 대상들의 정체를 밝혀 낸 것은 사진의 발명과 그것을 망원경에 적용시켰기 때문이다. 망원경은 사람이 볼 수 있는 영역을 확대시켜 주고 사진은 지각(知覺) 시간을 늘려 준다. 이 두가지는 성운의 희미한 빛을 더 많이, 더 오래도록 우리의 인식 속에 기록한다.
사수자리 근처는 신성이 자주 출현하는 곳이기도 하다. 신성과 초신성은 대개가 은하수를 따라 나타난다. 신성과 초신성이 될 가능성이 있는 후보들이 은하면을 따라 훨씬 더 많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거대한 밝기로 인해 우리는 수천 광년의 먼 거리에서 이 현상을 볼 수 있다.
자, 무더운 여름, 은하수의 시원한 물줄기 속에서 멋진 피서를 보내기 바란다. 마음속에 별을 바라볼 수 있는 작은 여유가 있다면 결코 견디기 힘든 더위는 아닐 것이다.
이달의 별/남두육성(南斗六星)
사수자리의 동쪽을 자세히 보면 북두칠성을 축소해 놓은 것같은 여섯개의 별들이 국자 모양으로 놓여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양에서는 옛부터 이 별들을 가르켜 북두칠성과 대칭되는 남두육성으로 불렀다. 북두칠성이 죽음(死)을 결정하는 불길한 별이었던데 반해 남두육성은 탄생(生)을 결정하는 행운의 별이 있다. 전설 속에서 사람이 태어나면 북두의 신선과 남두의 신선이 바둑을 두어 그 사람의 수명을 결정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남두육성중 가장 밝은 별인 사수자리 시그마(σ)별은 눈키(Nunki)라는 이름으로 불려지고 있다. 그 뜻은 '바다의 시작을 알리는 별'이란 의미로 이 별이 뜨고 나면 그 뒤로 올라오게 되는 물의 별자리들(염소자리, 물병자리, 물고기자리, 고래자리, 남쪽 물고기자리, 에리다누스자리)의 출현을 예고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동양의 여러별 목록에서 이 별은 사원이나 '신성한 성지'로 불려졌다. 눈키는 2. 2등급의 밝기이며 거리는 대략 3백광년정도다.
이달의 주요 관측 대상-사수자리의 성운·성단
1. 삼열성운(Trifid Nebula, M2O, NGC6514, RA 18h 02m, Dec -23˚02')
삼엽(三葉)성운으로도 불리며 1747년 레겐틸(Legentil)이 최초로 발견했으며 1764년 메시에에 의해 재발견돼 목록에 추가됐다. 처음에는 희미한 성단으로 알려졌으나 후에 성운으로 밝혀졌으며 존 허셀(J, Herschel)에 의해 'Trifid'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밝기는 9등급이며 붉은 발광 성운을 세줄기의 암흑성운이 가로 막고 있다.
2. 석호성운(Lagoon Nebula, M 8, NGC 6523, RA 18h 04m, Dec -23˚23')
가장 큰 성운 중의 하나로 날씨가 좋은 날이면 맨눈으로도 관측이 가능하다. 성운의 중심을 가로지르는 어두운 가스와 먼지의 만(灣)에서 석호 성운이라는 이름을 따 왔다. 이 어두운 모래톱은 별들이 형성되는 모습일 것이다. 이 성운은 지구에서 수천광년의 거리에 있으며 그 지름은 수십 광년 정도이다.
3. 오메가 성운(Omega Nebula, Ml7, NGC 6618, RA 18h 21m, Dec -16˚11')
백조성운이라고도 불리며 그 옆에 성단을 가지고 있다. 작은 망원경에 나타나는 이 빛의 얼룩은 어렴풋이 헤엄치는 백조의 모습처럼 보인다. U자형의 모양 때문에 오메가(Ω)나 말굽으로 불린다. 거리는 정확하지는 않으나 수천 광년 정도로 생각되고 있다.
4. 사수자리성단(M 24, NGC 6603, RA 18h 18m, Dec -18˚30')
작은 영역 속에 1백만 개 이상의 별들이 모여 있다. 쌍안경을 이용하여 관측하기에 아주 좋은 대상이다.
5. M 18(NGC 6613, RA 18h 20m, Dec -17˚08') 7등급의 산개성단, 쌍안경으로 보면 M 17과 한 시야에 보인다.
6. M 25(IC 4725, RA 18h 32m, Ded -19˚15') 5등급의 산개성단,
7. M 22(NGC 6656, RA 18h 36m, Dec -23˚54') 5등급 정도의 구상성단으로 쌍안경으로 관측하기 좋은 대상이다.
8. M 54(NGC 6715, RA 18h 55m, Dec -30˚29') 8등급의 구상성단.
9. M 55(NGC 6809, RA 19h 40m, Dec -30˚58') 8등급의 구상성단.
10. M 75(NGC 6864, RA 20h 06m, Dec -21˚55') 9등급의 구상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