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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균 감염을 막는 1차 방어선
때를 만드는 주범은 공기 중의 미세먼지다. 지름 10㎛(마이크로미터, 100만 분의 1m)이하로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다. 이 먼지가 무생물 위에 쌓이면 그냥 먼지지만, 사람의 피부와 만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피부 표면을 덮고 있는 상피세포가 수명을 다하면 수분을 잃고 말라서 단단해진다. 이를 각질화라고 하는데, 건조한 겨울날 피부에 보이는 허연 물질이 바로 각질이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새로 생긴 상피 세포가 죽은 세포를 밀어내면서 몸에서 분리된다. 하지만 습기가 부족
해 지나치게 건조해지면 새로운 상피 세포보다 각질이 많이 생겨 피부 겉면이 각질이 남아 하얗게 일어난다.
때는 각질과 미세먼지가 섞여서 생긴다. 물론 두 물질이 섞이기 위해서는 또 하나의 물질이 필요하다. 바로 피지와 땀이다. 피부 표면 상피세포층 아래에는 피부기름샘인 피지선과 땀샘이 존재한다. 피지선에서 나오는 분비물 피지는 중성 지방, 왁스 에스테르, 콜레스테롤 등 지용성 물질로 이루어져 있다. 땀은 땀샘에서 나오며 피지와 반대로 물과 염화나트륨, 요소, 젖산, 암모니아 등 수용성 물질의 혼합물이다. 피지와 땀이 미세먼지, 각질과 밀가루 반죽되듯이 섞인 것이 바로 ‘때’다.
재미있는 것은 각종 먼지와 섞여 더럽게 여겨지는 때가 피부 건강을 지켜주고 있다는 점이다. 각질층에는 세균도 있지만 세균을 막아주는 각종 항생물질이 함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항생물질 뿐만 아니라 세균도 피부 건강을 지켜준다는 연구도 있었다.
지난해 야스민 벨카이드 미국 국립알레르기 및 전염병연구소 연구원은 피부에 세균이 없는 무균 쥐와 보통 쥐에게 피부병을 일으키는 기생충을 넣어 면역반응을 살폈다. 그 결과, 표피포도상구균이 있는 일반 쥐는 면역 반응이 정상적으로 일어나 염증이 적게 일어났다. 연구진은 “피부 미생물이 면역세포의 신호전달 과정을 미세하게 조절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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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균과 때가 합쳐져 나타나는 우스운 상황
그렇다고 때와 세균이 피부 보호에 만능인 것일까. 피지와 땀, 각질은 지방, 단백질 등 다양한 영양 성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세균이 늘어나 활동이 활발해지면 이 물질들이 지방산, 암모니아, 황화수소 등 강한 냄새가 나는 물질로 분해되면서 악취가 난다.
만약 주변 환경이 빛이 잘 안 들고 축축하다면 금상첨화다. 딱 생각나는 곳이 하나 있다. 배꼽 때다. 평소 목욕하고 배꼽을 씻는 것에 특별히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면, 지금 당장 배꼽 속을 확인하는 것은 말리고 싶다. 감당할 수 없이 찐득한 때와 고약한 냄새가 맞이할 것이다. 어릴 적 경험에서 우러나온 진심이다.
목욕 이야기가 나왔으니 욕실로 시선을 돌려보자. 주말마다 꾸준히 청소를 해도 항상 다시 생기는 것이 있다. 도자기로 만들어진 세면대(혹은 욕조)표면에 찰싹 달라붙어 있는 정체불명의 물질. 보통은 색 없이 묻어(?) 있지만 경우에 따라 붉은 색을 띠는 경우도 있다. 곰팡이는 아닌 것 같은데 정체를 알 수 없는 이 물질은 바로 ‘비누 때’다. 비누와 물에 들어있는 칼슘, 마그네슘 같은 금속이온이 결합해 생긴다. 여기에 덤으로 세수를 하고, 샤워를 하는 과정에서 피부에서 떨어져 나온 각질까지 달라 붙기도 한다. 물에 녹지 않는 불용성이기 때문에 쉽게 닦이지 않아 수세미로 벅벅 문질러야 해 욕실 청소
담당이 질색하며 싫어하는 존재다.
비누 때는 하얗기 때문에 무신경한 사람들은 눈에 잘 보이지만 않으면 괜찮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비누 때가 때로는 색을 보일 때가 있다. 욕실에서 흔히 보는 검은 때와 붉은 때다. 이것이 색을 띄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세균의 색이다. 욕실에는 메틸영양체(Methylobacterium), 슈도모나스 속(Psuedomonas), 산토모나스 속(Xanthomonas), 코리네박테륨(Corynebacterium), 간균 (Bacillus) 등 수없이 많은 세균이 존재해 통칭 ‘잡균’이라고 부른다. 이 중 방수를 위해 빈틈을 메우는 실리콘에서 잘 보이는 검은색 반점은 흑국균(Aspergillus niger)이다. 붉은색을 띠는 때는 세라티아 마르세센스(Serratia marcescens)다. 피부 각질 등 유기물에 번식하며 수가 많아지면서 붉은색을 띤다.
욕실 때에 색이 생기는 또 다른 이유는 욕실에 사용하는 물질 때문이다. 수도관이 오래돼 생긴 녹 때문에 철분이 침전되거나, 세정제를 사용하고 제대로 씻어내지 않으면 산화돼 붉게 변한다. 그렇다면 욕실 청소는 어떻게 하는 것이 효과적일까. 유인기 LG생활건강 수석연구원은 “환기를 잘 시키는 등 안전 수칙만 지킨다면 욕실 곰팡이를 제거하는데 가장 강력하고 효과적인 수단은 락스”라고 답하며 “비누 때 성
분은 산성에 의해 쉽게 제거할 수 있기 때문에 유기산이 많이 들어있는 감자나 식초, 레몬도 유용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때는 사실 알고 보면 매우 단순하다. 몸에서 나오는 분비물의 일종이며, 결국 떨어져 나갈 물질이다. 미세먼지나 사람이 사용하는 비누와 결합해 ‘꼬질꼬질’하게 만들어져 불쾌한 상황을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완전히 없애자고 과거 부모님처럼 벅벅 밀어버리다가는 큰코 다칠 지
도 모른다. 언젠가는 돼지 껍데기 콜라겐 팩, 오이 팩, 화산재 팩 등처럼 ‘때 팩’이 나오는 날도 있지 않을까. 그렇다고 욕실에 남아있는 물때를 남겨둘 생각은 안하는 게 좋겠다. 보기도 흉하고, 미끄러져 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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