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보다 피지분비량이 적은 한국인의 경우 피부의 건조화와 민감화는 필연적이다. 이런 문제점을 화장품으로 보완하려면···
동서양을 막론하고 대부분의 여성들은 아름다움으로 자신의 존재가치를 인정받으려고 한다. 경제적 사회적 신분에 관계없이 미에 대한 추구는 여성 특유의 원천적 욕구일지도 모른다. 따라서 피부를 보호해주고 새로운 미를 창출해주는 화장품이 여성에게 없어서는 안될 생활필수품이 되는 것이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된다.
여성과 화장은 이렇듯 불가분의 관계에 있지만 자신의 피부에 대한 적절한 미용지식을 갖추지 못하면 아름다움을 유지하는데 어려움이 따른다.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 바르는 화장품이 자신의 피부에 오히려 적이 될 수도 있으며, 잘못된 상식은 피부를 망치기도 한다.
현재 우리 사회에 뿌리깊게 만연되고 있는 외제선호사상에 편승한 외국 화장품의 남용은 특히 많은 문제를 야기한다. 장기간 사용시 피부에 스트레스를 축적시킴으로써 피부의 노화를 가속시키는 등 원치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피부는 우리 몸에서 가장 표면적이 큰 곳이며 또한 전체 혈액의 3분의 1을 받고있는 곳이다. 흔히 성인의 피부세포면적은 2㎡정도이고 평균두께가 2.97±0.28mm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피부는 체외의 외부환경과 체내의 장기 사이에서 방어기능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즉 외부의 물리화학적 자극과 미생물의 침입으로부터 체내의 장기들을 보호해준다.
수분량이 떨어지면···
피부의 방어기능은 피부의 가장 바깥쪽에 존재하는 20여층으로 이뤄진 각질층이 주로 수행하고 있으며 피부의 지방막이 보조적으로 도와주고 있다. 피부가 유연성과 탄력성을 지니면서 방어기능을 제대로 발휘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수분(水分)과 유분(油分)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정상인의 경우 각질층의 수분량은 10~30% 정도이며 수분량이 10% 이하가 되면 피부는 건조해져서 탄력성을 잃는다. 심하면 피부가 갈라지게 되며 방어기능도 손상받게 된다.
이러한 피부의 방어기능은 일광 피부표면의 상태 온도 풍습 등의 환경인자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는다. 피부는 본능적으로 스스로 부족한 생리기능을 보충하려 한다. 또 지나친 것은 절제하려 한다. 즉 항상성(恒常性)을 유지하려 애쓰고 있다. 이렇게 피부 스스로가 이겨낼 수 있는 정도의 외부 자극은 괜찮지만, 자체 조절능력의 한계를 벗어나면 뭔가 문제가 발생한다. 예컨대 자외선과 같은 외부자극에 계속 노출되면 피부가 스트레스를 받고 피로해져 궁극적으로 피부 자체가 해를 입게 되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농부나 어부의 적동색 피부색과 깊게 골이 파인 주름은 외부로부터 받은 자극의 영향을 여실히 보여주는 결과다. 피부의 항상성 유지능력은 개인별 부위별 차이가 매우 크며, 또한 나이가 들수록 점점 기능이 떨어지므로 보조수단인 화장품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물 지질 그리고 방어성분으로 이뤄진 피부에 대해 이와 비슷한 구성을 지닌 화장품이 떨어진 기능을 보완해 줌으로써 피부노화를 지연시키는 것이다.
햇빛에 강한 흑인
백인 흑인 황인종은 색소량, 털의 분포 및 형태 등의 외관적 차이를 명백하게 보인다. 기후와 생활환경의 차이에 의해 피지선 그리고 땀샘의 분포와 활성도가 각기 다르다.
특히 인종마다 검은피부색소인 멜라닌(melanin)량의 차이가 현저하다. 또 흑인은 백인보다 33배나 햇빛에 대한 저항성이 크다. 미국의 식품의약국(FDA)이 자체적으로 작성한 분류표는 빛에 대한 감수성에 따라 피부유형을 6가지로 나누고 있다. 여기서 가장 예민한 유형을 I로 분류하고, 가장 둔감한 유형을 VI으로 구분했다. 따라서 백인은 주로 I II III, 동양인은 IV V, 흑인은 VI유형에 속한다. 백인은 빛에 대한 민감도가 가장 커서 햇빛을 쬐면 쉽게 화상을 입지만 검게 타는 법은 거의 없다. 반면 흑인은 좀처럼 화상을 입지 않는다. 동양인은 그 중간정도의 광(光)반응도를 나타낸다.
또 흑인은 백인에 비해 각화세포(角化細胞, keratinocyte)의 수가 많아 각질층이 두껍다. 아울러 각화세포의 밀도도 높아 외부자극에 대해 상대적으로 둔감한 편이다. 그런데 각질층의 두께는 햇빛의 반복조사에 의해 두꺼워지기도 한다.
털의 형태 크기 단면의 모양 길이 등도 인종 및 개인에 따라 차이가 많이 난다. 황인종은 주로 직모형의 긴 털을 갖고 있다. 모낭의 수와 분포는 모든 인종에서 거의 동일하지만 동양인은 다른 종족에 비해 몸과 안면의 털이 비교적 적은 편이다.
물론 땀샘의 분포도 인종에 따라 다르다. 흑인은 땀샘의 수가 가장 많으며, 동양인이 백인보다 활성화되는 땀샘의 수가 더 많다. 일반적으로 땀샘은 사지보다 몸통에 더 많이 분포돼 있다.
피지선의 분포에 있어서도 제각각이다. 동양인의 경우 피지선이 백인 흑인보다 덜 발달돼 있으며 피지선의 수와 크기가 작다.
지금까지 열거한 인종간의 피부의 차이를 종합해 보면 대체적으로 한국인은 백인과 흑인의 중간적 성향을 나타낸다. 외부환경으로 부터의 자극, 특히 빛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더 민감한 편이다. 또 색소이상 증상이 백인보다 흔하고 피지선이 덜 발달돼 피지분비량이 적기 때문에 외부자극물질에 손상받기 쉽다. 여드름 발생빈도가 적으며, 대머리 환자도 적은 편이다.
인종에 있어서 면역반응의 차이에 관한 보고는 매우 희소하지만 카우프만(Kaufman)박사가 밝혀낸 사실은 매우 시사적이다. 그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거주하는 동서양인을 대상으로 꽃가루 등에 의한 피부면역반응을 조사했다. 그 결과 동양인이 백인보다 피부알레르기에 빈번하게 노출됨을 알게 되었다. 카우프만은 백혈구 항원에 관련된 유전자와 관계지어 조사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백인의 건강한 피부에 대한 관념은 동양인의 그것과는 다르다. 미백(美白)이란 표현이 전혀 필요없는 백인은 가급적 햇볕을 많이 쬐어 갈색의 건강한 피부를 갖기를 원한다. 반면 동양인은 희고 보드라운 피부를 갈망한다. 따라서 화장품의 사용방법에 있어서도 차이가 난다. 일반적으로 한국인은 백인에 비해 화장수 로숀 크림 등 기초화장품의 사용빈도가 높고 품목도 많다. 또한 목욕하는 방법 등 생활관습에도 차이가 난다.
피부상태에 영향을 크게 미치는 환경인자는 무엇일까. 우선 기후조건을 들 수 있다. 음식물 및 생활환경도 무시할 수 없다. 피부의 수분증발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 피지분비량은 대개 주변의 온도에 따라 달라진다. 윌리엄스(Williams)박사는 피부온도가 1℃ 내려가면 피지분비량이 10% 줄고, 저온에서는 스쿠알렌(squalene)의 함량도 낮아진다고 보고했다. 피부는 또 섭취하는 탄수화물의 종류와 커피 알코올 등 기호식품의 영향도 적지않게 받는다. 무슨 기호식품을 얼마나 먹느냐에 따라 피부표면에 존재하는 피지성분이 변하고 피지분비량도 달라지게 된다. 예를 들어 설탕을 많이 섭취하게 되면 피지중 중성지방(triglyceride)의 양이 증가한다. 아울러 탄소수가 16개인 불포화지방산이 많아지게 되므로 여드름 부스럼과 같은 피부염증반응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면 외국의 수입화장품은 한국인의 피부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한국인 특유의 피부상태와 전통적인 미에 대한 의식, 피부의 생리를 결부시켜 생각할 때 다음과 같은 영향이 예견된다.
검은 색소침착이 우려돼
첫째로 피부 부작용과 이에 따른 색소침착이 예상된다. 피지의 분비가 적어 민감한 한국인의 피부에 거칠고 피지가 많은 백인을 대상으로 만든 외국화장품을 계속 사용하면 자극반응과 알레르기반응 등 피부부작용이 생길 확률이 커질 것이다. 이러한 부작용이 염증으로 진행되면 피부에 멜라닌색소가 없는 백인과는 달리 한국사람의 경우 검은 색소침착이 일어나기 쉽다. 이는 수입화장품이 국산화장품보다도 약 2배 이상의 자극을 유발한다는 보고에서도 입증되고 있다.
둘째로 동양적인 미의 유지가 어렵다. 유난히도 동양인은 희고 깨끗한 피부를 원한다. 이를 위해서는 계절에 관계없이 피부가 자외선에 노출되는 것을 가급적 억제해야만 한다. 피부에 어떤 부작용도 주지 않으면서 단파장 장파장의 자외선을 동시에 차단시켜야 피부의 홍반(紅班, 붉은 색의 반점)생성과 흑화현상(黑化現象)을 함께 막아줄 수 있다. 그런데 자외선에 의한 피부 홍반방지에 주안점을 둔 외국제품은 근본적으로 햇빛에 대한 방어개념이 달라 외국화장품을 바를 경우 흰 피부를 유지하기 어렵다.
셋째로 피부가 원하는, 스트레스 없는 가장 편안한 상태를 제공하지 못한다. 피부가 노화됨에 따라 피부생리기능이 저하된다. 여기에는 유분량과 수분량의 감소에 따른 피부의 건성화, 탄력의 저하, 주름의 발생 등이 포함된다. 이 현상은 적절한 유분과 수분 그리고 영양분을 공급해줌으로써 어느 정도 조절이 가능하다.
그런데 해양성 기후의 서구에 비해 한국은 대륙성 기후가 주특징이다. 4계절의 차이가 뚜렷하고 특히 겨울에는 대기중의 상대습도가 매우 낮고 바람이 강해 피부의 건조화현상이 심하다.
또한 한국인은 백인에 비해 피지분비량이 적어서 피부의 건조화와 민감화는 피할수 없는 문제다. 따라서 외국화장품을 바르면서 이러한 우리나라의 기후특성과 피부상태에 알맞게 유분과 수분량이 조절돼 있기를 기대한다는 것은 무리다.
사실 백인을 대상으로 개발한 외국제품이 우리에게 맞는 수분과 유분량을 함유했을리 만무하다. 또 수입화장품을 장기간 사용했을 때 민감한 피부에는 무리한 부담을 주어 오히려 피부노화를 가속시킬 수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체질이나 환경적 차이 그리고 한국인의 미에 대한 전통관념과는 다른 바탕에서 제조한 외제화장품의 무분별한 사용은 바람직하지 않다. 한국인에게는 피부노화 자극반응 알레르기반응 등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인의 피부에는 한국인의 체질과 환경특성에 맞춰 개발한 우리 화장품이 낫다고 결론지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