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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속도 따라 엔진이 변신한다

최신항공기술

공기저항을 최소화하는 디자인과 제트엔진과 로켓엔진을 결합한 복잡엔진, 인공위성에서 모든 항공기를 종합통제하는 위성항법장치의 개발이 현 항공기술의 단기과제다.

항공기 기술을 얘기하기에 앞서 이들이 모여서 탄생되는 항공기와 이를 가능케 하는 항공산업에 대해 먼저 그 의의를 살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항공기는 예측곤란한 하늘에서 가장 빠르게, 가장 경제적으로, 그리고 가장 안전하게 수송 군사목적 공중탐사 등을 가장 완벽하게 할 수 있도록 하는 첨단기술제품이라 말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제품을 구상하고 설계하며 정밀하게 만들어내고 그 후에도 만에 하나 이상이 있는가를 확인해야 하는 행위가 바로 항공산업기술이라 할 수 있다.
 

초음속업무용제트기(SS13J)
 

부가가치 51%

따라서 항공산업은 첨단기술을 총망라한 기술집약형, 고부가가치 산업이며 타산업으로의 기술파급 효과가 대단히 큰 산업으로 알려져 왔다. 실제로 부가가치가 높은 컴퓨터의 경우 45%인데 반해 항공기는 평균 부가가치가 51%로 가장 높게 나타나 있다.

또하나의 산업적 의의는 경제, 기술측면을 넘어서 국방 외교 등 국가전략산업이라는데 있으며 항공산업국이냐 아니냐는 국민의 자부심과도 직결되면서 국력을 가늠하는 척도로 여겨지고 있다. 따라서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등 선진국은 앞다투어 국가가 주도해 항공산업을 집중 육성해 왔으며, 우리나라보다 경제 기술 후진국인 브라질 스페인 인도네시아와 같은 나라조차도 국가안보와 자국의 기반산업 저변확대라는 측면에서 장기적 계획하에 항공산업을 집중 육성하고 있다.

80년대 이후 후발국들의 추격과 치열한 시장경쟁, 그리고 급속히 밀어닥치고 있는 신데탕트 무드에 따라 선진국들은 전체 시스템을 독자 개발하는 전략을 포기하고 생산성 향상과 안정된 시장확보라는 측면에서 후발국들과 손을 잡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선진국은 미래지향적인 혁신 항공기 개발과 핵심기술(key technology) 개발에 전념하게 된 반면, 우리나라와 같은 항공기 후발국은 기술이전을 받을 수 있고 시장을 공동점유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리게 돼 항공산업 발전의 호기를 맞았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우리나라의 산업정책이 80년대 이후 민간주도화 노선을 채택함에 따라 대만 등 항공후발국과는 달리 특정분야에 정부주도의 정책결정이 미흡하다는 점이다. 그로 인해 현재 밀려오고 있는 항공산업과 관련된 기술과 시장의 파도를 자칫 흘려 보내지 않을까하는 우려도 없지 않다.

우리나라는 이미 70년대 중반에 미국회사와 공동생산한 제공호로 불리는 국산전투기 F-5E/F의 위용을 맛보았으며 이외에도 경헬리콥터의 공동생산과 이들에 장착되는 제트엔진의 공동생산을 경험한 바 있다. 80년대 들어오면서 세계 굴지의 민간항공기 제작회사인 미국의 보잉사, 맥도널 더글러스사, 프랑스의 에어버스사, 독일의 도니어사 등으로부터 여객기 기체부품 및 반조립제품의 수주가 활발히 진행돼 왔다. 우리가 일상 이용하는 서울-부산 구간의 여객기, 다양한 국제노선 항공기에 우리나라 회사의 제품이 조립돼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듯 하다.

더욱이 올해에는 그동안 단군 이래의 최대사업이라고 할 수 있는 차세대 전투기(일명KFP 사업)의 공동생산 원년을 맞이해 국산화율을 기체부문 89% , 엔진부품 55%라는 야심만만한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아마도 KFP 사업이 종료되는 시점인 1990년대 후반에는 동급 기종의 제조기술은 완전히 소화할 수 있을 것이며, 이 과정에서 기술이전을 통한 중·고급 항공기 설계, 시험기술의 자립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수직이착륙기도 개발

항공산업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추진하고자 한다면 향후 우리가 도전해야 할 기술영역과 항공기 형태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먼저 앞으로 민수용 항공기는 보다 에너지절약형이며, 소음이 적고, 안전성이 높은 초대형 여객기가 개발될 것으로 예상된다. 항공기 형태로는 지금의 터보팬과 터보 프롭이 혼합된 프롭 팬 형태의 엔진, 그리고 광활한 공항시설이 필요없는 수직이착륙기(V/STOL), 고성능 초음속 또는 극음속(음속의 2.5배에서 8배까지) 여객기 등이 선보일 예정이다. 이미 5,6백인승의 초대형 여객기를 미국의 맥도널 더글러스사, 유럽의 에어버스사에서 개발 착수하고 있고, 경제적이며 저소음 프롭팬은 실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수직이착륙기는 군용으로 개발돼 민수용으로 전환되는 연구가 진행중에 있으며 이 기종은 헬리콥터와 터보 프롭 항공기의 혼합형으로 경사로터기라고도 한다. 아마도 2000년대 초에는 우주선과 같이 성층권까지 올라값다가 목표지점으로 하강하는, 일명 오리엔탈 익스프레스 기와 같이 재래식의 제트 엔진과 로켓 엔진을 적절히 병행시키는 엔진을 장착, 음속의 2.5배에서 8배까지 속도를 가지고 서울~뉴욕간을 1, 2시간 대에 비행할 수 있는 항공기가 등장할 전망이다.

물론 민수용 항공기의 수요는 급속히 발전하는 지구촌사람들의 행동반경이 커짐에 따라 현재의 2.5배 이상 증가할 것이며 이에 따라 지금까지 크게 대두되지 않았던 공중 충돌사고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방지할 수 있는 전자 항법장치의 보편화와 함께 우주공간에서 위성을 이용, 지구 구석구석까지 날아다니는 비행기를 감시 통제 교통정리를 하는 위성항법시스템이 보편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군수용으로는 첫째 초장거리, 장시간 체공 능력을 갖는 기체의 설계, 둘째 효율적인 단거리 병참능력을 갖는 다용도 전투기, 셋째 기동성과 무장능력이 뛰어난 헬리콥터의 수요증대와 함께 적의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 스텔스기의 보편화도 예상되고 있다. 또한 현재도 그 가능성이 알려진 CCV(Configured Control Vehicle)기능, 즉 큰 회전반경을 가지고도 방향 전환이 자유로와 옆으로 즉각 미끄러지거나 위로 아래로 점프이동, 고속비행중 급격한 감속(마치 옆비행기에서 보면 순간정지하는 듯한 비행)이 가능한 비행기가 실용화될 전망이다.

단기간내에 새로운 개념이 도입돼 혁신기술을 요구하고 있는 것중의 하나는 잘 알려진 우주왕복선이다. 우주왕복선은 민수용·군수용의 구분이 아직은 명확하지 않은데, 복합목적이라고 보아야 할 것 같다. 현재는 로켓 추진으로 재진입을 하며 활공으로 지상착륙을 하는 우주왕복선은 실상 재진입시의 활공·착륙만이 비행기와 같은 형식이고 모두 로켓추진에 의한 운동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지난번의 챌린저호 참사와도 같은 액체추진로켓시스템의 안전성에 문제가 대두되면서 지상 활주로를 통해 비행기와 같이 이륙하고 상승 궤도진입 활강을 거쳐 활주로에 착륙하는 형태의 기법을 시도하고 있다. 다만 기존의 제트엔진류는 지구중력장을 이탈, 우주로 진입하는데 충분한 힘도 없을 뿐만아니라, 고공의 희박한 공기로 인한 성능의 한계를 극복할 수 없기 때문에 보다 안전하고 강력한 추진기관의 개발이 추가되고 있다. 이는 아마 제트엔진류와 로켓 엔진의 복합형태가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다만 신데탕트 시대를 맞어 혁신적인 전투기와 전폭기의 개발에는 큰 제약을 받게 될 것이다.

아마도 신데탕트가 없었더라면 소위 '별들의 전쟁'(SDI Project)과 같은 비행기, 우주선과의 복합형태 군용기가 등장해, 세계는 또한번 항공우주기술 혁명기를 맞을 가능성이 컸었다. 그러나 이는 힘의 냉전시대를 재현하는 것에 불과하므로 바람직한 상황은 아니다.
 

맥도널 더글러스사의 동체 제작 모습
 

전진익 X-29

그러면 이미 기술한 새로운 항공기의 탄생을 실현가능케 하는 세부기술에 관해 간단히 언급해 보기로 한다.

■항공기 디자인/공기저항 최소화

공기역학은 양력을 높이고 공기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한 항공기 모양을 결정하는 분야다. 컴퓨터의 급속한 발전에 따라 가일층 진보되고 있는 항공기 설계의 꽃이라 할 수 있는 기술영역이다. 항공기가 좀더 빠르게 비행하려면 음속을 돌파해야 하는데 이때 음속 전후에서 강한 충격파가 발생, 저항손실이 급격히 증가하며 날개와 몸체의 심한 떨림이 발생하기도 한다. 대만의 야심작인 초음속 제트기(일명 경국호)의 자체 개발 과정에서 바로 이 음속의 벽을 제대로 뚫지 못해 시험비행 중 공중 분해됐던 참사가 바로 그 좋은 예이다.

최근에는 이러한 음속영역 전후에서의 기체 불안정성과 큰 공기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해 소위 SA(Supercritical Airfoil)라는 날개꼴을 개발, 실용화에 들어갔으며 양력을 보다 크게 하기 위해 날개와 동체의 접합부 주위를 부드럽게 연결시키는 BWB(Blended Wing Body)가 전투기에 보편화되고 있다. 음속 영역 주위의 비행속도(천음속 영역)에서 공기마찰로 인한 떨림의 발산을 막고 낮은 속도에서도 양력의 급격한 감소를 막기 위해서 종래의 후퇴날개보다는 전진익의 실용화 개발이 한창이다. X-29 시험기가 바로 그 예. 이 개념은 최근 부각되고 있는 복합재료의 개발, 실용화에 힘입은 바크다.

■엔진/제트와 로켓의 병합형

엔진기술의 개발은 보다 높은 효율, 강한 힘, 그리고 배기가스나 소음의 저하에 그 목적이 있으며, 이 외에도 앞서 얘기한 오리엔탈 익스프레스와 같은 제트엔진과 로켓엔진의 복합형 개발도 추진되고 있다.

최근 실용화가 눈앞에 다가온 것으로는 큰 후퇴각과 초임계(supercritical) 날개꼴을 가지며 복합재료 재질로 된 8~10장의 팬 모양 프로펠러를 장착한 프롭 팬 엔진이 있다.

이는 기존의 터보 팬 엔진보다 약30% 이상의 연료절감과 약 10%의 운영비 절감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오리엔탈 익스프레스와 같이 저속 고속 극음속의 속도영역을 전부 비행할 수 있는 엔진으로는 저속에서는 터보팬엔진, 초음속에서는 터보제트엔진, 극음속에서는 램제트엔진으로 엔진내부가 변환이 가능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를 가변 사이클 엔진이라고 한다. 여기에는 기술적인 어려움이 산적해 있어 실용화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미국을 비롯하여 유럽 일본 등이 개발에 착수하고 있다.

■항공전자/관성항법에서 위성항법으로

항공전자기술은 항법 통신 조종 및 자세제어 계통의 성능과 신뢰성 향상, 그리고 군용기 경우 전자전능력 향상에 목표를 두고 있다.

항법통신기술은 지상의 항공교통관제시스템과 비행하는 항공기의 항법통신시스템을 일체화시키는 통합비행관리시스템의 개발에 초점이 맞추어지고 있으며 이의 수단으로는 종래의 관성항법장치(INS)에서 보다 신뢰성과 정확성이 높은 위성항법시스템으로 전환되고 있는 추세이다.

항법시스템으로는 여덟곳의 송신소에서 10~14kHz의 초장파 전파를 발신, 전세계를 커버하는 오메가 시스템과 지구 궤도에 24개의 정지위성을 띄워 어느곳에서나 네개 위성의 전파를 수신 가능케 함으로써 비행중의 항공기 위치를 정확히 측정 감시 통제하는 시스템이 있다.

또하나의 대표적인 개발추세는 항공기 내부의 조종계통을 종래의 기계적 유압식에서 전기신호로 바꾸는 FBW(Fly-By-Wire)방식이 검토됐으나 주변의 전자파 방해로 신호에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 보다 정확한 FBL(Fly-By-Light)이라는 광섬유 신호처리 방식이 점차 실용화된다는 점이다.
 

항공기 조립 광경
 

항공중진국 도약 가능성

항공기술은 항공기 고유 기술 뿐만 아니라 기계 전자 재료 광학기술 등의 최고봉을 응집시키고 이들을 상호 보완시키는 대표적인 종합기술이다. 더구나 현재 사용되고 있는 가전제품 자동차 컴퓨터 특수재료 등은 이미 항공기 분야에서 개발, 적용한 기술을 생산성 경제성 간편성을 가미하여 일상생활에 보급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항공기술의 혁신적 도약은 거의 항공무기시스템과 같이 적대국과의 전력 우위 확보차원에서 비롯된 것이 많다. 앞으로 신데탕트의 개막과 함께 눈부신 기술개발은 크게 기대할 수 없을 것 같다.

다만 지금까지 개발, 적용된 군사용의 특수목적 기술이 향후 상당기간에 걸쳐 민수용 항공기 분야에 파급, 적용될 것이며 이에 따라 민간 항공기 시장이 크게 신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러한 주변환경은 우리나라와 같은 항공후발국 입장에서는 기존의 항공기술의 자체개발과 기술이전을 병행추진함으로써 선진 항공국과의 벌어진 기술격차를 빠른 시일내에 줄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다행히도 우리나라 항공산업체는 앞서 말한 KFP 사업 등을 통해 상당한 기술 수준을 확보하고 있으며 민간 경비행기인 창공-91호나 훈련기인 KTX-1 등에 대한 항공기 자체 설계기술을 개발한 바 있어 최소한 항공 중진국으로 발돋움할 기술기반이 닦여 있는 셈이다. 정부는 획일적인 민간주도 산업육성정책을 선별적으로 채택해 추진할 안목을 가져야 하며, 주변의 기술정세를 파악해 단품기술개발 뿐만 아니라 총체적 기술에 대한 안목을 가지고 우리나라 미래를 결정할 전략산업으로서 항공산업기술을 집중 육성해야 할 것이다. 민간 산업계는 그동안의 이윤보장적인 정부사업에만 집착하거나 정부재정지원만을 외칠 것이 아니라 자체 기술개발에 투자해야 하며 과감한 국제공동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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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최동환 항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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