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2, 1, 발사! 굿럭(Good luck)!”
4월 18일 오후 6시 51분(현지시각), 미국 플로리다 주 케이프커내버럴 공군기지에서 엄청난 굉음과 함께 민간 우주업체 스페이스X의 로켓 ‘팰컨9’이 발사됐다. 팰컨9에는 차세대 외계행성 탐색 우주망원경인 ‘테스(TESS·Transiting Exoplanet Survey Satellite)’가 실려 있었다.
팰컨9은 스페이스X의 재사용 로켓으로, 우주선과 2단 로켓으로 구성돼 있다. 그 중 재사용 로켓인 1단 로켓은 테스가 발사된 지 8분 24초 뒤 대서양에 위치한 착륙선(드론 쉽)에 무사히 안착했다.
49분이 지나서는 2단 로켓과 테스를 실은 우주선이 성공적으로 분리됐고, 테스는 자체 추진력으로 지구 상공 3만5000km 이상의 고타원궤도(HEO)로 날아갔다. 테스는 13.7일에 한 바퀴씩 지구를 공전하며 외계행성을 찾을 예정이다.
테스는 2009년 발사한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케플러우주망원경(케플러)’의 후임이다. 케플러는 지금까지 발견된 외계행성 3767개 중 약 70%에 해당하는 2652개를 찾았다(2018년 4월 기준). 이 중 생명이 살 수 있는 ‘생존 가능한 영역’에 있는 외계행성은 30개다.
활발히 활동하던 케플러는 2016년 연료 문제로 최소 작동 모드로 들어간 뒤, 외계행성 탐색 대신 초신성을 관측하는 ‘K2 임무’에 집중해왔다. 현재 우주 공간에서 외계행성을 집중적으로 탐사하는 망원경은 2006년에 발사한 유럽의 ‘코롯(CoRoT)’ 한 대뿐이다.
2년 동안 우주 85% 탐색
외계행성은 태양계 바깥에서 태양이 아닌 별 주위를 도는 행성을 말한다. 천문학자들이 외계행성에 주목하는 이유는 지구와 유사한, 생명이 살 수 있는 환경의 행성이 존재할 가능성 때문이다.
테스의 과학총책임자를 맡은 사라 시거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물리행성과학과 교수는 “테스는 지구 크기의 2배 이하인 지구형 행성을 500개 이상 찾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테스 연구팀이 이렇게 자신하는 이유는 테스가 외계행성 탐색에서 케플러와는 다른 전략을 취하기 때문이다. 케플러의 전략은 ‘좁고 깊게’로 표현할 수 있다. 지구로부터 3000광년 떨어진 곳까지 깊게 외계행성을 탐색했지만, 그 탓에 전체 우주의 0.25%가량 수색하는 데 그쳤다.
반면 테스의 전략은 ‘넓고 얕게’다. 지구에서 300광년 떨어진, 비교적 가까운 우주 공간에서 외계행성을 찾는 것이 목표다. 엘리사 킨타나 NASA 고다드우주비행센터 연구원은 “천문학자들이 지구에서 자세한 정보를 알아낼 수 있을 만큼 가까운 거리에 있는 외계행성 위주로 찾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 대신 탐색 범위를 넓혔다. 테스는 전체 우주의 85%를 훑을 예정이다.
지구 가까이에 있는 외계행성이 탐색 대상이라고 하지만, 300광년이나 떨어져 있다. 더구나 중심 별과 외계행성의 밝기는 109배나 차이가 난다. 이는 1km 떨어진 곳에 있는 1000억 와트(W) 밝기의 서치라이트(중심 별) 옆에서 100W 전구(외계행성)를 찾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보통 ‘시력’으로는 외계행성을 찾기가 불가능하다.
때문에 테스는 ‘통과 측광법(Transit method)’을 이용한다. 별 주위에 행성이 있으면 별은 행성의 중력을 받아 아주 미세하게 위치가 변한다. 또 행성이 중심 별 앞으로 지나갈 때 행성에 가려져 빛의 밝기가 살짝 어두워진다. 테스는 중심 별의 밝기와 위치를 관측하면서 그 값이 미세하게 달라지는 순간을 포착해 외계행성을 찾는다. 케플러가 찾아낸 2652개의 외계행성도 통과 측광법으로 발견했다.
다만 테스에게 주어진 시간은 짧다. 케플러는 약 9년간 ‘외계행성 헌터’로 활동했지만, 테스의 임무기간은 2년이다. 그 이유는 2년 뒤인 2020년 NASA가 ‘제임스웹 우주망원경(JWST·James Webb Space Telescope)’을 발사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은 1990년 발사한 허블 우주망원경의 뒤를 이을 적외선 관측용 우주망원경이다.
테스는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이 집중적으로 관찰할 외계행성 후보를 일차적으로 찾는 임무를 맡았다. 태양계 근처에 있는 20만 개의 밝은 별 주위를 도는 외계행성을 탐색하며,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하고 생물이 생존할 수 있는 온도를 가진 지구형 행성을 찾는 게 목표다.
테스가 짧은 기간에도 탐색 대상을 늘린 이유는 케플러보다 400배 가량 시야가 넓어졌기 때문이다. 테스에는 좌우상하로 시야각이 각각 24도인 카메라가 수직으로 4대 달려있다. 카메라가 정지해있을 때 양 옆으로는 24도, 위 아래로는 최대 96도 범위에서 우주를 볼 수 있다. 테스는 천구를 26개의 조각으로 나눈 뒤, 한 조각을 27일간 탐색한다. 1년간 남반구의 우주를 훑은 뒤, 다음 1년간 북반구를 탐색한다.
ESA, 연말에 외계행성 탐색 위성 발사
테스 발사를 시작으로 올해는 외계행성 탐색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유럽우주국(ESA)은 올해 말까지 외계행성 탐색 위성 ‘케옵스(CHEOPS·CHaracterising ExOPlanet Satellite)’를 발사할 준비를 모두 마칠 예정이다. 케옵스는 밝은 별을 도는 행성 중 지구보다 크고 해왕성보다는 작은 행성을 찾아 크기를 측정할 계획이다. 케옵스 역시 테스와 마찬가지로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이 외계행성을 집중 분석하는데 기초 자료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유럽우주국은 케옵스에 이어 외계행성 탐색 위성 2기를 추가로 발사할 계획이다. 지난해 6월 유럽우주국은 외계행성 탐색 위성 ‘플라토(PLATO)’ 제작을 최종 승인했다. 플라토는 태양과 유사한 별 주위를 도는 행성 중 생명체의 생존 가능 영역에 있고, 지구 크기의 2배 이하인 ‘슈퍼 지구’를 찾을 예정이다.
슈퍼 지구는 외계행성 중에서도 지구 질량의 2~10배로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는 지구형 행성을 말한다. 플라토에는 지름 12cm인 작은 망원경 26개가 탑재되며, 우주의 절반을 훑으며 약 100만 개의 별을 조사할 예정이다. 발사 시기는 2026년으로 예정돼 있다.
또 다른 탐색위성인 ‘에어리얼(ARIEL)’은 2028년 발사 예정으로, 행성 시스템이 어떻게 형성됐고 진화했는지 밝힌다. 지구에서 멀리 떨어진 별의 주위를 도는 수백 개 행성의 대기를 조사하는 것이 목표다.
韓, KMTNet 이용해 외계행성 탐색 중
국내에서도 외계행성 탐색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한국천문연구원은 2015년부터 ‘외계행성탐색시스템(KMTNet)’으로 외계행성을 수색하고 있다.
KMTNet은 지름 1.6m인 거울을 장착한 광시야 망원경과 3억4000만 화소의 초대형 천문탐색용 카메라인 CCD로 구성된 관측시스템이다. 칠레, 남아프리카공화국, 호주 등 남반구에 있는 3개 국가 관측소에 설치돼 있어, 우리은하 중심부를 24시간 연속으로 관측하고 있다.
KMTNet은 2016년 지구에서 각각 2000광년, 2만7000광년 떨어진 곳에서 목성형 행성을 연달아 발견했으며, 2017년에는 NASA의 ‘스피처 우주망원경’과 함께 지구 질량의 1.43배 정도인 외계행성을 찾은 바 있다.
이충욱 한국천문연구원 광학천문본부 변광천체그룹 책임연구원은 “국경을 막론하고 외계행성을 찾는 이유는 인류가 거주할 수 있는 또 다른 지구를 찾기 위해서”라며 “KMTNet은 올해 10개 정도의 외계행성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며, 2020년까지 계속 탐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