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방송(sbs)의 개국으로 TV매체간 시청률 경쟁이 치열해졌다. 컴퓨터와 전자기술을 이용한 첨단 시청률조사 방법으로 주목을 모으고 있는 피플미터식이란 어떤 것인가?
텔레비전 방송이 출현한 이후 여러가지 이유에 의해 TV 시청률 조사의 필요성이 커져왔고 또 여러 방법으로 시청률이 조사돼 왔다. 지난해 서울방송(sbs)의 개국을 계기로 TV 방송국간의 시청률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자 일반인들도 시청률조사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어떤 사람이 어떤 프로그램을 어느 정도 시청하고 있는가'라는 것이 TV 시청률 조사의 기본적인 측정 항목이다. 즉 특정 시간대에 TV에서 방영되는 프로그램 및 광고를 시청하는 사람 또는 세대의 비율을 조사하는 것이다. 이러한 TV 시청률은 신문에 비교하면 발행 부수에 해당되는 것으로 TV를 시청하는 일반 국민의 생활 패턴을 보여주는 하나의 지표라고 할 수 있으며, TV 광고 요금을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이처럼 TV 시청률은 그 중요성 때문에 자료가 정확 해야만 한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일기식조사(시청자가 일정기간 동안 자신의 TV시청결과를 적어 조사기관에 보내는 방식) 면접조사 전화조사 방법에 의한 TV 시청률 자료는 있었지만 각 조사자료가 지니고 있는 한계 때문에 이를 이용하는데 제한사항이 많았다. 즉 정확한 TV시청률 조사자료가 없었기 때문에 TV 프로그램은 시청자의 반응을 잘 알지 못하고 제작 편성돼 왔다. 시청자가 원하는 프로그램을 원하는 시간에 편성하기보다는 방송국에서 일방적으로 편성 방송하여 전파의 낭비라는 비판까지 일부에서 제기됐다.
TV에 광고를 하는 광고주 입장에서는 시청률에 따라 합리적인 TV 광고 요금체계를 원하고 있으나, 시간대에 따른 일률적인 광고요금 체계로 인해 불만을 갖고 있다. 발행 부수가 많은 신문의 광고요금은 다른 신문 보다 높게 책정되고, 발행 부수가 적은 신문의 광고요금은 낮게 책정되듯이 TV 광고요금도 시청률의 높고 낮음에 따라 책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개인별 시청률을 알지 못해
세계적으로 TV 시청률은 1950년대까지 대부분 면접식 일기식 전화방식으로 조사 됐다. 그러나 방송채널(방송국)의 증가, TV 보급률의 증가, 2대이상 TV 보유가정의 증가, 시청자들의 프로그램 욕구증가, 광고 산업의 발달, 뉴미디어의 등장(CATV 위성방송 텔레텍스트 등)으로 기존 측정 방식보다 정밀하고(분 또는 초단위 측정) 오차가 적은 측정방식이 요구됐고, 전자기술의 발달이 이를 충족시켰다.
초창기의 미터(meter)식 측정 기계는 패널세대(표본이 되는 시청자 가구)의 TV세트에 부착되어 시청시간, 시청채널 등이 종이테이프에 펀칭되도록 고안되었다.
이것은 팩시밀리가 보급되기 전 사무실에서 볼 수 있었던 텔렉스(telex)의 종이테이프와 비슷한 것으로 이 테이프의 펀치 구멍을 컴퓨터로 분석해 몇시 몇분에 TV를 켜고 껐는지, 어떤 채널을 보았는지 알아내는 것이다. 종이테이프를 일주일에 한번씩 수거해 일주일간의 시청률을 매주 산출했다. 종이테이프 방식의 미터기는 분단위까지만 시청률 측정이 가능했다.
테이프 방식에서 한단계 진보한 것은 온라인방식 반도체 집적회로에 TV 시청상태를 기억시킨 다음 전화선을 이용하여 온라인(on-line)으로 자료를 수집하는 방식이다. 패널세대에 설치된 미터기는 보통 세가지 부분으로 구성된다. 첫째는 TV채널의 변화를 감지하는 부분이고 둘째는 시청상태 관련 정보(시간 등)를 저장하는 메모리 부분이며 셋째는 저장된 시청정보를 전화선으로 송신하기 위한 모뎀(modem) 부분이다.
이러한 미터기에 의한 시청률 자료는 조사회사 컴퓨터와 온라인으로 연결돼 시청률 자료를 매일 집계 분석할 수 있으므로 신속하게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전화 보급률이 낮은 지역에서는 부적합한 방식이다. 전화가 없는 세대가 TV 시청률 조사에서 제외되므로 대표성이 결여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미터식 조사방법은 세대 단위의 시청률은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었으나, 몇사람이 그리고 어떤 사람이 TV를 시청하고 있는가라는 개인별 시청률은 측정할 수 없었다.
따라서 개인별 시청률은 여전히 면접 또는 일기식 조사에 의존해 신속성과 자료의 결합(개인과 세대자료)에 다소 문제가 있었다. 보통 개인별 시청률 자료는 1개월에 1회(1주일간 조사) 정도밖에 알 수 없으나 세대별 시청률 자료는 매일 알 수 있으며, 개인별 시청률은 15분 단위로 산출되나 세대별 시청률은 초단위로 자료가 산출돼 불균형을 이루었다. 또한 미터식으로 조사되는 세대별 자료에 비하여 면접 일기식으로 조사되는 개인별 자료는 응답자의 기억에 의존하므로 정확성이 다소 떨어진다.
이러한 문제들이 지적됨에 따라 개인별 시청률 조사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탄생한 것이 피플 미터(people meter)다.
시청자의 협조가 관건
피플미터는 1984년 영국의 AGB사에 의해 처음 고안되고 실용화되기 시작한 것으로 세대단위와 개인단위 시청률을 동시에 측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피플미터식 TV시청률조사는 각 가정의 TV수상기에 피플미터기를 설치하여 TV 채널의 움직임을 자동 체크하며 시청자 개개인이 리모콘을 눌러 줌으로써 누가 어떤 방송을 보고 있는가 하는 정보도 측정할 수 있다.
피플미터식 TV 시청률조사가 진행되는 과정을 살펴보면 (그림)과 같다. 각 패널세대의 세대 및 개인시청률이 피플미터기에 기록 저장되며, 한국갤럽에서 새벽 2시에 각 패널세대의 피플미터기와 전화로 통화하여 자료를 수집, 이를 컴퓨터로 분석해 시청률 자료로 활용한다.
이러한 피플미터식 TV 시청률조사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매우 정확하다. 일기식 조사는 기억에 의존해 기록하므로 정확성이 떨어지나 피플미터식 조사는 TV시청 행위를 기계가 즉시 체크하므로 매우 정확하다.
둘째 피플미터식 조사는 대표성있는 표본 추출로 모든 시청자가 포함될 수 있다. 일기식 조사에서는 일기장에 TV 시청행위를 기입해야 하므로 문자 해독률이 요구된다. 따라서 교육수준이 낮거나 연령이 낮은 시청자들은 조사하기 어렵다. 그러나 피플미터식 조사에서는 읽고 쓰는 능력이 요구되지 않으므로 교육수준 및 연령에 구애받지 않아 대표성 있는 표본추출이 가능하다.
셋째 피플미터식 조사에서는 세대시청률과 개인시청률이 동시에 측정된다. 피플미터식 조사 이전에는 세대시청률과 개인시청률을 파악하기 위해 일일이 일기식자료와 미터식자료를 결합하는 통계적인 조정이 필요 했지만 피플미터식 조사에서는 세대의 TV채널변환이 자동 체크되고 시청자들이 리모콘을 눌러만 주면 동일 표본에서 세대 및 개인 시청률이 동시에 측정된다.
넷째 피플미터식 조사는 세대 및 개인 시청률이 정확히 측정되며 동시에 자료처리가 되므로 신속하게 시청률 자료를 제공할 수 있다.
피플미터식 조사의 최대 장점은 개인과 세대시청률을 동시에 측정할 수 있는 것이나 이는 시청자의 적극적인 협조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있다.
① 시청자가 TV시청시 개인버튼을 반드시 눌러 줄 것인가. TV시청 중단시 리모콘을 꺼 줄 것인가.
② 시청자가 정확히 자신의 고유버튼만을 눌러 줄 것인가.
③ 어린아이들이 장난으로 버튼을 자주 누르는 것에 대한 대비책은 있는가.
④ 많은 방문객이 함께 TV를 시청할 때 모두 수용할 수 있는가.
⑤ 주부가 TV 앞에 계속 있지 않고 돌아다니며 조금씩 보는 경우의 처리 방식은 있는가.
한단계 더 나아간 패시브미터
이러한 문제들은 대부분 패널세대의 협조 정도에 관련된 것들이다. TV 시청은 기본적으로 부담없이 시간을 보내거나 즐기는 것인 데 이러한 협조 요구는 TV 시청자에게 부담을 주는 것이다. 피플 미터가 지금까지 실용화된 시청률 측정방식 중에서 가장 진보된 측정기계라 할 수 있으나 패널세대의 협조를 전제로 한다는 측면에서 다소 문제가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하여 현재 개발되고 있는 것이 패시브미터(passive meter) 또는 세미패시브미터(semi-passive meter)다. 패시브미터의 개발 목적은 패널 세대에게 부담을 주지 않거나 적게 주는데 있다. 현재 전자 광학기술 등을 동원하여 개발 연구중에 있으며 일부는 실험중이다.
패시브미터가 완성되면 TV시청자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개인별 시청률이 세대별 시청률과 동시에 자동으로 측정될 수 있다.
현재 연구 개발되고 있는 패시브미터의 기술적 원리는 다음과 같다.
① 카메라에 의해 TV 시청자를 자동촬영 하는 방식
② 카메라를 통한 개인 이미지 형상화로 개인을 식별 인식하는 방식
③ 개인의 체온을 인식하는 열감지방식
④ 시청시 개인별 인식표를 부착하여 개인을 식별 인식하는 방식
이러한 방식 중 현재 첫번째 방식은 패널 세대의 사생활 노출이라는 문제가 있어 기술적으로는 가능하나 개발 대상에서 완전히 배제하고 있다. 두세번째 방식은 현재 기술적으로 완전한 개발이 이루어지지 못한 상태다. 즉 시청자가 안경을 착용하거나 콧수염을 기른 경우, 시청자세를 변화시킨 경우(누워서 보는 것 등) 오인율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네번째 방식은 현재 기술적으로 문제는 없으나 피플미터와 마찬가지로 패널세대에 부담을 주는 측면에서 별 차이가 없어 크게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패시브미터는 그 기본 개념이 TV 시청자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개인별 시청률을 자동으로 신속하게 측정 제공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이상적인 시청률조사방식으로 평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