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2. 동아리의 천국, 느낌을 중시하는 과학문화 창출

오케스트라가 방문을 하고 현대무용이 공연된다. 새벽이면 인어가 물살을 가르고, 밤이면 도서관에서 새로운 만남이 시작된다. 그래서 캠퍼스에서는 과학과 예술, 그리고 사랑이 넘친다.

어둠이 내려도 캠퍼스에는 낭만과 학문이 멈추지 않는다. 대부분의 대학이 어둠과 함께 싸늘하게 식어갈 때 이 대학에서는 이제 학문과 낭만이 무르익기 시작한다. 한낮동안 지루한 담금질 끝에 오는 질긴 질감이 느껴지는 곳이다. 강의와 세미나, 새로운 사실과 낮선 사람들과의 대화가 낮동안 이루어진다면 어둠이 내리는 캠퍼스에는 자기 자신과, 실험장치와 그리고 가까운 친구들과의 대화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오직 자신의 선택에 따라 학문과 사랑, 그리고 자신과의 끝없는 만남이 계속된다. 그래서 캠퍼스의 밤은 오히려 생기에 찬다. 그래서 연구실은 불이 꺼지지 않고 동아리는 밤을 세워 새로운 진실을 이야기한다.

기숙사는 이들에게 좋은 은신처를 제공한다. 자동차에 찌든 거리를 지나 집으로 가야할 의무도 없고 아르바이트로 시간을 재촉할 필요도 없다. 뜻 맞는 친구들이 모이면 낮에 만난 새로움을 이야기하고 서로의 경험을 공유한다. 세미나 시간에 만난 깊은 고민을 들어줄 선배나 선생을 찾아 도서관을 뒤지기도 한다. 실험실에서 풀지 못한 문제를 뒤적이며 궁리하기도 한다. 적어도 이들에게는 도서관이란 시험준비를 하기위한 자리가 아니라 새로운 학문을 만나는 자리이다.

뜻 맞는 친구를 만나 소주 한잔을 기울이며 낮에 있던 교양강좌 연사가 남긴 작은 파문을 감동으로 받아 들인다. 작은 과학철학자가 되어 인생과 과학, 그리고 사랑을 이야기한다. 오리광장의 넓디넓은 공간을 마치 긴 인생 이야기로 채우기라도 하듯이.
 

학생 교수들은 물론 유성 지역 주민들도 함께한 열린음악회
 

과학은 느낌이야

그들이 좋아 찾는 곳은 그래도 압구궁동(학생들이 궁동을 이렇게 부른다). 만화와 비디오, 그리고 카페와 술집. 그리고 주머니 사정이 좀 나아지면 유성의 뒷골목에서 낮에 만난 낮선 사람들을 찾는다. 그들도 사랑이 있고 춤과 노래를 즐긴다. 태울제에서 신나게 불러 대던 노래와 석림제의 촌극을 떠올리고는 웃음을 머금는다. 저녁 일곱시. 대강당에서는 여대생들의 현대무용이 공연된다. '넌센스'라는 공연이 마음을 사로잡고 과학과 미술 그리고 음악이 만나는 새로운 탄생을 기대해본다. 오케스트라가 방문을 한다. 열린음악회가 열리고, 기쁜 우리 젊은날의 실황 녹화를 한다. 본의 아니게 정말 음악과 예술을 사랑하게 될 줄이야. 그래서 "과학이란 온몸으로 느끼는 것이야"라고 믿게 되었다. 과학이란 생각하는 것인가, 느끼는 것인가. 그래서 그들은 캠퍼스에서 과학과 예술, 그리고 사랑을 넘치게 하고 새로운 과학문화를 만든다.

1995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동아일보사 편집부

🎓️ 진로 추천

  • 미술·디자인
  • 음악
  • 문화콘텐츠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