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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봄 새싹 위에 펼쳐지는 작은 촛불잔치

4월의 밤하늘

봄이 한창 무르익으면서 밤하늘 별들의 세계는 작은 촛불잔치를 연상시킬 정도로 아늑하고 포근한 정경으로 바뀌어져 있다. 화려하게 빛나는 별은 드물고, 곳곳에 작은 별들이 어우러져 아름답고 특이한 모양으로 아기자기한 별자리들을 만들고 있다. 북두칠성의 빼어난 모습과 그 아래 세 개의 밝은 별이 만드는 '봄철의 대삼각형'만이 봄밤의 길잡이답게 유난히 반짝이고 있으며, 그 중간 중간에는 작고 아기자기한 별들이 새봄 새순처럼 소담한 아름다움을 담고 피어나 있다.
 

4월의 동쪽 하늘^5일 오후9시 20일 오후 8시
 

거지의 밥그릇

봄철의 밤은 포근해지기 시작한 바람 속에 작은 사랑을 그리워하게 만든다. 계절적인 분위기답게 봄철 별들 속에는 봄처녀의 가슴 속에 숨겨진 작은 비밀처럼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들이 많이 전해져 오고 있다. 이 밤 잊고 있었던 작은 별들의 사랑 이야기를 되새기며, 우리의 아름다운 사랑을 가꾸는 계기를 만들어보자.

봄철의 작은 별자리 중에서 가장 멋진 별자리는 단연코 왕관자리다. 이 별자리는 북두칠성의 국자 손잡이를 따라 남으로 내려오는 곡선(봄철의 대곡선) 동쪽에 놓여져 있다. 커다란 별자리들 틈에 끼어 있어서 위치를 찾기가 쉽지는 않지만, 그 독특한 모양과 아름다움으로 오랜 세월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온 별자리다.

일곱개의 별이 반원 모양으로 모여 있는 왕관자리는 특별한 설명 없이도 그 이름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이 별자리는 그 특이한 모양 때문에 여러 시대와 나라를 거치면서 다양한 이름으로 불려지기도 하였다. 고대 아라비아와 페르시아에서는 '깨진 그릇' 혹은 '거지의 밥그릇'으로 불려졌으며, 중국에서는 '새끼줄'이란 이름으로 전해지기도 하였다.

한편 호주의 원주민들 사이에서는 '부메랑'으로 알려져 왔고, 아메리카 인디언들은 '곰의 동굴'로 부르기도 하였다. 아메리카 인디언들은 큰곰(큰곰자리)이 이 곳에서 겨울잠을 자고 새봄이 되어 밖으로 나왔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외에도 '화환의 고리' '눈동자의 선' 등 원과 반원으로 이루어진 많은 이름들이 이 별자리에 전해져 오고 있다.

이 별자리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별은 반원의 중간쯤에 위치한 으뜸별 젬마(Gemma, 진주)이다. 왕관의 중심에 박혀서 영롱한 빛을 발하는 이 별에 진주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아주 자연스런 일이다. 하지만 별의 이름들이 대부분 아라비아 반도에서 만들어진 이유로 이 별에는 원래 알페카(Alphecca, 그릇의 반짝이는 부분)란 이름이 붙어 있었다. 아라비아에서는 이 별자리를 '깨진 그릇'으로 불렀기 때문에, 그들은 이 별이 깨진 그릇의 가장 빛나는 부분으로 보았던 것으로 여겨진다.

젬마는 태양에서 대략 75광년의 거리에 위치하며 태양에 비해 45배 정도의 크기를 가진 별이다. 이 별은 작은 동반성을 가진 이유로 약간의 변광현상을 보이지만 그 차이는 1/10등급 정도여서 일반 관측자들은 감지하지 못한다.

왕관자리가 유명한 것은 그 모양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곳에 담긴 아름다운 신화의 덕이 더 크다. 그리스 신화 속에서 왕관자리는 크레테(Crete) 섬의 공주 아리아드네(Ariadne)를 구한 술의 신 디오니수스(Dionysus, 로마신화 속의 Bacchus)가 그녀에게 선물한 왕관으로 알려져 있다.

아리아드네는 어린 시절의 대부분을 몸은 사람이나 머리는 소인 괴물 미노타우르(Minotaur)를 돌보는 일에 보내야 했던 불쌍한 공주였다. 미노타우르를 달래기 위해 이웃나라 아테네는 매년 일곱 명의 소년과 소녀를 크레테에 조공으로 바쳤다. 그러나 미노타우르에 얽힌 두 나라의 재난은 아테네의 왕자 테세우스(Theseus)가 이 괴물을 죽임으로써 끝난다. 이는 테세우스에게 반한 아리아드네가 그를 도운 결과였다.

미노타우르를 죽인 테세우스는 아리아드네를 구해 크레테에서 도망치나, 꿈 속에 나타난 아테네 여신의 게시를 받고 낙쏘스라는 섬에 그녀를 남겨두고 떠나 버린다. 홀로 남게된 아리아드네가 슬픔에 잠겨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고 있을 때 바로 술의 신 디오니수스가 나타난다. 그녀의 아름다움에 반한 디오니수스는 그녀에게 결혼 선물로 일곱 개의 보석이 박힌 왕관을 선물하고 그 섬에서 같이 살게 된다. 홋날 아리아드네가 인간으로서의 수명을 다하고 죽게 되자 디오니수스는 그녀의 왕관을 하늘에 올려 그녀와의 사랑을 영원히 기억하였다고 한다.

찰스의 심장

봄철의 작은 별자리 중 두번째로 이야기할 것은 아스테리온(Asterion, 별이 빛남)과 카라(Chara, 귀여운 개)란 이름의 두 마리 개로 이루어진 사냥개자리이다. 사냥개란 이미지와는 어울리지 않게 매우 아름다운 이름이 붙은 별자리이다.

그러나 그 아름다운 이름에도 불구하고 이 별자리는 북두칠성의 남쪽으로 단지 두 개의 별만이 맨눈으로 확인될 정도로 아주 외롭고 쓸쓸한 별자리다. 사냥감을 쫓는 사냥개처럼 밝은 별이 거의 없는 공허한 봄 하늘에 무엇인가를 찾기 위해 두 개의 별이 헤매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두 마리 개중 북쪽의 개가 아스테리온이고 남쪽의 개가 바로 카라이다.

사냥개자리가 생겨난 정확한 기원은 알려져 있지 않았지만, 통상 사냥꾼으로 알려진 목동자리와 큰곰자리 사이에 놓여 있어서 그런 이름이 붙여진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성도가 처음 만들어지던 시절의 사냥개자리는 지금과는 많이 달랐다고 한다. 지금의 모습처럼 사냥개자리가 정의된 것은 17세기 폴란드의 천문학자 요하네스 헤벨리우스(Johannes Hevelius, 1611-1687)에 의해서다.

그러나 그후 이 별자리의 그림에 중요한 변화가 생기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남쪽 별 카라의 목걸이에 심장을 나타내는 하트 모양이 그려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개의 목에 하트 모양이 그려져 있다는 것도 이상하지만, 더욱 눈길을 끄는 것은 이 심장이 왕관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이 별자리를 알려지지 않은 작은 별자리에서 역사 속의 유명한 별자리로 만든 한가지 사건 때문이다.

1660년 5월 29일 밤, 당시의 영국 국왕 찰스 II세는 유럽원정을 마치고 런던으로 개선하였다. 그 개선의 현장에서 왕실 물리학자 였던 찰스 스카르보로우 경은 찰스 왕의 머리 위에서 이 별이 유난히 빛나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이 별에 찰스 왕의 개선을 경축하는 이름을 붙일 것을 제안하였다. 그후 이 말을 전해들은 왕실 천문학자 에드문드 핼리(Edmund Halley, 핼리 혜성의 발견자)는 이 별에 '찰스의 심장'이란 이름을 붙이고, 사냥개의 목걸이로부터 떼어내 왕관을 쓴 심장 모양의 새로운 별로 만들었다고 한다. 찰스의 심장이란 말을 라틴어로 바꾸면 '콜 카롤리'(Cor Caroli)란 이름이 되는 데 지금은 이것이 이 별의 이름이 되어버렸다.

봄철의 작은 별자리 중 마지막으로 이야기 할 별자리는 바로 사냥개자리 아래에 위치한 머리털자리다. 앞서 말한 두 개의 별자리는 직접 왕관과 관련된 별자리이나 이 별자리는 왕관이 씌어져 있던 왕비의 아름다운 머리다발로 만들어진 별자리이다.

머리털자리는 모두 4등급 이하의 어두운 별로 이루어져 있어 도시의 하늘에서는 하나의 별도 제대로 알아보기 힘들지만 다른 어떤 밝고 큰 별자리보다 아름다운 이야기를 간직한 별자리이다. 특히 이 별자리는 신화나 전설이 아닌 실존 인물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 더 눈길을 끌고 있다.

기원전 3세기경 이집트의 왕 프톨레미(Ptolemy)가 앗시리아(Assyria)를 정복하기 위해 위험한 원정길에 올랐다. 이 때 그의 부인이었던 왕비 베레니케(Berenice)는 아프로디테 신전에서 남편의 무사함과 승리를 빌면서 그 대가로 자신의 아름다운 갈색머리카락을 잘라 신의 제단에 바칠 것을 맹세했다.

이윽고 싸움은 이집트의 승리로 끝났고, 왕이 무사히 돌아온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베레니케는 신탁에서의 맹세를 지켜 자신의 머리카락을 잘라 아프로디테 신전에 바쳤다. 개선한 왕은 왕비의 머리카락이 짧아진 것을 보고 놀랐으나 그 연유를 듣고 몹시 감격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머리카락은 첫날 밤에 신전에서 사라졌고, 이 사실은 왕과 베레니케를 분노하게 만들었다.

결국 신전을 지키던 사제가 이 사건의 책임을 지고 사형에 처해지게 되었다. 그러나 그 절박한 상황은 궁중 천문가였던 코논(Conon)의 재치로 무사히 넘어가게 된다.

코논은 사자자리 뒷부분의 희미한 별들을 가리키며 왕비의 머리카락이 한 신전에 놓여 있기에는 너무 이름다워 신들이 하늘에 걸어 두었다고 설명하였다. 사람들이 쳐다본 그곳에는 마치 엉킨 그물같이 탐스러운 왕비의 머리카락이 반짝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별자리에 대해 잘 알지 못했던 왕과 왕비는 이 말을 듣고 무척 기뻐하여 사제를 석방하고 코논과 함께 후한 상을 내렸다. 이렇게 하여 하늘에 아름다운 사연의 머리털자리가 생겨났고, 사자자리는 탐스러운 꼬리털을 잃고 밋밋한 꼬리를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머리털자리에는 베타별과 감마 별 사이에 '우리 은하의 북극'이 자리하고 있다. 이 때문에 머리털자리가 높이 떠올랐을 때에는 은하수를 볼 수 없다. 머리털자리가 은하의 북극에 자리하고 있는 이유로 이곳에는 망원경을 이용하여 성운과 외부 은하를 관찰하기 아주 좋은 지점이다. 이곳에는 3천개 이상의 성운과 은하가 모여 있어서 '성운의 집' 혹은 '성운의 근원'이란 이름까지 붙여져 있다.

이 달의 행성

금성/물고기자리에 위치하며 중순 이 후에는 새벽 여명 속으로 사라져 볼 수 없게 된다.

화성/물병자리에서 1.3등급으로 빛난다. 이 달 하순경에는 물고기자리에서 볼 수 있다.

목성/-1.9등급의 밝기이며, 이달 내내 사자자리에서 찾을 수 있다.

토성/염소자리에 있으며 밝기는 1.0등급이다.

이달의 별/아크투루스(Arcturus, 목동자리의 으뜸별)

'곰의 감시인'이란 의미의 아크투루스는 전하늘에서 네번째로 밝은 별로 봄철의 별자리 속에서는 행성을 제외하고 가장 밝게 보이는 별이다. 오렌지색으로 빛나는 이 별은 태양으로부터 대략 37광년의 거리에 있으며 지름은 태양의 25배, 밝기는 1백15배 정도인 어마어마한 크기의 별이다.

이 별은 고유운동이 큰 것으로도 유명한데 1718년 영국 천문학자 핼리는 이 별의 위치가 고대 그리스 시대에 관측되었던 위치와 1도(˚)정도 틀린 것을 알아내고 처음으로 고유운동을 발견했다. 현재 이 별은 매년 약 2초(″) 정도 움직이는 것으로 밝혀졌는데 물론 이는 우리 눈으로는 확인하기 불가능한 정도의 움직임이다.

이 별은 달력이 없던 시절 계절의 변화를 알 수 있게 해주던 중요한 지표였다. 따라서 이 별이 뜨게 되면 고대인들은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동쪽하늘에 크투루스가 뜨게 되면 건조한 계절이 시작되고 이때가 되면 여자들이나 습한 체질의 사람들은 자연적으로 무기력증에 빠지게 된다는 말까지 전해질 정도였다.

이집트에서는 이 별을 나일 신전의 숭배 대상 중의 하나인 '신전의 별(Templer Star)'로, 그리고 아라비아에서는 '하늘의 수호성'으로 부르며 매우 신성시 하였다고 한다.

이달의 집중탐구/ 솜브레로 은하(Sombrero Galaxy, M104)

처녀자리의 으뜸별 스피카 동쪽으로 약간 떨어진 위치에 M104로 알려진 특이한 모양의 은하가 있다. 이 은하는 그 모습 때문에 '어두운 길(Dark Lane)' 혹은 '솜브레로(Sombrero, 멕시코 모자)'란 이름으로도 불려진다. 이 은하까지의 거리는 대략 2천5백만 광년으로 가장 가까운 은하인 안드로메다은하보다 12배 이상이나 먼 거리에 놓여 있다. 이 은하는 1871년 프랑스의 천문학자 메체인(P. Mechain, 1744~1804)에 의해 발견됐으며 1784년 메시에에 의해 그의 목록에 추가되었다.

M104는 옆면으로 보이는 은하의 가장 멋진 예이며, 나선 은하와 타원 은하의 중간 형태로 여겨지고 있다. 이 은하의 중간에 가로 놓여진 선은 6인치 정도의 작은 망원경에 의해서도 희미하게 보이지만 그 정확한 모습은 10인치 이상의 망원경을 사용해도 뚜렷하게 알아보기는 힘들다. 이 은하는 우리은하 근처에 모여 있는 처녀자리 은하단의 한 구성원으로 알려져 있다.
 

멕시코모자란 뜻을 가진 솜브 레로 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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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이태형 총무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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