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릴레이가 사망한 해에 뉴턴이 태어났듯이 당신은 또다른 대과학자의 「분신」일 수 있다.
풀어보고
(1) 다음 10개의 문장이 한 집합을 이루고 있다. 이중 한 문장만이 옳다. 어느 것이 옳은 것일까?
1) 이 10개의 문장들중 단지 한 문장만 다르다.
2) 이 10개의 문장들중 단지 두 문장만 다르다.
3) 이 10개의 문장들중 단지 세 문장만 다르다.
4) 이 10개의 문장들중 단지 네 문장만 다르다.
5) 이 10개의 문장들중 단지 다섯 문장만 다르다.
6) 이 10개의 문장들중 단지 여섯 문장만 다르다.
7) 이 10개의 문장들중 단지 일곱 문장만 다르다.
8) 이 10개의 문장들중 단지 여덟 문장만 다르다.
9) 이 10개의 문장들중 단지 아홉 문장만 다르다.
10) 이 10개의 문장들중 단지 열 문장만 다르다.
① 1 ② 3 ③ 7 ④ 9
(2) 누승(factorial)은 매우 급격히 숫자가 커지기 때문에 놀라움의 표시로 느낌표(!)를 써서 표시한다. 즉 n!=1×2×3×…×n을 의미한다. 이 계산에는 2와 5가 포함되고, 또 10등이 포함되기 때문에 결과에는 많은 0이 붙게 된다. 잘 추론해서 10000 ! (1×2×3×…×10000)에는 0이 몇개 붙게 되는지 계산해 보자.
① 15 ② 159 ③ 2499 ④15899
(3) 매년 2%씩 증가하는 양이 있다면 이것이 몇년만에 두배로 되겠는가 하는 문제는 여러 면에서 중요한 계산이다. 이자로 치면 복리의 계산이 된다. 이를 보다 간단한 공식을 사용해 예측하려고 한다. 즉 어떤 숫자를 2로 나눈 값이 바로 두배로 증가하는데 걸리는 햇수가 된다. 그 어떤 숫자는 다음 중 어느 것일까?
① 20 ② 50 ③ 70 ④ 100
(4) 이 세상에는 우연이거나 우연처럼 보이는 일이 많다. 이를테면 하늘에 보이는 해와 달은 개기일식과 개기월식에서 보듯이 그 크기가 거의 비슷하게 여겨진다. 해와 달의 크기가 같아서인가? 아니다. 해의 지름이 달보다 4백배 크고, 그 거리가 달보다 4백배 멀기 때문에 그렇게 보이는 것이다. 그렇다면 다음의 수학적 발견이 우연인가, 아닌가를 생각해 보자.
① 0.9의 제곱근은 0. 94…로 끝나고, 0.99의 제곱근은 0.994…로 끝나고, 0.999의 제곱근은 0.9994…로 끝나고, 0.9999의 제곱근은 0.99994…로 끝나고, 이런 식으로 계속된다. 즉 소숫점 밑으로 n개의 9를 갖는 수의 제곱근은 그 n개의 9 끝에 4…가 붙는 숫자로 주어진다. 이 사실을 우연으로 볼 수 있을까?
② 4는 제곱수(어떤 수를 제곱한 수)다. 그 다음 제곱수는 9다. 이들을 연속해서 붙인 49는 역시 제곱수다. 이것도 우연이라고 볼 수 있을까?
이 두 문제에 대해 다음과 같이 답해보자. 각 문제에 대해 우연이면 참(T), 아니면 거짓(F)으로 표시했을 때 다음 중 어느 조합이 맞을까?
① T, T ② T, F ③ F, T ④ F, F
맞춰보고
(1) ④ 9번째 문장만 옳다. 다음과 같이 증명해볼 수 있겠다. "위의 모든 문장은 서로 모순되므로 많아야 한 문장만 옳다. 또 모든 문장이 거짓일 수는 없다. 왜냐하면 그렇게 되면 '한 문장이 그르다'로부터 '열 문장이 그르다'까지 모두 거짓이 되는데, 따라서 거짓인 문장은 하나도 없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단지 한 문장만 옳고 나머지 아홉 문장이 거짓이고, 9번째 문장만 참이다." 이 문제는 꼭 10문장이 아니라 n개의 문장에 대해서도 똑같이 성립, n-1번째 문장만 옳게 된다. 이 문제는 1969년에 최초로 발표됐는데, 그때는 1969개의 문장을 사용했고 따라서 1968번째 문장만이 옳다는 것이 답이었다. 그런데 이 n을 줄여가다 드디어 한 문장만 남게 되면, "이 문장중 단지 한문장만 거짓이다"가 되는데, 이것이 바로 유명한 '거짓말쟁이의 모순'으로 귀착된다.
(2) ③ 2라는 수가 곱셈에 사용되므로 5에 의한 0이 나타나고, 또 25(=${5}^{2}$), 125(=${5}^{3}$), 625(=${5}^{4}$), 3125(=${5}^{5}$)에 의한 0이 나타나게 된다. 그런데 서로 겹치는 횟수는 제거해야 하므로 다음과 같은 계산이면 맞는 갯수를 얻을 수 있다.
(10000/5)+(10000/25)+(10000/125)+(10000/625)+(10000/3125)=2000+400+80+16+3=2499개의 0.
(3) ③ 이 문제를 정확하게 수식으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1.02)}^{n}$=2. 이 식을 그냥은 계산하기 어렵고 로그계산을 사용하면 자연대수 e를 밑으로 해(e=2.718…) 다음과 같이 푼다.
${log}_{e}$ (1. 02)ⁿ = ${log}_{e}$2
n·${log}_{e}$1. 02 = ${log}_{e}$2
n=$\frac{{log}_{e}2}{{log}_{e}1. 02}$ = $\frac{0.693147}{0.019803}$ = $\frac{0.70}{0.02}$ = $\frac{70}{2}$
분모에 해당하는 ${log}_{e}$(1.02)를 계산하기 위해 제곱근의 급수전개를 하면 다음과 같다.
${log}_{e}$(1+n)=n-$\frac{1}{2}$n²+$\frac{1}{3}$n³-$\frac{1}{4}$n⁴….
n이 작은 경우에는 ${n}^{2}$ 이상은 무시되고 바로 n으로 놓을 수 있다. 즉 ${log}_{e}$(1+n)≒n이 되고 ${log}_{e}$(1+0.02)≒0.02가 된다. 이 계산으로 우리는 상당히 정확하게 근사공식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즉 n%로 증가하는 양은 70/n년만에 두배로 늘게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인구문제를 보면, 현재의 지구인구가 50억이고 2%로 증가하고 있다면 70/2=35년만에 두배인 1백억이 되는 것이다. 즉 2027년이면 지구가 1백억의 인구를 먹여 살려야 한다는 말이다. 이 계산을 ${log}_{e}$를 써서 정확히 해 보면 35.002789가 되는데, 이 결과는 근사공식의 정확성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할 수 있겠다.
(4) ④ 지질학에서도 유라시아 아메리카 아프리카 등의 해안선 형태를 맞추면 서로 딱 맞을만한 형상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단순한 우연이라고 간주하고 있다가 근래에는 이들이 한 대륙이었다가 떨어져 나간 것이라는 새로운 가설을 세우고 있다. 숫자로는 자연대수의 밑 e를 소수점 아래 9자리까지 보면 e=2.718281828…로 1828이 반복되는데, 이것은 우연으로 봐도 좋겠다. 그러나 위의 두 문제는 모두 우연이 아니다.
첫번째 문제에서 n개의 9를 갖는 이 숫자 의 제곱근은 $\sqrt{0.999…}$ = ${(1-{10}^{-n})}^{1/2}$이 된다. (문제3)에서 보았듯이 이를 다음과 같은 제곱근의 급수공식으로 표현하면 아래와 같이 된다.
$\sqrt{(1-x)}$ = ${(1-x)}^{1/2}$ = 1-$\frac{1}{2}$x - $\frac{1}{8} {x}^{2}$ + $\sqrt{1-({10}^{-n})}$ = 1-$\frac{1}{2}$(${10}^{-n}$) - … = 0.99… 4…
두번째 문제에서 n-1번째의 제곱수는 (n-1)², n번째의 제곱수는 n²이 된다. 이를 연속해서 붙이고 n²+1진법으로 바꾸면 (n-1)²×(n²+1)+n²이 되고 이 수는 (n²-n+1)²이 된다.
다시 말하면 연속한 제곱수를 붙여 만든 수는 (두번째 제곱수+1)의 진법으로 해서 다음의 제곱수가 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일반적인 법칙이고 위 문제의 경우에 49=2² · 3²이므로 n=3이 되고, n²+1=10의 진법으로 다음의 제곱수가 된다는 것이다. 즉 49=7²이 된다. 그러므로 우연이라기 보다 위에 설명한 바와 같이 법칙의 일부로 볼 수 있다.
대표적인 우연의 문제로 '작은 세계의 문제'(Small World Problem)가 있다. 이 문제에 대하여는 통계학적으로 많은 연구가 수행됐는데, 그 내용을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당신이 기차나 버스에서 모르는 사람과 만났을 때, 두 사람이 적어도 한 사람을 공통적으로 알고있을 확률이 얼마일까?"하는 것이다. '아는 사람'이라는 용어를 정의하기가 힘들다는 점 외에도 정확한 확률을 계산해내는 것 자체도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연구에 따르면 세상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듯이 그렇게 넓은 세계는 아니라고 한다. 다음과 같은 경우를 생각해 보자. 한 사람이 어떤 서류를 어디에 사는 누군지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전하라는 임무를 부여받았다고 하자. 이 사람이 서류를 받아야 할 사람을 가장 잘 알 것 같다고 생각되는 친구에게 서류를 보내고, 이 친구는 다시 또 보낼 것이다. 이렇게 계속해서 보낼 때 이 서류가 원하는 사람에게 최종도착하려면 몇번이나 이 과정을 거쳐야 할까? 1백번, 1천번, 아니 그 이상? 우리나라보다 훨씬 넓은 미국에서 한 심리학자가 실제로 이 실험을 수행해 본 결과, 대다수의 사람이 1백번 정도일 것이라고 예상하지만 실제로는 두번 내지 열번 안에 도착됐고, 중앙값(median)은 다섯번이었다는 것이다. 이 문제는 생활과 수학에서 나타는 우연에 대해 얘기해 보고자 제시한 것인데, 역학에서 위대한 업적을 남긴 두 사람, 갈릴레이(1564~1642)가 죽은 해에 뉴턴(1642~1727)이 태어났다는 사실도 함께 얘기하고 싶다. 시인 포오프가 다음과 같이 읊은 것처럼.
"자연과 자연의 법칙이 캄캄한 밤속에 숨겨져 있었다. 신이 말했다. '뉴턴이여 나오라' 그리하여 모든 것이 명백해졌다."
갈릴레이가 가고 뉴턴이 등장한 것이 하나의 우연이겠지만, 한편으로는 이 두사람이 임무교대한 것이 아닌가 하는 마음이 드는것도 사실이다. 이런 의미에서 필자에게 이와 같은 글을 쓰게하는 데 커다란 영향을 미친, '수학사'(A History of Elementary Mathematics)를 저술한 캐조리(F. Cajori)와 필자가 같은 생일(2월 28일)을 가졌다는 사실을 범상히 넘겨버리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