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 긴 여름, 독서도 좋지만 최첨단 게임 하나쯤 마스터해보는 것도 피서에 그만이다. 이왕이면 이 시대에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게임에 도전해보는 것은 어떨까.
안녕하세요? 슬기 프로게임팀의 임영수입니다. 여러분에게 이번 여름을 활기차게 보내는데 도움이 될만한 게임을 몇가지 소개하려고 합니다. 길고 긴 여름 잠만 자거나, 여행만 계속 다닐 수는 없겠죠? 아마도 집에 있는 시간이 가장 많을 것입니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 독서도 중요하지만, 인터넷여행이나 게임을 즐기면서 가장 앞선 첨단산업분야의 하나인 인터넷과 게임산업이 어떻게 움직여 가는지에 대한 식견을 쌓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입니다.
여러분들도 아시다시피 게임, 특히 PC게임에는 여러가지 장르가 있습니다. 그리고 인터넷 기술의 발달과 함께 현재는 혼자서 컴퓨터와 함께 하는 싱글 미션게임보다 네트워크게임이 더욱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네트워크게임으로 ‘스타크래프트’를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주목해야 할 것이 하나 있습니다. PC게임의 장르구분은 아니지만 굳이 나누자면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즐길 수 있는 게임과 적은 시간을 투자해도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게임으로 나눌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즉 게임의 중독성의 강약, 또는 마니아게임/비마니아게임으로 나눌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런 기준에서 볼 때 다음에 소개하는 것들은 초보자들나 마니아들이나 모두들 좋아하는 게임입니다. 물론 이런 게임을 즐기시려면 게임 CD를 사야 하겠죠. 그리고 혼자 하든 아니면 네트워크를 이용해 여럿이 하든 그것은 자유입니다.
1. 전략시뮬레이션 게임 - 에이지 어브 엠파이어
전략시뮬레이션게임은 현재 전세계적으로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기있는 게임장르로 원래 군사시뮬레이션 프로그램에서 비롯됐다. 전쟁의 결과를 예측하기 위해 각종 변수데이터를 입력해 그 결과를 알아보는 것으로 현재도 군에서 쓰이고 있는 최첨단 기술이다. 여기에 오락적 성격을 가미해 게임으로 발전시킨 것이 전략시뮬레이션 장르이다.
전략시뮬레이션게임의 원조는 ‘듄’시리즈를 들 수 있으며, ‘워크래프트 II’가 최초의 네트워크 전략시뮬레이션게임이다. 네트워크게임이 의미하는 것은 바로 인간과 인간의 대결이 가능하다는 것. 이러한 시합적 요소 때문에 상금이 늘고 있고 프로게이머들도 출현하게 됐다.
‘에이지 어브 엠파이어’는 스타크래프트와 비교한다면 다소 느리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이 게임은 전략시뮬레이션 장르의 발전사를 볼 때 워크래프트 시리즈와 C&C(Command&Conquer) 직후, 그리고 스타크래프트가 출시되기 전까지 가장 높은 인기를 누렸다.
에이지 어브 엠파이어는 내용상 교육적인 측면도 가지고 있다. 이 게임을 능수능란하게 할 정도가 되면 적어도 인류의 문명이름은 다 외울테니 말이다. 아이피엑스(IPX, 게임방 안에서 네트워크를 통해 즐기는 게임)나 인터넷 네트워크 플레이가 가능하며, 인터넷에서 외국인들과 게임을 즐기기 위해서는 마이크로소프트의 게이밍존(http://www.zone.com)으로 가야 한다. 물론 영어를 못하면 가서 고생한다. :)
이 게임을 시작하기 전 여러분은 12문명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각 문명은 발전속도 및 이동속도 등의 장단점을 가지고 있으며, 연구할 수 있는 기술도 다르다. 가령 바다가 인접한 지역에서는 선박제조나 속도의 이점이 있는 페니키아, 미노아, 야마토 문명 등을 고르는 것이 유리하다.
게임에 들어가게 되면 먼저 채집, 사냥 등을 통해 식량을 확보해야 한다. 게임을 시작했는데 주위에 과일나무가 없다면 낭패다. 그럴 경우에는 돌도끼를 들고 주위의 코끼리나 사자, 영양 등을 사냥해야 한다. 그런 것도 눈에 띄지 않으면 물가에 가서 창을 들고 낚시라도 해야 된다. 식량을 확보하지 않고서는 일꾼의 충원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지에서 사람을 만들면서 생겨나는 노동력으로 나무, 돌 등을 채취하면서 계속 문명을 발전시켜야 한다.
처음 시작하는 배경은 구석기이며, 신석기, 청동기, 철기 등으로 발전해 간다. 물론 신석기, 청동기, 철기로 발전하면서 생산가능한 전투유닛이나 무기 등도 고급화된다. 재미있는 것은 마법사로, 마법사의 주문을 통해서 다친 자기 병사들을 치료하거나 다른 편의 유닛들을 뺏을 수 있다.
이 게임에서 승리하기 위해 꼭 상대방을 정복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유물(유물을 모두 정복한 첫 플레이어가 승리), 유적(유적을 모두 정복한 첫 플레이어가 승리), 불가사의(불가사의를 만든 첫 플레이어가 승리), 정복(모든 적을 정복한 첫 플레이어가 승리) 중의 하나라도 조건을 채우면 승리할 수 있다.
2. 롤 플레잉 게임 - 코룸3
롤 플레잉 게임(RPG)의 시작은 주사위 놀이이다. 말판에 주사위를 굴려서 말을 전진시키면서 여러가지 경험을 쌓는 게임이다. 윷놀이와 비슷하지만 좀더 복잡하고, 게임 중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장르다. 위에서 말한 가장 마니아적인 장르를 말한다면 역시 RPG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리니지’, ‘템피스트’, ‘코룸’ 시리즈와 같은 RPG 장르의 게임들이 많이 만들어지고 있다.
코룸3(혼돈의 마법 쥬마리온)는 1, 2편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이콤 엔터테인먼트에서 그래픽과 스토리 라인에 더욱 신경을 써서 만든 국산 액션 RPG게임이다. 액션 RPG란 말 그대로 액션과 RPG의 결합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실제 게임시에 보통 RPG게임처럼 경험에 따라 레벨을 올리면서 많은 기술들을 사용할 수 있다. 단순 마법이나 선택창에 의한 그래픽 액션이 아니라, 실제 전투기술들을 마우스 또는 키보드 조작을 통해 실시간으로 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일본 RPG게임으로 세계적으로 성공한 ‘파이널 팬터시’시리즈 역시 게임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플레이어가 쓰는 마법이나 액션은 단지 선택창에서 마우스로 고르는 일뿐이다. 그러면 자동으로 화려한 그래픽과 함께 마법이나 액션이 펼쳐진다. 물론 그래픽이나 스토리가 뛰어날 경우 이러한 게임진행체계도 나쁘지 않다. 그러나 실제로 게이머가 의도한 기술을 키보드나 마우스, 스틱 등을 사용해 플레이할 때 느끼는 높은 일치감과 집중감은 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 쉽게 생각하면 ‘킹 어브 파이터즈’나 ‘사무라이 쇼다운’ 등에서 나오는 기술들을 RPG게임에서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코룸3에서 주목해야 할 점이 몇가지 있다. 첫째는 칼질인데 정말 많이 하게 된다. 리니지에서 한달 동안 할 칼질을 코룸3에서는 일주일이면 넉넉하다. 리니지를 한번이라도 해본 사람은 쉽게 상상이 갈 것이다. 거의 막노동에 버금간다.
둘째는 실시간 모드로 진행되는 게임으로 적과 싸우는 중간에도 캐릭터 전환을 할 수 있다. 보통 RPG 게임은 주인공 혼자서 경험을 쌓아가는 것이 아니라 2-3명 이상의 캐릭터를 가지는 것이 보통이다. ‘코룸3’에서는 전사인 카이엔, 정령사인 이슈리아(이 여자가 하는 대사는 정말 화끈하다), 마법사인 쟈이피 등 3명의 캐릭터가 있다.
셋째는 전투기술로서 보통의 칼질, 마법 외에도 여러개의 필살기가 있어서 사용할수록 숙련도가 올라간다. 필살기를 사용하면 SP가 소모되는데, 숙련된 필살기는 SP 소모량이 적게 들어 여러차례 필살기를 쓸 수 있다. 플레이어의 에너지는 체력인 HP와 특수능력인 SP로 나타난다. 물론 레벨업할 때마다 수치들이 증가한다.
3. 3D액션게임 - 레인보우6
3D 액션게임의 원조는 ‘울펜스타인’이다. 지금 보면 그래픽도 조잡하고 움직임도 부자연스럽지만, 당시에는 현실과 가장 흡사한 1인칭 시점의 3차원구도 게임이었다. 그리고 ‘둠’이라는 게임이 나와서 많은 3D 마니아들이 생겨났고, ‘디센트’시리즈, ‘퀘이크’시리즈 등이 3D 게임의 명작으로 꼽힌다. 그래픽 기술 자체로는 가장 미래지향적인 분야의 게임이라 할 수 있다.
PC게임을 하는 사람들 중에서 레인보우6를 모르시는 분이 있을까. 거의 없을 것이다. 이 게임의 인기는 스타크래프트에 약간 못미치지만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대중적인 게임이다. 스토리라인부터 그래픽까지 작품성이 정말 뛰어나다.
레인보우6는 소설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그리고 그 소설의 작가인 톰 클랜시가 게임제작사인 레드스톰사의 사장이다. 전체적인 게임 내용은 소설의 내용과 같이 테러진압에 관한 것이며, 테러진압으로 유명한 미국의 SWAT나 영국의 SIS가 등장하는 영화 속의 주인공 역할을 하게될 것을 상상하면 플레이에 대한 준비는 마친 것이나 다름없다.
레인보우6의 장르는 3D 액션이지만, 둠에서부터 시작돼 언리얼, 퀘이크로 내려오는 일반적인 3D 액션게임과는 적지않은 차이가 있다. 가장 먼저 들 수 있는 차이점은 ‘전략과 전술’이라는 개념이다. ‘마이트앤매직’이나 ‘창세기전’이 전략시뮬레이션에 롤플레잉 성격을 가미했다면, 이 게임은 액션에 전략을 가미시킨 것이다. 내용만으로 이야기한다면 서바이벌게임으로도 구분할 수 있다.
여러분은 가장 간단하게 캐릭터 하나를 선택해 그 사람만을 조정하면서 게임을 이끌어나갈 수도 있고, 좀더 복잡하게는 임무에 관련된 작전팀 동료들에게 진입로 및 역할설정 등 전반적인 작전 지시를 내릴 수도 있다. 물론 이것은 멀티플레이어 미션게임에서 가능한 얘기이다. 물론 데스매치(death match)를 택해 사람끼리 실력을 겨룰 경우에는 전략과 전술보다는 빠른 움직임과 정확한 조준에 많이 의존하게 된다.
이 게임을 퀘이크류의 3D게임과 구분짓는 중요한 요소는 바로 게임 자체의 현실적 요소에 있다. 즉 머리를 정통으로 맞아도 죽지 않는 경우란 있을 수 없다는 뜻. 팔다리만 스쳐도 비틀대고 셔츠가 피로 얼룩지며 왼쪽 가슴이나 머리에 총탄이 맞을 경우 바로 그 자리에서 즉사하도록 돼 있다. 또한 인간의 점프능력을 원숭이 뺨치게 만들어 놓은 퀘이크처럼 펄쩍펄쩍 날아다닐 수도 없고, 로켓 발사기 같은 무거운 무기를 한손에 들고 마구 뛰어다니지도 못한다.
레인보우6의 사실성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동하면 명중률이 낮아지는 점, 건물에 총을 난사하면 창문이 깨진다는 점, 한번 죽으면 게임이 끝나기 전까지 다시 그 게임에 참여할 수 없는 점, 탄창을 갈아끼우는 시간이 필요하고 권총이라도 쓰다보면 총알이 없어서 맨주먹으로 붉은 피를 쏟게 해야 한다는 점 등 여러가지 점에서 실제 자신이 특수부대원이 된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이런 면에서 보면 가장 사실감있고 현장성이 느껴지는 게임이다. 플레이어 자신이 주인공이 돼 한편의 영화를 찍는 기분이다.
따라서 레인보우6는 다른 게임에 비해 덜 오락적으로 느껴질 수 있겠지만, 어지럼증으로 인해 다른 3D 게임을 포기한 사람들에게는 좋다. 그리고 화면진행이 느리면 그래픽이 뒤쳐져 보이지 않느냐고 묻겠지만, 그래픽에도 상당히 신경을 써서 사실적인 면을 많이 느끼게 한다.
그 외에도 이 게임에는 흥미를 느끼게 하는 여러가지 요소가 있다. 우선 수집광들이나 어렸을 때 BB탄이 들어가는 모형소총으로 서바이벌 게임을 해 본 사람들은 누구나 좋아할 만한 현실세계의 다양한 무기(M16, AK47, UZI, …), 보조장비(다양한 열쇠, 적외선 센서, 수류탄, 조명탄, …) 등의 모습을 구경할 수 있다. 적과 대치할 때 춤추는 듯한 움직임 또한 게임의 재미를 더해준다. 적과 대치하고 있는 우리편의 모습을 보는 것은 마치 한편의 팬터마임(무언극) 코미디를 보는 듯하다.
레인보우6를 대중적으로 성공시킨 것은 뛰어난 멀티플레이 기능과 그 재미라고 할 수 있다. 멀티플레이가 상당히 쉽고, 같은 편끼리의 의사소통도 쉽다. 멀티플레이용 지도 또한 각각의 개성이 매우 뚜렷해서 수없이 많은 작전을 짤 수 있게 한다. 비교적 깔끔한 그래픽과 여러 종류의 배경음악, 그리고 생동감과 현실감을 느끼게 해주는 효과음 등은 이 게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재미다.
국내 최초의 프로게이머 슬기팀
스타크래프트와 같은 네트워크 게임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마침내 국내에 프로선수들이 등장했다. 과거의 게임들은 단순한 오락에 그쳤지만, 네트워크게임은 시합이 가능한 게 특징. 따라서 네트워크 게임업체들은 저마다 거액의 상금을 내걸고 최고의 기량을 가진 게이머들을 유혹하고, 이를 노린 프로선수들이 나타난 것은 필연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프로게이머 슬기팀이 결성된 것은 지난 2월. 신주영(22세, 본명은 박창준), 임영수(28세), 이기석(19세), 김창선(24세), 이창승(19세)등 내로라 하는 5인이 처음으로 출사표를 냈다. 신주영씨는 지난해 11월 블리자드(스타크래프트를 제작한 회사) 래더 토너먼트에서 1위를 차지한 세계챔피언. 고등학교 시절 일본에서 개최된 버추얼파이터 세계대회에서 우승해 일찍이 '신의 손'으로 통했다. 신씨의 인기는 게임계에서는 야구의 박찬호만큼이나 대단하다. 그러나 지난달 군입대로 당분간 그의 활동을 보기는 힘들다.
슬기팀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임영수씨는 성균관대 행정대학원을 졸업한 고학력자로, 지난해 가을 블리자드 래더 토너먼트에서 8강에 진출했다. 현재는 슬기팀의 감독을 맡고 있다. 서울 면목고를 졸업한 재수생 이기석씨는 (주)아이펙네트에서 주최한 KPGB 1, 2회 개인전에서 연속 우승했으며, C&C 세계 랭킹 3위를 기록해 '제2의 신주영'으로 불린다. 건국대 부동산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인 김창선씨는 하이텔배 스타크래프트대회에서 준우승, 경희대 한의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인 이창승씨는 98년 가을 블리자드 래더 토너먼트에서 16강에 진출했다. 최근 슬기팀은 신주영씨가 군에 입대함에 따라 99년 봄 블리자드 래더 토너먼트에서 각각 8강과 16강에 진출한 오세윤군(18세)과 박현준씨(20세)를 영입해 팀을 강화했다.
상금과 강연료 등으로 살아가는 슬기팀의 벌이는 얼마나 될까. "액수를 밝힐 수 없지만 직장생활 보다 나은 편"이라는 게 임영수씨의 설명. 게다가 언론사에 주최하는 국내대회가 계속 생기고 있어 당분간 전망은 밝은 편. 슬기팀은 얼마전 프로게이머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에세이집 '스타크래프트 히어로' (산성미디어)와 '소설 스타크래프트' (중앙 M&B)를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