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통일논의의 활성화와 정부의 부분적인 북한관계자료 개방에 힘입어 북한사회에 관한 각종 사실적 자료들을 일반 국민들이 과거보다 손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으며 학계 등에서는 북한사회에 관한 객관적 평가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정치 사회분야와 달리 북한의 과학기술분야에 대해서는 일간신문의 단편적인(그것도 주관적인 단신들) 보도 외에는 자세히 알려지지 않고 있으며 이에 대한 정리노력 역시 미흡하다. 이 글에서는 부족하나마 북한의 과학기술정책의 이론적 배경 및 연구현황, 교육 제도를 중심으로 북한 과학기술을 개괄적으로 살펴본다.
물질적 요새구축(?)
북한에서의 과학기술정책은 자립경제발전 노선하에서 생산력의 발전을 증대시키기 위한 토대로서뿐만 아니라 사회주의 건설과 궁극적 사회목표인 공산주의 건설에서 요구되는 무계급 사회의 물질적 토대구축을 그 목적으로 하고 있다. 소위 사상적 요새구축이라는 사상·문화혁명과 더불어 물질적 요새구축으로 과학기술발전이론의 배경이 되는 기술혁명을 그들은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기술혁명은 기술을 발전시키고 생산공정을 기계화 자동화하여 모든 근로자들을 힘든 노동에서 해방하고 노동조건에서의 차이, 노동의 본질적 차이를 없애고 그들에게 자주적이며 창조적인 노동생활을 보장하여주기 위한 혁명과업이며 생산력을 발전시켜 근로자들의 물질적 복리를 끊임없이 증진시키기 위한 영예로운 투쟁이다."
북한은 기술혁명에 의하여 현대적인 새로운 기계설비, 고도로 자동화된 기술수단을 생산에 받아들여 고열노동과 유해노동을 없애고 모든 부문에서 근로자들이 자동화되고 원격조종화된 자동기계 및 자동조종체계를 이용하게 되므로 중노동과 경노동, 육체노동과 정신노동의 차이가 없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즉 기술혁명은 단순히 기술을 발전시키고 생산력을 발전시켜 물질적 부를 많이 생산하기 위한 기술실무적 과업이 아니라 사회적 구조에서 해방된 근로자들을 자연의 구속으로부터 해방하여 이들에게 완전한 사회적 평등과 자주적이며 창조적인 생활을 보장하여주기 위한 정치적 과업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기술혁명론에 입각하여 북한의 과학기술정책은 크게 과학교육정책 산업기술정책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주체화 현대화 과학화
북한은 1946년 4월 '북조선공업기술연맹'을 창립했고 1985년에는 농업 및 자연과학부문을 망라하여 '조선과학기술총연맹'으로 개칭하여 과학자 기술자들을 대중적 기술혁신운동으로 유도하고 있다. 과학기술자들과 근로자들, 과학연구기관 및 교육기관들과 공장 기업간의 연대협의를 강화하는 한편 국제과학기술기구들과 과학기술교류사업도 병행한다는 것.
제1차 7개년 계획기간이었던 1961~67년에 걸쳐 북한은 기계공업을 핵심으로 하는 중공업발전에 초점을 맞추어 생산공정의 기계화 전기화 과학화를 목표로 내세웠다. 이 기간중 중화학공업육성에 총력을 경주하는 한편 소련 중국과 기술교류를 갖고 기초과학육성에도 힘을 기울였다. 그러나 이 계획은 중·소간 이념분쟁, 미국의 월맹북폭확대에 따른 군비확장으로 크게 차질이 빚어져 3년이나 연장이 되었다. 7개년 계획에 이은 6개년 계획(71~76)에서는 '과학기술문제를 성공리에 해결하는 것만이 경제적 토대를 정비·보강하기 때문에 제품의 질을 높이는 것이 현북한의 경제발전 기본노선'이라 밝히고 공업분야의 질적인 발전을 꾀하면서 과학기술발전에서도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연구성과를 요구하였다.
그 후 2차 7개년 경제계획기간(78~84)에는 인민경제의 주체화 현대화 과학화를 주요정책과제로 설정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한 여러가지 과학기술정책을 세웠다. 우선 과학연구기관들을 강화하여 연구사업에 필요한 각종 실험설비와 중간시험공장을 현대적 수준으로 갖추었다. 또한 과학기술자의 질적향상을 위해 과학기술의 지도와 재교육사업, 과학기술 홍보사업을 강화하고 각 대학 및 고등전문학교에 전자공학 조선공학 기계공학 연료공학 등 비교적 낙후된 분야의 학과를 증설했다.
이와 함께 과학연구를 북한실정에 맞게 진행시키고 생산현장에서의 창의적인 고안이나 합리적인 발상을 생산에 적극 반영한다는 대중적인 기술혁신을 권장했다. 한편 외국의 선진과학기술을 익히고 그 성과를 선별적으로 적극 도입하며 경제발전의 척도가 과학기술 수준의 제고에 있는 만큼 정부 주도하에 계획적인 과정을 설정하여 산학협동체제를 굳힌다는 것이다.
인민경제를 과학화하기 위해 이론과 응용연구를 병행하며 현대화에 필수적인 기계공학 전자공학 자동화공학 등을 적극 연구하는 한편 이것은 산업분야에 직접 연관시켜 전 산업을 과학화시킬 것을 강조하였다.
이를 위해 79년 12월 과학기술자들로 구성된 '5·19기술혁신돌격대'를 비롯 '4·15기술혁신돌격대' '2·17과학자 기술자 돌격대'를 창설하고 지역별 공장별로도 '과학기술자대회' '과학자 실효모임' '발명가창의고안명수회의' 등을 개최하였다. 이들 돌격대는 당시 경제건설방식인 '속도전'을 모방한 것이다.
이 결과 1983년말까지 총 17만8천여건에 이르는 기술혁신방안이 생산현장에 이용되었으며 1984년 공업 총생산액은 77년 기준 2.2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력생산은 1백78% 화학비료는 1백56% 생산증가를 보였다. 대학은 76년 1백55개에서 84년에는 2백16개로, 기술자 전문가는 75년 1백만명에서 84년 1백25만명으로 늘어났다. 3차계획기간(87~93년)에도 사회주의의 물적 토대를 확고히 하기 위해 과학기술의 혁신운동이 가장 중요한 정책으로 되고 있다. 이 기간중에 물질적 기초를 한단계 더 높이기 위해 80년 당6차대회에서 제시한 10대 전망목표를 수정하였다. 이에 따르면 93년까지 경제의 모든 생산부문에서 기계화 자동화 로봇화 전산화를 실현하여 근로자를 힘든 노동에서 해방시키고 생활수준을 증대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북한은 매년 국민소득의 3~4%를 과학연구사업에 투자할 것임을 밝혔다.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6기 제13차회의 (88년)에 제시된 과학기술발전 3개년 계획안은 개별 과학부문 중점 발전사항을 상세히 나타내주고 있다.
예를 들면 전자공학분야에서는 인민경제의 자동화 로봇화 전산화를 위해 전자자료 전자소자 수치제어공장기계 로봇 등의 연구수준을 높인다는 것이다.
생물학분야에서는 의식주문제의 해결을 위해 현대생물학의 성과를 농업과 축산업에 적극 받아들여 바다자원을 합리적으로 이용하고 세포공학 유전공학 등 최신학문으로 우량 품종을 육종하는 연구를 진작시킨다는 것.
평양이과대-과기대와 비슷
북한은 '과학기술교육은 학생들에게 인류가 달성한 선진과학과 기술의 성과를 체득시키고 그 활용능력을 키워주기 위한 교육'이라고 과학교육의 목적을 밝히고 있다.
과학기술교육은 일반지식교육과 전문지식교육으로 나뉘는데 전자는 11년제 의무교육과 중등교육과정에서 실시되는 생산과 기술의 기초원리, 전기 기계에 대한 기초기술지식이며 후자는 고등교육단계에서 실시된다. 일반지식은 사회주의 구성원 모두가 알아야 할 필수적 지식으로 모든 학생들이 현대적 생산과 관련된 한가지 이상의 기술을 습득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전문지식교육에서는 각 개인들을 능력있는 기술자 전문가로 양성하여 '사회전체의 인텔리화'를 추구한다는 것이다.
기술혁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근로자들의 기능향상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며 이를 위한 과학기술교육이 체계적 전문적으로 이루어질 것이 요구된다.
이와 함께 북한에서는 과학교육에 있어서 다음과 같은 점들이 중시된다. 첫째 과학기술자들과 생산근로자들은 항상 협조를 강화하여 기술혁신운동을 전체적으로 벌여 나간다. 둘째 국가는 산학연계를 잘 이끌어 공장대학과 농장대학 공장고등전문학교 농장전문학교 야간 및 통신교육 등 '일하면서 공부하는' 형태의 사회교육을 통해 근로자들이 최신 과학기술을 체득하고 현대적 기계를 다루는 방법을 익히도록 한다. 세째 근로자들의 기능수준을 높여 모든 근로자들이 1인1기술 이상을 보유하고 자기 기계관리에 능숙하도록 한다. 네째 국가는 근로자들의 기술기능 향상을 위하여 기능급수, 기능등급의 시험을 정기적으로 실시해야 한다는 것.
이러한 교육방침아래 북한은 교육기관으로 1988년 현재 1만1천1백30여개의 학교를 세워놓고 있으며 이중 대학이라 불리우는 고등교육기관은 2백40개 정도이다. 대학 중에서 약 70%가 기술계통이고, 이중 50% 정도가 공장대학 농장대학 어장대학 등으로 되어 있다.
대표적인 이공계대학의 주요 특성을 살펴보자.
먼저 김일성종합대학은 북한의 유일의 종합대학이다. 1946년 10월1일 창립되어 12개학부 40개 학과 9개 연구소가 있다(이외에도 통신학부에 14개 학과). 이중 과학계 학과는 수학과를 위시해 19개 학과.
평양이과대학은 1967년 창설된 엘리트과학자를 양성하기 위한 특수대학. 핵물리학 화학 수학 생물학 전자공학의 5개 학부로 편성된 이 대학은 과학원 직속대학으로 과학원 원장이 학장을 겸임하고 있어 여러모로 남한의 과학기술대학과 비슷하다. 교무부장은 과학원 간부가 겸임하고 교수는 과학원 원사나 과학원 후보원사가 겸임. 학생들은 전국과학경기대회에서 5위 이내에 뽑힌 최우수 고교생으로 선발하여 입학시키고 이들에게는 전원 국비의 6년제 교육이 실시된다. 학생들은 성적만 우수하면 당성을 불문하고 입학할 수 있으며 졸업 후 유학의 특전도 주어진다.
공장대학-노동계급 속에서 과학자를 양성
북한에는 김책공업대학 평양건설체신대학 신의주경공업대학 함흥화학공업대학 등 16개의 공업대학이 기술자를 양성하는 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김책공대를 제외한 나머지 공업대학은 모두 공업지대에 분산되어 있고 그 공업지대를 대표하는 극히 전문화된 공업학과만을 교육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예를 들면 함흥수리대학은 대학자체의 명칭부터가 매우 전문화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학과들도 수력공학과 관개학과 전기기계 및 기구학과 동력기계학과 등등의 극도로 세분화된 4개 학과로 구성되어 있다. 사리원지질대학은 광물탐사학과 석탄탐사학과 원유탐사학과 지질물리탐사학과 등의 4개 학과로 구성.
김책공업대학은 가장 권위있는 이공계대학으로 알려져 있다. 이 대학은 48년 9월 김일성종합대학에서 분리되어 평양공업대학으로 발족되었다가 52년에 김책공업대학으로 개칭되었다. 개설학과로는 토목건축계 화학공업계 학과들이 제외돼 있고 채광학과 선광학과 흑색야금학과에서 라디오전자공학과 핵재료공학과에서 라디오전자공학과 핵재료공학과에 이르기까지 26개 학과가 있다. 73년 현재 약 7천명의 학생과 5백여명의 교원이 이 대학에 소속돼 있다.
이처럼 북한의 공업대학은 실제적 실용적인 기술교육에 중점을 두고 현장기술자의 양성에 치중하고 있다.
북한은 60년말 이듬해부터 시작되는 7개년 계획을 성공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24개의 공장대학을 대규모 공장이나 기업소에 부설하여 73년까지 43군데 공장대학을 설치했다.
'노동계급 속에서 새로운 엘리트를 양성하고 이론과 실천을 결부시켜 노동자들의 생산수준과 생산의욕을 높이자'는 목표아래 각 공장 기업소에서 제기되는 기술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것을 주 역할로 지역특성에 알맞게 교과과목이 구성돼 있다.
학장은 공장지배인이 겸임하며 교원의 대부분은 공장에서 일하며 가르치는 과학자·기사·전문가들이다. 학생들은 물론 공장이나 기업소의 근로자들. 공장대학의 수업연한은 4년이며 수업은 오후 1시부터 4시까지 주당 18시간이다. 73년 현재 학생수는 1만3천여명이며 졸업생은 일반대학과 마찬가지로 기술사 자격증을 교부받는다. 입학자격은 고등전문학교 또는 공장고등기술학교 졸업생으로 모범적인 혁신노동자 중 공장위원회의 추천을 받아야 한다. 고등기술학교를 졸업하지 못한 사람이 공장대학 진학을 위해서는 공장대학에 설치된 2년제 예비과를 거쳐 본 학부에 진학할 수도 있다.
북한에서는 고교 졸업시 최우수 학생은 이과대학 그 다음이 김책공업대학 체신대학의 순으로 배정되어 엘리트교육이란 측면에서는 김일성대학은 그리 중요하지 않는 위치를 자치한다.
남한의 '석사'에 해당하는 '학사'과정
북한에서는 학사 석사 박사에 해당하는 학위의 명칭과 교원의 명칭이 남한과는 다르며 그 양성기관도 다르다. 북한에서는 4년제 또는 5년제 대학을 졸업했다고 해서 곧 학사학위를 주는 것이 아니라 정무원 직속의 학위학직 수여위원회에서 논문의 공개심사 및 업적평가를 한 후 수여여부를 결정한다. 즉 학사학위를 얻으려면 4년제 이상의 대학을 졸업한 후 3년 이상 전공부문에 종사하여야 하며, 학사논문제출 자격시험에 통과한 후 논문을 제출하여 공개심사를 받아야 한다. 박사학위도 이와 유사한 과정을 거쳐 수여된다. 북한의 학사학위는 외국어로 번역할 때 'master'라고 쓰이므로 남한의 석사학위에 해당한다.
학사 박사의 양성기관으로는 각 대학 및 과학원산하 각 연구소에 박사원과 연구원이 설치되고 있다. 한국의 대학원에 해당되는 이들 기관은 박사원 10개 연구원 53개소에 이른다.
학사과정연구생은 입학 후 2년 이내에 학사학위논문제출 자격시험에서 전과목에 걸쳐 통과되어야 하고 정해진 연구기간이 끝나기 3개월 전에 소속 연구원에 학사학위 논문을 제출하여야 한다.
연구생은 연구원에서 전임으로 연구할 필요는 없고 각자의 직장에서 연구를 수행하되 2개월에 1회는 4일간씩 의무적으로 등교하여 교원의 지도를 받고 최종학년에서는 1년에 6개월, 기타 학년에서는 1년에 3개월간 과학연구휴가를 받아 연구원에서 연구할 수 있다. 지도교원은 연 1백60시간 이상 연구생을 지도해야 하며 현지 지도가 필요한 경우에는 직접 현지에 출장해야 한다.
박사과정 연구생은 박사원에 입적하여 박사원에서 전문적인 연구를 통해서 과학적 지도를 받는 방법으로 양성된다. 박사원의 입학자격은 박사학위논문을 작성 중에 있는 학위학직소지자에 한하므로 연구생의 양성기간은 박사원이 설치되어 있는 대학 및 학술연구기관의 책임자가 연구생의 준비 정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결정하게 되어 있다.
연구원과 박사원에 재적하고 있는 연구생의 물질적인 대우는 입적 이전의 전직직위에서 받던 대우를 그대로 받기로 되어 있으며 과학연구에 필요한 여비 및 급식비는 과학연구비 규정에 따라 지급되고 있다. 또 국내 각종 연구시설 및 실험실 도서관의 이용에도 우선권이 주어지고 있다.
생산연구에 치중한 과학연구기관
북한의 과학기술 연구기관은 소련의 연구기관 체계를 북한의 실정에 적합하도록 모방하고 정부의 주요기관으로 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라 할 수 있다. 북한 과학원에는 공업과학원 경공업과학원 농업과학원 의학과학원 그리고 인민무력부 산하의 국방과학원 등이 있다.
북한의 연구기관을 대표하는 공업과학원은 52년에 창설되었으며 82년 4월에는 정무원내의 주요 부서로 격상되어 과학기술의 연구개발과 선진과학기술도입 및 발명품에 대한 시험과 시제품 생산, 국가 학위 및 학직 수여 등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물리수학 생물학 지질학 원자력 흑백금속 기계공업 연료 규산염연구소 등이 있으며 천문기상대 과학원종합공장이 설치되어 있다. 함흥분원에는 고분자화학 유기·무기화학연구소가 있다.
농업과학원은 육종학 토양학 직물재배학 수의학 사료학 축산학 농업시설공학 농업기계학 농업화학 식물보호학 식물생리학 강계채소학 과수 잠학연구소 및 시험장이 설치되어 있다. 이외에 경공업과학원은 방직기계연구소 등 17개 연구소가 설치돼 있고 의학과학원은 동의학 위생 제2임상의학 수혈 및 혈액 약학 광수물리치료 산업의학 정신신경병학 함흥임상병학 함흥혈액연구소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 연구소들은 인민경제계획 완수를 위한 생산과 과학연구사업이 직결되도록 연결시킨 것은 좋으나 당면과제 완수를 위한 생산연구면에만 치중, 장기적인 과학발전을 위한 연구사업에는 소홀한 느낌이다.
수학 물리학 및 금속분야를 중시
각 연구원 및 각종 과학원에 부설된 연구소들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연구수준은 그들이 주창하는 사회주의 사회 완성의 기술혁명 완수 수준에 도달하기는 아직 요원한 것 같다. 더욱이 과학기술연구계의 폐쇄성, 외국과의 교류단절 등으로 발전에 많은 장애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분야별 연구동향·수준을 알려진 자료를 통해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이학분야:북한의 수학연구는 해석학을 중심으로 응용수학에 높은 연구수준을 보이며 최근에는 전자계산학 수치계산법 회로이론 통계학 게임 및 최양성판정 등 현대산업과 연관된 새로운 분야를 많이 연구하고 있다. 특히 확률과정론에 대한 연구는 수리물리 기계공학 정보이론 등에 대한 활용이 클 것으로 생각된다.
물리분야는 반도체 초음파 유체역학을 비롯 플라즈마 레이저 광학 등 최신과학에 대한 연구과제가 많이 발표되고 있다. 실험물리 측면에서 반도체 및 결정체에 관한 것이 주축을 이루며 자동화공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물성론연구와 초강질물합성에 관한 연구도 활발하다고 한다. 핵물리는 기초이론에 집중되고 플라즈마이론은 그 수준이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은 수학과 물리학을 중공업발전의 학문적 기초를 이루는 것으로 단정하고 국가적으로 연구활동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공학분야:북한의 금속분야에 대한 연구는 수준은 높지 않으나 비교적 다양하고 많은 연구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탐광 및 선광에 관한 연구, 특수강이나 합금강 개발연구, 합금강으로 자기적 성질을 높이는 자석연구, 전자 및 자동화공업에 요구되는 희유금속에 관한 연구 등이 행해지고 있다.
기계분야에서는 정밀하고 변화된 기계의 설계 및 제작방향으로 기계공업을 유도하기 위해 수학과 물리를 중심으로 한 기초역학에 대한 연구가 주종을 이루고 있다. 재료역학 유체역학 진동역학 기구동력학에 관한 연구를 강화, 능률높은 기계설비에 대한 연구가 장려되고 있으며 채취와 운수분야를 지원하기 위한 기계가공 및 설계부품에 관한 연구도 많이 추진되고 있다고.
북한의 전자분야 연구는 산업의 자동화 원격조종화 산업TV화를 적극 추진하기 위해 활발히 진행중이나 수준은 낮은 편. 반도체 전자소재 소자의 연구, 주파수증폭기 전압안정기 전산기기억장치 등 기기류개발에 관한 연구가 추진중. 기기연구는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설계 또는 동작상의 문제에 관한 연구가 대부분이다.
건축분야에서는 건축물의 부자재에 관한 연구, 보온재 생산 등 주로 건축물의 부자재에 관한 연구와 조립식 건축시공법, 농촌문화주택의 구조적 해결, 도시건설 등 주택건설과 연관된 연구가 추진되고 있다. 최근 건축시공학 도시계획법의 이론문제가 등장하고 있다고 한다.
화공분야는 가장 활발하나 현실문제의 해결방침에 주력하고 있는 느낌이다. 시멘트와 합성수지제조 무연탄 가스화 합성고무공업화 등 소위 '주체과학'의 대표적인 연구가 추진되고 있다. 최근 석유화학공업과 유기합성공업에 대한 연구가 집중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외에 최신과학분야로 세포공학 유전자공학 초고압물리학 극저온물리학 원자 및 태양에너지 레이저 플라즈마 등에 북한과학기술자들은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우물안 개구리'수준에서 벗어나야
북한은 '3차 7개년 계획을 수행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과학기술을 발전시키고 기술혁신운동을 강화하여 인민경제의 기술개조를 힘있게 다그치는 것'이라 규정하고 경제발전에서 과학기술의 역할을 전례없이 강조하고 있다. 또한 과학기술을 빨리 발전시키기 위해 사회주의 국가들 또는 자본주의권의 다른 나라와의 과학기술교류사업을 확대시킬 것을 밝히고 여러 형식으로 기술교류증진을 강조했다.
앞으로 북한은 사회주의 경제제도에 기초하여 자립경제노선을 계속 추진해나갈 것이며 이에 대응하여 과학기술정책에 있어서도 자체 연료 및 원료를 이용하는 과학기술개발을 계속 추진하는 한편 사회주의 국가와 교류확대 나아가 상호 호혜평등원칙을 따르는 자본주의 국가와의 과학기술교류도 증대하리라 예측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과학기술계의 개방, 최신과학기술분야의 급속한 발전 등이 예견될 수도 있으나 이는 북한사회 전체의 개방확대정책과 밀접히 연관되어 속단하기에는 아직 이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