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했던 지난 해에 발생한 수많은 사건들 중 지구환경과 관련된 최대의 사건을 꼽는다면 아마도 전세계의 대기를 수개월 동안 오염시켰던 쿠웨이트유전의 화재사건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이라크에 의해 저질러졌던 이 인위적인 재앙은 이제 거의 소멸됐다. 세계적으로 소문난 유전화재진화팀의 노력으로 불길과 검은 연기가 더이상 대기를 더럽힐 수 없게된 것이다.
알다시피 유전화재를 진화하는 일은 극히 까다롭고 위험하다. 기술적으로도 다양한 방법을 채택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진화작업에 헝가리인들이 개발한 '큰 바람'(Big wind)이 큰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소련제 T-35 탱크를 약간 개조한 뒤, 여기에 역시 소련의 대표적인 전투기인 미그-21기의 제트엔진을(약간 개조해서) 장착, 화재진화 전문탱크를 제작한 것이다. 항공기의 제트엔진이 내는 엄청난 힘에 밀린 작은 입자들이 탱크의 포구를 통해 밖으로 나와 맹렬한 불길을 잠재웠던 것.
불타는 유전을 강타한 '큰 바람'속에는 물과 소화물질이 섞여 있었다. 이때 바람의 압력은 15t.
전국토에 산재한 6백군데의 유전이 불타고 수도인 쿠웨이트시티에서만도 하루 10만t의 검댕이 생겼던 이 대재앙을 마감시킨 '큰바람'탱크의 위력은 실로 대단했다. 불과 12초만에 대상물의 불길을 꺼버리고 그 주변을 차갑게 냉각시키기까지 했다.
탱크와 제트엔진 그리고 작업요원들은 금속방호물질의 보호아래 진화작업을 했기 때문에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었다. 장비와 인원 모두가 무사히 작업을 마쳤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큰 바람'의 인기는 앞으로 상당기간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