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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억달러 규모 초전도 가속기계획에 일본 참여할까?

스몰사이언스 연구자들 설득이 관건

지난 10월 도쿄를 방문한 SSC 관계자들은 일본 학자들과 난상토론을 벌였다.
 

SSC에 쓰이는 초전도 자석


"입자물리학은 지금 죽어가고 있다. 이를 회생시키는 유일한 방안은 초전도 거대가속기계획(SSC이다. 일본도 이 계획에 일익을 담당해야 한다."

텍사스대 와인버그교수는 지난 10월 도쿄에서 열린 일본학술회의 물리학위원회에서 열변을 토했다.

텍사스주 달라스 교외에 둘레 87km 크기로 건설중인 SSC의 건설비용은 80억달러. 미 연방정부와 텍사스주가 자금을 대지만 상당 비용을 외국에서 끌어와야할 형편이다. 특히 기술력으로나 경제력으로 세계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워 할 일본의 참여여부는 미국으로서는 시급한 과제다. 2년전에도 SSC 관계자들이 방일했다.

일본측으로서는 SSC에 자금을 지원한다면 물성연구 광(光) 등 이른바 스몰사이언스(small science) 분야에 투자가 줄어든다. 미국측으로서는 이들 연구자들을 반드시 설득해야만 했다.

미국측의 면면을 보면 슈비터즈 SSC연구소장, 79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와인버그교수, 90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프리드만 MIT교수, 에너지부 에너지연구국장으로 자리를 옮긴 하퍼 전 프린스턴대 교수 등 호화진용.

먼저 주최측을 대표해 말머리를 꺼낸 나카지마(中嶋貞雄)도카이대 교수는 지난해 6월에 제시했던 국제협력의 4원칙, 즉 ①대등한 관계 ②순수과학에 한정할 것 ③고차원적 연구내용 ④타분야 연구예산에 압박을 주지않을 것 등을 재확인했다. 또 일본 정부의 기초과학예산이 충분치 않다는 점, 가령 도쿄대 시설환경이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을 정도라는 상황설명을 했다.

슈비터즈소장은 SSC건설현황을 설명했다. 이미 연구개발동이 완성됐고 전자석과 검출기의 개발이 진행중이며 세계 각국에서 기술자와 과학자들이 몰려오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도 SSC의 혜택을 보려면 정부 차원에서 투자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와인버그교수는 현재까지 입자물리학의 흐름을 설명하고 SSC가 왜 필요한가를 간략하게 설명했다. 힉스입자가 발견된 것인가, 중력 전자기력 강력 약력에 이어 제5의 힘이 발견될 것인가, 이에 따라 입자물리학이 한단계 진보할 것인가 등등.

프리드만교수는 1${0}^{-18}$m이하의 쿼크 구조를 이론적으로는 밝혀냈지만 SSC로 실험하면 전혀 예측못한 새로운 입자가 발견될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하퍼박사는 스몰사이언스를 지원하는 NSF(국립과학재단)예산은 증가하고 있지만 거대과학을 지원하는 에너지부의 예산은 바닥나 있다며 미국 연구비의 추세를 설명했다.

토론에 나선 다테(伊達宗行)오사카대교수는 미국이 SSC 건설장소에서부터 규모까지 일방적으로 결정해 놓고 이제와서 국제공동사업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무리가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슈비터즈소장은 SSC가 처음부터 세계 과학자들의 지원을 받아왔다고 반박했다. 실제 스가하라(管原寬孝)고에너지물리학 연구소장이 일본인으로 처음부터 관여했다고 증거를 댔다.

그러자 다테 교수는 "왜 일본에만 협력을 구하는가"하고 물었다. 이에 대해 하퍼박사는 "검출기 등에 관한 일본 기술력이 뛰어나고 일본 같은 경제대국을 우선적으로 참여시키는 것이 당연하지 않는가"라고 반문했다.

대체로 토론의 주역은 고에너지물리학 이외의 일본 학자들과 미국측이었다. 일본 고에너지물리학 연구자들은 내심 미국측 입장에 공감을 표시하면서 타분야 연구자들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묵묵히 앉아있었다.

이들은 와인버그교수가 지적한 바와 같이 SSC가 인류가 건설할 최후의 가속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에 동의하고 있었다. '이 테라볼트 (1${0}^{12}$V)급 프로젝트에 일본이 빠질 수는 없지 않는가'라는 생각이 그들의 머리속을 맴돌았다. 그러나 자금을 내는 데는 고도의 정치적 결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 문제는 쉽사리 결론이 날 것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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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동아일보사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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