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학 이론에 따르면 태풍은 적도 근처에서 형성되지 못한다. 그러나 태풍 ‘바메이’가 기상학의 이런 규칙을 어겼다는 연구결과가 4월 8일 ‘사이언스’ 인터넷판에 소개됐다. 바메이는 2001년 12월 남중국해 적도 북쪽 1백50km 지점에서 발생해 시간당 1백40km의 속도로 말레이반도 남부를 홍수에 빠뜨리고 미국 군함 두척에 손상을 입힌 주인공이다.
지역에 따라 허리케인 또는 사이클론이라고도 불리는 태풍은 강력한 뇌우가 따뜻한 바다 위의 대기를 교란시켜서 만들어진다. 코리올리 효과 또는 전향력이라고 알려져 있는 이 힘은 북반구에서는 반시계방향으로, 남반구에서는 시계방향으로 작용한다. 반면 적도에서는 전향력이 0이 되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태풍이 형성되지 않는다. 기상학자들이 북위 1.3°인 싱가폴 북부를 강타한 바메이에 놀라워 한 이유다.
몬테레이 해군 대학원의 기상학자 장 박사 연구팀이 수수께끼 태풍 바메이의 발생 메커니즘을 밝혀내 2월 1일자 ‘피지컬 리서치 레터즈’에 발표한 바에 따르면, 강력한 뇌우의 소용돌이가 따뜻한 남중국해 보르네오 근처에서 며칠동안 지속됐다. 이와 동시에 보르네오와 인도차이나 사이로 북동쪽에서 차가운 바람이 불어와 지구 자전의 도움 없이 강우의 소용돌이를 만들었다. 적도 근처를 지나는 찬바람이 지구상 어느 곳에도 없었던 적도 태풍을 만들어낸 것이다.
앞으로 1백-4백년 동안은 이런 태풍을 만날 수 없을 거라고 장 박사는 말했다. 미 볼더 기상연구대학연합 대표인 기상학자 안데스 박사도 몇백년에 한번적도 근처에서 발생한다는 점에서“태풍 바메이는 매우 흥미롭고 드문 현상”이라고 동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