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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덕시대 들어선 KAIST

테크노폴리스에 자양분을

이번 학기에는 강의 위주로 진행되고 내년부터 실험 및 연구기능이 본격화 된다.

과학기술원(KAIST)의 대덕시대가 개막됐다. 한국 과학기술 인력양성기관의 대명사로 알려진 과학기술원은 지난 3월 3일 대덕 캠퍼스에서 석사과정 신입생 6백5명에 대한 입학식을 가졌다.

이로써 허허벌판에 썰렁한 공사장 같았던 대덕캠퍼스는 주인을 찾은 활기찬 모습이다. 3년간의 단계적 이전계획에 따라 아직 대덕캠퍼스에 입주한 인원은 전체 인원의 20% 정도에 불과하지만 벌써부터 대덕연구단지와 인근 지역의 주민들은 과학기술원 입주에 따른 기대에 부풀어 있다. '온다 안온다' 말썽많던 과학기술원의 이전으로 한동안 정체 움직임을 보이던 대덕연구단지 전체가 다시 한번 국내 과학기술연구의 중심지로 부각될 것이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원의 대덕이전은 지난 84년부터 추진돼왔다. 서울 홍릉에 위치한 과학기술원의 협소함과 당시 대덕을 테크노폴리스(기술도시)로 육성하려던 정부의 방침이 맞아떨어져 과학기술원의 대덕이전이 입안됐다. 그러나 81년 과학기술연구소(KIST)와 과학원(KAIS) 이질적인 두 기관이 통합돼 잦은 마찰을 보이던 과학기술원은 학사부(舊 KAIS)와 연구부(舊 KIST)가 이전에 대한 입장이 각각 달랐다.

연구부는 산업체와의 연구프로젝트 연계를 위해 이전에 결사반대하는 입장이었고, 학사부는 캠퍼스공간의 협소함을 생각하면 이전하는 편이 유리하지만 수도권에서 멀어질 경우 우수한 학생들을 모집하기 힘들다는 현실적인 이유에서 찬반이 나뉘었다.

이 와중에 '과학기술 영재교육'을 목표로 과학기술대학(과기대)이 86년 대덕에서 문을 열고 과학기술원의 학사과정 성격을 띠게 됨으로써 문제는 훨씬 복잡해졌다.

과학기술원의 이전계획은 지난해 6월 연구부가 과학기술연구원(KIST)으로 다시 독립해나감으로써, 과학기술연구원은 현 위치에 남고 과학기술원만 예정대로 이전한다는 방향으로 원칙이 정해졌다. 이와함께 과학기술원은 대덕이전을 계기로 명실상부하게 과기대와 통합, 학사 석사 박사과정의 일관된 체계를 갖추게 된 것이다.
 

과학기술원 정문
 

92년까지 단계별 이전

과학기술원의 대덕이전은 3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이뤄진다.

올해 석사 1년생을 대덕캠퍼스에서 받아들이고, 내년에는 대덕에서 석사과정 전체를 수용한다는 계획이다. 또 92년에는 박사과정도 대덕에서 모집하여 80%이상 가능이 대덕으로 이전하고 서울에는 일부 박사과정 학생들과 부수적인 조직만이 남게 된다.

요컨대 '서울에서 입학한 학생은 서울에서 과정을 마친다'는 것이다.

과학기술원과는 별도로 과학기술연구원 부설기관으로 돼있는 유전공학센터와 시스템공학센터도 상반기중에 대덕으로 이전한다. 이들 기관은 장기적으로 독립 연구소로 정착해갈 것으로 보인다.

대덕연구단지의 중심부에 자리잡은 과학기술원은 24만평의 부지위에 3만6천평의 교육 연구시설과 기숙사 행정동 등 지원시설 2만2천평을 합쳐 총건평 5만8천5백평의 넓은 공간을 확보했다. 홍릉캠퍼스가 KIST까지 합쳐 부지 11만평 건평 3만6천평이었던 것에 비하면 당분간 공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만큼 넓어졌다.

현재 건설공정은 80% 정도. 당장 강의에 필요한 강의동(棟)과 도서관 학생·교수회관 식당 등이 완공됐고 지원시설로 기숙사와 독신자숙소도 마련됐다. 그러나 행정동과 교수 및 직원아파트 등은 현재 건축중이거나 계획단계에 있다. 또 강의를 하고 있는 건물에 들어가 봐도 실험실이나 연구장비가 갖추어지지 않은 어수선한 상태다. 어차피 이번 학기는 강의 중심으로 진행되고 본격적인 연구기능은 실험장비가 설치되고 석사과정 학생들이 모두 옮겨오는 내년부터나 가능하리라는 관계자의 설명이다.

교수들도 1주일에 이틀정도 대덕에 내려와서 수업하고 다시 상경하는 바람에 길에 낭비하는 시간이 많다고 한다. 남수우 학생처장은 "당분간은 교수 학생 모두 고생한다는 각오로 불편함을 감수해야 되는 것 아니냐"며 "시설은 세계적인 수준에 뒤지지 않는 만큼 새로운 각오로 구성원들 모두가 적응해 나가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한다.

완전개가식으로 꾸며진 4층짜리 도서관은 홍릉캠퍼스와 과기대에서 도착한 서적들로 서가를 꾸미기에 한창 바쁜 상태다. 캠퍼스가 워낙 넓어 학생들을 찾아보기가 힘들지만 도서관과 기숙사에만은 학생들로 북적댄다.

이번에 입학한 신입생들은 여학생들을 포함, 전원 기숙사에서 생활한다. 캠퍼스의 동 서쪽에 한 동(棟)씩 지어진 기숙사에는 1천8백명까지 학생들을 수용할 수 있다.

기숙사의 게시판에는 '농구서클을 만듭시다' '○○대 출신 모여라' 'XX학과 신입생-선배 대화'등 흔한 알림외에 '자전거구입안내'라는 특이한 내용도 붙어 있다. 아닌게 아니라 캠퍼스가 넓어 외국의 대학처럼 자전거를 탄 학생들의 모습이 많이 눈에 띈다.

기숙사에서 만난 신입생 최동명군(전산학과)은 "교통이 좀 불편하고 실험시설이 없어서 불편을 느낀다. 강의외에 프로젝트가 있어서 스스로 알아서 공부해야 하는 점이 대학때와는 다른 것 같다"고 말한다.
 

대덕캠퍼스^과학기술원 전경.가까지 교수·학생회관이 보이고 그 뒤에 강의·연구동(棟), 멀리 과기대가 보인다.
 

과기대의 변화

과학기술원의 대덕 이전을 가장 반기는 곳이 과기대다. 과기대는 과학기술원의 학사과정을 맡는다는 취지아래 설립됐으나 그동안 지역적으로 떨어져 별도의 조직으로 운영돼 왔다.

과기대는 과학기술원과의 실질적인 통합을 통해 비로소 대학다운 면모를 갖추게 됐다. 통합하는 방식은 과(科)별 통합을 원칙으로 한다. 예를 들면 과기대에서 물리학을 가르치던 교수는 그대로 과학기술원의 물리학과에 소속되어 석·박사과정 강의도 맡게된다는 것이다. 다만 과기대 학생들은 과소속 없이 전공만 스스로 선택하게 돼있으므로 예전처럼 필요한 과목만 수강하면 된다.

과학기술원과 과기대 교수들의 과별 통합은 논리상 당연한 것이었지만 실제 과학기술원 교수들의 반발로 많은 진통을 겪었다. 아무래도 임용이나 승급에 있어서 과기대 교수들이 유리한 위치에 있었기 때문. 그러나 과기대 교수들은 그동안 석·박사과정 대학원생들이 없어서 연구활동이 전무했던 불편을 해소할 수 있게 되어, 약간의 불이익을 감수하더라도 과별 통합을 반기는 분위기다.

과기대 학생들은 과학기술원의 이전으로 크게 사기가 올라 있다. 지난해 첫졸업생들이 과학기술원에 무시험진학이 가능할 것으로 믿었다가 방침이 바뀌어 그후 대거 낙방하는 사태(2백71명 지원, 1백16명 합격)까지 빚었던 것과는 달리 올해에는 상황이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교수들이 하나의 조직으로 통합된데다 졸업생 선배들이 과학기술원에 많이 진학했고 지리적으로도 인접해 있어 지난해보다는 과학기술원 진학이 훨씬 쉬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반면 과학기술원의 대덕이전과 과기대와의 통합으로 과학기술원이 일개 대학차원으로 전락하거나 우수한 학생들을 유치하는데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각도 없지 않다.

전문석사제도

과학기술원은 대덕캠퍼스로 이전한 후에도 현재의 홍릉캠퍼스를 계속 활용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앞으로 2~3년간은 일부 석·박사과정이 남겠지만 그후로도 과학기술 인력양성을 위해 이 시설이 이용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과학기술원은 당장 내년부터 산업체에 종사하는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전문석사' 과정을 개설할 계획을 세웠다. 대학졸업후 직장에 다니면서 여가시간을 활용해 대학원과정을 마치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해 단기코스를 마련한다는 취지. 분야는 정보산업 메카트로닉스 신소재 생명공학 정밀화학 항공우주 등 첨단과학기술에 중점을 두고 내년부터 5백명 규모로 신입생을 모집할 계획이다.

과학기술원의 대덕이전은 대덕연구단지 전체에 상당한 활력소로 작용할 것임에 틀림없다. 과학기술원외에 시스템공학센터 유전공학센터 국립과학관 기초과학지원센터 등이 잇따라 입주하는데다 최근 항공우주연구소가 설립돼 정부의 테크노폴리스계획은 어느 정도 완성단계에 들어섰다. 또한 92년까지 21개 민간기업연구소가 모습을 드러내고 부근에 1백20만평 규모의 첨단산업단지도 조성될 예정이다.

그러나 과학기술원이 연구단지내에서 갖는 위상은 단지 하나의 연구소가 추가된다는 의미보다 밀집된 '싱크탱크'(Think Tank)에 자양분을 공급한다는 측면도 동시에 지니고 있다.

"연구기능을 보강할 겁니다"

"과학기술원이 인재양성과 첨단과학연구를 동시에 추진할 수 있도록 새롭게 도약하는 계기로 삼겠습니다."

이상수 과학기술원장(66)은 KIST의 독립으로 떨어져나간 연구기능을 대덕이전을 계기로 확보하겠다고 밝힌다. 3백명에 달하는 교수진과 3천여명의 석·박사과정 대학원생들을 활용하면 어떠한 연구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다만 앞으로 2~3년간은 '두살림'을 해야 하고 대덕생활에 적응해야 하는만큼 몇몇 분야에 국한될 것이라고 말한다. 가령 최근 우수연구센터로 선정된 인공지능 인공위성 생물공정연구센터등 세군데와 장려연구센터로 선정된 레이저과학 음성정보 분자과학 재료계면공학 제품기술혁신연구센터 등이 여기에 속한다.

"과학기술원은 설립 당시부터 산업체와 연관된 과학기술연구를 목적으로 했습니다. 학과나 전공도 실제 산업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것 위주로 만들어져 있고요. 우주 해양 지질 등 기초과학연구는 일반 대학들도 충분히 할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과학기술원은 '산업'과 관련있는 첨단과학기술에만 집중적으로 힘써야 한다는 얘기다. 연구인력을 가능하면 많이 확보하기 위해 과학기술원이 지금보다 더 박사과정 중심으로 돼야한다고 그는 강조한다. 현재에도 박사과정 학생이 1천5백7명으로 석사과정보다 3백50명 정도 더 많다.

"지난해 병역법개정으로 과학기술원 졸업생의 특례제도가 없어져 '20대박사'를 양성하는데 큰 타격이 오리라고 봅니다. 앞으로 시행령이나 다른 규정에 의해 구제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빈대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병역특례제도의 개정은 이번 신입생부터 적용된다. 그러나 아직도 대학가에서는 갖은 추측이 흘러나와 학생들은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81년 KIST와 통합이전의 명칭, '한국과학원'(KAIS)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그것 때문에 국회에서 법개정에 따른 시달림을 받기 싫어서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란 명칭을 그대로 쓰기로 했다고 한다.

1990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김학진 기자
  • 사진

    전민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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