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거북은 초보 다이버부터 전문 다이버까지 남녀노소 누구나 사랑하는 해양생물이에요. 장수의 상징으로 여겨지고 사람과 친근한 바다거북을 만나러 가 볼까요?
장수의 상징, 바다거북
바다거북은 파충강 척추동물이에요. 수명이 90년을 넘는 종이 많다 보니 많은 사람이 바다거북을 장수의 상징으로 여깁니다. 이 때문에 많은 나라에서 바다거북을 신성하게 생각해요. 예를 들어 동아시아에는 동서남북을 다스리는 수호신이 존재한다는 민속 신앙이 있습니다. 수호신은 청룡과 백호, 주작, 현무가 있는데, 고구려 고분벽화에 그려진 수호신을 보면 현무가 바다거북을 닮았어요.
2019년 오세아니아 미크로네시아에서 해양생물을 연구하던 시기에 미크로네시아인들에게 바다거북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예전 미크로네시아 원주민들은 바다거북이 신성한 동물이라서 바다거북을 잡아먹지 않는다고 했어요. 그런데 당시 현지 원주민들이 바다거북을 잡아먹는 모습을 목격했지요. 원주민들이 먹으려고 가져가던 매부리바다거북을 제가 속한 연구소에서 데려온 뒤 수조에서 키웠던 기억이 납니다.


위기에 처한 바다거북
우리나라에서 바다거북은 멸종위기에 처해 있어 자주 만나기 어려워요. 저는 우리나라보다 필리핀과 인도네시아, 이집트, 일본, 사이판에서 바다거북을 쉽게 만날 수 있었어요. 특히 인도네시아 데라완 제도에는 바다거북을 보호하는 부화장이 있어 새끼 거북이 알을 깨고 나오는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바다거북은 개체마다 성격이 달랐어요. 어떤 거북은 사람이 보이기만 해도 도망가고, 어떤 거북은 앞다리를 쓰다듬어도 가만히 있어요. 보통 덩치가 큰 개체가 사람에게 친근하게 다가왔습니다.
전 세계 바다거북은 7종이에요. 우리나라 학명이 있는 종으로는 푸른바다거북과 장수거북, 그리고 매부리바다거북, 붉은바다거북, 올리브바다거북이 있습니다. 이 외에는 켐브바다거북과 납작등바다거북이 있어요. 이 중에서 가장 흔하게 발견할 수 있는 종은 푸른바다거북이에요.
저는 2020년 제주도 문섬과 2022년 울릉도 죽도에서 푸른바다거북을 만났어요. 푸른바다거북의 영어 이름은 ‘Blue(파란) Sea Turtle’이 아닌 ‘Green(초록) Sea Turtle’이에요. 초록색을 띠는 해조류나 해초를 많이 먹기 때문이에요. 푸른바다거북은 해초의 끝부분만 먹어 해초가 건강하게 살도록 도와줘요.
바다거북은 뜨거운 햇볕을 피해 밤에 육지에서 알을 낳고, 부화한 새끼는 밤에 바다로 돌아가요. 달빛에 반사된 바다의 수평선을 보고 바다를 찾아 이동하지요. 하지만 최근에는 인공조명으로 바다가 어두워지면서 길을 잃는 바다거북이 많아지고 있어요. 이뿐만 아니라 바다에 버려진 비닐과 플라스틱 폐기물을 먹이로 착각하고 먹은 바다거북이 목숨을 잃기도 해요. 무분별한 어업 행위 때문에 그물에 갇힌 거북이 질식사하기도 하지요. 많은 사람이 사랑하는 바다거북을 지키기 위해서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