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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저녁 하늘에 혜성이 빛나고 있다. 맨눈으로 볼 수 있는 햐쿠다케혜성은 4월이 지나면 더 이상 볼 수 없는 아름다운 혜성이다. 초보자에게 혜성 관측의 길잡이가 돼 줄 햐쿠다케혜성에 대해 알아보자.
 

(사진1)보현산 천문대에서 찍은 햐쿠다케혜성(1996.3.7)
 

창밖으로 해가 지고 노을이 깔리면 창문을 열고 하늘을 보자. 북서쪽 하늘에서 실로 20년만에 펼쳐지는 장관을 목격할 수 있을 것이다. 3월 말 지구에 접근해 멋진 자태를 보여주고 있는 햐쿠다케혜성이 그 주인공으로 지난 76년 웨스트혜성 이래로 최대의 모습이다.

햐쿠다케혜성은 올해 1월 31일 일본의 아마추어천문가 유지 햐쿠다케가 발견한 신혜성이다. 햐쿠다케는 7년 전부터 혜성을 탐색하기 시작해 최근 2년반 동안 날만 맑으면 항상 신혜성을 탐색해 온 혜성탐색 베테랑이다. 그가 사용하는 장비는 25배의 1백50mm 쌍안경(25×150)으로 일본의 혜성탐색가들이 즐겨 사용한다.

1월 말 햐쿠다케가 발견한 혜성은 1996B2 햐쿠다케혜성으로 명명됐다. 햐쿠다케에겐 생애 두번째의 혜성이다. 첫 혜성은 1995Y1으로 지난해 크리스마스에 발견했다. 햐쿠다케는 불과 1개월 사이에 두번이나 자신의 이름을 하늘에 새긴 것이다. 햐쿠다케혜성은 1-2만년의 주기를 가지고 있어 다시 보기 힘든 혜성이다. 밝기는 다른 혜성에 비해 약 1등급 정도 더 밝다. 달리 말하면 약간 더 큰 혜성이라 할 수 있다. 물론 과거 핼리혜성에 비한다면 약간 어둡다.

햐쿠다케혜성을 유명하게 만드는 원인은 다른 곳에 있다. 이 혜성의 관측조건이 더할 나위 없을 정도로 좋다는 점이다. 지구 곁을 가장 가까이 지나는 근지점의 거리는 0.11AU(1AU는 지구와 태양간의 거리)에 불과하다. 이 거리는 지구와 금성이 가장 근접할 때의 3분의 1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혜성이 지구와 충돌하진 않을 것이다.

햐쿠다케혜성은 지구에 매우 가까이 다가서므로 매우 밝고 크게 보인다. 혜성이 최고로 밝아지는 시기는 지구에 가장 접근했던 3월 26일을 전후한 시기였다. 이때부터 3월 28일까지 최고의 모습을 우리에게 선사해줬다.

3월 말을 지나면서 햐쿠다케혜성은 지구에서 점차 멀어져 간다. 하지만 태양에 점점 접근하기 때문에 그 활동은 더 활발해진다. 또 혜성의 트레이드 마크라 할 수 있는 꼬리도 점점 길어진다. 3월 말 관측기회를 놓쳤다 해서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아직도 그 기회는 남아 있다. 하지만 4월을 그냥 보낸다면 20년만의 호기를 그냥 놓쳐버리게 된다. 물론 97년 봄 대혜성 헤일-밥이 예정돼 있기는 하다. 햐쿠다케혜성은 헤일-밥 혜성 관측의 전초전으로서도 매우 중요하다.
 

(사진2)1986년 나타난 핼리혜성
 

4월 초 카시오페이아 바로 위쪽
 

(그림1)지구 공전궤도 상의 햐쿠다케혜성^3월 말경에 천구 상을 가장 빠른 속도로 이동한다.3월 26일 근지점.5월 2일 태양에 가장 가까운 근일점을 통과한다.
 

3월 말 북쪽 하늘 높이 보이던 햐쿠다케혜성은 점차 서쪽으로 옮겨가기 시작한다. 이에 따라 관측시간도 점차 초저녁으로 바뀐다. 보름달이 떠 있어 관측에 방해를 받는 4월 초에는 혜성이 저녁 9시경 북서쪽 하늘 약 30도의 고도에서 빛난다. 지평선에서 천정까지가 90도이니까 30도라면 지평선과 천정의 3분의 1 정도 되는 위치다. 이무렵 혜성의 밝기는 2등급대를 유지하기 때문에 육안으로도 그 모습이 쉽게 확인된다. 달이 밝은 보름 무렵을 제외하고는 혜성의 확인이 그리 어렵지 않다.

4월 중순에 접어들면 햐쿠다케혜성은 점차 태양에 가까와지기 시작한다. 이 때문에 관측조건이 나빠지지만 관측하기 어려울 정도는 아니다. 혜성은 지평선을 따라 서쪽하늘을 북쪽에서 남쪽으로 내려가고 있는 형상이다. 천구상에서의 움직임을 보면 3월 말 북극성 위쪽을 지나 4월 초에 카시오페이아 자리 약간 위쪽에서 서쪽으로 움직인다. 4월 10일경 햐쿠다케혜성은 페르세우스자리 정중앙을 통과한다.

이때 혜성의 움직임은 지구에 근접했던 3월 말처럼 빠르지 않지만 오늘과 내일 관측된 위치가 약간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만큼 빠른 편이다. 저녁 9시 무렵 혜성의 고도가 10도 정도 유지되는 17일까지 관측이 어렵지 않다.

그 이후 혜성의 관측은 약간 어려워진다. 혜성을 보려면 태양이 지자마자 곧바로 관측에 들어가야 한다. 그나마 이렇게 볼 수 있는 기간은 대략 25일까지다. 이때가 지나면 혜성이 태양에 매우 가까워지고 그 위치도 남쪽으로 내려가기 때문에 북반구에 속한 우리나라에서는 관측이 어렵다.
 

(사진3)2월 말 관측한^햐쿠다케혜성^이무렵 망원경 상에서 미약한 꼬리가 확인됐고 상당히 중앙 집광된 코마 모습을 보여주었다.
 

꼬리 관측도 가능

혜성의 밝기와 꼬리 모양은 너무나 많은 변수를 갖고 있어 정확한 예측이 어렵다. 대략 유추해 보면 4월의 햐쿠다케혜성은 약 2등급대의 밝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4월 초는 3월 말에 비하면 약 1등급 정도 어둡다. 혜성의 중심부에 점점 밝기가 집중되는 모습이기 때문에 관측자들에게 어두워졌다는 느낌이 그리 들지 않을 것이다.

이 무렵의 혜성은 엷고 흐린 코마(혜성의 머리부분)가 크게 보이고 북쪽하늘 위로 뻗어있는 꼬리는 육안으로 겨우 식별된다. 혜성의 꼬리는 점차 발달하고 있지만 아직은 그리 크지 않다. 꼬리는 약 5도 정도의 길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햐쿠다케혜성의 꼬리를 보려면 4월 중순이 유리하다. 이때 혜성은 태양에 점점 근접하므로 핵부분의 활동이 눈에 띄게 활발해진다. 점차 10도 이상으로 꼬리가 길어져 맨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때 꼬리는 지평선에서 거의 수직으로 뻗는다.

흥미로운 점은 4월 중순 이후 혜성이 태양에 가까워지면서 머리부분은 볼 수 없고 길어진 꼬리만 볼 수 있는 기현상이 발생한다는 사실이다. 태양이 진 후 아직 지평선 낮은 곳에 붉은 기운이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하늘 위로 쭉 뻗는 혜성의 꼬리가 보일 여지가 있다. 물론 도심을 벗어난 하늘에서의 이야기다. 아마 이런 모습을 본 사람이라면 혜성의 신비한 매력에 끌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맨눈으로 볼 수 있어
 

(그림2)4월의 초저녁 하늘에서 보이는 혜성의 위치^혜성은 점차 서쪽하늘로 옮겨 가며 고도가 낮아지고 꼬리길이는 태양에 근접하면서 점차 길어진다.
 

어두운 혜성을 관측하려면 당연히 망원경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1등급의 햐쿠다케혜성을 꼭 망원경으로 볼 필요는 없다. 혜성의 전체 모습을 볼 수 있는 최적의 장비는 쌍안경이다. 망원경을 갖고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지만 쌍안경은 요즈음 웬만한 집이라면 하나씩 있을 것이다. 프로야구를 볼 때 경기장에서 선수의 모습을 조금이라도 자세히 보기 위해 눈에 들이대는 쌍안경이면 혜성관측에 충분하다. 아마추어들이 흔히 사용하는 7×50이나 8×50 정도의 쌍안경이라면 그야말로 더 바랄 나위가 없다.

쌍안경은 배율이 낮아 상이 밝을 뿐 아니라 두눈을 모두 사용하기 때문에 편리한 장점이 있다. 혜성의 머리와 코마에서 뻗어나가는 꼬리를 가장 밝고 뚜렷하게 볼 수 있는 장비가 바로 쌍안경이다.

망원경으로 관측하는 테마는 쌍안경과 약간 차이가 있다. 망원경으로 혜성의 꼬리같은 것을 보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저배율의 쌍안경보다 오히려 못하기 때문이다. 그 대신에 망원경으로는 혜성의 핵 주변에서 분출되는 제트현상 등을 관측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혜성의 머리부분 만을 확대해서 그 내부에서 이뤄지는 활발한 입자들의 운동을 확인할 수 있다. 아무런 관측장비를 갖고 있지 않은 사람도 햐쿠다케혜성을 관측할 수 있다. 맨눈에도 보이기 때문이다. 시골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도심에서 보지 못하는 장관을 몸소 체험할 수 있다.

혜성은 매일 약간씩 그 자리를 바꾸기 때문에 먼저 혜성의 위치를 기록해 보자. 혜성 주변의 별자리와 매일매일 혜성의 이동상황을 기록한다. 또 일정한 시각을 정해 두고 매일 지평선을 기준으로 혜성의 위치를 기록해도 좋다.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혜성의 꼬리길이도 측정해 보자. 혜성의 꼬리길이는 이미 알려진 별들간의 거리와 비교할 수 있고 아니면 손을 쭉 뻗어서 그 크기를 가늠해볼 수 있다.

혜성의 밝기를 측정해보는 것도 매우 재미있다. 눈에 보이는 혜성과 부근의 밝은 별들을 비 교해서 혜성의 밝기를 가늠해 본다. 또는 날이 어두워지면서 막 혜성이 보이기 시작하는 시각에 관측되는 가장 어두운 별을 기록해도 좋다. 혜성은 별과 달라서 퍼져 보이므로 처음에는 쉽지 않다. 이러한 관측은 과거 망원경이 없을 때 천문학자들이 행하던 전통적인 방법이다.
 

(사진4)1976년 나타난 웨스트혜성
 

사진으로 남기려면

햐쿠다케혜성을 본 다음 필름상에 기록해두고 싶을 것이다. 이처럼 밝은 혜성은 사진찍는 일이 그리 어렵지 않다. 흔히 천체사진의 가장 초보단계로 알려져 있는 고정촬영으로도 햐쿠다케혜성의 모습을 기록할 수 있다.

일단 기본장비로 삼각대와 카메라를 준비한다. 카메라는 B셔터가 가능한 것이면 된다. 필름은 최소한 필름감도(ISO) 400은 돼야 한다. 그리고 카메라를 혜성 방향으로 향하게 한 다음 셔터를 누르면 된다. 노출 시간은 15초에서 약 1분까지 다양하게 한다. 이렇게 해 보면 필름 상에 혜성의 코마와 꼬리가 흐릿하게 나타나 있을 것이다.

별의 일주사진을 찍듯이 장시간 노출을 주어도 혜성의 흐른 모습이 찍힌다.

초록색으로 나타나는 혜성 특유의 코마와 푸른색 또는 노란색으로 퍼져 나타나는 혜성의 꼬리가 주변의 다른 별들과 어울려 멋지게 나타날 것이다. 자주 혜성을 볼 수 있는 여건에 있는 사람이라면 혜성의 하루하루 움직임을 필름 상에 담아둔다면 매우 의미있는 기록이 될 것이다.

망원경이 있다면, 그것도 적도의 망원경이 있다면 사진촬영은 좀더 심도있게 이뤄질 수 있다. 촬영방법은 다른 성운성단을 찍는 방법과 비슷하다. 밝고 큰 혜성을 찍는 데 큰 망원경을 사용하는 것보다 간편한 망원렌즈가 오히려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점도 기억해 두자.
 

1996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조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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