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영계백숙과 개장국은 건강의 담보물인가?

보신용 식품의 허실

극도의 건강과민증을 갖고 있는 현대인은 누구나 한두가지씩 건강식을 하고 있다. 이것을 소홀히 하면 정말 건강을 잃게 될까?

사람은 누구나 오래 살고 건강하기를 원한다. 그렇다면 과연 건강이란 무엇인가. 건강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정의가 있지만 아직도 한마디로 딱 잘라 말하기는 어렵다.

혹자는 "병 없이 사는 것이 건강이지 뭐 특별한 뜻이 있을 수 있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단순히 병이 없다고 하여 건강 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건강을 '일상생활에 아무 지장이 없는 상태'라고 정의하면 어떨까. 그래도 문제가 있다. 왜냐하면 일상생활이라는 것이 천태만상이기 때문이다.

신체 여러 기관의 기능이상이 없고 병들지 않은 상태가 되기 위해 사람들은 늘 건강유지에 관심을 쏟는다. 아침마다 조깅을 하고 일요일이면 등산도 가며 생수를 사다 마시기도 한다.

따지고 보면 동남아 여행을 하면서 코브라 쓸개주를 마시고 곰 발바닥 요리를 먹는 것도 모두 건강 희구의 표현이다. 살아 있는 곰의 쓸개즙을 짜서 마시는 것도 무병하게 오래 살려는 인간의 잘못된 욕망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

약품과 구별돼야

건강을 오래도록 유지하기 위해 저마다 갖가지 노력을 하고 있다. 그중에서 건강을 유지 개선하기 위해 먹는 음식을 우리는 건강식이라고 부른다.

옛날 우리 조상들은 건강식이라는 표현 대신 보신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몸보신이란 와전된 속어가 통용되기도 했지만 여하튼 몸을 보(補)한다는 의미를 지녔고 현대의 건강식 보다는 훨씬 현실감과 구체성이 있었다.

건강식 또는 보신에 쓰이는 것을 살펴보면 실로 다양하다. 물론 건강식과 보신용 식품은 약물과는 구분돼야 한다. 현대의 건강식 보다는 옛날의 보신용 식품이 훨씬 약효가 컸던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가장 일반적인 서민의 건강식은 영계백숙(삼계탕)이었다. 지금은 식당에 가면 얼마든지 사먹을 수 있지만 우리의 옛 조상들은 자녀나 가족을 위한 건강식의 으뜸으로 꼽았다.

서민들과 성인들의 보신용으로는 개장국, 즉 보신탕을 들 수 있다. 비교적 생활이 넉넉한 사람의 보신식품으로는 양즙 깨죽 잣죽 용봉탕 등을 꼽을 수 있고 왕실에서는 타락죽 제호 등을 만들어 먹었다.

여기서 두가지 의문을 제기해 본다. 첫째로 건강식을 하지 않으면 건강이 유지되지 않는가. 둘째로 건강식을 하기만 하면 건강하지 않았던 사람이 건강해질 수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필자의 대답은 이렇다.

첫째 굳이 건강식을 하지 않아도 보통의 일상적인 식생활을 통해 건강이 유지될 수 있다.

둘째 설령 건강식을 한다 하더라도 이미 건강을 해친 사람이 다시 건강해진다고 보장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현재 건강한 사람이 건강식을 한다고 해서 더욱 건강해지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건강과 건강식은 서로 별로 관계가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밀접한 연관이 있다.

건강식이란 건강의 유지와 증진을 위한 음식을 말하지만 세분하다 보면 약물과 구별짓기가 매우 어려울 때가 많다.

60년대 이전만 하더라도 심한 춘궁기와 추궁기가 있었기 때문에 결식아동이 많았다. 이때 어린아이가 영양실조에 걸려 심하게 여위면 황소개구리를 잡아 그 다리고기를 삶거나 구어 먹였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영양이 호전됐다. 이런 경우 개구리고기가 '건강식이냐, 약물이냐'의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지금은 메밀묵이나 메밀국수가 도시인들의 구미와 기호를 돋우고 있다. 실제로 메밀은 고혈압 등 성인병을 예방하는 저칼로리식품으로도 높이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원래 메밀은 소위 구황작물이었다. 말하자면 흉년이 들었을 때 연명하기 위해 심은 작물이었다. 옛날에는 영양이 적다는 이유로 천시되던 작물이 고혈압에 효험을 나타낸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새롭게 각광받게 된 것이다.

따라서 메밀을 건강식으로 분류할 것인지, 약물로 간주할 것인지는 아직도 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무역계에서 통용되는 약품과 식품의 구별법은 이렇다. '약전에 기록돼 있고 그 효용이 인정돼 있는 것은 약물이며 특별히 치료 목적이 아니고 일반적으로 식용에 공하는 것은 식품'으로 간주, 수출입 요령이나 관세율에 차등을 두고 있다.

반 이상이 위약효과를 경험해

건강식을 말하고 그 허실을 논하려면 먼저 위약효과(僞藥效果, placebo effect)라는 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학질에 걸린 사람의 몸 위를 소가 걸어 넘어가면 학질이 떨어진다. 피부에 살사마귀가 돋았을 때 사마귀가 떨어지는 주문을 외면 사마귀가 감쪽같이 없어진다. 황달로 인해 눈의 흰자위가 노랗게 됐을 때 잉어의 눈을 빤히 쳐다 보면 잉어의 눈이 차츰 누렇게 변하면서 황달이 낫는다. 세가지 모두 우리나라 민간의 토속치료법이다.

물론 그 어느 것도 과학적으로는 증명되지 않는다. 그러나 항생제 또는 항바이러스제 등의 투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신비하게 병이 낫는다. 이런 현상은 비단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서양에서도 마찬가지로 이런 현상을 플라시보(placebo)반응 또는 플라시보효과라고 한다.

플라시보란 라틴어로 '사람을 만족시킨다'는 뜻이다. 옛날 의학사전에는 '환자에게 실제로 유익하지는 않더라도 마음을 편하게 하는 약의 통칭'이라고 풀이돼 있다. 지금은 '꼭 필요한 처방을 할만한 증후가 없는데도 약을 원하는 환자에게 마음의 만족을 주기 위해 지어주는 약'을 위약, 즉 플라시보라고 부른다.

미국의 한 의사는 자기를 찾아온 감기환자에게 감기약 대신 전혀 약도 독도 안되는 물질을 감기약이라고 속여 처방해 주었다. 그랬더니 23%의 환자는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고, 32%는 상태가 좋아진 것 같다고 얘기했다. 감기환자의 절반 이상에게 효과를 보인 것이다. 반대로 더 나빠졌다고 불평을 터뜨린 환자는 18%에 불과했다고 한다.

요컨대 위약 그 자체는 약리학적으로 전혀 효력이 없지만 "이것을 먹으면 곧 낫는다"는 의사의 말을 환자가 믿게한 결과, 심리적 효과로 증상이 사라졌거나 호전되는 현상을 플라시보반응이라고 한다.

플라시보반응은 유물적 과학모델에 집착하는 과학자에게는 결코 연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신기한 치료효과를 지니고 있으므로 고려할 가치가 충분히 있다. 환자와 치료인이 서로 신용한다면 위약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뱀탕은 오래 전부터 보신식으로 취급돼 왔다.

동서양의 보신용 식품

보신식 또는 건강식이란 스태미나를 높여주는 식품으로 영양실조 기미가 있을때나 여름철에 땀을 많이 흘려 체력소모가 심할 때 몸의 상태를 좋게 하는 음식류를 가리킨다고 말할 수 있다.

땀을 많이 흘리면 혈액의 농축현상이 일어나고 수분의 증발로 위(胃)의 산도(酸度)가 떨어져 기초대사와 식욕이 둔화된다. 이런 생리현상을 바로잡아 주는 것이 동양사람들이 말하는 보신이고 건강식이다.

반면 서양사람의 여름 보신용 식품은 초콜릿이다. 영양가도 높고 피로회복제가 들어 있어 서양사람들이 가장 보편적으로 섭취하는 것이다. 날씨가 차츰 더워지기 시작하는 4월에 발렌타인데이를 맞게 되는데 이때 초콜릿을 주고받는 풍습이 있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 생긴 듯하다.

중국의 보신용 식품에는 진기한 것이 많다. 예컨대 개고기 잉어탕 제호탕 자라국 등이 있다. 최근 문제가 된 곰의 발바닥은 팔진미(八珍味)의 하나에 들지만 중국에서는 보신용 음식으로 여기지 않는다.

팔진미에는 곰의 발바닥, 성성이의 골, 용의 간, 봉황의 혀, 잉어의 꼬리, 제비갈매기의 집, 철갑상어의 알, 고래의 태아 등이 포함돼 있다. 여기에 용이나 봉황같은 상상의 동물이 끼어 있는 것을 보면 다분히 중국적인 신비주의를 담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티베트의 최고 보신음식은 돼지기름을 소금에 절인 뒤 돼지가죽으로 싸서 10년간 저장 했다가 여름에 이것을 꺼내 끓인 것이다. 실제로 히말라야 등산대들이 더위를 먹었을 때 이것을 먹고 회복한 예가 있다고 한다.

인도의 보신음식은 제호탕이다. 이것은 우유를 끓였을 때 위에 뜬 기름을 모은 뒤 이것을 다시 발효시켜 끓인 죽인데 천하일미다. 부처님이 고행 끝에 뼈만 앙상히 남았을 때 이것으로 건강을 회복했다고 한다. 제호탕은 오늘날의 버터와 치즈의 중간제품이라고 볼 수 있다.

일본인들은 장어를 보신의 으뜸으로 친다. 장어는 일본 뿐 아니라 독일의 '아르 슈페', 덴마크의 장어찜 샌드위치, 영국의 장어젤리 등에도 주재료로 활용된다. 이를테면 장어는 여러나라 공통의 보신용 식품인 것이다.

한편 우리나라의 영계백숙은 햇병아리에 찹쌀과 마늘을 넣은 뒤 고은 것이다. 삼계탕에는 인삼 대추 찹쌀 밤 등을 넣는데 시중에서 파는 삼계탕 속의 2년생 삼묘를 보면 필자는 입맛이 떨어진다. 차라리 제대로 된 수삼을 여러 개로 잘라 넣어주는 편이 더 좋을 것 같다.

왕실의 보신음식이었던 타락죽은 소의 젖에 찹쌀을 넣고 끓인 죽을 말한다. 강화도령인 철종에게 타락죽을 올리니 "섬지방의 초동이 어찌 이런 것을 먹겠느냐"며 사양했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임자수탕이라는 것은 영계를 고은 국물에 깨를 갈아넣고 거기에 미나리나 오이를 곁들인 냉탕을 말하는데 보통은 여기에 국수를 말아 먹는다. 우리의 선조들은 장어국에도 마늘 박하잎을 넣어 끓여 먹었다.

우리나라의 보신음식 중에서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개고기, 즉 보신탕이다.

개는 사람이 길러온 가축 가운데 가장 오래된 가축이다. 그들은 사람이 먹는 식품과 같은 것을 먹으며 여름에도 땀을 흘리지 않는다. 또 포유류 가운데 유일하게 폐결핵에 걸리지 않는 등 특이한 면이 많다.

중국에서 출판된 기원전의 문헌인 예기(禮記)나 사기(史記)에 개고기는 더위를 이기는 식품으로 기록돼 있다. 또 관민 상하를 막론하고 즐겨 먹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고 여덟 가지의 요리법이 전해지고 있다. 실제로 중국식 개고기 요리는 20가지에 달한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조선왕조실록'에도 개고기에 관한 기록이 여기저기에 나타나 있다. '삼림경제'나 '동국세시기'같은 고전에도 개고기가 소개돼 있고 18세기 말에 편찬된 '규합총서'라는 한글로 표기된 가사총서에도 개고기 요리법이 소개돼 있다. 그 책에는 상처를 내지 말고 개의 목을 베어 잡아야 하며 고기는 물로 씻지 말고 칼을 대지 말아야 하고 독을 제거하려면 들깻잎을 넣고 양념을 넉넉히 뿌려야 한다고 쓰여 있다.

개고기를 먹는 소위 구육권(狗肉圈)은 중국 만주 인도차이나와 버마 타이 등 동남아 그리고 중남미 및 북극권(北極圈)을 포함하고 있다.

일본인들도 개화이전의 봉건시대에는 개를 집아 먹었다. 그러다가 개띠 해에 태어난 어느 장군(쇼군)이 개를 잡아 먹으면 사형에 처한다는 포고를 내린 뒤부터 개고기를 금기하는 버릇이 생겼다는 설도 있다. 장군의 지극한 사랑을 받아 번식한 개들이 오늘날에도 후지산 일대의 원시림에 야생견으로 남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도 일본 동북지방의 산골에서는 개를 잡아 먹는다고 한다.
 
개고기를 먹는 구육권은 중국 인도차이나 미안마 타이 중남비 북극권 한국 등을 포함한다.

과영양이 더 심각해

지금부터 건강식은 과연 어떤 효능이 있으며 누구나 그런 효능을 얻을 수있는가를 알아보자.

최근에 와서 흑염소 개소주 등을 전문적으로 만들어주는 곳이 성업중이다. 율무쌀을 만들어 팔기도 하고 율무가루 들깨가루나 강정 등도 상품화돼 있다.

외국에서 수입된 알로에라는 것도 있다. 가시가 난 다년생 식물인 이 알로에가 만병통치의 신기한 건강식품으로 팔리고 있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인삼 녹용 영지를 한데 달여서 먹기좋게 병이나 깡통에 넣은 것도 있다.

지금 시중에서 팔리고 있는 소위 건강식품은 대개가 오래 전부터 전해오는 식생활 관습이나 고문헌 등에서 그 근거를 찾아내 그것을 현대적으로 먹기좋게 가공해 놓은 것이다. 따라서 적어도 먹어서 해를 볼 리는 없으며 영양실조 영양불량 소모성 질환이나 병후 회복 등에 효력이 있을 것으로 여겨 진다. 한편으론 플라시보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현대인이 영양실조에 걸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 감옥에서 주는 관급 4등밥도 이제는 옛날과 달라 최소한의 칼로리는 충족시킨다고 한다. 오히려 현대인은 오히려 과(過)영양인 경우가 더 많아졌다.

그런데도 건강을 추구하는 현대인은 비타민 종합영양제 보약 건강식 등 건강에 좋다는 것을 한두가지씩 먹고 있어야 마음의 안정을 얻는다. 그것은 마치 플라시보의 역반응 같기도 하다.

보신탕이 몸에 좋다고 해서 지나치게 먹으면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 뭐든 지나치면 모자라는 경우보다 폐해가 더 크다. 또 캔이나 팩에 넣어 팔고 있는 방부제가 섞인 건강식품을 먹을 경우에는 방부제의 해가 더 클지도 모른다.

'쌀은 인삼보다 보약'이라는 옛 속담이 있다. 사실 주식 가운데서 쌀만큼 영양적으로 완비된 것도 없다. 따라서 쌀밥과 아울러 여러가지 반찬을 먹고 그것을 잘 소화시킨다면 그것만으로도 건강대책은 완벽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럴 경우 별도의 건강식은 필요없는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1991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원종익 과학 저널리스트

🎓️ 진로 추천

  • 식품학·식품공학
  • 문화인류학
  • 의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