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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오감(五感)을 능가하는 첨단 센서 기술

감성 공학이란 무엇인가?

인간이 들을 수 없고 볼 수 없는 것을 기계적으로 감지해 낸다.

감성공학(感性工學)이란 낯선 기술분야가 최근 미국과 일본 등 과학기술 선진국에서 일반인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하고 있다.

인간의 생활양식이 보다 편리해지고 의식주 문제가 해결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풍요로움을 느끼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이에 따라 모든 공업제품이 과거에는 동작기능중심의 기술성을 위주로 만들어지고 판매됐지만, 앞으로는 우리생활에 편리함과 만족감을 주는 쾌적성에 더욱 신경을 쏟지 않으면 제품의 가치가 하락한다고 하는 주장이다.

지금까지 옷은 값싸고 질기며 세탁하기에 편리하며 색상이 곱고 남보기에 아름다우면 그만이라고 했지만 이제는 입어서 편안함을 주고 활동에 피로함을 주지 않으며 한마디로 기분좋고 안락한 감정이 일어나게 해주는 옷을 더욱 선호하게 되었다.

이와 같은 인간의 기분이나 피로감, 쾌적감 등은 각자의 마음상태 기후 주변여건 생활리듬 및 경험의 차이에 따라 모두 다르기 때문에, 신제품을 개발하는 과학기술자나 디자이너 혹은 생산 기술자나 판매요원들은 모두가 합심하여 인간의 감각기준과 만족도를 감안한 제품을 설계 생산 판매해야 한다.

그렇다면 인간의 감각과 정서적 느낌을 어떻게 과학적으로 계측하여 이들 변수를 제품 설계에 반영시킬 수 있을까. 또한 인간의 만족도나 기호성을 어떻게 제품특성과 관련시켜 정략적으로 파악하고 나타낼 수가 있을까.

기계가 오감을 가져

현재 이러한 연구개발은 유아기에 머물러 있지만, 과학자들은 앞으로 인체생리학으로부터 첨단전자계측기술에 이르기까지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인체감각 계측 및 응용기술'에 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반적으로 인간이 가지고 있는 다섯가지의 감각기관(흔히 5감이라고 부른다)은 눈으로 보는 시각, 귀로 듣는 청각, 코로 냄새 맡는 후각, 입으로 맛보는 미각. 그리고 손끝이나 피부 등으로 느끼는 촉각을 말한다.

특수한 감정변화나 영혼의 상태 또는 육감이라고도 표현되는 것을 제외한다면 우리가 나타내는 일상의 감각변화는 모두가 앞에 언급한 다섯가지의 감각기능이 합해져서 인간의 생리학적 기능변화를 일으키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일례를 들어 어느 은행원이 예금창구에서 손님의 고액수표를 통장에 입금시킨다고 생각해 보자. 그 은행원은 제일 먼저 수표금액과 수표의 제반 인쇄내용 및 도장날인 등을 확인하는데 시각을 이용하며, 다소 의심스러울 경우에는 전화를 걸어 청각을 통해 확인하기도 하고, 때로는 촉각을 사용해 종이의 상태를 만져보기도 한다. 이때에 각종 인쇄 스타일과 금액표기색깔 및 도장날인위치 등이 너무 복잡하거나 위치가 이상할 경우에는 그 은행원은 필요이상으로 신경을 쓰게 되고 똑같은 일을 여러번 반복하다 보면 급기야는 스트레스가 쌓이므로, 찾아 온 고객에게 기분나쁜 인상과 분위기를 만들어주어 은행의 영업활동이 저하된다.

따라서 일정시간 동안 은행원에게 쌓인 스트레스나 피로감을 수시로 측정할 수 있다면 은행관리자는 적절한 방법으로 업무교체를 시키거나 업무분위기를 즐겁게 바꾸어 주거나, 아니면 자동수표판독기에 아름다운 색상으로 수표결제여부를 알려주도록 설비를 보완하도록 한다. 이때 은행원의 스트레스와 피로감을 측정하기 위해서는 생체계측센서라고 불리는 특정감지소자를 사용해야 하며, 현금위조판별기와 같은 수표판독기에는 문자해독기와 색채센서 및 암호해독용 감지소자와 같은 첨단계측기술이 동원돼야 한다.

앞에 열거한 은행원의 스트레스는 비단 작업내용 자체에만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니라, 주위의 근무환경 즉 실내온도와 습도 조명상태 전화벨소리의 강약과 소음상태 먼지나 냄새 등에도 영향을 받는다고 알려져 있다. 컴퓨터모니터를 오랜시간 들여다 보아야 하는 은행원에게는 모니터화면의 밝기, 화면의 떨림상태, 전자파의 발생강도, 눈높이와의 차이 등 여러가지의 변수들이 근무능률이나 쾌적감 등에 영향을 미친다.
 

KIST 오명환박사팀이 개발한 압력 온도 유량 동시계측용 마이크로센서칩


6백만불 사나이와 원더우먼

최근에는 우리 인간이 가지고 있는 감각기관을 인공적으로 제조하려는 연구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어떤 물체를 형상과 숫자 그리고 색상까지 식별해 내기 위한 인공눈을 살펴보자. 과거에는 광학적인 렌즈와 복잡한 영상인식장치를 결합해 물체를 관찰 했지만, 현재는 영상촬영을 위한 특수한 반도체소자가술이 개발되고 화면인식과 판독을 위한 정밀 마이크로컴퓨터 및 프로그램기술이 실용화 됨에 따라 가시광선과 색채 구별은 물론이고, 나아가 인간의 눈으로는 볼 수 없었던 적외선까지도 볼 수 있도록 시각 센서기술이 발전됐다. 이와같은 적외선 센서 기술을 이용하면 가깝게는 인체피부의 발열 부위, 염증 등을 정밀진단할 수가 있고 멀리는 인공위성 위에서 지상의 물체나 형상 그리고 수온변화나 삼림의 황폐화 정도, 공해 상태 등도 계측이 가능해진다.

인공귀 분야의 경우에는 자연생체적으로 들을 수 있는 소리의 주파수가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략 수십Hz의 아주 낮은 저음에서부터 1만Hz의 높은 고음영역까지인데, 최근 개발되고 있는 청음센서는 인간의 가청주파수보다 훨씬 높은 초음파영역(보통 수만 Hz까지)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말하자면 텔레비전영화에 나오는 '원더우먼 소머즈'도 이와 같은 고성능센서기술이 탄생시킨 셈이다.

인간이 개발하기에 매우 어려운 계측기술도 있다. 우리의 코와 혀를 대신하는 후각센서와 미각센서가 그것이다. 후각센서에 상당하는 가스센서류가 실용화되고 있기는 하지만, 여러가지 종류의 가스와 냄새를 예민하게 구별하는 것은 아직도 매우 어려운 기술이다. 특히 우리의 혀와 같이 맵고 짜고 신 맛과 쓴맛을 구분하는 계측센서는 앞으로도 상당기간 연구개발이 이루어져야 한다.

최근 국내에서 개발된 생체계측센서 가운데는 이온감지소자라는 것이 있다. 이는 얇은 실리콘반도체위에 전극을 붙이고 두 전극 사이에 얇은 생화학반응물질을 발라 사람의 분비물이나 혈액의 산성도 등과 같은 체액상태를 감지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인간의 피부와 손발 등은 아주 예민한 촉각센서다. 보드라운 솜으로부터 딱딱하고 울퉁불퉁한 돌덩이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손가락센서는 그 강도나 수축률 등을 감지하여 물체를 만지거나 집어올릴 때에 잡은 힘의 조절을 행하는 느낌소자로 작동한다. 이에 반해 인공촉각센서는 반도체나 유전체(誘電體)라고 하는 물질을 작고 가늘게 만들어서 거미줄 같이(사실은 매트릭스 픽셀구조라고 함) 연결한 다음 각각의 소자들이 느끼는 압력의 크기를 전기신호로 바꾸어 측정하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그러나 아직 인간의 피부와 같은 고밀도의 정밀한 감촉소자를 구성하기가 매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손가락과 같이 압력과 함께 온도 습도 탄성력 등을 동시에 감지하는 다변수 계측소자가 연구개발 중에 있으므로 이 분야의 촉감센서가 상품화 되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한 상태다.
 

시각센서를 가진 무인운반차. 자동창고시스템의 주요 구성요소


인간공학에 영향받아

감성공학과 밀접한 관계에 있다고 볼 수 있는 '인체감각계측 및 응용기술'분야의 연구개발은 일본의 경우 1990년대에 들어와 국책대형연구과제로 채택됐다. 인간의 감각을 반영하는 보다 쾌적한 제품의 연구가 시작되었으며, 현대인의 스트레스를 감소시키기 위한 제반 응용기술이 주거환경 직장환경의 설계기술에 도입되고 있다. 연구개발에 투입되는 연구비의 규모도 앞으로 수년동안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해 1천억원 정도가 투입된다고 알려져 있다.

이 연구계획에 따르면 제1차 연구개발기간 동안에는 인간이 당면하고 있는 외부환경 인자들의 특성과 인체생리적 영향 및 인체감각기관의 감각크기 등의 관련성을 연구검토하고 그 결과자료를 모아서 정리하고 분석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몇가지 주요 연구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열이나 광원 등이 외부자극요인이 인간의 생리체계에 미치는 영향을 계측하는 기술개발, 둘째 외부 환경변화나 인공적인 자극을 모의적으로 행하면서 피시험자의 느낌이나 만족도 등을 효과적으로 채취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개발, 셋째 외부환경변화 인공자극 생리적 현상 감각 및 느낌정도 상호 간의 관련성 조사방법에 대한 기술개발, 넷째 인간의 여러가지 감각상태를 정확히 측정하는 기술과 그 측정결과를 분석 및 평가하는 방법연구, 다섯째 평가모형을 만들어서 인간과 비슷한 모의시험장치로 측정하거나 몇사람의 데이터만으로 인간전체의 감각측정을 대신할 수 있는 기술개발 등이 있다.

이와 같은 연구내용들은 지금까지 공업제품의 성능을 향상시킨다거나, 원가를 절감시킨다거나 하는 관점에서 보면 매우 특이한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인간 감각 생활이라고 하는 세가지의 요소들간에 어떠한 관계가 바람직한 것일까 하는 것을 연구하여, 그 결과를 생산현장이나 상품의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적용함으로써 인간의 생활 환경을 보다 편리하고 풍요롭게 만들려는 기술개발활동이다.

일본에서는 각종 인공환경 조절시스템에 관한 연구를 이미 오래전부터 수행해 왔다. 그중의 한 예로서 인간에게 쾌적함을 제공하여 주는 인체생리적 요인들이 어떤 것인가를 조사한 결과 인간의 신경계통 가운데 뇌파 피부저항 및 눈근육의 피로도 등이 중요한 역할을 하며, 순환기계통의 심장박동상태 혈압 혈류속도와 호흡기계통의 호흡속도 피부의 습기분비상태 등이 인간의 쾌적감과 매우 밀접한 상관관계에 있음을 밝혀낸 바 있다.

물론 이들 인체감각기능의 변화에 영향을 주는 외부환경요소들은 주위온도 습도 기류 소음상태 조명상태 영상표시상태 기계적 진동 등 여러가지가 있는데 이들 외부요소들은 비교적 쉽게 계측할 수 있는데 비해 전술한 인간생체적 변화를 측정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기술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와 같은 감성공학기술에 대한 필요성을 최근 들어서야 인식하기 시작했으며, 1992년부터는 국가가 주도하는 '21세기의 세계 7대 선진국 진입을 위한 연구과제' (흔히 G7 기술개발과제라고 함)의 하나로 많은 과학기술자들이 이 분야의 새로운 연구활동에 참여할 계획으로 있다.

2000년대의 우리 인간생활을 더욱 더 풍요롭고 안락하며 쾌적한 분위기로 이끌어 나가기 위해서는 인간생체 감각기능과 주위환경 및 생활제품과의 관련도를 보다 정밀하게 측정하고 연구하는 감성공학기술이 새로운 과학기술 연구분야가 될 것이다.
 

달걀을 쥐고 마음껏 흔드는 로봇의 팔. 촉각센서를 통해 물체의 단단함을 정확히 파악한다.
 

1991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오명환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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