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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인 우주고려장제도 절실

3백50만개의 우주쓰레기 난무

우주공간에서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우주쓰레기는 인공위성의 활동에 치명적인 손상을 줄 수 있다. 3백50만개가 넘는 우주쓰레기의 실상과 대책은?

구약성서의 창조론에는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신 후 여섯째날 인류의 기원이 되는 아담과 이브를 만든 후 '쓰레기 없는' 살기 좋은 에덴동산으로 인도했다는 기록이 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피조물에 불과한 현대의 과학자들이 어설픈(?)지혜를 동원해 조물주에게 도전을 시도하다가 판정패를 당한 사건이 미국의 NASA(미국 항공우주국)에서 발생했다.

1986년 1월28일 혹한의 겨울 케이프 케네디 우주기지에서 발사된 챌린저호는 1분 51초만에 공중폭발해 7명의 귀한 생명이 목숨을 잃었다. 즉각 원인규명과 대책을 위한 청문회가 수개월간 계속됐다. NASA 기술진은 날씨가 워낙 추워 카운트 다운을 정지시킬 것을 건의했으나, 레이건 전대통령의 연두교서를 발표하기 직전인지라 고위 관리층이 강행토록 했다는 설도 있다. 그러나 실제는 재수가 아주 좋아야 평생에 두번 볼 수 있다는 76년 주기의 핼리(Hailey)혜성이 모처럼 지구를 향해 다가오는 시점이라 계획을 포기할 수 없었다. 유럽에서는 혜성의 플라즈마 현상을 관찰하기 위해 독자적으로 관측 과학위성을 혜성의 경로 주위에 이미 띄워두고 있었다. 미국은 서둘러서 첨단 천체 망원경과 함께 여교사 등 7명의 탑승객을 태운 챌린저호를 발사해야만 했다. 결과는 순식간에 산산조각이 나 우주쓰레기로 변했다.

살아 움직이는 쓰레기

1957년 소련이 사상 최초로 발사한 스푸트니크호 이후 91년 초까지 약 3만9천개의 인공위성이 발사됐다. 이 모든 위성들은 지구 주변에서부터 먼 우주에까지 쓰레기로 변모돼 우주공간에 널려 있다. 지상에서 쓰레기의 효시는 에덴동산에서 금단의 선악과를 삼킨 후 버려진 배설물이지만, 우주 쓰레기의 시초는 84㎏의 스푸트니크 위성이 저궤도를 96분 주기로 선회하다가 지구인력으로 대기권에 돌입하면서 타버린 잔해다. 지상의 쓰레기는 고정된 상태이므로 처리하기가 용이하지만 우주쓰레기는 '살아 움직이는 쓰레기'로 크게 차이난다.

인공위성의 주요 발사 국가와 발사 대수를 살펴보면 소련 2천6백대, 미국 1천2백대, 일본 45대, 유럽우주기구(ESA) 26대, 프랑스 22대, 중공 26대다. 이외에도 10대 이상씩 발사한 나라로 영국 독일 캐나다 인도 등이 있고 이스라엘 룩셈부르크 등이 적어도 1개 이상 발사했다.

우리나라도 위성운용의 역사는 금산위성 지구국 개통 후 만 21년이 지났으나 독자적인 위성으로는 95년 발사예정인 무궁화호(Korea sat)가 최초 무궁화호는 다른 나라의 발사기지를 이용해 쏘아올려지게 된다.

그런데 이러한 위성은 우주 공간 아무데나 발사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첩보 기상조사 천체관측 고정통신 이동통신 방송 우주정류장 등 그 임무수행에 알맞는 위성비행 궤도가 정해져 있다. 지구관측 촬영위성들은 저궤도이며, 24시간 계속 통신방송을 해야하는 위성들은 3만5천7백90㎞ 적도 상공의 고궤도(또는 정지궤도)로 진입해야 한다.

만약 연료부족 등 수명이 다한 위성이 지상에서 원격통제가 안될 경우 다른 천체와의 인력때문에 궤도를 이탈할 수밖에 없다. 정상궤도의 위성임무에 방해가 될 수 있는 움직이는 쓰레기로 전락되고 마는 것이다.

보통 위성의 수명이라면 비행추진연료고갈, 오랜 사용으로 인한 태양전지의 효율저하, 지구 그늘속에서 심야TV토론이나 야간 통화통신을 할 때 전원이 되고 있는 화학배터리 기능의 저하, 전파를 증폭시키는 증폭관(트랜스폰더)의 전자총 노후화 등이 주요 요소다. 간혹 발사 직후 로켓에서 분리된 위성체가 태양날개 또는 파라볼라(접시형)안테나들이 펼쳐지지 못한채 도는 처음부터 불구인 '소아마비형 위성'들도 탄생한다. 이런 경우의 위성은 기능은 수행하지 못하지만 연료가 충분해 우주를 계속 돌고 있다. 따라서 다른 위성에 방해가 되는 우주 쓰레기로 분류된다.

특히 소련이 국내용 위성으로 발사하고 있는 타원궤도의 몰니야(Molniya)는 정지궤도가 아니고 원지점(고궤도)과 근지점(저궤도)을 지나고 있으므로 중간고도에 위치한 '반알렌대'를 1일 4회 통과할 수밖에 없다. 결국 이 위성의 장비들은 방사선에 피폭돼 수명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겨우 3년 정도로 단명하기도 한다. 이 우주쓰레기는 방사낙진과 같은 위협적인 것으로 간주된다.

군사첩보위성에 양적으로 앞선 소련의 저궤도(약 4백㎞ 미만 고도) 간이위성은 수명이 더욱 짧아 수개월 내지 1년정도다. 이들은 모두 대기권에 재돌입하면서 파손되고 일부는 운석처럼 미세한 파편으로 상당기간 우주공간을 떠돌아다니기도 한다.
 

우주왕복선^아틀란티스 발사광경


총중량 3천t

우주쓰레기의 숫자는 얼마나 될까. 올 2월의 최신 데이터에 의하면 약 3백50만개 이상 이라는 것이다. 큰 것은 3,4t에서부터 작은 것은 수 g까지 크기와 종류도 매우 다양하다. 정확한 수치는 아니지만 미세한 쓰레기까지 합치면 총질량은 3천t에 이른다고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이중에 지름이 10㎝가 넘는 것은 망원경이나 레이더로 관측돼 카탈로그화 돼 있다. 이 숫자는 약 7천개. 그런데 문제는 감시되고 있는 덩치 큰 쓰레기보다는 10㎝ 미만의 '미확인 물체.' 정체가 드러난 쓰레기는 이를 피해 인공위성의 궤도를 정하면 되지만 미확인 물체는 속수무책이기 때문이다. 지름 1㎝의 알루미늄 공이 초속 10㎞ 이상으로 움직일 때 운동에너지는 승용차가 시속 50㎞로 달릴 때의 에너지와 같다.

요즘 선진국들은 인공위성을 앞다투어 대량으로 발사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 쓰레기가 자국 영공에 있지 않고 지구촌을 감싸고 있는 3백60°의 원궤도를 돌고 있다는 점이다. 인공위성 한번 쏘아보지 못한 후진국은 이미 인공위성자리도 빼앗겨 여러모로 속상해 하고 있다.

1989년부터 ITU(국제 전기통신연합기구)에서는 우주쓰레기 처리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필자도 제4분과위원회 실무작업반에 소속돼 있었는데, 이때 위성공동묘지(satellite grave yard)를 만들기로 했다. 말하자면 이른바 고려장(高麗葬)제도다. 노쇠한 사람을 산채로 토굴에 버려두었다가 죽은후 장사지내던 풍속이 고구려시대에 이미 유행했었다. 연료잔량이 약 10%미만이 될 경우 즉각 살아있는 위성을 고궤도에서 더 깊은 우주(deep space)로 내버리는 것이다. 고궤도 이하로 쓰레기를 방치하면 부유하고 있는 파편들이 위성의 전파경로를 차단해 통신에 방해가 된다는 것이다. 특히 태양전지 표면은 극히 엷어 미세한 파편에도 파손 또는 흠집이 생겨 가장 중요시되는 전원용량에 치명상을 주게 된다.

이와같이 우주쓰레기 하치장을 설정한 후 위성보유 선진국가에 이를 준수토록 독려하고 있으나 별효과가 없는듯하다. 경제성을 내세워 연료잔량이 거의 고갈돼 설계수명이 지난 위성 조차도 계속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상용(商用)국제위성기구로 가장 규모가 크고 모범적인 인텔샛(INTELSAT)의 경우도 남북조절용추진연료(N-Sstation keeping)잔량이 전무한 상태에서 수년간 경사 궤도(inclined orbit)를 그리면서 통신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경우 해당 위성지구국 안테나는 수시로 궤도를 변경하는 위성을 추적하는 번거로움이 생긴다.
 

지구 상공에는 고도의 관측기구로 무장한 위성들이 수백대 떠있다.


치열한 자리싸움

앞서 언급한 총 3천9백개 인공위성 중 살아있는 위성은 절반 정도인 1천8백개이며 황금노선인 정지궤도(geostationary orbit)에는 약 2백개가 몰려 있다. 이중 소아마비형 노쇠형 후천적기형아형 위성을 배제하면 정상건강상태 위성은 1백50여개다.

쓰레기 크기가 10㎝ 미만의 미물은 원격 감시가 어렵다. 표면적 1백㎡인 위성이 1년에 한번꼴로 1㎜ 정도의 우주쓰레기와 충돌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평균치이므로 상황에 따라 위협 기대치는 더 커질 수도 있다.

현재 위성간격은 평균 3°로 유지할 수 있다. 태평양과 인도양이 조금 밀도가 낮은 상태이고 대서양 상공은 유럽 미국 캐나다 위성으로 밀집된 상태다. 따라서 이곳의 자리지키기(station keeping) 범위 한계는 한결 좁아 0.1°까지 낮아진다. 쉽게 설명하자면 정지궤도에서 3백60°원을 그리면 60년대는 위성이 양팔 간격, 70년대는 한팔 간격, 80년대는 좁은 간격으로 정렬돼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은 더욱 악화돼 90년대는 ITU가 개발한 컴퓨터 소프트웨어 ORBIT-II 프로그램에 의거 2백여개 위성이 각대양별로 국가별 집중 소밀상태를 고려한 인위적인 간격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상호 이웃 위성간 통신빔의 중첩을 피할 수만 있다면 가능한한 좁게 촘촘히 배열시키는 프로그램이다.

우리나라의 최초 통신방송 복합위성인 무궁화호도 당초 동경 1백60°에서 일본의 선점 방송위성들을 피해 1백16°도로 변경신청 중에 있으나 남태평양의 통가제도 등의 인접위성과 상호간섭유무기술 협의가 타결돼야 확실한 발사 위치를 보증받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이 우주공간은 극도로 제한되고 있으나 선진국들은 각종 위성을 다량으로 발사하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종전 기술로는 하나의 로켓 캡슐에 한개 위성을 담았으나 지금은 아리안로켓의 경우 두개의 위성을 동시에 발사하고 있다. 로켓 제3단 위에 있는 캡슐 속에 스펠다(spelda)라는 용기를 따로 두고 발사하는 기술에 이르고 있다.

앞으로는 동시 세개 발사로 우주는 한층 어지러울 것으로 예상된다. 살아있는 골치아픈 우주쓰레기 처리가 선결되지 않으면 우주 개발과 우주공간이용은 벽에 부딪칠 것이다. 또한 수명의 연장을 위해 종전의 액화가스 추진연료보다, 같은 부피로 3~10배의 경제성이 있는 원자핵연료가 사용되는 것도 큰 문제다. 방사성연료로 오염된 쓰레기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G7국가들이 책임져야

그 책임은 소위 G7이라는 서방 선진 공업 국가들이 감수해야 한다. CCIR(국제무선통신자문 위원회)의 권고안을 철저히 준수하는 솔선수범을 보여야 마땅하다. 위성은 자국 영토나 영해내에서 발사하지만 궤도진입은 영공이 아닌 공해상의 하늘에 위치하므로 이를 악용해서는 안될 것이다. 특히 전력소모가 큰 방송위성(DBS, Direct Broadcasting Satellite)은 자국영토에서 서쪽으로 멀어질수록 심야TV중계에 유리하므로(전력절감) 타국상공에 떠 있게 마련이다.

일단 발사된 위성은 쓰레기로 변모 또는 변질된다는 확실한 증거물로 84년 우주왕복선이 지구로 귀환할 때 유리창에 많은 콩알 크기의 흠집이 나 있었고, 고공의 통신기구(氣球)가 우주공간의 미세한 부유물체로 훼손되고 가스가 누설돼 낙하하곤 했다. 태양전지표면도 미물에 훼손돼 효율이 저하되는데 원격측정으로도 약 10%씩 매년 감소되고 있음이 판명되기도 했다.

미세물 쓰레기를 인공적으로 한곳으로 모아 하나의 큰덩어리로 뭉치게한 후 특수한 로켓으로 견인하는 방법 등 묘안들이 연구되고 있다. 이러한 사업은 막대한 경비가 드는데 이를 충당하기 위해서는 발사할 때마다 오물수거료 식으로 해당 국가에 소정의 경비를 징수하는 것도 바람직할 것 같다.

지구촌 각국의 발사위성에 대한 사후처리를 해당국이 알아서 처리하도록 하는 것은 이론적으로나 실제적으로도 실현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우주쓰레기 하치장을 자국 영공에 설정하기 어렵고 확인시비에 대한 원격감지 기능 등 불필요한 경비가 가중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구촌은 공동으로 우주쓰레기 처리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태초에 에덴동산을 인류조상이 선악과로 오염시켜 혼이 났는데 최근 이런 사실을 잊은 후예들이 무책임한 행위로 스타워스를 방불케 하며 우주로 인공위성을 난사하는 것에 하늘의 진노가 언제 있을지 두렵기만 하다.
 

지구로 되돌아온 원자로 위성의 잔해
 

1991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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