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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학자 커츠와일 '매트릭스 실현가능성 높다' 예측

완전한 가상현실 나노봇으로 구현

최근 세계적인 인공지능학자 레이 커츠와일 박사가 자신의 홈페이지(KurzweilAI.net)와 단행본 ‘빨간 약 먹기: 매트릭스의 과학, 철학, 그리고 종교’를 통해 영화 매트릭스에 나오는 미래 예측이 실현 가능하다고 주장해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커츠와일은 과거 인터넷의 등장뿐 아니라 컴퓨터가 세계 체스 챔피언을 이길 수 있고 액정디스플레이(LCD)가 CRT 모니터를 대신할 것이라는 사실을 정확히 예언한 바 있기 때문에 더욱 주목을 끈다.

영화 ‘매트릭스’에서는 인간보다 뛰어난 인공지능이 등장하고 인간의 뇌에 어떤 능력을 직접 내려받을 수 있으며 실제와 구별할 수 없는 가상현실이 구현되는 놀라운 미래 세계가 등장한다. 커츠와일은 이런 세계가 SF영화 속에만 가능한 것이 아니라 앞으로 30-40년 내 현실로 다가올 것이라고 예측한다. 그의 주장을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커츠와일은 기술 변화 자체의 가속적 속도에 주목한다. 자가 증식하는 나노독립체가 현재의 기술 발전 속도로는 한 노벨상 수상자가 언급했듯이 적어도 1백년 후에나 가능하지만, 기술 발전 속도가 가속적으로 증가한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커츠와일의 모델에 따르면 10년마다 기술 발전 속도가 2배로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앞으로 25년이 지나면 현재의 발전 속도로 1백년 동안 걸릴 기술을 창조해낼 수 있다.


슈퍼맨처럼 나는 네오. 매트릭스(가상현실)에서 자신의 아 바타를 완벽하게 제어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됐다. 최근 세계적인 인공지능학자 레이 커츠와일은 매트릭스가 실 현 가능하다는 흥미로운 주장을 펼쳤다


2020년 인간 뇌 맞먹는 컴퓨터 등장

 

(그림) 기하급수적으로 발달하는 컴퓨터 계산능력


커츠와일은 인텔사의 공동설립자인 고든 무어가 1965년에 제안한 법칙, 즉 새로 개발되는 메모리 칩의 능력은 18-24개월에 2배가 된다는 무어의 법칙을 능가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컴퓨터의 계산 능력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얘기다. 물론 과거에 진공관이 트랜지스터로 대치됐듯이 현재의 반도체 집적기술에서 벗어난 새로운 패러다임의 기술이 필요하다. 다름아닌 인간의 뇌처럼 3차원으로 계산하는 기술이다. 예를 들어 미국 MIT 미디어랩에서는 3백층의 회로를 갖는 실험적인 기술이 연구되고 있는데, 최근 분자 수준에서 작동하는 3차원 회로를 개발하는데 실질적인 진전이 있었다.

커츠와일은 소형 전기회로를 형성하는데 철보다 1백배나 강한 탄소나노튜브에 주목한다. 탄소나노튜브로 구현된 회로에서 16cm3 크기면 인간 뇌의 계산 능력보다 1백만배나 더 강력할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전형적인 1백20만원짜리 PC는 대략 곤충과 쥐의 뇌 사이에 해당하는 계산 능력을 지니고 있다. 인간의 뇌는 어떨까. 인간의 뇌에는 1천억개의 뉴런(신경세포)이 있고 뉴런과 뉴런 사이에는 1천개의 연결구조가 있다. 이들 연결구조는 초당 2백회의 계산을 할 정도로 매우 느리게 작동하지만, 1천개의 연결구조에 1천억개 뉴런을 곱하면 1백조의 병렬계산이 가능하다. 결국 인간의 뇌는 초당 20경의 계산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커츠와일은 2020년이면 컴퓨터가 이 정도의 계산 능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한다. 나아가 2050년이면 1백20만원짜리 PC가 인간의 뇌보다 10억배나 뛰어난 계산능력을 보일 것이라고 한다.

수십억대 초소형 로봇의 활약

물론 인간의 지능을 능가하는 인공지능이 등장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인간의 뇌에 대해 완전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커츠와일은 2030년이면 등장할 초소형 로봇인 나노봇(nanobot)을 이용하면 인간의 뇌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나노봇은 사람의 모세혈관에 들어가 활동할 만큼 작은 로봇이다. 물론 아직까지 이 정도는 아니다. 최근 미국방성은 ‘스마트 더스트’라는 자그만 로봇장치를 개발중이다. 현재의 크기는 1mm 가량이지만, 이들을 적지에 떨어뜨려 놓으면 수천개의 네트워크를 형성해 거의 보이지 않는 스파이 노릇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주위 영상을 찍고 서로 통신하며 메시지를 주고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군사적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이보다 작은 나노봇이 구현되면 어떻게 인간의 뇌를 연구할 수 있을까. 모세혈관을 통해 무선으로 연결된 수십억대의 나노봇을 직접 뇌에 보내는 것이다. 그러면 이들 나노봇이 안쪽으로부터 뇌를 정밀하게 조사하고 뇌의 고해상도 지도를 만들 수 있다. 현재는 뇌의 특정지역, 예를 들어 청각 및 시각 대뇌피질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 캘리포니아공대의 카버 미드 박사는 이들 시스템에 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시각 감지 칩(인공눈)을 개발중이다.

이같은 과정을 거쳐 인간의 뇌 활동을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면, 종래의 컴퓨터 알고리듬과는 전혀 다른 인간 뇌의 알고리듬을 컴퓨터가 흉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컴퓨터의 지능은 차차 인간의 뇌에 가깝게 진보할 것이다.

영화 매트릭스에서처럼 인간의 지능을 능가하는 인공지능이 출현하는 것은 시간 문제처럼 보인다. 물론 영화에서와 달리 이런 인공지능은 인류 문명을 확장하는데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궁극적으로 커츠와일은 컴퓨터의 지능과 우리의 생물학적 지능이 통합돼 인간 지식과 창조적 가능성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을 내놓는다.

매트릭스에서 다시 살아나는 법

이제 매트릭스에 구현된 가상현실의 세계를 살펴보자. 커츠와일은 2030년이면 현실과 식별할 수 없는 가상현실 기술이 가능하다고 예측한다. 그때면 인간의 혈구보다 작은 로봇인 나노봇이 완전몰입형 가상현실을 제공할 것이라고 한다. 어떻게 가능할까. 수십억대의 나노봇이 시각, 청각 등 모든 감각으로부터 나오는 뉴런 간 연결조직 근처에 자리잡는 방법을 사용한다.

우리가 진짜 현실을 경험하고 싶을 때 나노봇은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잠자코 있는 반면, 가상현실에 들어가고 싶다면 진짜 감각으로부터 오는 신호를 억누르고 대신 가상환경에 어울릴 만한 신호로 대치하는 것이다. 또 보통 때처럼 진짜 근육과 팔다리를 움직이려 한다면 나노봇이 다시 이들 뉴런 간 신호를 가로채고 대신 가상 팔다리를 가상환경에서 움직이도록 적당한 신호를 보낸다. 물론 영화의 네오나 트리니티처럼 매트릭스란 가상현실에 접속하기 위해 원시적인 케이블은 필요 없다. 모든 연결이 무선으로 가능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월드와이드웹은 탐험할 수 있는 다양한 가상환경을 제공할 것이다. 일부에서는 진짜 공간을 재창조하는 반면, 다른 편에서는 진짜 현실에 없는 환상적인 환경을 만들어낼지도 모른다. 어떤 상황은 네오가 슈퍼맨처럼 날아다니듯이 물리법칙에 어긋나기 때문에 진짜 세계에서는 불가능한 것일 수도 있다. 2030년에는 웹사이트에 접속하는 과정은 완전몰입형 가상현실에 들어가는 상황을 의미할 것이다. 더욱이 이들 가상현실에서는 나노봇 덕분에 오감뿐 아니라 감정, 유머, 성적 즐거움 등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가상현실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경우는 어떨까. 영화 매트릭스의 1편에서는 죽었던 네오가 부활하고, 2편에서는 트리니티가 다시 살아난다. 완전한 가상현실에서라면 사람은 주어지는 상황을 완벽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에 만일 가상현실에서 죽음을 맞이한다면 심장과 같은 기본 조직이 작동을 멈추고 의식을 잃는다. 뇌에 충분히 산소가 공급되지 않아 수분 후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 실제 죽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네오는 트리니티의 사랑 덕분에 매트릭스에서의 죽음이 진짜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극한 상황을 극복한다. 이제 네오는 매트릭스의 아바타를 자유자재로 지배할 수 있는 능력을 얻게 된다. 슈퍼맨처럼 날아다닐 뿐 아니라 총알도 멈출 수 있는 것이다. 3편에서는 어떤 놀라운 능력을 보여줄까.

2003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이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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