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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수가 만들어낸 구혈과 폭호

폭포의 과학

폭포는 어떻게 형성됐을까? 경사진 계곡뿐만 아니라 평지의 하천, 바다와 접한 해안지역에도 폭포가 만들어진다.

우리의 마음을 항상 상쾌하게 해주고 정서를 안정시켜 주는 자연경관 중 하나가 폭포다. 폭포가 발달되기 위해서는 지구상에 육지로 된 지표공간과 그 위를 흐르는 풍부하고 지속적인 물이 있어야만 한다.

46억년 전의 우주는 먼지와 가스가 모여 소용돌이 현상을 일으키면서 중심부에서 연소작용이 일어나 태양을 탄생시켰고 엄청난 양의 가스는 냉각되고 농축돼 공 모양을 갖춘 10㎞ 직경의 소행성들로 변화됐다. 소행성들이 서로 충돌하고 파쇄되는 현상이 수없이 반복돼 오늘날의 지구가 생성된 것이다.

최초의 지구 표면은 운석과 소행성들의 충돌로 불바다가 돼 오늘날의 하천과 대양이 존재할 수 없었다. 용융상태인 뜨거운 마그마의 바다로 이루어져 있었으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운석과 소행성들의 낙하와 충돌현상이 줄에들어 지표는 냉각됐다. 지각에 내포돼 있던 수증기들이 증발해 구름을 생성시켰고, 구름 역시 냉각으로 팽창현상이 일어나게 됨에 따라 지구상에 많은 비를 내리게 됐다. 지표면은 더욱 냉각됐고 기복이 낮은 저지(低地)에는 바다가 형성됐으며 육지에서 저지인 바다로 물이 흐르는 하천이 탄생했다.


투타산의 쌍폭
 

낙차가 필수

폭포는 흐르는 물의 유로에 낙차가 이루어져 낙수현상이 나타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폭포가 발달할 수 있는 곳은, 하상(河床)이 암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왜냐하면 토양층으로 이루어진 곳은 물이 흐르면 무너져 내려 낙차가 나타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러한 폭포가 발달될 수 있는 원인을 크게 세가지로 분류해 검토해보자.

첫째는 경사진 사면의 계곡을 흐르는 하천 유로에 발달하는 경우다. 설악산 서남부의 십이선녀탕계곡 주변 폭포들과 금강산의 구룡폭포와 같이 사절리(斜節理)로 이루어진 하상에 발달된 폭포를 말한다.

절리가 형성되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자갈 내부에서 용융상태의 마그마가 냉각고결된 후 지각운동을 일으킴과 동시에 지표면에 덮여있는 토양층이 풍화와 침식작용으로 제거됨으로써 지표면에 암석이 노출된다. 하중이 줄어들면 고결된 암석은 팽창돼 균열이 일어나게 되는데, 이 현상이 절리다. 석영 장석 운모 등의 조암광물로 구성된 화강암질 암석은 동질성이기 때문에 팽창의 결과인 절리가 나무판자 모양으로 나타나 판상(板狀)절리가 형성된다. 비스듬하게 나타날 때는 판상 사(斜)절리, 수직일 때는 판상 수직 절리, 그리고 수평일 때는 판상 수평절리라고 한다.

이러한 판상절리가 겹겹히 발달된 하천유로에서 바깥부분의 절리층이 파괴돼 층이 형성되면 연속적인 폭포의 집단이 나타나게 되는데, 우리나라 내륙산지의 폭포들 거의 모두가 이러한 경우에 해당된다.

둘째는 평지지역을 흐르는 하천유역에 발달하는 경우다. 완만한 경사로 이루어진 평지의 하천유로에서는 폭포의 형성여건이 상대적으로 불리하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탄강 상류지역인 철원에 있는 높이 2m, 폭60m에 이르는 소규모의 직탕 폭포와 전곡의 재인 폭포가 있을 뿐이다.

그러나 미국과 캐나다의 경계에 위치한 이리호와 몬테리오호로 유입되는 곳에 위치한 높이 48m, 폭9백m 폭포와 브라질 남부와 아르헨티나 국경부근의 이구아스강이 파라나강과 합류하는 지점에서 36㎞ 상류에 있는 높이 51m 폭4.5㎞의 이구아스 폭포(20여개의 폭포로 갈라져 형성돼 있음)처럼 세계적인 규모의 폭포가 넓은 평지에 발달돼 있는 경우도 간혹 있다.

이와같이 평지에 폭포가 발달할 수 있는 원인은 유로를 구성하고 있는 기반암의 특성이 복잡하기 때문이다. 상층이 단단한 경암으로 덮여있고 하층이 약한 연암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하천의 유수작용으로 하층의 파괴속도가 보다 빨리 진행되는 차별침식현상이 일어나 상층이 중력의 힘으로 무너져 낙하한다.

셋째 해안지역으로 흐르는 하천유역에 폭포가 발달하는 경우다. 물은 높은 지역에서 낮은지역으로 흘러 하천을 이루는데 거의 대부분이 바다와 접히는 하구지역은 경사가 완만한 평지지역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그대로 하천이 바다로 유입된다. 따라서 해안 폭포가 발달하기에는 매우 어려운 상태다. 우리나라 해안지역에는 거의 발달돼 있지 않지만 남제주지역에 20m 높이의 천지연폭포와 천제연폭포, 그리고 해안에 직접 낙수현상이 일어나는 21m 높이의 동양유일의 해안폭포인 정방폭포가 위치하고 있다.

이러한 해안폭포 발달 조건은 암석해안지역이 융기됨으로써 낙차가 나타나는 경우인데, 제주도의 경우 용암이 화산폭발로 노출돼 냉각고결되면서 수직의 주상(柱狀)절리들이 만들어진 현무암지역이 20m에서 90m 높이까지 융기돼 있어 해안폭포 형성에 다소 유리하다.


설악산 대승폭포
 

단지 모양의 매끈한 와지

이상과 같이 세가지 조건에 따라 발달하고 있는 폭포들은 낙수현상이 일어나는 밑부분에 물의 힘에 의해 만들어진 단지모양의 음푹팬 와지(窪地)가 형성돼 있다. 와지는 구혈(甌穴)과 폭호(爆壺)로 구분된다.

구혈이란 절리간격의 규모가 큰 금강산 설악산 오대산 등에 분포하는 폭포들에게서 나타나는데, 흐르는 물의 힘에 의해 이동되는 자갈들이, 물이 떨어질 때 원형을 이루면서 회전하는 와류(渦流)현상이 일어나면서 기반암을 깎아내는 굴식(掘蝕)작용을 일으킨다. 거대한 암괴에 단지모양의 매끈한 와지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한편 폭호는 경북 청송 주왕산의 제1, 제2, 제3폭포처럼 화산암의 일종인 안산암이 부스러진 파쇄(破碎)절리층의 암석에서, 낙수가 떨어지는 부근에 소규모의 자갈이 쌓이고 이곳에 물이 괴어 있을 때를 말한다.

22만㎢의 면적과 3천7백여개의 섬으로 구성된 남북으로 길게 뻗친 우리나라의 경우는 태백산맥 지역을 제외하고는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춘 폭포의 발달이 미약한 편이다. 한반도는 대체로 육지가 생성된 이래 장구한 세월 동안 풍화와 침식작용이 계속돼 기복이 비교적 적게 나타나는 노년기 지형을 이루고 있어 규모가 큰 폭포가 생성되기에는 불리한 조건이다.

그러나 장백산맥과 마천령산맥이 합류하는 곳에 자리잡은 최고봉인 백두산에서 시작해 한반도와 평행하게 발달한 마천령산맥 및 태백산맥과 같은 한국방향의 산맥에는 비교적 규모가 큰 폭포들이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잘 발달돼 있다.

우리나라에 분포하고 있는 폭포들을 보면 74m의 높이를 가진 금강산의 구룡폭포, 설악산 계곡에 널리 분포하고 있는 오련 여신 천당 형제 쌍 양폭 등과 산록에 있는 토왕성 비룡 대승 소승폭포 등이 대표적이다. 이외에도 두타산 무릉계곡에 있는 용추 쌍폭포, 주왕산의 제1 제2 제3폭포, 재약산의 용추 층층 홍룡폭포 등이 어느 정도 규모를 가지면서 수려한 자연경관미를 뽐내고 있는 폭포들이다.

규모는 작지만 내륙에 분포돼 있는 폭포들은 다음과 같다. 강원도지역에는 삼악산의 등선, 응봉산의 용소, 봉화산의 구곡, 치악산의 세렴, 점봉산의 용소 및 십이폭이 있고 경기도 지역에는 북한산의 동령 서문폭, 수락산의 금류 은류 옥류, 소요산의 청량, 명성산의 등룡 이천 비선, 명지산의 명지폭포 등이 위치하고 있다.

한편 남부권으로는 충청도지역에 소백산의 희망, 주흘산의 수옥, 속리산의 오송 장각, 계룡산의 은선 용문폭포 등이 있고 경상도지역에 내연산의 삼보 보연 무풍, 금오산의 명금, 가야산의 옥녀 용문, 비슬산의 상선폭포가 있다. 그리고 전라도지역에는 지리산의 용소 불일 쌍폭, 월출산의 용추 바람, 대둔산의 화랑 금강, 내변산의 직소, 내장산의 도덕 금선, 무등산의 용추 세심, 백운산의 병암폭포 등이 자리잡고 있다.

도서지역에는 울릉도 유일의 봉래폭포가 저동의 배후산록에 위치하고 있으나 규모가 작은 편이고 제주도의 남부 해안에 정방 천지연 천제연폭포가 위치하고 있다.


현무암 주상절리로 형성된 제주도 천제연 폭포. 절리속으로 물이 떨어지고 있으며 아래 물이 괴어 있는 부분이 폭호다.
 

1991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고의장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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