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베이징올림픽은 ‘신기록 올림픽’이었다. 세계신기록 43개에 올림픽기록이 126개나 쏟아졌다. 특히 미국의 마이클 펠프스가 ‘펠피시’(Phelfish)처럼 헤엄치며, 자메이카의 우사인 볼트가 ‘총알 탄 사나이’처럼 내달리며, 한국의 장미란이 ‘여자 헤라클레스’처럼 들어 올리며 세계신기록을 잇달아 작성했다.
펠프스는 수영 8관왕(개인혼영 400m, 계영 400m, 자유형 200m, 접영 200m, 계영 800m, 개인혼영 200m, 접영 100m, 혼계영 400m)에 올랐을 뿐 아니라 접영 100m를 제외한 모든 종목에서 세계신기록을 세우는 기염을 토했다. 볼트는 육상 100m, 200m뿐 아니라 400m 계주에서도 세계신기록으로 우승했고, 여자 역도 무제한급(75kg 이상)에 출전한 장미란은 인상, 용상, 합계에서 모두 세계신기록을 수립하며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일반인의 상식 수준에서 보면 이들은 모두 ‘괴물’이지만, 미국의 유력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장미란과 볼트를 ‘아름다운 챔피언 몸매’(Championship Bodies) 5인에 나란히 선정했다. 올림픽은 고대부터 아름다운 몸의 경연장이다. 고대 그리스 토기에서 고대올림픽에 참가했던 선수들의 잘 빠진 몸매를 엿볼 수 있고 3세기 이탈리아 시실리의 모자이크 벽화에 나타난, 비키니를 입은 채 공을 갖고 경기하는 여성들은 현대 비치발리볼 선수를 연상시킨다. 1976년 몬트리올올림픽에서 10점 만점의 연기를 펼친 루마니아의 ‘체조 요정’ 나디아 코마네치는 영화배우처럼 가냘픈 몸매의 소유자였지만, 최근 정상급 체조선수는 상대적인 근육질로 변했다. 아름다운 챔피언 몸매가 시대에 따라 변한 것.
현재 각 종목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는 ‘아름다운’ 몸매는 어떤 모습일까. 또 그들이 인간의 한계를 돌파하며 세계 기록을 어느 선까지 갈아치울 수 있을까.
장미란, 합계 338kg까지 들어 올릴 것
“베이징올림픽이 끝나면 미국산 물고기(펠프스)는 태평양에 놓아주고, 자메이카산 치타(볼트)는 세렝게티 공원에 풀어주고, 한국산 헤라클레스(장미란)는 그리스 신전에 모셔두자!”
우리나라에서 장미란은 펠프스나 볼트에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무거운 바벨을 들며 인간의 괴력을 보여주는 경기가 바로 역도다. 역도에서는 키 큰 사람보다 키 작은 사람이 유리하다. 무게중심이 낮아 안정적인 데다 바벨을 들어 올리는 높이가 상대적으로 낮아 힘을 덜 써도 되기 때문. 장미란도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
국민체육진흥공단 체육과학연구원 문영진 박사는 “역도에서는 뭐니 뭐니 해도 하체 힘이 중요한데, 장미란은 하체 힘이 남자 선수보다 좋다”며 “같은 체급에서 전 세계 역도선수의 하체 힘은 장미란의 80%도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바벨을 들 때 부드럽게 돌아갈 정도로 손이 큰 사람이 유리하고 바벨을 들었을 때 뼈가 눌리는 응력에도 강해야 한다. 문 박사는 “척추 사이 디스크의 탄성이 좋다는 것도 장미란의 장점”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중국 선수처럼 몸통이 좌우로 넓으면 바벨을 넓게 잡고 손에 붙일 수 있어 한 번에 드는 인상을 잘하고, 우리 선수처럼 몸통이 앞뒤로 두꺼우면 누르는 힘에 잘 버텨 두 번에 나눠 드는 용상을 잘한다”고 말했다. 실제 장미란을 비롯한 우리 선수들은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광배근 같은 상체 근육을 키우는 훈련을 했다. 좌우로 넓은 체형을 만들어 인상에서 좋은 경기를 펼치기 위한 노력이었다. 이 덕분에 장미란은 용상뿐 아니라 인상에서도 세계신기록을 낼 수 있었다.
인간이 들 수 있는 무게의 한계는 어느 정도일까. 국민대 체육학부 이대택 교수는 “남녀 각 체급별 세계신기록을 바탕으로 체중당 든 무게를 계산한 결과 체구가 작을수록 들어 올린 상대적인 무게는 컸다”고 말했다. 하지만 들어 올릴 수 있는 절대적 무게는 체중이 많이 나갈수록 증가했다. 최중량급인 장미란이 들 수 있는 최고기록이 여자가 들 수 있는 가장 무거운 무게인 셈이다.
장미란은 얼마나 더 들 수 있을까. 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 차경천 마케팅연구교수는 “지난 10년간 기록을 수식으로 분석한 결과, 장미란은 베이징올림픽에서 세웠던 신기록보다 인상과 용상에서 각각 6kg씩 더 들어 합계 338kg까지 들어 올릴 것이라고 예상한다”고 밝혔다(92, 93쪽의 박스기사 참조).
마이클 펠프스, 숏다리 돌고래 체형
짧은 다리에 길고 얇은 몸통, 양쪽으로 쭉 뻗으면 길이가 201cm에 이르는 팔, 물갈퀴처럼 커다란 발(320mm),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발목.
스포츠과학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펠프스의 신체 장점이다. 키가 193cm인 펠프스는 가랑이부터 발끝까지가 81cm에 불과하다. 키에 비해 다리가 짧은 숏다리인 셈. 체육과학연구원 문영진 박사는 “수영에서는 몸의 무게중심이 부력 중심과 일치해야 유리하다”며 일반인과 펠프스를 비교해 설명했다. 일반인은 무게중심이 배꼽 정도에 있는 데 비해 부력 중심이 가슴 쪽에 있기 때문에 몸 전체가 기울어 물의 저항을 많이 받는다. 반면 다리가 짧고 상체가 큰 펠프스는 무게중심이 부력 중심에 가깝기 때문에 물에 수평으로 떠 물의 저항을 거의 받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펠프스는 유연한 발목 덕분에 300mm가 넘는 발을 자유자재로 움직인다고 하니, 이는 마치 발에 물갈퀴를 찬 것 같은 효과다. 펠프스는 전형적인 돌고래 체형인 셈이다. 그의 돌핀 킥이 강력한 추진력을 발휘하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문 박사는 “수영선수의 추진력은 하체보다 상체에서 더 많이 나온다”며 “하체에서 30%, 상체에서 70%가 나온다”고 밝혔다. 펠프스의 기다란 팔은 앞으로 힘차게 나가는 데 필요한 ‘노’ 역할을 한다. 솥뚜껑만 한 손도 한몫한다. 보통 수영선수는 물에서 팔을 앞으로 뻗어 저을 때 손을 바깥쪽 대각선에서 안쪽으로 말면서 물을 감싸는데, 이때 물을 당기는 작용에 대한 반작용으로 항력이 생긴다.
문 박사는 “항력이 손의 진행방향에 수직으로 생긴 양력(손의 모양에서 오는 힘)과 합쳐진 힘이 바로 추진력”이라며 “펠프스처럼 손이 크면 항력과 양력도 커져 추진력도 커진다”고 설명했다. 물론 손으로 물을 감싸는 동작도 중요하다.
수영 자유형 400m에서 동양인 최초로 금메달을 따낸 ‘마린보이’ 박태환은 어떨까. 전문가들은 박태환의 영법이 좋다고 평가한다. 박태환이 헤엄치는 모습을 유심히 보면 다른 선수에 비해 물의 기포가 적게 생긴다. 이는 물의 저항을 거의 안 받을 정도로 수영 동작 자체가 깔끔하다는 뜻이다. 키가 크고 근력이 좋은 서양 선수들 가운데서 박태환이 열세를 딛고 우승한 비결이다. 물론 박태환도 키가 183cm로 과거 한국 대표선수보다 커졌고, 근력 강화 프로그램, 젖산 테스트 같은 체계적인 훈련을 통해 근력과 함께 지구력이 향상됐다.
세계적인 수영선수 가운데 동양인도 많지 않지만 흑인은 거의 없다. 문 박사는 “흑인은 비중이 큰 근육(1)이 너무 많아, 비중이 적은 지방(0.8)이 상대적으로 많은 백인에 비해 물에 뜨기 쉽지 않기 때문”이라며 “동양인은 흑인과 백인의 중간 정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인간의 수영능력 한계는 어느 정도일까. 국민대 이대택 교수는 “인간은 포유류이면서 무게도 엇비슷한 돌고래와 비교할 수 있다”며 “하지만 돌고래는 펠프스와 100m 수영시합을 한다 해도 30m 이상 앞서서 터치패드를 찍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돌고래는 초속 3~4m로 물밑에서 느긋하게 헤엄치는 반면, 펠프스는 초속 2m로 뒤쫓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사람이 기록을 단축하려면 저항을 줄이며 물밑에서 수영하는 것이 좋은 전략”이라며 “바로 물속에서 돌핀 킥으로만 전진하는 방법, 즉잠영”이라고 밝혔다. 펠프스는 15m 가까이 잠영하는 반면, 박태환은 길어야 10m를 잠영한다. 1988년 서울올림픽 배영 100m에서 일본의 스즈키 다이치가 잠영의 장점을 살려 35m 이상 물밑으로 헤엄치며 금메달을 따내자 그뒤 국제수영연맹은 잠영 거리를 15m로 제한했다. 이 교수는 “현재 영법과 규정 내에서 기록 경신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우사인 볼트, 100m 경기서 9초55도 가능했을 것
수영에 펠프스란 ‘괴물’이 있다면 육상에는 볼트란 ‘괴물’이 있다. 베이징올림픽 육상 100m 남자결승전에서 결승선을 20m 가까이 남겨두고 두 팔을 벌렸다가 한 손으로 자기 가슴을 치는 ‘쇼’를 하고도 9초69라는 세계신기록을 세운 볼트는 그야말로 4차원의 선더볼트(thunderbolt)다. 내친 김에 그는 200m와 400m 계주에서도 세계신기록을 세웠다.
육상 단거리선수는 울퉁불퉁한 근육에 키가 그리 크지 않은 게 보통이었다. 키가 196cm인 볼트처럼 다리가 긴 장신선수는 드물었다. 발을 옮기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근력이 약해 추진력도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볼트는 달랐다. 덩치가 커 스타트가 느린 단점을 극복할 만큼 강력한 근육으로 무장한 긴 다리를 빠르게 옮기며 41보 만에 100m를 주파했다. 기존 세계적 선수들은 100m를 뛰는 데 43~45걸음이 필요하다.
체육과학연구원 이순호 박사는 “볼트 때문에 단거리달리기 주법이 짧은 보폭에서 다시 큰 보폭으로 옮겨 갔다”며 “볼트는 큰 보폭으로 폭발적인 힘을 뿜어낼 만한 근력이 뒷받침된 선수”라고 밝혔다. 실제 육상 스프린터의 근육을 연구해온 인디애나 볼 주립대의 스콧 트래프 박사는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스프린터 다리에 속근(빨리 수축해 큰 힘을 쓰는 근육)이 70%, 지근(천천히 수축해 오랫동안 힘을 내는 근육)이 30% 있으며, 특히 볼트 같은 스프린터의 다리에는 속근보다도 2배 빨리 작동하는 초속근의 비율이 25%에 이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반인의 초속근 비율은 1~2%에 불과하다.
한동안 볼트가 100m 결승에서 막판까지 열심히 달렸다면 기록이 더 좋았을 것이란 얘기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급기야 볼트의 코치인 글렌 밀스는 볼트가 100m 결승에서 우승 세리머니를 하기 위해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면 9초52도 가능했을 것이라고 인터뷰까지 했다. 노르웨이 오슬로대 한스 에릭센 박사팀은 이를 확인하기 위해 당시 100m 경기를 담은 TV 화면을 정밀 분석했고, 그 결과 볼트가 적어도 9초61, 빠르면 9초55를 기록했을 것이라는 점을 밝혀내 ‘미국 물리학 저널’에 제출했다.
에릭센 박사팀은 TV 화면에서 100m 경기 내내 볼트뿐 아니라 2위로 골인한 리처드 톰슨(트리니다드 토바고)의 위치, 속도, 가속도를 비교 분석했다. 먼저 볼트가 톰슨과 같은 속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는 가정을 해 볼트가 9초61로 결승선을 통과했을 것이란 결과를 얻었다. 하지만 출발부터 8초간 볼트가 톰슨보다 더 뛰어난 경기를 펼쳤기 때문에 이는 너무 신중한 접근이다. 그래서 연구팀은 볼트가 마지막 2초간 톰슨보다 0.5m/s2만큼 덜 감속했다고 가정했다. 그러자 볼트의 기록이 9초55까지 가능했을 것이란 결과가 나왔다.
만약 볼트의 스타트가 톰슨만큼 빨랐다면 0.03초를 추가로 줄일 수 있었다. 실제 볼트는 많은 연습시간을 스타트에 할애하고 있다. 놀랍게도 육상 200m가 주종목인 볼트는 100m 경기를 몇 번 뛰지 않고 세계기록을 잇달아 깨고 있다. 근수축속도, 심장기능 등에서 완벽한 신체조건을 갖추고 완벽한 경기장에서 적절한 뒷바람(초속 2m의 바람까지 허용)의 도움을 받는다면 9초50까지 가능하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이 박사는 “볼트는 최고의 스프린터이자 신화적 존재”라며 “곧 9초5대에 진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옐레나 이신바예바, 4m 장대로 초속 8m의 도움닫기
베이징올림픽에서 러시아의 ‘미녀 새’ 옐레나 이신바예바, 중국의 ‘다이빙 여제’ 궈징징도 주목을 받았던 선수들이다. 이신바예바는 여자 장대높이뛰기에 출전해 5m 5cm로 24번째 세계신기록을 세웠고, 궈징징은 여자 다이빙 3m 스프링보드에서 뛰어난 연기로 금메달을 따 올림픽 2연패를 달성했다.
체육과학연구원 문영진 박사는 “다이빙은 빠르게 최대한 몸을 마는 것이 중요한데, 이 과정은 궈징징처럼 상체보다 하체가 긴 중국인에게 유리하다”고 밝혔다. 각운동량이 보존되는 원리에 따라 몸의 회전속도를 높이려면 최대한 몸을 말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는 피겨스케이팅에서 손을 벌렸다가 오므리면 회전속도가 빨라지는 상황과 같다.
문 박사는 “높이뛰기에서는 기본적으로 몸의 무게중심을 높게 만들어야 한다”며 “몸을 최대한 휘어 무게중심을 높이려면 유연성이 좋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신바예바는 유연성뿐 아니라 균형 감각이 뛰어나고 기계체조로 다져진 탄탄한 복부와 어깨근육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길이 4m에 탄성이 좋은 유리섬유 장대를 갖고 초속 8~9m로 도움닫기를 빠르게 하는 것도 그의 신기록 제조 비결이다. 전문가들은 여자 장대높이뛰기의 한계는 5m 10cm 정도로 보고 있다. 더 강한 추진력을 낼 수 있는 남자는 6m 30cm 가량이 마의 벽으로 평가된다.
높이뛰기에는 무게중심이 높은 장신선수가 유리하다. 예를 들어 남자 높이뛰기 선수들의 평균 키는 193cm에 이른다. 하지만 스웨덴의 스테판 홀름은 키 180cm로 높이뛰기 선수로는 매우 작은 ‘난쟁이’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2m 36cm를 넘어 금메달을 따냈다. 도움닫기 속도가 다른 선수보다 빨라 그만큼 몸을 더 높게 띄울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장점이다. 우승후보였던 그는 베이징올림픽에서 아쉽게 4위에 머물렀다.
지난 8월 말 뉴욕타임스는 스포츠 종목마다 적합한 체형이 있다는 상식을 깨고 홀름처럼 뛰어난 활약을 하는 선수들을 소개했다. 미국의 마이크 프리드먼은 사이클 선수로는 너무 무겁다. 키 175cm에 77kg인 그는 ‘미트볼’(고기완자)이란 별명을 갖고 있다. 원래 호리호리한 선수가 사이클을 탈 때 공기 저항을 덜 받는데, 프리드먼이 최대한 몸을 모아 보통 선수를 흉내 내려다 이런 별명을 얻은 것이다. 무거운 만큼 쓸 수 있는 근육이 더 많다는 게 그의 장점이다.
육상 여자 1500m에 출전한 미국의 에린 도너휴도 튀는 체구의 선수다. 키 172cm에 몸무게 65kg인 그는 같은 종목의 미국 남자 대표선수들과 비교해도 무거운 ‘거구’이기 때문. 육중한 몸으로 뛰면 탄력이 적어 충격도 크게 받으므로 달리기 효율이 떨어진다는 게 상식. 미국 텍사스대 에드워드 코일 박사는 도너휴가 경제적으로 달리는 그만의 비결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도너휴는 경기 막바지에 전력 질주할 수 있는 지구력이 강하다.
자신보다 머리 하나쯤 큰 서양 선수들을 물리치고 여자 펜싱 플뢰레에서 은메달을 거머쥔 키 155cm의 ‘땅콩 검객’ 남현희, 서양인들의 독무대였던 수영 자유형에서 72년 만에 동양인으로는 처음 우승한 박태환도 스포츠 상식을 넘어선 선수들이다. 이렇듯 예상치 못한 선수가 각본 없는 드라마를 쓰는 게 스포츠의 묘미가 아닐까.
장미란, 이제는 기술로 승부하자!
전성기는 31세, 현재 몸무게로 세계신기록 경신 가능
스포츠에서 인간의 한계는 스포츠 관련 종사자뿐만 아니라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박태환의 기록을 예측한 바 있는 필자 같은 계량 마케팅 전공자에게도 주요 관심사항이다. 또 베이징올림픽에서 우리에게 감동을 안겨준 장미란이 세계신기록을 얼마까지 경신할 수 있을지도 모든 국민의 관심이다.
장미란은 올림픽이 끝나고 한 연예프로그램에 출연해 체중을 늘리는 것이 무척 어려웠다는 고민을 털어놓았다. 몸무게와 역도 기록은 관련이 있다는 얘기다. 실제 두 선수가 같은 기록을 세웠을 때, 몸무게가 가벼운 선수가 승리한다는 규칙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필자는 장미란에 대해 3가지가 궁금했다. 첫째 장미란이 몸무게를 몇kg으로 유지해야 할지 궁금했다. 중국의 무솽솽처럼 135kg까지 나가야 할까. 두 번째 관심사는 장미란의 전성기다. 다음 올림픽에서 다시 한 번 기대해도 될까. 마지막 관심사는 장미란의 최고기록이다.
먼저 지난 10년간 장미란이 참가한 국내외 35개 대회에서 거둔 인상, 용상, 합계 기록을 분석했다. 대회 기록뿐 아니라 그때의 나이, 몸무게를 대한역도연맹과 과학동아의 협조를 얻어 수집했다. 또 최근 장미란이 받은 기술적 지도내용을 개략적으로 들었다.
베이징올림픽 때 만 24.85세의 나이에 몸무게 116.75kg이었던 장미란은 인상 140kg, 용상 186kg, 합계 326kg으로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따내 온 국민을 열광케 했다. 필자는 3가지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수학공식 모형을 개발했다.
통계자료를 분석해 수식에서 상수, β1, β2, β3을 추정할 뿐만 아니라 최고기록을 낼 때의 몸무게(w*)와 나이(a*)를 통계적으로 알고 싶었다. 분모의 exp[(나이-a*/a*)2]은 전성기인 나이 a*일 때 1(=e0)이 된다.
2003년 이후 코칭스태프는 장미란을 여러 측면에서 기술적으로 뒷받침해왔다. 장미란은 2003년부터 이중무릎 굽힘 동작 기술을 익혔고, 2004부터는 근력의 좌우균형을 맞추는 데 주력했다. 이는 오른쪽보다 왼쪽에 부하가 5배나 많이 걸려 왼쪽 어깨와 팔꿈치, 손목, 골반 부상이 온다는 분석에 따른 보완이었다. 또 2007년 이후 최근까지 세밀하게 자세를 조정하고 기술을 향상시켜왔다. 이런 기술개선을 분석에 반영하기 위해 ‘2003년 이후 기술개선’이라는 변수를 만들었다. 이 변수는 2003년부터 1/5, 2004년은 1/6, … 2008년은 1/10로 했다. 기술개선이 무한히 진행되면 이 효과가 0이 된다.
또 장미란이 국제대회에 참가할 때 기록이 좋아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는 국제대회에서 강한 경쟁자들을 만나 자신의 기록을 국내대회 때보다 더 경신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결국 장미란은 나이가 a*이고 몸무게가 w*일 때, 국제대회에 참가하면 ‘상수+β2×2003년 이후 기술개선+β3’이라는 최고기록을 세울 수 있다.
약 7년 뒤 합계기록 12kg 늘 것
먼저 인상 기록의 통계적 추정 공식이다.
인상에서 장미란은 나이가 31.14세일 때, 몸무게가 113.99kg이고 국제대회에 참가하면 146.14kg이란 최고기록을 세울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다. 추정한 공식은 약 93%의 설명력을 갖고 있다. 즉 추정 공식에서 나온 기록이 장미란의 실제 기록과 약 93%의 정확도로 일치한다는 뜻이다.
용상에서의 최고기록은 다음과 같이 추정됐다. 단 인상에서 추정된 전성기 나이를 용상기록 분석에 사용했다.
용상에서 장미란은 나이가 31.14세일 때, 몸무게가 114.84kg이고 국제대회에 참가하면 192.71kg이란 최고기록을 세울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다. 추정된 공식은 약 92%의 설명력을 지닌다.
따라서 장미란의 최고기록은 이번 올림픽에서 세웠던 기록보다 인상에서 6kg, 용상에서도 약 6kg이 증가해 합계 12kg이 증가한 약 338kg이다.
장미란의 35개 대회기록을 분석한 결과, 그의 최고기록을 가능케 하는 몸무게는 113~115kg로 최근 몸무게와 별반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지난 10년간 기록 경신에 몸무게가 매우 큰 역할을 했지만, 몸무게 증가로 인한 기록 경신 효과는 더 이상 없을 것 같다. 몸무게가 늘지 않는다는 고민은 더 이상 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또 장미란은 지금의 나이보다 약 7세 많은 31세가 전성기인 것으로 분석됐다.
분석결과는 장미란에게 더 이상 몸무게를 늘릴 필요가 없어 지금의 S라인을 유지해도 된다는 ‘좋은 소식’을 전해주지만, 아직 전성기가 많이 남아 계속 힘든 운동을 해야 한다는 ‘나쁜 뉴스’도 전해준다. 결국 이제는 기술개선만으로 기록 경신이 가능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장미란이여, 이제는 기술로 승부해야 한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도 국민에게 좋은 소식을 전해주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