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파괴원의 밝기가 수시로 변하는 원인을 블랙홀이론으로 설명할 수 없다.
AT&T벨연구소의 레벤살은 은하우주의 중심부에 위치하고 강력한 감마선을 방사하며 그 방사량이 격변하는 기묘한 천체에 '대파괴원'(大破壞源)이란 이름을 붙였다. 기구관측과 위성관측에 따르면 이 천체는 돌발적으로 51만1천eV(전자볼트)의 강력한 에너지를 방사한다. 이 수치는 전자가 반전자(反電子)와 조우해 서로 파괴할 때 발생하는 에너지와 정확히 일치하며, 따라서 이러한 파괴가 행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가 된다. 방사원의 방사량은 날로 확대돼 왔는데 지난해 10월에는 태양광도의 5만배에 달했다.
감마선은 가시광선처럼 초점을 맞추는 것이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감마선망원경의 분해능은 매우 낮다. 그러나 지난 10년간의 관측은 은하 중심부에 뭔가 기묘한 일이 일어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1980년 미항공 우주국(NASA)의 인공위성 HEAO-3는 수개월간 비행중에 감마선 방사량이 3분의 2로 떨어지는 것을 관측했다. NASA의 우주비행센터가 개발한 기구관측용 감마선영상분광계도 은하중심부의 에너지분포를 정밀조사해 방사선의 강도에 변화가 있음을 확인했다.
감마선 망원경의 분해능이 보다 뛰어난 소련의 GRANAT위성은 1E 1740.7-2942라는 난해한 이름의 천체로부터 폭발적으로 감마선이 방사되는 것을 관측했다. 이 천체는 이전에는 약한 X선을 방사하는 천체로 알려져 있었다.
GARNAT가 이 천체를 이틀후 재관측했을 때 폭발적인 방사선은 사라지고 없었다. 이러한 현상은 대파괴원의 크기를 나타내준다. 천체의 밝기가 빛이 그 직경을 횡단하는데 필요한 시간보다 빨리 변화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대파괴원은 2광일(光日), 즉 명왕성의 공전궤도 직경보다 4배이상 크지는 않다는 사실이 증명됐다. 어쩌면 이보다 훨씬 더 작을 가능성도 있다.
천문학자들은 작고 강력한 방사선원을 생각할 때 먼저 블랙홀을 떠올린다. 실제 레벤살과 그의 동료 밸리도 이 대파괴원을 태양질량의 1백배 정도의 블랙홀이라고 생각했다. 방사선은 블랙홀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주위에 존재하는 가스나 먼지가 블랙홀에 흡입될 때 극도의 고온이 되어 발생하는 것이다. 이 방사선이 전자와 양전자를 발생시키고 그것이 재결합할 때 51만 1천eV의 신호를 내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이러한 해석에 많은 천문학자들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은하의 중심부에 거대한 블랙홀이 존재한다는 것, 또 그것이 감마선을 방사한다는 것에 찬성하지 않는 것이다. 더군다나 대파괴원의 밝기가 불규칙적으로 변하는 원인은 블랙홀이론으로 해석조차 못하고 있다.
캘리포니아공대의 프린스는 대파괴원으로부터 방사된 전자파를 검출했다. 미국과 독일이 공동으로 쏘아올린 ROSAT위성은 이 천체로부터 X선방사를 관측해 다른 파장과의 관련성을 조사할 예정이다.
지난 4월에 발사된 NASA의 정교한 감마선탐사기(GRO)도 대파괴원의 정체를 밝히는 작업에 참여한다. GRO는 적외선 가시광선 X선 감마선 등을 각 파장별로 우주에서 조사하기 위해 계획된 4대의 대관측기 가운데 하나다.
은하계 중심에서 폭발적인 에너지를 방사했다가 가끔 잠잠해지기도 하는 기묘한 천체는 과연 블랙홀인가, 아니면 우리가 알지못하는 또다른 무엇인가. 천문학자들은 이 비밀을 풀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