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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송전철탑 없는 고효율 전력기 탄생

전기 손실 줄이고 환경친화성 높인다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전기는 마치 공기처럼 소중한 존재다. 초전도 기술을 기반으로 탄생할 전력기기는 고효율을 발휘함은 물론 송전철탑을 없애는 환경친화형이라고 한다.대표적으로 개발되는 초전도 전력기기와 이들의 장점을 알아보자.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전송 케이블은 안전과 환경을 위협 하는 요소다.



얼마 전 TV에서 송전탑에 매달린 사람을 구출하는 장면을 본 적이 있다. 만약 그 사람이 송전선에 직접적인 접촉이 있었다면 필시 죽음을 피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또한 응급환자가 있어 헬리콥터와 같은 빠른 이송 수단을 사용하고자 해도 도심 곳곳에 거미줄처럼 펼쳐져 있는 전송 케이블 때문에 시간을 지체하게 되고 목숨까지 위협받는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 전송 케이블이 늘고 있지만, 지속적인 인구 증가로 도심의 인구 밀도가 높아지면서 전력 소비도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다.


거미줄처럼 얽힌 케이블 해결

이렇게 증가하는 도심의 수요 전력을 해결하기 위해 지중 케이블을 대용량화하는 방법 등을 택하고 있지만, 도심의 지하공간은 지하철, 통신, 수도, 가스관, 빌딩 등에 점유돼 공간 확보가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또한 케이블을 대용량화하기 위해 고전압화하고 강제냉각방식을 적용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저항이 있는 구리 도체를 사용한 방법에는 분명히 한계가 존재할 것이다.

만약 저항이 없는 초전도체를 사용한다면 어떨까. 고온초전도 전력케이블은 기존 케이블의 구리도체를 고온초전도체로 바꾼 것이다. 따라서 에너지 손실 없이 전력을 수송할 수 있고 기존의 케이블이 7백65kV나 3백45kV와 같이 초고압이었던 것에 비해 1백54kV나 22.9kV의 저전압으로 대용량의 전력을 운반할 수 있다.

기존 전력케이블에 비해 고온초전도 전력케이블이 가진 장점이 많다. 현재 개발된 고온초전도체를 사용하면 송전용량을 여러배 증가시킬 수 있으므로 전력케이블의 소형화가 가능하며, 낮은 전압의 송전이 가능하므로 고전압을 위한 설비가 필요 없다. 따라서 송전용량에 따른 비용이 기존의 케이블에 비해 크게 절감된다. 외국에서는 이를 상용화하기 위한 많은 연구를 진행해 오고 있으며, 특히 미국은 정부와 관련기업이 고온초전도 전력케이블의 상용화를 위해 공동연구를 진행했다. 일본은 정부와 6대 전력회사의 공동연구를 통해 2010년부터 2050년까지 7백-1천km의 케이블을 상용으로 설치할 계획이다.

국내에서는 한국전기연구원에서 1986년부터 이에 대한 연구가 진행됐으며, 현재 설계기술을 확보한 상태다. 한국전기연구원은 초전도 케이블 개발사업을 3단계 과정으로 나눠 진행하고 있으며, 2011년까지 10억VA(volt×ampere, 전압과 전류의 곱) 케이블 완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존케이블의 구리 도체 대신 고온초전도 도체를 사용해 에너 지 손실을 없앨 수 있을 뿐만 아 니라 소형 케이블에 대용량의 전력을 수송할 수 있다.



신속하고 정확한 제어 가능한 군함

사실 우리가 전력을 직접 이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전기에너지를 기계적 에너지로 변환시켜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그 대표적인 예가 전동기다. 일반적으로 자동차에는 소형 전동기가 수십개나 있다. 또한 고층 빌딩이나 아파트에서 편리하게 이동하고 생활할 수 있도록 해주는 엘리베이터도 전동기를 구동원으로 사용하고 있다.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가전제품에도 많은 전동기가 사용되며, 공장의 작업도 대부분 전동기에 의해 진행되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는 군함의 추진력을 얻는 장치로 고온초전도 전동기를 사용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구리 도체 전동기로는 군함의 추진력을 뒷받침하지 못한다. 기존의 군함을 추진하는 방식은 디젤엔진에서 얻어진 기계적 에너지를 기어박스를 통해 프로펠러로 회전수를 조절·전달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고온초전도 전동기는 기존 전동기에 비해 크기와 무게를 거의 절반 가량 줄일 수 있으므로 군함에도 적용될 수 있다. 별도의 기어박스를 설치하지 않고도 군함의 속도를 직접 제어할 수 있다는 말이다. 결국 고온초전도 전동기를 배에 적용하면 더욱 신속하고 정확한 제어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기어박스나 방향타 등의 구조가 제거됨으로써 군함에서 추진시스템이 차지하는 공간을 최소화할 수 있다.

미국의 DD21이라는 프로젝트에서 연구한 결과 군함을 운전할 수 있을 정도의 3만3천5백hp(horse power, 마력)급의 전동기를 고온초전도화 했을 경우 구리도체 전동기에 비해 부피는 1/5, 중량은 1/3로 감소한다. 미 해군의 보고에 따르면 고온초전도 전동기를 포함하는 추진시스템을 채택하면 기존의 추진시스템이 차지하는 공간에 3개를 설치할 수 있다. 따라서 평소에는 추진시스템 하나를 가동하다가 유사시에는 3개를 가동할 수 있으므로 기동성이 월등해진다. 또한 하나의 추진 시스템에 문제가 생기면 다른 것으로 대체할 수 있기 때문에 막강한 파워를 가진 군함이 탄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람에 비유하면 매우 빠르고 강한 다리의 소유자가 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공장의 동력은 대부분 전동기를 사용하고 있다. 고온초전도 전동기를 구리 도체 전동기와 같은 용량인 2천5백만VA급에서 비교하면 전동기가 차지하는 공간은 1/5로 낮추는 반면, 효율은 약 2% 증가한다는 보고가 발표된 바 있다. 따라서 중형 이상의 산업용 전동기도 가까운 미래에 유지비용이 저렴하고 공간을 적게 차지하는 고온초전도 전동기로 대치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적이고 환경오염 없다

건물 주위에 철사망으로 가려둔 채 ‘접근금지’라는 안내문을 써붙인 전력기기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것은 변압기라는 장치로, 생산된 전력이 1백54kV나 22.9kV로 수송되기 때문에 우리가 사용할 수 있도록 3백30V나 2백20V의 저압으로 변환시켜 주는 전력기기다.

가정에서 주로 사용되는 변압기는 2백20V를 1백10V로 변환시키는 것이며, 그 반대의 것도 있다. 변압기를 손으로 직접 들어보면 조그만 용량의 변압기도 상당히 무겁다는 사실을 느낀 적이 있을 것이다. 그 이유는 변압의 원리를 이해하면 알 수 있다. 변압비는 1차측 권선(코일을 감은 것)과 2차측 권선의 비로 결정된다. 따라서 구리 도체를 사용하면 매우 많은 권선이 필요해 무겁고 부피가 큰 기기가 된다. 대용량의 구리 도체 변압기라고 해도 실제로 사용할 장소에 운반할 수 있도록 제작해야 하기 때문에 부피와 무게를 줄이기 위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구리 도체를 사용한 변압기로는 거의 한계에 도달했다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등장한 장치가 고온초전도 변압기다. 고온초전도 변압기는 구리 도체 변압기와 같은 원리를 이용하지만, 초전도체의 저항이 0이므로 손실 없이 매우 큰 전류를 작은 부피와 무게로 흘려보낼 수 있다. 1997년 미국의 와케샤전기시스템에서 연구한 결과 3천만VA급을 구리 도체를 사용할 경우 권선의 무게는 수천kg 필요하지만, 고온초전도체는 수십kg으로 충분하다고 발표됐다.

고온초전도 변압기는 구리 도체 변압기의 1/2 무게, 그리고 1/3의 부피로 감소된다. 게다가 구리 도체 변압기는 권선의 절연과 냉각을 위해 절연유를 사용해 과열시 화재나 폭발의 위험과 환경오염의 요인이 되지만, 고온초전도 변압기는 액체질소를 사용하므로 경제적이고 환경의 오염이 없다.

일반적인 중용량급 이상 변압기의 수명은 30-40년 정도다. 변압기를 30년 이상 사용하기 위해서는 내부에 1백10℃ 이상이 되는 곳이 없어야 한다. 만일 이 한계온도를 20℃ 초과해 사용된다면 절연물질이 약해지면서 수명이 급격하게 저하된다. 이 조건으로 1백일 이상 사용하면 변압기 수명이 25% 감소하게 된다. 한여름철 전력수요는 다른 계절의 2배 가량이 되므로 이 기간을 기준으로 용량을 설계하면 다른 계절에는 정격용량의 50%만 사용해 운전 효율이 매우 떨어진다. 하지만 변압기의 용량을 낮추면 발생하는 열로 인해 수명이 감소하므로 구리 도체 변압기에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고온초전도 변압기는 정격전류의 200% 정도의 부하전류가 흘러도 열이 발생하지 않아 수명에 아무런 영향이 없으므로 여름철 부하를 기준으로 용량을 결정할 필요가 없고 매우 효율적으로 운전할 수 있다.
 

초전도 전동기의 자동차 응용 사례. 효율이 높고 환경오염 없 는 이상적인 자동차가 탄생할 수 있다.



임계전류 특성 이용

가끔 빨간 모자를 쓴 전력회사 직원들이 전봇대에 올라가 까치집을 없애는 광경을 본적이 있을 것이다. 이런 일을 하는 이유는 까치집에 물기가 묻어 전력케이블이 합선되면 매우 큰 이상전류가 발생하게 돼 전력케이블에 접속돼 있는 전기기기들이 파손되는 현상을 막기 위함이다.

이렇듯 이상전류가 발생하면 신속하게 차단할 수 있는 전력기기를 일반적으로 차단기라고 부른다. 차단기는 전력케이블에 접속하기 전에 설치해둔다. 갈수록 송전용량을 높이면서 차단 힘을 높여야 하지만, 이것은 기술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많은 제약을 갖게 된다. 이 경우 초전도체가 지닌 임계전류 특성을 이용한다면 어떨까.

초전도체를 사용하면 정상 운전시 전기저항이 없다가 고장이 발생하는 즉시(기존의 차단기보다 매우 빨리) 고저항 상태로 변하게 된다. 따라서 정상상태에서는 저항이 없어 손실이 없다가 이상전류가 발생하면 빨리 차단되고, 사고가 해결되면 다시 빠른 속도로 초전도 상태로 복귀한다. 또한 냉매로 사용하는 액체질소는 절연강도가 매우 높으며, 공기 중에 매우 많은 성분으로 환경친화적이다. 이런 고온초전도 한류기는 구조가 간단하고 동작시간이 짧을 뿐만 아니라 수명이 반영구적이라는 이유로 세계적으로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초전도 전력기기의 특징인 저손실, 고효율은 에너지 절약 효과로 이어진다. 전기에너지 생산의 66%를 LNG, 석유, 석탄 등의 화석연료가 차지하기 때문에 지구온난화의 주원인인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

증가하는 전력 수요때문에 부족한 전력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양의 화석연료 사용은 불가피해지며 이는 결국 환경오염으로 귀결되지만, 초전기 전력기기의 효율성 향상은 이런 부족한 전력의 대안이 될 수 있다.

다양한 전력기기들이 초전도화된다면 전력시장의 판도가 바뀔 뿐만 아니라 우리의 생활도 훨씬 더 윤택해질 것이다. 만약 상온에서 가능한 초전도체가 개발된다면 21세기는 초전도 세상이 되지 않을까.

2002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권영길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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