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학자들은 지난 40여년간 컴퓨터의 크기와 무게를 줄이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그 결과 전산실을 가득 채운 초기의 컴퓨터에서 데스크톱 랩톱 노트북을 거쳐 손바닥에 올려 놓는 팜톱에 까지 이르렀는데…
컴퓨터 초창기에는 4백50평쯤 되는 홀을 가득 채운 거대한 에니악(ENIAC)을 에버든 병기시험장으로 옮기기 위해 건물 벽을 부수고 중장비를 동원했지만 요즘은 노트만한 PC를 옆구리에 끼고 다니거나 손바닥만한 PC를 호주머니에 넣고 다닌다.
최근 컴퓨터의 보급이 확대되고 이용범위 또한 넓어져 세일즈맨이나 취재현장을 찾아다니는 기자도 컴퓨터를 사용하게 됐다. 현재 축소지향 PC의 대표주자라 할 수 있는 노트북 컴퓨터는 출현한지 2년만인 지난해 세계 PC시장의 10%를 점유하는 등 돌풍을 일으켰다.
또 기능과 성능면에서도 데스크톱 PC와 견줄 수 있는 단계에 와 있다. 중앙처리장치(CPU)로 정보 처리속도가 빠른 386SX 칩을 사용하는가 하면 하드디스크를 내장하거나 두개의 플로피디스크를 부착하기도 한다. 더욱이 컬러 화면을 만들어내기도 하여 그동안 PC의 독보적인 존재였던 데스크톱을 무색케 만들었다.
미국 데이터퀘스트사의 PC시장예측에 따르면 데스크톱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90년 86,2%에서 94년 63.1%로 줄어드는 반면 노트북 PC의 점유율은 2.7%에서 16.1%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소형 PC의 선두주자「노트북」
보다 작고 가벼우며 기능이 우수한 PC를 만들려는 사람의 욕망은 어디까지 갈 것인가, 미국 일본 등 세계 컴퓨터 선진국의 각 연구소에서는 요즘 기존의 PC보다 한 차원 높은 미래형 PC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현재 세계에서 상품화된 가장 첨단의 PC는 노트북형 PC다. 캐비닛 절반만한 크기의 데스크톱에서 무릎 위에 올려놓을 수 있는 크기의 랩톱으로, 여기서 다시 노트북 크기로 작아진 노트 PC가 세계 PC 애호가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다.
노트북 PC보다 앞서 등장했던 3~9kg 무게의 무릎 위에 올려놓을 수 있는 랩톱(laptop)은 데스크톱과 호환성이 있으며, 크기가 작아졌다는 것 외에는 별 장점이 없고 특히 국내에서는 사람들의 체형에 맞지않아(무거워서) 그 열기는 금세 꺾였다. 89년 랩톱의 단점을 극복한 노트북이 출현, 본격적인 축소지향적 PC의 시대를 이끌어가고 있는데 노트북은 3kg 이하의 휴대하기 적당한 무게와 가로 세로가 20~30cm, 높이가 5cm 정도다.
모든 부품이 축소지향적으로 설계되어 있는 노트북 PC는 이동때 떨어뜨리더라도 어느 정도의 충격에 견딜수 있도록 견고하게 만들어져 있으며 액정화면(LCD)과 전력소모가 적은 반도체칩(CMOS), 배터리를 사용한다는 점 등을 제외하면 데스크톱의 성능과 다를 것이 없다.
팜톱과 노트패드
최근 과학자들은 드디어 '키보드를 통한 입력'이라는 벽을 허물고 손바닥 위에 올려놓을 수 있는 최소형 PC 개발에 성공했다. 이 미래형 PC의 이름은 펜(pen)톱 혹은 팜(plam)톱 컴퓨터. 펜 글씨를 알아본다고 해서 펜 컴퓨터, 손바닥 위에 올려 놓을 수 있다고 해서 팜톱이란 이름이 붙여졌다.
우선 이 PC는 디스플레이인 액정 패널 위에 특수전자펜으로 글씨를 쓰면 문자인식장치가 글씨를 해독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또 유선이 아닌 라디오파를 이용, 서로 다른 PC끼리 통신할 수 있는 전자회로를 갖고 있어 키보드를 설치하거나 전화선을 연결할 필요가 없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음성인식장치가 첨가되면 사람의 음성으로 모든 명령이 척척 처리된다.
최근 미국 휴렛팩커드사에서 팜톱 컴퓨터를 개발하여 화제가 되고 있는데 재규어란 별명을 가진 'HP 95LX'는 무게가 겨우 3백12g, 즉 쇠고기 반근 무게이며 크기도 가로 16cm, 세로 8.6cm, 두께 2.5cm에 불과하다. 그러나 성능은 XT급의 데스크톱에 조금도 뒤지지 않아 메모리가 5백12KB에 확장이 가능하고 화면 크기도 알파벳 40글자를 16배열로 했다. 호환성 또한 뛰어나며 팜톱 모델로서는 처음으로 로터스 1-2-3를 내장하였고 적외선눈이 달린 무선전송장치를 이용, 20cm 이내에서 재규어끼리 무선으로 자료가 교환된다.
하지만 HP 95LX가 판매에 성공할 수 있는가는 너무 줄여버린 키보드의 성공 여부에 달려 있다. 겨우 손가락 한두 개 정도 밖에 움직일 수 없는 키보드는 오히려 손놀림을 제한할 뿐만 아니라 오타율이 높으며 작은 화면에 많은 글자를 나오게 하기 위해 글씨를 너무 작게 만들어 읽기가 힘들고 눈이 쉽게 피로해지는 단점이 있다.
이같은 불편을 보완하고자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키보드를 없애고 전자펜으로 문자입력이 가능한 펜 톱 방식을 개발해 상품화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금성사 삼보컴퓨터 제일정밀 한국컴퓨터 갑일전자 등 5개 컴퓨터업체들이 한국과학기술원의 인공지능센터와 공동으로 키보드없이 직접 펜으로 입력할 수 있는 노트패드 컴퓨터 개발에 착수, 앞으로 5년 이내에 실용화할 예정이다.
인공지능기술이 선행돼야
컴퓨터 축소연구는 축소에 관한한 재능이 많은 일본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대형전축의 카세트 크기화, 여권크기의 비디오 카메라 개발에 성공한 일본 기업들은 개인용 컴퓨터의 휴대성을 높이기 위한 연구에 열을 올려 최근 교세라사에서 '레팔로'라는 수첩크기 컴퓨터를 선보였다.
상의 안주머니에 들어갈 정도로 작은 레팔로는 크기가 작아짐에 따라 키보드를 없애고 특수펜으로 문자를 입력하는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다. 하지만 작아진 크기에도 불구하고 문자인식을 조정하는 페이지뷰, 세계 각국시간을 나타내는 시계, 통신파일 유틸리티, 노트패드 등 기존 PC에 버금가는 기능을 두루 갖추고 있다.
이보다 크기는 조금 크지만 후지쓰에서 개발된 'FMR카드' 기종도 소형 컴퓨터의 기대주. 기존 노트북 PC와 겉모습은 흡사하나 무게가 9백90g으로 가벼워졌으며 A4 복사용지 크기인데다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을 재질로 사용해 두께가 2.65cm에 불과하다. 또 휴대용이란 명칭에 걸맞게 소형건전지 2개로 8시간까지 사용이 가능하다. 이는 일정시간 사용치 않을 경우 전원을 자동으로 차단시키는 시스템이 부착된데 따른 것이다.
레팔로나 FMR카드 등과 같은 노트패드(note pad) PC는 어디든지 휴대가 가능하고 계산처리 속도가 기존 AT급 PC보다 5~10배에 달하며 글자판을 없애버리는 대신 공책에 필기하듯 전자펜으로 쓰는 명령내용이 자동입력되도록 한 것이다. 따라서 '두드리는 시대'에서 '쓰는 시대'로의 변화가 가능하게 되었지만 이 시스템의 핵심기술인 사용자가 마구 휘갈겨 써넣은 글씨나 도형을 컴퓨터가 오차없이 인식, 해석하도록 하는 인공지능 소프트웨어의 개발이 선행되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어디까지 작아질 것인가?
데스크톱에서 랩톱으로, 다시 노트북에서 팜톱으로 이어지는 축소지향적인 PC들의 기술적인 한계는 어디인가. 축소지향적인 PC일수록 용도는 특정분야에 한정되지만 컴퓨터는 기본적으로 크기에 상관없이 본래의 기능을 발휘해야만 한다. 따라서 축소지향적인 PC에는 특별히 다른 부품이 사용되기 보다는 전체적으로 소형화 경량화를 위한 작은 부품들이 사용된다. 메인보드 설계시 데스크톱보다 고집적도인 메모리칩을 사용하며 선(회로)과 선 사이의 간격을 보다 촘촘히 하고 다층기판 방식을 이용하거나 여러개의 부품을 하나로 통합한다.
컴퓨터 본래의 기능을 살리면서 가볍고 작게 만들기 위해서는 기술적인 문제도 문제려니와 주변환경이 중요하다. 현재 75~78키로 구성된 노트북의 키보드는 입력에 필요한 표준 키 등을 제외하고 숫자 키나 기능 키 등을 생략하거나 축소시켰지만 아직도 많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다. 또 손가락 10개를 사용할 수 없을 만큼 작은 팜톱은 오타율이 매우 높아 HP사는 이 자판을 표준화한다거나 키를 높이는 등의 보안책을 내놓고 있는데 결과는 아직 미지수다.
플로피디스크드라이브(FDD)도 아직까지 랩톱이나 노트북에서 다른 기종간의 호환성을 위해 3.5인치 디스켓을 사용하고 있어 디스크 드라이브를 줄이는데 한계가 있다. 일본에서는 디스크 드라이브 없이 메모리 카드를 이용하는 사례도 있으나 아주 특정용도의 사용에 그치고 있다.
PC를 줄이는데 가장 큰 장애물은 배터리. 노트북의 경우 전체 무게의 약 30~40%를 차지한다. 요즘 가장 많이 쓰이는 니켈카드뮴 전지는 비교적 가격이 싸고 충전이 용이하며 보통 2~3시간용 내장 배터리로 사용 가능하지만 보다 작고 가벼운 배터리가 개발되지 않아 크기나 무게를 줄이는데 애로사항이 되고 있다.
효성컴퓨터의 박장근씨는 "컴퓨터는 작다고 무작정 좋은 것은 아니다. 작으면서도 제 기능을 발휘해야 하고 이왕이면 뛰어난 기능을 보유한 것이라면 더욱 좋다. 또 컴퓨터의 축소는 컴퓨터 고유의 기능을 위한 부품에서 빚어지는 것이 아닌 주변 부품 등에 많은 영향을 받는데 배터리가 그 일례"라며 축소지향적인 PC를 위해서는 부품산업의 발전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또 HP의 팜톱이 로터스 1-2-3를 내장한 것처럼 축소지향적인 PC는 범용성과는 거리가 멀어지고 특정 프로그램을 롬(ROM)화하여 보드 설계시 집어넣기 때문에 이런 종류의 PC를 구입하려는 사람들은 자신이 사용할 용도를 정확히 알고 구입해야 할 것이다. HP의 팜톱이 6백99달러로 상당히 저렴해 보이나 다른 PC와의 데이터 교환에 필수적인 연결용 팩을 부착할 경우 1백달러의 추가 부담이 들고 메모리 용량을 늘리기 위해서는 선택사양인 5백12KB 램 카드를 하나 더 끼우는데 4백달러가 필요하다.
단순조립단계의 국내기술
휴대용 PC시장은 일본 메이커들이 장악하고 있다. 도시바 일본전기 세이코엡슨 소니 등 10여개 일본 컴퓨터업체들은 축소지향적인 일본인들의 속성에 걸맞게 PC를 축소시키고 있으며 미국기업으로는 제니스와 컴팩이 이 분야에서 일본과 경쟁하고 있다. 이들은 한국과 대만의 기술확보를 저지하기 위해 기술이전을 거의 외면, 신기술이 개발되면 즉각 특허신청에 들어간다.
국내 업체들로는 뉴텍코리아를 시작으로 세모 삼성전자 금성사 현대전자 대우통신 삼보컴퓨터 등 20여개 업체가 참여하고 있으며 AT급의 가격이 2백만~2백60만원이고 386SX급이 2백80만~3백50만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 최근 효성컴퓨터가 AT급을 1백70만원에 소개하고 있어 노트북 PC의 가격인하에 불을 당겼다. 국내 축소지향적 PC 기술은 노트북 PC에 소용되는 내장배터리, 2.5인치 HDD, 액정 디스플레이, 칩세트, 마이크로프로세서, CMOS 칩 등 부품의 90%를 미국과 일본으로부터 수입하고 있으며 설계 및 생산기술 수준이 매우 낮아 단순히 조립하는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