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의 다양한 지질구조를 정리해 교과서의 '화산'편 더 풍부히 했으면…
사회 지난 4일간 화산섬의 보고라고 할 수 있는 울릉도를 둘러보시느라 다들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그동안 관찰한 것들이 워낙 많아 내용을 정리하기 위해서는 지질학적인 접근과 지형학적인 접근 두가지 방향으로 얘기를 풀어나가는 것이 좋을 것 같군요.
먼저 지질학적인 고찰을 해보죠. 탐사과정에서 현미경관찰이나 X-선 투시같은 정밀관찰은 할 수 없었기 때문에 기존의 연구논문들이 밝혀놓은 바를 현장확인한다는 의미가 컸다고 봅니다. 기존 연구들은 울릉도의 생성과정을 5기로 분류하고 있는데 우리도 여기에 준해 각 기별 지역분포와 주요암석의 성분, 산출상태 등을 실제 관찰한 것을 중심으로 정리해보죠.
김두석 1기의 주된 암석은 현무암과 현무암질 집괴암이었고 우리가 관찰한 지역으로는 도동 주변과 섬목부근이 두드러졌습니다. 또 1기 지층은 아니지만 섬 전체에서 1기 지층을 뚫고 올라온 조면암계열의 암맥(다이크)을 노두(露頭)로 볼 수 있었다는 것도 이번 탐사의 수확이었습니다.
화성암 중 가장 흔한 현무암도 울릉도의 것은 독특했습니다. 도동에서 다들 보셨지만 현무암 속에 감람석같아 보이는 광물이 정확히 6각형의 결정 모양으로 박혀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2년전에 제주도를 탐사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 때는 현무암에서 이런 결정구조를 보지 못했거든요 현무암이 이렇게 다양한 것인가 싶어 정말 놀랐습니다.
사회 암맥(다이크)에 대해 얘기하셨는데 관입하는 경계면의 어떤 특징은 없었나요.
김두석 도동에서 볼 수 있었는데요. 열변성을 받은 유리질이 잘 발달해 있더군요. 아직 X-선 투시를 안해봐서 단정하기 어렵지만 이것이 기존 논문에서 얘기한 이딩사이트라는 광물인지 혹은 암맥의 경계선이 갑자기 식어서 형성된 것인지 궁금합니다.
권영심 이딩사이트의 정확한 뜻은 모르지만 감람석이 변질될 때 생기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휘석이 변형되면 보통 티탄 휘석이 되거든요. 어쨌든 우리가 표본으로 채취한 광물을 보다 정교한 실험실로 가져가 결과를 확인하는 작업을 해야겠습니다.
저는 이곳에 오기 전에 기존 논문들에서 1기와 2기 분출 사이에 시간간격이 굉장히 크다고 주장한 것을 읽었는데 육안관찰을 통해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 가두봉에서도 보았듯이 현무암질 집괴암은 다른 기의 것들과 구별될 만큼 붉게 풍화돼 있기도 합니다.
사회 현무암에서 발견된 결정들이 무엇인지 또 이딩사이트가 맞는지는 꼭 확인해서 서로 결과를 공유하도록 합시다. 이제 2기로 얘기를 넘겨보죠.
'하도'로 보이는 구조 확인
박정웅 오랜 휴식 후에 2기 분출이 있었는데요. 두드러진 분포지역은 추산과 배를 타고 지나가면서 본 남양동 향목령 등이었습니다.
구성하고 있는 암석은 조면암질 집괴암을 포함한 화산쇄설성 퇴적암류가 대부분입니다.
또 이번에 새로 사자바위와 투구봉 사이에서 하도(河道, channel)로 생각되는 구조를 발견했습니다. 그동안의 연구에서는 2기의 화산쇄설성 퇴적물들을 폭발과 함께 공중에서 땅으로 떨어진 것(air fall)으로 이해했는데 우리가 이번에 본 바로는 화산쇄설물들이 흘러가는 위에 다시 에어폴(air fall)된 화산쇄설물이 쌓이고 그 위를 다시 화산쇄설물이 (debris flow) 흘러 몇 층의 단계를 이루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전체적으로 쇄설류와 에어폴이 2기 암석을 형성시켰던 것으로 보입니다.
다들 잘 아시겠지만 퇴적지형에서는 하도가 비교적 흔한 구조입니다. 그러나 화산분출에도 이런 하도가 형성된다는 것은 사실로 확인만 된다면 울릉도 형성과정을 밝히는 데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고의장 저는 울릉도를 여러차례 탐사했지만 지형학을 한 사람으로서는 그 구조를 설명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이번에 선생님들의 의견을 듣고보니 저도 하도일 것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드는데요. 보다 전문적인 지식을 동원해 확실히 밝혔으면 좋겠습니다.
양정채 저는 2기에 생성된 지형인 노인봉과 추산(일명 송곳산)을 조면암질 암맥의 관입 즉 다이크로 보아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거대한 산 전체를 어떻게 암맥으로 분류할 수 있느냐는 의견도 있지만 산출방식이 어떠했느냐가 중요하지 크기가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권영심 이제 3기 지형에 대해서 얘기를 해보죠. 3기의 대표적인 지형은 기존 논문들도 밝혔고 또 우리 눈으로도 확인한 대로 주상절리를 꼽을 수 있습니다. 주 구성암석은 애지린 오자이트 조면암인데요. 섬목을 바로 지나 두루봉으로부터 천부동 삼선암 딴방우 등 북쪽사면에 발달한 주상절리의 비경에 감탄했습니다.
유제우 여러 선생님들이 다 아시는대로 교과서에서는 화성암 중에서 조면암을 따로 구별해 설명하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이곳에 와서보니 조면암이 아주 두드러지는 데다가 또 주상절리도 현무암 못지않게 발달해 있어서 놀랐습니다.
사회 조면암에 대한 얘기를 굳이 꺼낸 이유는 우리의 교과서가 보다 우리 것 다워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에서입니다. 물론 전세계적인 분포를 볼 때 조면암보다는 현무암이 두드러진 게 사실이지만 우리나라에 이렇게 분명히 조면암이 발달한 지형이 있다면 우리 것을 살려서 실어야 하지 않을까요.
구기덕 보통 화산지형에 관한 얘기를 할 때 우리나라의 경우는 주로 현무암이 발달한 제주도만을 예로 듭니다. 앞으로는 울릉도도 포함했으면 좋겠구요. 교육부에서도 우리나라에 있는 자료를 모아 일선학교에 나눠주면 더 피부에 닿는 교육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안순호 지질학자들이 그동안 많이 다녀갔을텐데도 이런 사실들이 교과서에 실리지 못했다는 것은 교과서를 너무 쉽게 만들어온 풍조 때문이 아닐까요. 나름대로 체계를 갖춘 일본교과서를 구해다가 그대로 번역해서 교과서로 쓰는 일은 비일비재하잖아요.
박정웅 3기는 아니지만 국수산(비파산)의 주상절리는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교육자료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고의장 안그래도 국수산을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중입니다.
양정채 울릉도에는 조면암이 흔하지만 육지에서도 조면암을 볼 수 있는 지역이 있나요.
고의장 전라남도 영암 강진 일대는 조면암이 두드러집니다.
조면암에서도 주상절리 발달
서영교 지금까지 말씀하시는 것을 들으면 원종관 이문원 교수가 예전에 발표(1984)했던 기수 구별기준을 그대로 적용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육안으로만 관찰한 조면암을 두고 몇기 것이라고 판정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원종관 이문원씨와는 기수 구별에 있어 다른 견해를 가지신 분도 있구요.
권영심 거기에 대해서는 생각이 좀 다른데요. 2기하고 3기는 조면암이더라도 뚜렷이 차이가 나는 반면에 3, 4기는 그 활동이 연속적이었다고도 볼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또 육안으로 구별하기 힘들다고 말하지만 매 기(期)의 화산활동이 끝날 때마다 마지막으로 분출되는 화산재가 응회암층을 만들기 때문에 이 층을 열쇠층(key bed)으로 해서 기를 구별할 수도 있습니다.
서영교 4기 조면암에서 모두 주상절리가 발달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은 기억해두어야할 것 같습니다.
김두석 성인봉 등정을 포함했던 제5기 지형탐사는 고생보다 수확은 적었던 것 같습니다(일동 웃음). 5기에는 중앙화구에서 굉장히 강력한 폭발이 있었고 이로인해 조면암질의 부석이 발생했죠.
안순호 같은 종류의 부석이 일본 동남부지역에서도 발견됐는데요. 이것은 울릉도 폭발당시에 날아간 화산재 응고물이라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탄소동위원소로 측정한 결과 9천5백년이 경과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서정렬 먼 일본도 일본이지만 죽도 꼭대기의 부석도 이 5기 분출물이 날아간 것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원래 죽도가 해침(海沈)으로 본 섬에서 떨어져 나간 것이니까요.
유제우 5기 분출에 의문점이 있는데요. 만약 알봉이 폭발화구라면 그 정상에 화구가 있어야 하지 않습니까.
권영심 알봉의 생성은 마지막 폭발 이후에 있었던 것이 아닐까요. 그러니까 대규모의 폭발 이후 마그마 체임버(magma chamber)가 빠져버리고 함몰되면서 나리칼데라가 생겨났고 그 이후의 소규모 분출의 결과 돔(dome) 형태의 알봉이 생기지 않았겠습니까.
사회 이제 각 기별로 지질적인 탐구는 모두 한 것 같은데요. 지형에 관한 것으로 화제를 옮겨보죠.
지형 지질 연구의 결함 필요
문호수 이번 탐사단에서 지리과 교사는 저 한사람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리과에서는 어떤 지형의 성인(成因)을 설명할 때 지형과 지질을 관련지어 설명하는데 제가 보기에 이 두 입장 사이에는 차이가 좀 있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해식애나 해식동굴을 봤을 때 지질 쪽에 더 관심이 있는 선생님들은 어떤 암석이 그 구성물질인가에 관심을 갖지만 저의 경우에는 구성물질이 어떤 것이었기에 어떤 식으로 빨리 침식됐는가 하는 것에 더 큰 관심을 두게 됩니다.
정하완 탐사과정에서 나리분지로 해야할 것이냐, 나리칼데라로 불러야할 것이냐는 얘기가 나와서 저는 거기에 대해 조금 언급하겠습니다. 분지란 산에 둘러싸인 낮은 평지를 뜻하는 것으로 어떤 형태에 역점을 둔 것이지 어떻게 해서 만들어진 것인지는 전혀 설명하지 못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정확하게 표현하면 나리칼데라가 맞지요.
하지만 지질학적인 기본지식이 없는 일반인들에게는 칼데라가 생소합니다. 이런 경우에는 그냥 '분지'라고 해도 괜찮지 않을까요.
고의장 울릉도의 해안지역에는 해안절벽(sea cliff)이 발달해 있습니다. 원래는 용암류(lava flow)가 화구에서 바다까지 죽 흘러들어간 모양으로 연결돼 있었지만 암석자체가 약해서 침식작용에 뚝뚝 떨어져 나가다보니 섬 주변에 우리가 본 죽도 삼선암 공암 등 수많은 바위섬들이 생겨난 것입니다.
권영심 첫날 현포를 돌면서 교수님께서 그 지역이 해안단구라고 말씀하셨는데 저로서는 이렇게 작은 섬 안에서 부분적인 융기가 일어날 수 있는지 좀 의아했습니다. 만약 부분융기라면 단구나 습곡이 나타나야 하는 것 아닙니까.
고의장 땅덩어리 규모의 차이를 융기와 관련시킬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 원종관 교수가 이 지역을 해안단구라고 주장한 적이 있는데 저 역시도 그렇게 봅니다. 제주도를 예로 보면 정방폭포나 지금 신라호텔이 서 있는 자리는 파식대지가 부분융기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즉 남쪽은 융기하고 북쪽은 그대로인 것이죠. 같은 일이 울릉도에도 가능하지 않았겠습니까.
사회 외견상으로는 단구인 것도 같은데 그 성인이 융기인지 아니면 해수면 변화인지는 잘 알 수가 없군요. 이 문제는 결국 크게 보면 판구조론과도 맞물리는 것일텐데요. 여기서 밝힐 수는 없는 내용인 것 같으니 전문연구진에게 과제를 넘기도록 하죠.
박정웅 울릉도 주변해안에 관입 암맥(dike)이 굉장히 발달해 있다는 것도 특징입니다.
사회 봉래폭포 근처에서 본 자연에어컨의 원리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김두석 자연에어컨의 입구가 되는 산 정상의 공기는 출구쪽의 뜨거운 공기보다 상대적으로 무겁습니다. 이 공기는 출구로 나올 때 급격하게 단열팽창되기 때문에 원래의 산 정상의 공기보다 더 냉각되지요. 온도차가 클수록 단열평창의 정도는 더 커지기 때문에 출구로 나오는 공기는 더 냉각됩니다. 더울수록 바람은 더 차가와지죠.
구기덕 저는 그렇게 생각 안하는데요. 산꼭대기에 세관(細管)이 있을지는 몰라도 그것이 입구까지 죽 연결되지는 않는다고 봅니다. 물론 주상절리가 발달했으니까 그 틈바구니에 공기들은 있겠죠. 하지만 이것이 나오는 원리는 단열팽창이 아니라 안팎의 기압차, 즉 기압경도라고 봅니다. 아시다시피 땅속의 공기는 사시장철 상온(0~5℃)을 유지하니까요. 여름에는 바깥보다 차고 겨울에는 바깥보다 따뜻한 공기가 나오죠.
김두석 아뇨. 단열팽창입니다. 밀양 얼음골을 예로 보죠. 이곳에도 자연에어컨과 비슷한 풍혈(風穴)이 있는데요. 한여름에도 얼음이 업니다. 그렇다고 산꼭대기에 얼음이 어느냐하면 그건 아니거든요. 단열팽창이 됐기 때문에 정상부의 온도보다 더 떨어졌다는 것 말고는 설명할 길이 없습니다.
구기덕 반대의 경우로 제련소를 생각해보세요. 만약에 꼭대기서부터 아래로까지 관이 죽 연결되어 있다면 뜨거운 공기가 위로 올라가는 원리에 따라 아래쪽의 공기가 위로 빨려 올라가야 합니다.
사회 자연에어컨(풍혈)의 원리에 대해서는 단열팽창론과 기압경도차론이 서로 맞서고 있군요. 그런데 체감온도말고 실제로 우리가 온도계로 풍혈입구의 온도를 재보지 못했으니 이 얘기도 추후 연구과제로 돌립시다.
장지달 이제 마무리를 지어야할 때인 것 같으니 그동안의 제 소감을 말해보죠. 제가 대학에서 지구과학을 배운 지는 이미 30년이 지났습니다. 젊은 선생님들과 함께 탐사를 하다보니 수준차를 많이 느끼겠습디다.
교직경력 30년동안 이런 탐사여행도 처음입니다. 교육부 계통으로는 도저히 이런 탐사는 생각도 해볼 수가 없구요. 개인이 자비로 온다해도 여럿이 토론해서 얻은 만큼의 성과는 거둘 수가 없었을 겁니다. 울릉도를 빠짐없이 보게 해 주신 지도교수님과 과학동아 쌍용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한가지 의견이라면 앞으로는 지형과 지질을 더 결합시켜서 탐구했으면 좋지 않겠나 싶구요. 같은 화산섬인 울릉도와 제주도를 비교해 보는 것도 의미있을 것 같습니다.
민선화 탐사 시작하던 첫날에는 미리 논문도 구해 읽고 이런 저런 준비도 해온 다른 선생님들을 보면서 주눅부터 들었습니다. 현장탐사를 나온 게 솔직이 10년도 넘었거든요. 이번 탐사기간동안 부지런히 좇아다니면서 많이 배우려고 했습니다. 제 경우엔 남편도 지구과학을 전공한 사람인데 그동안 남편은 현장탐사를 나가도 저는 늘 집에 남아있었죠. 앞으론 아이들도 데리고 꼭 같이 가야겠어요(일동 웃음). 9기 탐사대가 앞으로도 1년에 한번쯤 이번 탐사와 같은 활동을 하거나 함께 토론 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면 좋겠습니다.
정봉섭 이렇게 좋은 모임을 교육부에서 먼저 주체적으로 만들어나가지 못한 데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형편이 나아지면 교육부에서도 더 많은 투자를 하겠지만 이번처럼 민간단체의 후원도 더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각 시도별로 좋은 선생님이 추천돼서 알찬 연수의 기회가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사회 모쪼록 이번 탐사가 참가하신 모든 선생님들에게 학생지도에 더욱 정진하는 촉매가 됐으면 합니다. 다들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