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존 세계 최고빌딩은 시어즈타워(4백43m). 10년이내에 5백m벽이 뚫리며, 2050년에 백두산을 내려다볼 4천m급 수직도시가 구상되고 있다.
'고층건물' 혹은 '초고층건물'이라는 용어가 갖는 의미는 시대적 사회적 여건에 따라 달라지는 상대적인 개념이다. 대도시와 중소도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에서 '고층'의 의미가 같을 수 없을 것이다. 고충이라 함은 그 시대 그 사회에서 고도의 구조적인 기술이 요구되는 높이의 건축물이라 할 수 있겠다. 현재 국내에서 초고층 건물의 개념은 관점에 따라 각양각색이겠지만 대개 건물높이가 1백m 또는 30층 이상의 건물이라고 생각해도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초고층건축이 갖는 건축문화적 의의는 그 시대의 기술수준이 총체적으로 집적된 결과로서 평가되며, 수직화 자체가 중요한 표현적 대상이 되어 한 시대의 심미(審美)적 경향을 말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 초고층건물에 대한 관심이 고조된 80년대 중반(이 시기에 국내 최고인 63빌딩이 완성됐음)은 미국 엠파이어 스테이트빌딩(뉴욕, 1931, 1백2층)이 완성된 후 50여년, 일본의 가스미가세키 빌딩(도쿄, 1968, 36층) 이후 20여년의 일이 된다.
또 세계 최고의 사무소빌딩인 미국의 시어즈타워(시카고, 1974, 1백10층)보다 12년 후의 일이 되며, 또한 이것은 일본 신주쿠(新宿)의 초고층 건축군이 완성되는 것으로 부터 대체로 10년 후의 일이 된다.
이렇듯 세계는 초고층건축에 유럽을 제외한 미국 일본에서 서로 경쟁적으로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일본 최고층 도쿄도(都) 신청사
일본에서의 초고층건축은 1960년대초 가스미가세키 빌딩이 기획되면서 시작된다. 이건물이 1968년에 완공되었으므로 일본 초고층의 역사는 불과 23년 정도인 셈이다. 이렇게 초고층건물의 시작이 늦게 된 것은 1923년 관동대지진으로 도쿄의 많은 건물들이 지진재해를 입게 되어 이듬해부터 건물의 최고높이를 31m로 제한했기 때문이다. 1974년이후 초고층건물에 대한 기술발전과 기타 사회적 제반 여건이 갖추어 지면서 2백m 높이의 초고층건물들이 도쿄의 신주쿠에 속속 들어서게 되었다. 특히 최근에 준공된 도쿄도(都) 신청사(48층, 2백43m)는 지상 1백50m까지 한 덩어리로 올라가고 그 이후 2백43m까지는 쌍둥이 탑으로 형성되었다.
비록 층수는 48층이지만 60층인 이케부쿠로의 선샤인건물을 누르고 일본에서는 최고 높은 건물이 되었다. 그러나 1993년에 요코하마의 랜드마크(Land Mark)빌딩(70층, 2백96m)이 준공되면 곧바로 자리바뀜이 이루어질 것이다.
미국의 초고층건물
미국의 초고층건물은 시카고 뉴욕을 중심으로 발전했으며 1930년대에 이미 1백층이 넘는 초고층건물이 뉴욕에 등장했다. 초고층건물은 고층건물의 발달에 따라 필연적으로 나타나게 되지만, 구조기술 및 시공기술의 진보보다는 사회적 경제적인 조건이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70년대 이후에 지어진 미국의 주요 초고층건물과 현채 계획중인 초고층건물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 세계무역센터(1972년)
세계에서 두번째 높은 1백10층짜리 건물로 뉴욕에 자리잡고 있으며 일본인 2세인 야마사키가 설계했다. 이 건물의 특징은 초고층의 저층부가 엘리베이터 면적으로 너무 빼앗기는 점을 개선, 중간층 2개소에 스카이 로비라고 불리는 엘리베이터 갈아타는 층을 둠으로써 코어(core)의 면적을 최소화하고 임대면적비를 87%로 높인 점이다. 또한 초고층이라는 점과 더불어 종래까지는 볼 수 없었던 2개의 똑같은 건물, 즉 쌍둥이 탑(Twin Tower)을 실현함으로써 그 후에 나타난 같은 개념 건물들의 효시가 되었다.
■ 존 핸코크빌딩(JohnHancock Building, 1979)
지상 1백층에 높이는 3백35m. 이전까지 고층건물이 사무실 아파트 등의 단일용도로 사용된 점과 달리 한 건물 내에 주거+사무+레크리에이션이 포함된 복합용도의 건물로 '도시 내의 도시'(a city in a city)라는 새로운 개념을 낳게 했다. 1~5층은 상점 레스토랑, 6~12층은 1천2백대의 주차장, 13~41층은 사무실, 42~45층은 커피숍 풀장, 46~93충은 7백여 가구의 아파트, 94층은 전망대, 95~96층은 스카이 레스토랑, 97층은 TV 및 라디오 방송국으로 이루어져있다.
■ 시어즈 타워(1974)
1백10층, 높이 43m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로 시카고에 자리잡고 있다. 이 건물은 구조전문가 칸(Flalzur Kahn)이 개발한 튜브구조개념을 채택하여 설리반의 계획안(1891년)을 수정한 것이다. 하층부 중층부 상층부에 따라 평면형태 및 구조가 단계적으로 줄어드는 형태이며 기념탑과 같은 자태를 드러내고 있다.
■ AT & 빌딩(1984)
미국 전신전화국 본사건물로 뉴욕에 자리잡고 있으며 화강석 및 청동으로 이루어진 신고전주의 및 신고딕풍의 건물이다. 꼭대기에 불완전한 경사면(pediment)이 있으며 이것은 대칭성을 강조한다. 하부는 지상에서 18m 높이까지 개방해 통행인의 왕래가 자유로우며 6개층 높이의 둥근 천장(vault)으로 입구부분을 강조하고 있다.
■ 미글린 바이틀러 타워(Miglin-Beitler Tower)
높이 5백90m에 1백25층, 건설비 5억달러로 이미 건설하도록 허가가 났다. 현재 세계 최고의 건물인 시어즈 타워보다 훨씬 높은 초고층건물이다. 미국 시카고 소재.
5백층짜리 초고층빌딩
휴스턴에 건설할 계획으로 고안된 5백층짜리 건물은 모두 16개의 삼각형 튜브로 조립된다. 이 시스템은 뉴욕 소재 건축회사 '에머리 로스 앤드 선즈'(Emery Roth & Sons)의 설계담당 로버트 소벨이 제안한 것으로, 이 모듈형 튜브가 아직까지는 초고층 건물에 적용될 수 있는 최상의 기법이라고 얘기되고 있다.
이는 한 변이 60m인 삼각기둥 형태의 튜브형 모듈 16개를 묶어 구성한다. 고강도의 강철구조재로 만들어진 이 튜브들은 한 변이 2백40m인 거대한 삼각조립체로 한데 묶여지도록 돼있다. 그러나 이 건물에 가해질 엄청난 크기의 횡력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도심의 서너블록을 차지할 만큼 넓은 부지가 필요하다. 또한 삼각형으로 묶여진 각 튜브는 건물이 높아짐에 따라 높이가 달라지면서 단계적으로 끝나며 하나만이 정상부 높이까지 그대로 계속되는 시스템으로 시어즈 타워 모듈과 비슷한 형태를 나타낸다.
70년대 고층화 두드러져
국내의 고층 및 초고층 건물에 대해서는 크게 60년대 70년대 80년대로 구분하여 설명할 수 있다.
광복 직후 건축물의 신축은 거의 없고 대부분 개수작업에 국한됐으며, 6.25 직후 지금은 남아있지 않은 반도호텔(8층)이 화신백화점과 더불어 소위 고층빌딩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기간중에 전후 복구사업을 위한 외국의 새로운 기술과 자재의 도입으로 고층건물 건설의 기초적인 기술축적이 이루어졌다. 60년대 들어 건축법이 새로이 제정됨에 따라 은행건물 건축을 시작으로 고층 빌딩붐이 일어나 10층 이상의 건물이 활발히 건축되기 시작했다.
60년대 전반에 상업은행본점(1965, 12층, 54m), 유네스코회관(1966, 13출, 52m), 앰버서더호텔(1966, 15층, 58m), 조흥은행본점(1966, 15층, 63m) 등의 사무용 건물과 마포아파트(1961)를 시발로 세운상가 아파트(1967, 13층, 46m) 등 주거용 및 주거상업혼용 건물이 건축되었다. 당시는 고층건물의 초기단계에서 흔히 사용하는 뼈대구조(beam-column frame)시스템이 대부분이었고 앰버서더 호텔 등 몇몇 건물에 배대구조-전단벽의 결합(frame-shear wall interaction)시스템이 사용되었다.
60년대 말에 이르러 쌍용빌딩(1969, 18층, 77m), KAL빌딩(1969, 23, 82m) 등이 건축되면서 내부에 코어를 둔 내부 튜브시스템과 유사한 형태가 나타나기 시작, 비로소 초고층 건물의 구조시스템이 진일보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빌딩의 코어가 편심형을 취하고 있어 본격적인 내부 튜브시스템이라기보다 개선된 뼈대-전단벽 시스템에 불과했다. 60년대 우리나라 고층건물의 높이는 초기의 20m, 중반의 50m 벽을 넘어 60년대 말에 와서는 1백m에 육박했었다.
1970년대는 해외 건설의 호황, 철골재의 국내생산 등으로 건물의 고층화현상이 두드러졌던 시기다. 세계적으로도 오랫동안(40여년) 세계 최고를 자랑하던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을 초월하여 세계무역센터와 시어즈타워가 완성된 시기다. 우리나라에서는 철골철근콘크리트조로 이루어진 삼일빌딩(1971, 31층, 1백14m)을 위시하여 높이 1백m에 육박하는 20층 이상의 많은 고층건물이 신축되어 본격적인 건물의 고층화 시대로 접어들게 되었다. 대표적인 건물로서는 조선일보 사옥(1971, 24층, 84m), 동방생명빌딩(1975, 26층, 1백2m), 롯데호텔(1978, 37층, 1백6m) 등이 있다.
이러한 건물의 구조시스템은 뼈대구조-전단벽의 결합시스템과 내부 튜브시스템이 일부 혼용된 구조가 대부분을 차지했으며 구조설계의 개념도 수평하중과 연직하중을 분리하여 연직하중은 전체 구조시스템이, 수평하중은 내부튜브(core)가 분담하는 방식이 사용되었다. 또한 내부 코어는 여러가지 형태를 보이지만 건물이 높아짐에 따라 교보빌딩(22층)과 같은 중심형의 형태가 사용되어 내부 튜브시스템을 형성한 것이 많이 나타난다. 그러나 삼일빌딩처럼 독립형의 코어를 취한 특이한 경우도 있었다.
용도별로는 60년대에는 고충건물의 대부분이 사무실이었으나 이 시기에는 우리나라 경제력의 향상 국제화 등의 사회적 영향에 의해 서비스 용도인 호텔 백화점 등이 고층화되었다. 특히 70년대 들어 하나의 특성으로 나타난 것은 공동주택이 보편화됨에 따라 아파트 건물이 15~20층 정도의 고층화현상을 보인 것이다. 우성아파트(1971, 16층, 56m), 점보맨션(1974, 18층, 59m), 현대맨션(1976, 15층, 46m) 등이 이 시기 고층 아파트의 예다.
이러한 주거건축의 구조적인 특징은 아파트의 경우 일부 맨션에 중심형 코어를 둔 내부 튜브시스템을 사용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이 소위 터널공법(tunnel form)에 의한 벽식구조를 택한 점이다. 이 시기에는 아파트 설계에 지진하중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이 벽식구조는 지진하중에 매우 취약하다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내진설계와 컴퓨터활용이 특징
80년대에 들어 아시안게임 88올림픽의 개최 등 대형 국제적인 행사의 국내유치로 호텔 사무소와 백화점 등의 건설이 대형화되고 도심지의 재개발, 대규모 주택단지 건설 등으로 건물의 초고층화가 가속화됐다. 또한 구조관련 기술의 진보로 건축물의 구조적인 특성도 초고층화에 따라 다양한 현상을 보이고 있다.
대한생명빌딩(1984, 지상 60층, 2백49m)은 철골조의 형식으로 이루어진 현존 우리나라 최고층의 건물이다. 이 건물은 구조계획상 높이와 폭의 비가 상층부(40층 이상)에서 10 : 1이었다가 하층부로 내려오면서 점점 폭이 넓어져 최하층부에서는 6 : 1이 되어 풍하중 및 지진에 의한 변경을 최소한으로 줄였다.
럭키빌딩(1986, 33층)의 구조는 외부에 촘촘히 배치된 51개 복합(composite) 기둥과 외각보가 튜브를 형성해 횡력을 분담하고 내부 코어의 철골기둥은 연직력만 받도록 설계되었다. 또 각층 바닥 철골보는 양단 단순지지 빔으로 설계되었다.
80년대에 들어와서도 고층아파트 설계와 시공 방법은 70년대와 대동소이했다. 그러나 올림픽선수촌(24층)이 새로이 내진설계방식으로 시공된 점은 지금까지와 다른 특이점이라 할 수 있겠다.
80년대에 와서 고층건물의 설계에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두 현상은 내진설계에 대한 관심과 구조 설계에 컴퓨터활용의 급속한 증대다. 70년대부터 일부건물들이 지진하중을 고려한 내진설계를 하였다고 하나 80년대에 와서 어느 정도 본격화됐다고 할 수 있고 전부 외국의 규준(UBC 등)에 따라 설계되었다. 그러나 87년부터는 우리나라의 내진설계 규준이 새로이 시행되어 모든 고층건물은 반드시 내진설계를 해야 한다. 한편 컴퓨터 가격저렴화와 보급확대는 필연적으로 초고층건물 설계분야에 컴퓨터의 활용 증대를 가져왔다. 단순한 손계산을 컴퓨터에 넘기는 수준이 아니라 구조물의 최적설계와 전문가시스템(expert system) 등 컴퓨터의 활용의 보편화가 앞으로 예견되고 있다.
일본의 수직도시
일본 경제기획청은 '2010년의 기술예측자료'라는 보고서에서 높이 5백m의 초고층 빌딩은 10년후에, 백두산을 발밑에 내려다 볼 수 있는 높이 4천m짜리는 2050년에 건축이 가능하다고 예고했다.
이에 발맞추어 일본의 각 건설회사는 미래도시 시설계획안을 다투어 발표하고 있다. 이중 4대 건설회사가 최근 발표된 내용을 중심으로 소개한다.
■ DIB(Dynamic Intelligent Building)
이 초고층건물은 가시마(鹿島)건설이 21세기에 예상되는 문제들의 해결책으로 최신 신기술들을 모아 내놓은 건물. 안전성 거주성 의장성이 뛰어나 미래도시로서 손색이 없는 계획이다. 직경 50m, 기준층 면적 2천㎡인 50층의 원기둥형으로 조립하는 형식으로 지상 2백층 높이 8백m 연면적 1백50만㎡의 도시형 고층건물을 세운다는 것이다. 이 건물의 1백층까지는 사무실, 1백~1백50층은 호텔 그 이상은 주거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 건물의 특징은 사무실 호텔 주택 등의 복합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는 점과 원형의 연동(連棟)구조이므로 고층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풍력에 잘 견딜 수 있으며 채광면적과 조망이 좋다는 점이다.
■ 에어로폴리스(공중도시)
21세기를 대표하는 상징적 의미로 오바야시건설(大林組)이 제안한 30만 인구의 공중도시. 지바(千葉)현에서 10km 떨어진 인공섬의 해저 해중 해상공간을 적절하게 이용한다는 계획이다. 빌딩내에 주거 사무소 상업 문화공간을 두고 관청 공공시설 기업들을 유치할 예정. 높이는 무려 2천1m.
구조는 한 변이 1백m(폭 20m)의 정삼각형 평면이 하나의 모듈로, 위에서부터 아래로 높이에 따라 평면적으로 삼각형이 증식하도록 돼있다. 삼각형의 중심부분은 리니어모터를 이용한 초고속 엘리베이터가 지나고, 높이 80m 즉 20층마다 거대한 들보가 지나가게 된다.
구조는 기둥이 1층 부분에서는 두께 20cm의 강판이지만 초고강도 콘크리트를 쓰면 그 두께는 더욱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하층부는 강관콘크리트로 시공한다.
■ 스카이시티-1000
지가상승과 주택난 교통난 녹지공간의 상실, 대기나 수질오염 등 도쿄의 여러 도시문제를 일거에 해결하기 위해 제안된 수직도시계획. 세계 금융의 중심지로서 도쿄를 부각시키고 현대의 첨단정보통신기술을 최대한 활용한다.
스카이시티-1000은 높이가 1천m로 직경이 위로 올라가면서 줄어들어 최상층은 1백60m로 돼있다. 총중량은 6백만t, 거주자 3만5천명 취업인 10만명이 움직이는 거대공간이다. 주 구조물은 1만kg/㎠의 고장력강이 예상되며 초고강도콘크리트도 쓰일 예정이다. 이 프로젝트는 다케나카(竹中)건설회사와 환경시스템연구소가 추진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