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초 벨기에에서 개최된 퍼지시스템학회에서는 애매함을 인식하는 '퍼지'(Fuzzy)이론과 뇌세포의 움직임을 모방한 '뉴런'기술을 융합시킨 새로운 집적회로 '퍼지-뉴런 칩'이 발표됐다. 일본 규슈공업대 정보공학부의 야마카와 다케시 교수가 개발한 이 칩은 문자 등의 패턴인식에 위력을 발휘해 한 문자를 인식하는데 1백만분의 1초밖에 걸리지 않는 초고속 소자다.
두뇌의 고도 정보처리 능력을 인공적으로 실현하는 것은 컴퓨터 기술의 최종 목표. 그 방법의 하나로 인간의 판단과 같이 애매함을 처리하는 퍼지이론과 뇌의 신경세포(뉴런)의 움직임을 모방한 뉴런기술을 결합시키는 연구는 폭 넓은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야마카와 교수는 신경세포 모델의 데이터처리에 퍼지이론을 채택했다. '중간 정도'라든가 '약간 약하다' 등의 애매한 양을 최적으로 판단해 그 결과를 순식간에 끌어 내는 방법을 연구했다. 현재까지 퍼지와 뉴런기술의 소프트웨어적인 결합은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지만, 뉴런을 퍼지화해 조그마한 반도체소자로 만든 것은 최초.
야마카와 교수가 개발한 칩은 7.5㎜의 크기로 문자의 패턴이 똑같으면 하나의 칩으로 읽어들일 수 있다. 인쇄체와 같은 정형문자는 100% 정확히 읽고 손을 쓴 문서는 90% 이상 정답을 낼 수 있다. 1초안에 읽어들일 수 있는 문자는 A4용지 1천장 분량. 기존의 칩과 비교하면 엄청난 양이다. 벨기에 학회에서 야마카와 교수는 이 칩을 사용한 간단한 '문자읽기 로봇'을 만들어 실제 시범도 보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