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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예 전투기 EAP와 RAFALE 콘테스트

미국의 전투기에 뒤지지 않는다는 자신감을 갖게된 유럽은 최신예 전투기에 과감히 도전하고 있다. 대표적인 작품EAP와 RAFALE이 50여개국의 공군장교, 30여만의 구경꾼들앞에서 경연을 벌였다.

 

라팔과 EAP의 한판승부


보다 빠른 속력, 자유자재로 위치와 각도를 바꾸는 비행능력, 그리고 가공할 무장력 등이야말로 전투기조종사들을 만족시켜줄 '꿈의 전투기'라고 하겠다. 끊임없이 개발돼오고 있는 이같은 첨단의 전투기경쟁은 최근 프랑스와 영국이 내놓은 '야심적인 작품'으로 다시 불붙었다.

미래의 첨단전투기를 표방한 문제의 전투기는 프랑스 '다소'사의 '라팔'(Rafale, 돌풍이라는 뜻)과 영국'브리티쉬 에어로스페이스'사의 'EAP'(Experimental Aircraft Pro-gramme).
 

이들 두 최신예전투기가 선보인 것은 지난해 9월 영국항공기산업협회가 '판버러우'에서 개최한 항공기전시회에서였다. 30만이 넘게 운집한 관객들 앞에서 두 전투기는 그들이 갖고 있는 능력을 유감없이 펼쳐보였다.
 

'라팔'과 'EAP'는 모두 최신장비를 갖춘 최고급 기종들이고 제작진의 야심도 같았다. 즉 두 전투기 제작진들은 판버러우에 모인 50여개국의 공군장교들에게 유럽의 전투기제작기술이 결코 미국에 뒤지지 않는다는것을 입증해 보이려고 했고, 아울러 1995년경부터 실전에 배치될 이른바 '다음세대의 전투기'까지도 얼마든지 설계, 제작할수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했다.
 

다소의 '라팔'과 브리티쉬 에어로스페이스의 'EAP'는 장장 일주일 동안 불꽃튀는 경쟁을 벌였다. 일주일동안 오후내내 계속 하늘을 날면서도 두 전투기는 중간에 5~6분 정도의 짧은 휴식시간 밖에는 갖지 않았다. 그것도 비행기에 무리가 가는 것을 막기 위한 휴식이 아니라 이착륙 시범과 지상에서의 조작기술을 보여주기 위한 시간이었다.
 

두 항공사가 출품한 기종은 프로터타입, 즉 견본기들이 아니라 데먼스트레이터, 다시 말해 시범기들이었다. 견본기란 동일 기종중 가장 먼저 설계 제작된 항공기를 말하는 것으로 목적도 동일 기종내에서 얼마든지 옵션을 바꾸어 생산하는 것이 가능함을 보여주고, 아울러 설계상의 잘잘못이나 무장체제가 제대로 되어 있는지 등을 점검하는데 있다.
 

시범기의 경우는 견본기와는 다르다.시범기의 목적은 옵션제작의 가능성 여부나 설계상의 오류를 확인하는데 있지 않다.시범기의 유일한 목적은 비행기 제작에 참여한 동체기술자, 엔진기술자, 항공기술기술자들이 어느 정도 수준의 기술력을 갖고있는지 보여주는데 있다. 따라서 어느 시범기든 가장 최신의 전자장비를 갖추게 되고 설계에서부터 제작기술에 이르기까지 독창성이 중요시 된다. 동체기술자들은 가능한한 미래형 전투기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그것은 곧바로 자신들의 명성과 직결된다.제조기간과 경비를 극소화시키는노력도병행되게 마련이다.
 

다소의 '라팔A타입'과 브리티쉬 에어로스페이스의 'EAP'는 모두 이러한 시범기들로서 그동안 제작진들이 쏟은 정성과 높은 기술력을 쉽게 알아볼 수가 있다. 다소사는 이미 '라팔A타입'에서 일보 전진한 타입을 개발, 프랑스 공군에 납품할 예정으로있다. 브리티쉬 에어로스페이스사도 미래의 전투기는 자신들이 만든 'EAP'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브리티쉬에어로스페이스사의 입장에서 보면 그러한 확신을 가질만도 하다. 왜냐하면 독일,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등 4개국이 공동으로 전투기 개발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상업적인 경쟁면에서 보면 EAP가 라팔보다 유리한 입장에 있기 때문이다(4개국중 스페인은 아직 제작에 참여하지 못하고있다).

엔진·동체기술이 뛰어난 라팔기


어쨌든 라팔과 EAP가 앞으로 10년후 실전에 배치될 전투기들의 모델임에는 틀림없다. 얼른 보기에 엇비슷한 외형과 성능을 갖고 있는 것 같고 또 몇년안에 유럽 각국의 주력기로 선택될 것이 확실한만큼 두 전투기를 좀더 세밀하게 비교, 분석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우선 두 전투기의 외형설계가 비슷하다는 점이 눈에 띈다. 2쌍의 삼각익, 1개의 수직익, 나란히 배치된 2개의 엔진, 삼각형을 이루고 있는 활주용 바퀴 등은 두 전투기의 공통점이다. 외형에 있어 얼른 눈에 띄는 차이점은 제트엔진의 공기흡입구다. 영국의 EAP는 동체 바로 밑에 나란히 2개의 사각형 흡입구를 달고 있고, 반면에 프랑스의 라팔기는 이격되어 있는 2개의 반원형 흡입구를 갖고있다. 흡입구의 위치도 동체 바로 밑이 아니라 날개와 동체의 접합부위이다. EAP의 흡입구는 하단에 혓바닥 모양의 판을 갖고 있다. 이것은 재키의 작동에 의해 조작된다. 반면에 라팔은 EAP가 갖고 있는 모든 거추장스런 장치를 하나도 갖고 있지 않다. 엔진과 동체제조기술에 있어서는 라팔이 한발 앞서 있다고 할 수 있다.

라팔A기, 미라지를 생산한 '다소'사의 미래의 전투기로 비상한 주목을 끌고 있다.^①공기흡입구 ②오리날개, 라팔에는 조종석뒤에 있다. ③ 욱직이는 철판들 ④조종석 ⑤조종간 ⑥모두 신소재를 썼다. RAFASE은 재래식보다 35%,EAP는 25%감량을 기록했다.


왜냐하면 영국전투기는 일종의 가변익을 사용해서 공기흡입을 조절해야되는데 이것만으로도 이미 큰 핸디캡을 안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조작의 복잡성, 제작비용, 항공기 무게 등의 추가부담을 안게 된다. 실제로 세계에서 가장 발달된 기술을 갖고있는 프랑스 다소사의 유체역학연구팀은 항공기주위와 흡입구내에서 일어나는 공기의 흐름을 컴퓨터로 조절할 수 있도록 장치를 해놓았다. 그럼으로써 각 옵션기의 최적규모를 산출해내는데 훨씬 유리한 입장에 서게 되었고 따라서 저속운항(지상활주나 이착륙시)때나 고속운항(마하 2이상) 때도 적정유지할 수 있고 또 전투기의 생명이라고 할수 있는 공격각도도 큰 각도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이 점은 다소기술진이 자랑으로 삼고 있는 점이기도 하다.
 

이에 비해 EAP의 흡입구는 다음과 같은 세가지 점에서 불편하다고 할 수가 있다. 우선 첫째로 활주로에 널려 있는 각종 오물을 함께 흡입하게 되어 있고, 둘째로는 착륙거리가 길어질 수밖에 없다. 세째로는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경우 무방비상태가 되고만다. 엔진에 이상이 생기는 경우는 더욱 더 그렇다. 게다가 EAP의 공기흡입구는 2개가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한 엔진에 이상이 생기면 그 영향이 곧 바로 옆의 엔진으로 미치게 되는 단점을 갖고 있다. 라팔기는 2개의 엔진이 서로 분리되어 있다.
 

날개의 위치를 보면 라팔기의 이른바 '오리 날개'라고 하는 보조익은 비행각도에 상관없이 흡입구의 공기흐름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서 충분히 동체 후미 쪽으로 달려있다.
 

반면 EAP의 보조익은 라팔보다 훨씬 앞으로 달려있는데, 이러한 설계는 위험성마저 내포하고 있다. 당연한 결과겠지만 라팔기의 조종사는 보조익보다 앞에 위치할 수 있고 그만큼 전방이나 후방으로 넓은 시계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브리티시 에어로스페이스사가 유럽4개국 협동으로 만든 전투기. 라팔과 함께 전투기의 혁명을 가져오고 있다.^①공기흡입구 ②오리날개, 라팔에는 조종석뒤에 있다. ③ 욱직이는 철판들 ④조종석 ⑤조종간 ⑥모두 신소재를 썼다. RAFASE은 재래식보다 35%,EAP는 25%감량을 기록했다.

 

앞으로 경사진 조종석 횡으로 가속시 유리


라팔기의 조정석은 매우 정밀한 연구의 산물이기도 한데 다음과 같은 몇가지 점에서 혁신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우선 조종석이 앞으로 경사돼 있어 비행기가 횡으로 이동할 때 보다 많은 가속을 낼 수가 있다. 또 2개의 엔진을 조종하는 핸들이 하나로 통합되어 있고 조종간도 중앙이 아니라 옆에 달려 있다. 상승, 하강, 수평등의 정보도 1대의 시준기(視準器)와 여러개의 음극판으로조절되는 시계모양의 문자판을 통해 얻을 수 있게 되어 있다. 간단히 말해, 라팔기의 조종석은 모든장치를 단순화시켰고 그만큼 조종을 간편하게 할 수 있게 되었다.
 

반면에 EAP의 조종석은 기존의 디스플레이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조종간도 중앙에 위치해 있고 조종석도 거의 경사돼 있지 않다.
 

다소사의 라팔기는 여러가지 면에서 미래전투기의 모델이 될만하다. 실제로 각국의 비행기 연구진들은 다소사를 찾아와 여러가지 자문을 얻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벨기에가 가장 먼저 열성적으로 다소사를 찾아왔다.
 

무장체제면에서도 라팔은 EAP보다 한발 앞서 있다. 공기흡입구가 양쪽으로 분리되어서 날개와 동체접합부위에 붙어 있기 때문에 동체밖에 상당량의 폭탄을 적재할 수가 있다. 핵탄두들 장착한 미사일도 직경 80㎝에 길이가 6.5m짜리 정도까지 장비할수가 있다. EAP기로는 도저히 엄두도 못낼 무장이다.
 

항공기조작면에서도 판버러우에 모인 사람들은 쉽게 두 항공기의 차이점을 발견할수가 있었다. 라팔기는 이륙하자마자 즉시 빠른 속도로 횡전(橫轉)을 하며 수직으로 상승했고 15초정도의 속도로 선회를 마쳤다. 착륙할 때도 시속 2백20㎞의 속도에, 입사각 25˚로 들어와 불과 4백m의 활주거리만으로 항공기를 정지시킬 수가 있었다.
 

반면에 EAP는 여전히 재래식 이륙장치를 갖고 있었다. 조종 이전에 완만한 속도로 가속을 내야 했고 선회를 끝내는데도 25초가 걸렸다. 착륙시에도 라팔만큼 속도를 줄이지 못해 별도로 착륙용 패러슈트를 써야 했다.
 

라팔기는 판버러우에 오기 이전에 EAP보다 많은 비행실험을 거쳤다. 약 30회정도의 비행에 비행시간도 35시간이나 되었다. 반면에 EAP는 29회 비행에 27시간의 비행시간을 기록했다. EAP의 첫 비행은 86년 8월8일에 있었는데 그것은 7월4일에 첫 비행을 한 라팔보다 약5주 정도가 늦은 것이었다. 하지만 EAP의 비행계획은 라팔보다 1년이나 먼저 세워져 있었다.
 

판버러우 항공기살롱이 끝나자 마자 두 항공기의 성능 차이는 곧 드러나고 말았다. 라팔기는 이미 첫 시험비행에서부터 초음속을 낸 기록을 갖고 있었고 판버러우에 나온 '라팔A타입'도 9번째 비행에서는 고도4만2천피트에서 마하1.8을 기록했다. 판버러우에 오기 전 이스트라에서 '라팔A타입'은 고도 4만7천피트에서 마하1.9를 기록했었다. 반면에 EAP는 고도 3만8천피트에서 마하 1.3밖에는 내지 못했었다.
 

라팔의 무장^①4기의공대공 미사일 MICA ②레이저로 조절되는 폭탄 ③동체밑의 2기의 공대공 미사일 ④레이저 장치함 ⑤전자장치함 ⑥1천7백ℓ의 연료를 보관할 수 있는 탱크

 

최첨단 재료로 무게 35%줄여


재료공학적인 측면에서 보면 두 항공기는 모두 최첨단 재료공학기술의 결과를 충분히 활용하고 있다. 브리티쉬 에어로스페이스사에서는 카본섬유를 사용해서 기존의 무게를 25%정도 줄일 수 있었고(특히, 날개부분) 새로운 알루미늄 합금과 아라미드 섬유도 사용했다. 다소사 역시 이미 '미라지 2000'을 만들 때의 경험을 살려 전체 무게를 35%정도 줄일 수가 있었다.
 

추진력면에서 보면, 라팔은 제네랄일렉트릭사의 터보제트엔진 F404 2기를 탑재했다. 하지만 이 미제 엔진은 곧 프랑스의 스네크마(SNECMA, 국립항공기엔진연구 제조공사)에서 자체개발한 M-88엔진으로 대체될 예정이다. F404 2기의 엔진추진력이 7.2t인 반면, M-88은 7.5t이다. 실험도 이미 끝낸 상태에 있다.
 

영국의 EAP는 같은 추진력을 지닌 RB199 엔진을 2기 탑재하고 있다. 이 엔진은 '토네이도'기에 쓰인 엔진과 동종이다. 앞으로 생산될 EAP기에는 롤스로이스XG-40이 사용될 전망인데 현재 이 엔진은 실험단계에 있다.
 

두 항공기의 제원을 살펴보면 앞으로 프랑스 공군의 주력기가 될 '라팔C타입'은 판버러우에 나온 '라팔A타입'보다 한층 가벼워지고 길이도 작아질 것이다. 순중량만 8.5t이 될 전망인데 라팔A가 현재 9.5t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감량이라고 할 수가 있다. 날개면적도 현재의 47㎡에서 44㎡로 줄어들 것이고 전체길이도 15.8m에서 14.8m로 짧아질 것이다.
 

라팔의 무장능력은 가공할만하다. 공대공미사일 6기를 장착할 수가 있고 재래식 폭탄 14t을 적재할 수가 있다. EAP는 라팔보다 훨씬 크고 무겁다. 순중량이 9.75t이나 나가고 날개면적도 50㎡나 된다. EAP의 길이나 무게가 줄어들기에는 어려움이 많을 것 같다. 왜냐하면 영국을 포함한 4개국과 프랑스 사이의 불화가 계속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아직 두 최첨단 전투기는 작전에 배치되고 있지는 않다. 두 항공기는 어디까지나 시범기에 불과하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다소의 라팔기가 미래 전투기의 모델을 제공했고 그 기술적, 전술적 영향력이 곧 전유럽에 파급될 것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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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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