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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1일 현역 최고의 홈런타자 배리 본즈는 미국 오클랜드 구장에서 오른쪽 펜스를 넘기는 솔로아치를 그려냈다. 본즈는 이날 메이저리그 통산 714호 홈런을 기록하며 ‘전설의 홈런왕’ 베이브 루스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2005년 3차례에 걸친 무릎수술로 14경기 밖에 뛰지 못한 본즈는 올시즌 작년의 부상을 털어버리고 다시금 통산 홈런 레이스에 박차를 가했다. 베이브 루스의 통산 홈런수(714개)는 이미 넘어섰고, 행크 아론의 메이저리그 최다 홈런기록(755개)에도 불과 20여개만을 남겨두고 있는 상태다. 과연 배리 본즈는 은퇴시점까지 몇개의 홈런을 더 기록할까.

부상에서 회복한 배리 본즈 선수는 올해 베이브 루스의 통산 홈런수(714개)를 넘어섰다. 사진은 지난 9월 12일 샌프란시스코구장에서 본즈 선수가 경기하는 모습.


본즈, 내년말 메이저 최고기록 넘을듯

운동선수의 실력(또는 성적)은 일정한 경향성을 보인다. 프로에 데뷔한 뒤 적응기간을 거쳐 그 기량이 점차 성장해 전성기를 맞이하고, 그뒤 노쇠하며 기량이 떨어진다. 물론 슬럼프나 부상으로 인한 예측 불가능한 요인도 선수 성적에 영향을 주지만, 이는 일시적인 것으로 장기적인 추세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가정할 수 있다. 따라서 한 선수의 홈런수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종 모양을 보인다. 그러면 통산 홈런 수는 시간에 따라 S자 곡선을 나타낼 것이다.

지난 21년 동안 본즈의 경기당 홈런수 변화를 그래프로 그려보면, 홈런 추이는 1999년을 기점으로 큰 변화를 보였다. 즉 1998년까지의 자료만 보면 본즈가 1994년 전성기를 맞이하고 점차 홈런 생산능력이 떨어지는 추세인 것 같지만, 1999년부터 전성기를 능가하는 홈런수를 기록하며 재도약하고 있다. 이를 두고 ‘스테로이드를 복용한 것이 아닌가’하는 부정적 의혹을 제기하기도 하고, 제2의 전성기라며 긍정적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무엇이 정확한 원인인지 알 수 없지만 본즈의 통산 홈런수를 정확히 예측하기 위해서는 이같은 경향을 예측 공식에 반영해야 한다. 통산 홈런수가 경기를 치르면서 S자 곡선을 나타낸다는 가정과 1999년 이후의 변화를 고려해 본즈의 누적 홈런수가 경기수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를 설명하는 통계 모형을 만들었다.

이 모형에 따르면 1998년까지의 홈런수 경향만 고려했을 때는 통산 홈런수가 513개 근처에 수렴하는데 비해 1999년부터 2006년까지의 경향을 새롭게 고려할 경우 본즈의 통산 홈런수는 훨씬 더 증가한다. 본즈의 은퇴시기가 문제지만, 예측 모형에 따르면 본즈가 앞으로 147경기 정도를 더 뛰게 되는 시점에 행크 아론의 기록(755개)과 동률을 이룰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구단이 한시즌 동안 총 150경기 내외를 치른다고 가정할 때 본즈는 내년말쯤 돼서야 가까스로 행크 아론의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연도별 누적 홈런수^본즈 선수의 누적 홈런수는 1988년까지의 자료만 고려하면 513개에 수렴하는데 비해 1999년 이후 자료를 포함하면 700개를 훌쩍 넘어서는 것으로 추정된다.


삼진 적은 1 루수, 장타 많아야

과거자료가 풍부한 본즈는 과거의 홈런추이를 감안해 그리 머지않은 은퇴시점까지 통산 홈런수를 쉽게 예측해볼 수 있다. 2001년 메이저리그에 입성한 도미니크 공화국 출신의 알버트 푸홀스는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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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데뷔 6년차를 맞고 있는 그는 지금까지 6년 연속 30홈런 이상, 100타점 이상, 타율 3할 이상을 기록해온 ‘무결점 타자’다. 그럼에도 푸홀스의 6년 기록으로부터 홈런수의 장기적인 추세를 잡아내기란 불가능하다.

한 선수의 과거자료가 충분치 않아 홈런수 변화를 모형화하기 어려운 경우 이미 은퇴한 다른 홈런타자들의 자료를 이용해 분석모형을 만들어 예측에 이용하는 게 좋은 방법이다. 역대 통산 홈런수가 많은 순서대로 타자 50명을 선정한 뒤 이들이 메이저리그 데뷔 후 5년간(2000타석 내외) 기록한 개인자료를 이용해 은퇴시점의 통산 홈런수를 설명하는 수학 공식을 만들었다. 이 공식으로 현역 슬러거(야구에서 장타를 많이 날리는 타자) 푸홀스의 미래 통산 홈런수를 예측해봤다.

통산 홈런수를 설명하는 요인에는 크게 6가지의 변수가 반영됐다. 첫째, 데뷔 후 5년간 기록한 안타 중 장타의 비율이다. 2루타, 3루타나 홈런의 비율이 클수록 통산 홈런수가 증가하는데, 그 기여도는 장타일수록 더 커졌다.

둘째, 타석당 홈런비율이 가장 높았을 때의 값이 클수록 통산 홈런수가 증가했다. 이 값은 컨디션이 가장 좋았던 해의 홈런 생산능력을 의미한다. 셋째 요인은 선수의 수비 위치다. 수비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1루수의 경우 통산 홈런수가 많았다. 넷째 요인은 타자의 몸무게다. 몸이 무거운 타자일수록 힘있는 타격이 가능해 홈런을 치는데 유리하다고 설명할 수 있다.

다섯째는 삼진을 적게 당할수록 통산 홈런수가 증가했다. 홈런타자들끼리만 비교할 때 삼진을 적게 당한다는 것은 공을 맞추는 능력이 다른 홈런 타자보다 뛰어남을 의미한다. 마지막 요인은 선수의 메이저리그 활동시기다. 가까운 과거에 활동한 선수일수록 통산 홈런수가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배트의 질이 향상되고 선수의 체격이 좋아져 생긴 영향으로 볼 수 있다.

6가지 요인을 고려해 은퇴한 홈런선수들의 통산 타석당 홈런수를 추정했고 이렇게 만들어진 모형을 갖고 푸홀스의 홈런수를 예측했다. 그 결과 데뷔 6년차인 현재까지 247개의 홈런을 기록 중인 푸홀스가 특별한 부상 없이 본즈만큼 꾸준히 활약한다면 783개라는 놀라운 통산 홈런수를 달성할 것이라고 나왔다. 물론 앞으로 푸홀스의 홈런성적 변화에 따라 크게 빗나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통산 타석당 홈런수^역대 통산 홈런수가 많은 순서대로 50명을 선정한 뒤 이들이 메이저리그 데뷔 후 5년간 기록한 자료를 이용해 통산 홈런수를 추정하는 모델을 만들었다. 이를 이용하면 데뷔 6년차인 푸홀스 선수는 통산 783개의 홈런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승엽, 예측 불가능한 이유

지금까지 간단한 수학공식을 이용해 본즈와 푸홀스의 통산 홈런수가 어떻게 될지 예측해봤다. 본즈처럼 과거자료가 충분하다면 과거 추이로 미래를 예측하는 일이 가능하지만, 푸홀스처럼 과거자료가 적은 경우에는 비슷한 양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다른 그룹의 자료를 활용해 미래를 예측하는 방법이 하나의 대안이다.

그렇다면 전국민의 주목을 받고 있는 이승엽 선수는 은퇴시기까지 몇개의 홈런을 칠 수 있을까. 한 인터뷰에서 통산 600홈런 이상 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는 이 선수는 한국에서 9년간 324홈런을 날린 뒤 일본으로 건너가 3년차인 현재까지 90개 정도의 홈런을 치고 있다. 머지않아 메이저리그에 입성할 가능성도 있다.

안타깝게도 이 선수의 통산 홈런수는 앞서 수립한 두 종류의 공식을 이용해 예측하기 어렵다. 이 선수는 메이저리그가 아닌 한국과 일본 프로야구에서 활동했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자료를 기본으로 만든 예측 공식을 이 선수에게 적용하는 것은 정확한 방법이 아니다. 물론 한국이나 일본에서 미국으로 건너간 아시아 타자들의 자료도 부족하다.

‘국민 타자’이승엽 선수의 통산 홈런수는 메이저리그 자료로 만든 모델을 이용해 예측할 수 없다. 사진은 국내 프로야구에서 활약하던 이 선수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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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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