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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계의Mr. 클린 오소리 "나와 너구리를 같이 취급하지 말라"

굴을 파는데 있어서는 일가견을 갖고 있는 천부의 「토목공학자」는 지하에 자신의 요새를 짓고 산다.

오소리(badger)는 개과동물인 너구리와 비슷하므로 보통 사람들은 오소리와 너구리를 잘 혼동하고 있다. 그러나 자세히 관찰해보면 아주 다르다.

외모는 너구리와 비슷하지만 너구리보다 풍만하게 생겼고, 몸의 균형이 잘 맞지 않는 인상을 준다. 활동할 때에는 털이 없는 발바닥이 땅바닥에 완전히 닿고 약간 둔하게 걷는다. 마치 새끼곰이 걸어가는 듯한 모습이다.

몸의 길이는 꼬리길이 15~20cm를 포함, 75~1백cm다. 몸무게는 10~20kg, 어깨높이는 30cm 정도다. 목은 굵고 머리는 삼각형이며 얼굴은 원통모양이고 주둥이는 뭉뚝하다. 눈과 귀는 아주 작다. 발톱은 단단하고 여느 고양이과의 동물처럼 몸 안으로 감추지 못한다. 네다리는 굵고 짧으며, 배에는 세쌍의 젖꼭지가 있다.

털은 거칠고 끝이 가늘며 뾰족하다. 몸은 회백색인데 갈색털이 섞여 있다. 보통 짐승과는 달리 등쪽인 윗면보다 배쪽인 아랫 면의 털색이 암색(暗色)이다. 등쪽털의 아랫부위는 백색에 가깝고 중간부위는 흑갈색이고 끝부위는 백색이다. 그렇기때문에 등쪽의 털색깔은 흑갈색 바탕에 백색 서리가 내린 것 같이 보인다.

꼬리끝 부분과 항문 사이에 있는 항문선(肛門腺)에서 악취가 나는 황색 분비물을 배출, 적의 접근을 막는다. 또 자신의 행동권안에 있는 돌이나 나무의 밑둥같은 곳에 분비물을 발라서 자신만이 통행하는 통로의 표적으로 삼고 있다.
 

일반적인 오소리


밤이 되면 생기를 얻어

오소리는 10여년 전만 하더라도 우리나라 야산 어느 곳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동물이었다. 또한 사냥꾼들에게 잡혀서 시장거리에서 한약재로 판매되기도 했고, 동물애호가들의 정성어린 보호를 받은 뒤 동물원에 기증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기증자도 없을 뿐만 아니라 시장거리에서 판매되는 경우도 거의 찾아 볼 수 없다. 이러한 현상은 오소리가 살만한 장소가 농경지로 개간돼 점차 멸종돼 가고 있기 때문이다.

포유동물인 오소리는 식육목(目) 족제비과(科) 오소리아과(亞科) 오소리속(屬)에 속하는데 지구상에 6속 8종이 서식한다. 학명은 Meles melanogenys이고,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 중앙아시아 전유럽 스칸디나비아반도 일부와 영국에까지 널리 분포하고 있다.

그들은 주로 굴에서 생활한다. 사람이 사는 마을로부터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단단한 발톱을 사용, 굴을 판다. 해가 잘 비치고 나무숲이 우거진 언덕은 굴을 파기에 더없이 좋은 장소다. 오소리굴의 구조는 상당히 복잡하다. 중앙에는 1.5m 이상 깊이 판 넓은 방이 있고, 6, 7개의 터널은 다른 방과 바깥을 드나들 수 있게 설계돼 있다. 출입구는 서로 멀리 떨어져 있다. 중앙의 방에는 건조한 풀과 이끼류로 만든 침실이 있으며 항상 실내는 깨끗하게 청소돼 있다.

오소리는 굴에 들어갈 때나 나올 때 언제나 같은 터널을 사용하고, 긴급할 때에만 다른 터널을 통과한다. 이 터널의 길이는 8~10m나 되는데 수직으로 된 통풍구가 붙어있어 무척 위생적이다.

굴은 해를 거듭함에 따라 주거 생활에 더 적합하도록 보완된다. 오래된 터널은 그물모양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어 외부 침입자는 감히 들어갈 엄두도 내지 못한다.

대부분의 오소리는 일생동안 한 굴에서 지내는데 때로는 한 굴에 몇세대가 함께 살기도 한다. 여우나 멧토끼 등과 같이 한 굴에서 생활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한 굴에서 여우나 토끼와 함께 거주할 때에는 오소리는 중앙의 방을 사용하고 출입구 가까이에 있는 방을 다른 동물에게 제공한다. 이를테면 자신을 외적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그들을 피수꾼으로 이용하는 셈이다. 이와 같이 오소리는 아주 능청스러운 면이 있는 동물이기도 하다.

오소리는 야행성 동물이어서 해가 져야만 비로소 활동을 시작한다. 주위가 어두워지면 조심스럽게 굴 밖으로 나와서 코 끝으로 땅의 냄새를 맡아가며 일단 주위를 살핀다. 그리고 위험이 없는 것이 확인됐을 때에만 밖으로 나가서 활동을 하게 된다. 이와는 반대로 굴로 다시 돌아올 때에는 매우 민첩하고 대담하게 행동한다.

낮 동안에는 대개 휴식을 취한다. 겨울에는 동면에 들어가는데, 날씨가 좋으면 밖께 잠시 나와서 물을 마시기도 한다.

행동범위는 목적에 따라 일정하게 제한돼 있다. 예를 들면 일광욕을 하는 장소, 놀기 위한 장소, 배설하는 장소가 따로 지정돼 있다.

건강을 끔찍이 챙기는 그들은 자신의 주변을 청결하게 하는 것을 좋아한다. 특히 벼룩이나 진드기와 같은 외부기생충을 제거하기 위해 흙탕욕을 하거나 모래욕을 즐기는 습성이 있다.

또한 이들은 위급한 경우를 당하거나 심하게 놀라면 마치 죽은 것처럼 가만히 숨죽이고 있다가 기회를 보아 역습을 하거나 도망쳐버린다.

1960년 9월 경상북도 달성군에서 발생했던 일이다. 사냥을 매우 즐기는 박씨가 야생동물이 많기로 유명한 화원면 비슬산에서 사냥을 하던중 사냥개가 오소리 발자국을 발견했다. 잠시 후 오소리의 비명과 사냥개의 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박씨가 급히 달려 가서 보니 이미 오소리는 외상을 당한 채 늘어져 있었고 사냥개는 혀를 길게 빼고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사냥에 만족한 박씨는 담배를 피어 물고 죽은 오소리를 내려다 보았다. 마침 9월인데다가 마을에서 그리 멀지 않은 장소였기 때문에 파리가 날아 다니고 있었다. 파리 한 마리가 오소리의 귀에 앉으니 죽었다고 생각된 오소리의 귀가 조금 움직였다. 이상하다고 여긴 박씨가 오소리를 주의깊게 보고 있었는데 다시 몇마리의 파리가 날아와 자극을 주었다. 견디다 못한 오소리가 눈을 감은채 앞발로 파리를 쫓는 게 아닌가.

'저 녀석이 죽은 시늉을 하고 있구나.' 호기심이 발동한 박씨는 사냥개를 데리고 4,5m 물러나서 가만히 엿보았다. 사람과 개가 멀어진 것을 감지한 오소리는 눈을 살짝 떠보더니 '이때다'하고 벼락같이 일어나서 36계를 놓았다.

필자도 동물원에서 숨도 제대로 쉬지 않는 오소리 때문에 당황한 적이 많았다. 이러한 행동은 적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려는 의식적인 행동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거의 본능적으로 그러한 행동을 취하는 것 같다.
 

미국의 오소리


죽은 시늉을 잘 내고

오소리는 수컷과 임컷이 굴 속에서 함께 생활하지만, 먹이는 각각 구해서 먹는다. 8, 9월에 교미를 하며, 이때까지는 지난 해에 낳은 새끼와 함께 지낸다.

식성은 잡식성이어서 나무뿌리 열매 야채 과일 종자 땅속의 작은 동물 곤충 뱀 쥐 토끼 등을 가리지 않고 무엇이나 잘 잡아 먹는다.

오소리는 노루처럼 수정란의 착상이 잘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태아는 수태하고 몇 달이 지난 뒤에야 자라게 된다. 그래서 임신기간을 정확하게 추정하기는 어렵지만 최근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6~8주(42~56일)로 확인됐다. 출산은 2~4월에 하며, 3~5마리의 새끼를 낳아서 2개월간 젖을 먹인다. 새끼는 태어난지 4, 5주일만에 눈을 뜨게 되고 1개월 정도 지나면 멧토끼만하게 자란다.

어미는 새끼 스스로가 먹이를 구할 수 있을 때까지 땅속의 지렁이나 나무뿌리 등을 새끼에게 먹인다. 새끼들은 10월 초 어미의 집을 떠나지만 가끔 어미를 찾아온다. 오소리의 새끼는 약 2년이 지나면 완전히 성숙하며 수명은 12~15년 정도다.

오소리의 털은 거칠어서 방한용으로는 고급이 못된다. 그저 모필이나 솔 따위를 만드는데 사용할 정도다. 고기는 비교적 기름기가 많아서 식용으로 유용하다. 특히 한방에서는 신경통에 좋다고 해서 한때는 오소리가 거의 멸종할 정도로 남획되기도 했다.

1991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김성원 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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