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기 후에 다시 태어난 냉동인간. 비록 불치의 병은 치료했을지라도 새로운 사회에 원만하게 적응할 수 있을까.
영원히 살고자하는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다. 그래서 고대 이집트사람들은 부활을 믿으며 미이라를 만들었고, 중국의 진시황은 불로초를 찾아 헤맸다. 하지만 아직 아무도 1986년에 세상을 떠한 일본의 '시게치오 이주미'씨(120년 237일 생존)보다 더 오래 살지 못했다.
물론 의학의 발달은 인간의 평균 수명을 현저히 높이고 있다. 그렇지만 아직도 '죽음에 이르는 병'은 많다. 암 백혈병 AIDS 등은 대표적인 불치병이다.
하지만 그들이라고 해서 항상 부동의 '사망진단서'로 남을 수는 없다. 언젠가는 극복되고 말 것이다. 더욱이 생명을 앗아가는 질병은 더 빠른 속도로 해결책이 마련될 게 분명하다. 모든 과학자가 우선적으로 노력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암은 50년쯤 후면 완전히 정복될 수 있으리라는 예측도 있다. AIDS 문제는 좀 더 일찍 풀릴 것이라고 한다. 벌써 꽤 유효한 백신이 등장하고 있을 정도다. 그러나 '곧'이지 '당장'은 아니다. 더욱이 금방 생명이 끊어지기 직전인 환자는 기다릴 시간이 없다. 무슨 수를 쓰긴 써야 할텐데….
이처럼 삶의 막판에 몰린 환자들의 심리를 이용, 생을 연장시키는 작업이 미국에서 행해지고 있다. 이른바 냉동인간제조회사가 탄생한 것. 벌서 수백명의 냉동인간을 제조 냉동캡슐속에 보관하고 있는데 그 방법은 이렇다. 일단 사망이 확인된 신청자의 몸을 드라이아이스를 사용, 0℃로 냉각시킨다. 이 상태에서 피를 뽑아내고 대신 인공 피와 항냉동제인 글리세롤을 주입한다. 그 뒤 열차단 슬리핑백에 냉동체를 싸서 냉동캡슐로 옮겨 최종 보관한다. 냉동캡슐 안에는 액체질소가 들어있어 -1백96℃를 유지하게 된다. 이렇게 보관을 하는데 드는 돈은 약 1억원. 이중 3천6백만원은 수술비용이고 나머지 6천4백만원은 액체질소값. 따라서 보관기관이 길어지면 더 부담해야 한다.
냉동인간의 원리는 겨울잠을 자는 동물에서 따 왔다. 즉 체온이 떨어지면 신체의 산소요구량이 줄어들게 된다는 것. 따라서 체온을 차츰 낮춰가면 산소소비량이 0이 되는 상태를 맞게 되며 이 때는 숨을 쉬지 않고 먹지 않아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은 아직 많은 허점을 안고 있다. 그중에서도 실제로 한번도 녹여보지 않았다는 점은 가장 큰 약점이다. 따라서 해빙을 시켰을 때 깨어날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특히 냉동생물학자들은 이같은 방법에 의문을 제기하고 사술(詐術)이라고 몰아붙인다. 아직 세포수준의 냉동기술도 완벽하지 않은데 조직, 기관도 아니고 완전한 개체를 냉동시킨다는 것은 무모하기 짝이 없다는 주장이다.
또 해빙기술은 냉동기술보다 한 단계 더 어려운 기술인데, 여기에 대한 아무런 과학적 근거를 갖고 있지 못하다는 것도 지적되고 있다. 실제로 해빙시에는 어떤 세포나 큰 타격을 입게 돼 있다.
만일 재생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인간은 같은 시대를 살아가면서도 서로 갈등을 겪고 산다. 그런데 70년 혹은 1세기 후에 다시 소생한 사람이 그 시대의 달라진 여러 여건을 극복하고 살아가기란 매우 힘들 것이다. 수많은 이질감이 그를 짓누를 것이라는 것쯤은 쉽게 예측할 수 있다.
또 가족관계의 혼란을 초래할 것이다. 가령 냉동상태로 들어가기 전에는 훨씬 어렸던 조카가 할아버지의 모습이 되고, 손녀 딸과 비슷한 연배로 보이고….
아뭏든 과학이라는 이름을 걸고 냉동인간제조술이 이미 시행되고 있다. 과연 가치가 있는 시도인지, 아니면 또 하나의 '벌거숭이 임금님' 이야기인지 판정을 내리기는 아직 이르다. 더욱이 우리 나라는 냉동생물학의 불모지대이기 때문에 그 실체를 정확히 파악하기란 매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