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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냐 아니냐, 그것이 문제로다!


천재의 작품일까 아니면 그저 사기꾼의 농간일까. 2011년 세계 최초로 상업용 양자컴퓨터를 개발했다고 발표해 화제를 몰고 왔던 캐나다 ‘디-웨이브(D-WAVE)’사의 컴퓨터가, 사실은 양자컴퓨터가 아니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디-웨이브사는 곧바로 반박했지만, 파문은 점점 커지고 있다.
스위스 취리히연방공대 이론물리학과 티아스 트로이어 박사팀은 디-웨이브사의 컴퓨터를 대상으로 양자컴퓨터 특유의 연산 속도 증가 추세를 시험할 새로운 방법을 개발하고, 이를 이용해 직접 디-웨이브의 성능을 시험해 그 결과를 ‘사이언스’ 6월 19일자 온라인판에 발표했다.


양자컴퓨터는 양자가 갖는 독특한 성질인 ‘중첩(두 가지 이상의 상태를 동시에 지니는 성질)’과 ‘얽힘(둘 이상의 양자의 상태가 서로 연관된 성질)’을 이용해 매우 빠르게 계산을 할 수 있는 미래의 컴퓨터다. 아직은 기초기술을 연구하고 있는 수준으로, 한국도 일부 연구하고 있다(58쪽 참조).


그런데 2011년, 디-웨이브사가 128큐비트의 상용 양자컴퓨터를 만들었다고 발표한 데 이어 2013년에는 성능을 대폭 향상시킨(512큐비트) 제품을 내놨다. 이 제품을 미국항공우주국, 록히드마틴 등 ‘알만한’ 연구기관들이 여럿 구입하면서, 단순한 흉내가 아니라 진짜 양자컴퓨터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그런데 양자컴퓨터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는 이번 연구로 다시 논란이 가중된 것이다.


연구팀은 점점 계산량이 많아지는 문제를 줘서, 연산속도가 얼마나 느려지는지를 추적했다. 양자컴퓨터는 연산을 동시에 여러번 하는 ‘병렬컴퓨터’ 방식이기 때문에 데이터량이 늘어나도 속도가 크게 느려지지 않는다. 반면 일반 컴퓨터는 데이터량이 늘어나면 급격히 속도가 떨어진다. 연구 결과, 디-웨이브는 일반 컴퓨터와 속도 변화에서 큰 차이가 없었다. 양자컴퓨터의 특성이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이 연구에 대해 전문가들은 다양한 의견을 보였다. 구글의 기술부장인 하르트멋 네벤은 ‘사이언스’와의 인터뷰에서 “문제가 너무 쉬웠다”며 “제대로 된 검증이 아니었다”고 비판했다. 디-웨이브의 창업자 조르닥 로즈 역시 과학잡지 ‘와이어드’와의 인터뷰에서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디-웨이브가 엄밀한 양자컴퓨터가 아닌 게 맞다는 주장도 있다. 안도열 서울시립대 우리석좌교수는 “(양자컴퓨터를 흉내 낸) ‘양자시뮬레이터’로 보는 게 더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연욱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박사도 “양자역학적 특징이 섞여 있는 컴퓨터라고 보는 게 더 적합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4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윤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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